Nhạc nềnAfternoon_Garden

단상의 폭로, 뒤집힌 전세

Audio truyện
Chưa có audio. Bấm để tự tạo audio cho tập này.

세인트 한강 병원 본관 12층 대회의실. 평소라면 고요한 학술 세미나나 이사회가 열렸을 공간이 오늘만큼은 숨 막히는 형장에 다름없었다. 사방을 둘러싼 차가운 백색 대리석 벽면은 천장의 밝은 LED 조명을 반사하며 이 방에 모인 인간들의 얼굴을 한층 더 창백하고 기괴하게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방 중앙에 길게 놓인 마호가니 회의 탁자 상석에는 병원 재단의 최대 주주이자 이사장 대행인 백승만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고, 그의 좌우로는 이사진들이 무거운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맞은편, 기획조정실장 서한길이 승리에 도취한 특유의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그의 곁에는 지원을 시기해 온 흉부외과 펠로우 장준혁이 태블릿 PC와 두꺼운 서류 뭉치를 든 채 기세등등하게 버티고 있었다. 오늘 이 자리는 서지원의 의사 면허를 영구히 박탈하고 그녀를 사회적으로 매장하기 위해 서 실장이 극비리에 소집한 긴급 징계위원회였다.


“서지원 조교수.”


서한길이 먼저 침묵을 깨뜨렸다. 그의 목소리는 나긋나긋했으나 그 안에는 벼려진 칼날이 숨겨져 있었다.


“본 위원회는 귀하가 흉부외과 전임의로서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의료 윤리와 원내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첫째, 식약처 미승인 임상시험용 약물인 ‘HL-9’의 무단 반출 및 처방 기록 조작. 둘째, 병원 수뇌부의 허가 없는 무단외출 및 조폭 세력과의 부적절한 유착. 이에 대해 소명할 기회를 주겠으나, 이미 물증이 너무나 확실하군요.”


서 실장의 신호에 장준혁이 기다렸다는 듯 태블릿 화면을 이사진 전면의 대형 스크린에 띄웠다. 화면을 가득 채운 것은 지원이 병원 약제부에서 바코드를 찍지 않고 특수 약품을 가방에 넣는 전산 로그 기록과, 비오는 밤 그녀가 태성파의 검은 방탄 리무진에 탑승하는 모습이 담긴 원내 CCTV 캡처 사진들이었다. 회의실 내부가 이사진들의 웅성거림과 경악 어린 속삭임으로 가득 찼다.


“보시다시피 서지원은 우리 병원의 고가 자산을 훔쳐 조직폭력배의 보스를 살리는 데 야매로 처방했습니다. 이는 의료법 위반일 뿐만 아니라 세인트 한강 병원의 명예를 송두리째 더럽힌 중대 범죄입니다.” 장준혁이 목소리를 높여 쐐기를 박았다.


그 수치스럽고 압도적인 비난의 세례 속에서도, 단상 아래에 선 서지원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녀는 화장기 없는 창백한 얼굴로 서 실장과 장준혁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주머니 속에서 가운 깃을 가볍게 쥔 그녀의 손끝은 차가웠지만, 눈빛만큼은 얼음 호수처럼 투명하고 단단했다. 가슴속에서 뛰고 있는 약혼자 진우의 심장, 그리고 그 심장을 품고 어둠 속에서 속죄를 다짐하던 권도현의 처절한 얼굴이 뇌리를 스쳤다. 그녀는 여기서 무너질 수 없었다.


“소명을 시작하기도 전에 유죄를 확정 짓는 성급함이라니, 여전하시군요. 서 실장님.”


지원 대신 뒤편의 문을 열고 걸어 들어온 것은 단정한 맞춤 정장에 날카로운 눈매를 지닌 청년이었다. 지원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법무법인 ‘태평’의 엘리트 변호사, 성우진이었다. 우진은 가죽 서류 가방을 탁자 위에 소리 나게 내려놓으며 이사진을 향해 깍듯하지만 서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서지원 교수의 법률 대리인 성우진 변호사입니다. 본격적인 소명에 앞서, 본 위원회의 절차적 위법성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우진은 품에서 법원 직인이 선명하게 찍힌 서류 한 장을 꺼내 백승만 대표의 앞에 올려놓았다.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 규정 및 본 병원 이사회 정관 제14조에 따르면, 교원에 대한 징계 의결은 최소 72시간 전 구체적인 혐의 사실이 적힌 서면 통지서가 본인에게 송달되어야 효력을 발휘합니다. 하지만 제 의뢰인은 불과 14시간 전에 통보를 받았습니다. 또한, 약품 무단 반출 혐의 역시 병원 독립 감사실장 지창욱 옴부즈맨의 공식 감사 청구 절차를 거치지 않은 초법적 징계안입니다. 저희는 이미 서울중앙지법에 ‘징계위원회 처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했고, 법원의 인용 결정을 받아냈습니다. 따라서 오늘 이 자리에서 내리는 모든 결의는 법적으로 원천 무효입니다.”


우진의 칼날 같은 법리적 공격에 회의실은 한순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서 실장의 이마에 미세한 경련이 일어났다. 그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며 짐짓 호통을 쳤.


“법적인 꼼수로 시간을 벌 수 있을 것 같나! 의사로서의 양심을 저버리고 조폭과 결탁한 사실은 변하지 않아! 백 대표님, 이 가처분은 절차상의 문제일 뿐, 실체적 진실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당장 해임안을 의결해야 합니다!”


서 실장이 거칠게 백승만을 압박하는 순간, 지원이 천천히 단상 앞으로 걸어 나갔. 그녀의 구두굽 소리가 대리석 바닥을 울리며 묘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마이크 앞에 선 지원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이사회 전산 시스템에 연결했다.


“실체적 진실이라... 좋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서 실장님.”


지원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지만, 회의실 전체를 압도하는 무게감이 있었다. 그녀는 스크린 제어 패널을 터치했다.


“당신들이 말하는 조폭 세력과의 유착, 그리고 우리 병원의 명예를 진짜 짓밟고 있는 배후가 누구인지, 이사진 여러분의 눈과 귀로 직접 확인해 보시죠.”


지원이 재생 버튼을 누르자, 회의실 스피커를 통해 지독한 잡음 뒤로 서한길 실장의 음성이 흘러나왔. 그것은 후배 이민재가 목숨을 걸고 기조실 비밀 밀실에 침투해 확보한 극비 도청 녹음 파일이었다.


— “권태성 부두목. 약속했던 메디팜의 2차 비자금은 스위스 계좌로 무사히 입금되었소. 서지원이 도현의 심장 상태를 캐고 다니는 눈치니, 빠른 시일 내에 그녀의 의사 면허를 정지시켜 병원에서 쫓아내겠소. 그러면 도현의 가슴속 바이오 칩 데이터를 회수하는 데 아무런 걸림돌이 없을 거요.”


— “서 실장, 일 처리 하나는 확실하군. 그 의사 계집애가 진우의 흔적을 더 깊이 파헤치기 전에 밟아버려요. 메디팜 회장도 조만간 병원을 방문해 완성체 데이터를 직접 확인하기로 했으니.”


녹음 속 서한길과 권태성의 비열한 대화가 회의실 사면에 울려 퍼지는 순간, 서한길의 얼굴은 붉은색에서 이내 핏기가 완전히 가신 백색으로 질려버렸다. 그의 심복 장준혁은 태블릿을 떨어뜨릴 뻔하며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이사진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서로를 바라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고, 대회의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 이건 조작이야! 허위 사실 유포죄로 당장 체포해야 해! 전원 꺼! 마이크 당장 차단해!”


서 실장이 미친 듯이 단상으로 달려들어 지원의 마이크 선을 뽑으려 했다.


“그 손 치워, 서 실장.”


회의실 상석에 앉아 있던 이사회 대표 백승만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서늘하게 외쳤다. 그의 목소리에는 대기업 이사이자 병원 지배자로서의 압도적인 카리스마가 실려 있었다. 백 대표의 눈빛은 서 실장을 향해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어 있었다. 병원의 주가와 대외적 명예를 목숨보다 아끼는 그에게, 기조실장의 불법 장기 밀매 유착과 비자금 수수 의혹은 병원 재단 전체를 파멸시킬 수 있는 핵폭탄이나 다름없었다.


“보안팀, 서 실장을 제자리로 돌려보내라.” 백 대표의 명령에 대기하던 경비원들이 서 실장의 어깨를 강제로 눌러 자리에 앉혔다.


백승만은 지원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서지원 교수. 이 음성 파일의 원본과 관련 금융 거래 자료를 이사회 감사실에 공식 제출할 수 있겠습니까?”


“이미 제 법률 대리인을 통해 원본 파일과 함께, 서 실장님이 메디팜으로부터 수령한 이중 장부 사본을 병원 옴부즈맨실과 대한의사협회 윤리위원회에 동시 접수 완료했습니다.” 지원이 단호하게 답했다.


백승만은 안경을 벗어 미간을 짚은 뒤, 이사진을 향해 선언했다.


“본 의사 면허 정지 징계위원회는 절차적 위법성 및 새로운 중대 비리 혐의 발견으로 인해 이 시간부로 무기한 정지 및 유예를 선언합니다. 서한길 실장은 직무가 일시 정지되며, 이사회 직속 감사팀의 정밀 감사를 받게 될 것입니다.”


탕, 탕, 탕.


의사봉이 무겁게 탁자를 때리는 소리가 서한길의 심장을 찢어발기듯 울렸다. 전세는 완벽하게 뒤집혔다. 지원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려던 서 실장의 칼날이 역으로 그의 목덜미를 꿰뚫어버린 순간이었다.


징계위원회가 해산되고 이사진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어수선한 회의실 안. 서한길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독사처럼 차갑고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지원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그의 일그러진 입술 사이로 서늘한 저주가 흘러나왔다. 지원은 그 살벌한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내며, 속으로 나직하게 읊조렸다.


‘이제 시작이야, 서한길. 내 아버지를 죽이고 진우 씨의 심장을 훔친 대가를 뼈저리게 치르게 해주마.’

HẾT CHƯƠNG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