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혀지는 포위망
지직, 지지직.
음압 격리실의 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인공 심폐기(ECLS)의 작동음은 기괴할 정도로 규칙적이었다. 선홍빛 혈액이 튜브를 타고 돌며 권도현의 연명줄을 쥐고 흔드는 동안, 서지원은 격리실 한구석에 굳은 채 서 있었다.
지원의 시선은 자연스레 자신의 왼쪽 손목으로 향했다. 살갗이 짓눌려 시퍼렇게 피어오른 멍 자국. 조금 전 깊은 혼수 상태에 빠져 있던 권도현이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었을 때 남은 흔적이었다. 그리고 귓가에는 여전히 그 목소리가 환청처럼 맴돌고 있었다.
‘공삼…… 이일…….’
그것은 낮고 거친 조직 보스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맑고 지적이며, 매사 다정하게 단어 끝을 올리던 그녀의 죽은 약혼자, 한진우의 목소리였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장기 이식을 받은 수혜자가 기증자의 목소리를 내고, 기증자만이 알고 있던 기밀 패스워드를 읊조리는 현상. 의학적으로는 단순한 ‘세포 기억설(Cellular Memory)’의 극단적인 발현이나 뇌 신경의 일시적 동조 현상으로 치부해야 마땅했다. 하지만 지원의 차가운 이성은 이미 그 한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지원은 떨리는 손으로 목걸이 체인에 걸린 티타늄 약혼반지를 꽉 쥐었다. 반지의 차가운 금속 질감이 손바닥의 주사 바늘 자창을 자극하며 미세한 통증을 보냈다.
‘진우 씨, 당신이 정말 저 남자 안에 살아 숨 쉬고 있는 거야?’
그때, 가운 주머니 속 대포폰이 진동했다. 지원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전화를 꺼냈다. 액정에 뜬 이름은 이민재. 세인트 한강 병원의 직속 후배이자, 그녀가 유일하게 신뢰하는 흉부외과 레지던트였다.
지원은 격리실의 이중문을 열고 복도로 나와 조심스럽게 수화기를 귀에 댔다.
“민재 씨.”
—선생님! 지금 어디 계신 거예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민재의 목소리는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고 있었다. 주변에서 들리는 다급한 발자국 소리와 웅성거림으로 보아, 병원 내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저택에 있어요. 도현 씨의 바이탈은 일단 안정시켰지만, ECLS를 계속 가동 중이라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예요. 병원은 어때요?”
—난리가 났어요, 선생님. 장준혁 선생이 기조실장(서한길) 지시를 받고 선생님 연구실을 완전히 뒤집어엎었어요. 선생님의 무단외출 기록이랑 약제부에서 미승인 면역조절제인 HL-9이 반출된 전산 장부를 샅샅이 캐내고 있어요. 이미 기조실에서 특별 감사팀을 꾸렸대요.
지원의 미간이 차갑게 굳어졌다. 서한길 실장과 장준혁. 그들이 마침내 자신을 수술실에서 영구히 끌어내리기 위한 행정적 단두대를 준비한 것이다.
—서 실장님이 이번 주 안으로 선생님을 의료법 위반이랑 약품 무단 반출 혐의로 의사협회 윤리위원회에 정식 고발하겠다고 공언하셨어요. 이번엔 가처분 신청으로도 못 버텨요. 선생님 면허가 날아갈 수도 있어요! 당장 그 저택에서 빠져나오셔야 해요. 그 조폭들이랑 같이 있다간 선생님 인생까지 통째로 시궁창에 처박혀요!
민재의 절규에 가까운 경고는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평범한 의사로서 거대 범죄 조직의 보스를 저택에 감금된 채 치료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사법적 파멸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알고 있어요, 민재 씨. 하지만 지금 도현 씨를 두고 갈 수는 없어요.”
—선생님!
“이 남자의 심장에…… 진우 씨가 있어요. 단순한 이식이 아니에요.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할 비밀이 이 심장 속에 박혀 있어요.”
지원의 단호한 어조에 수화기 너머의 민재가 숨을 삼켰다. 민재는 지원이 약혼자를 잃은 슬픔에 미쳐버린 것이라 생각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원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예리하게 빛나고 있었다.
“병원 내부 동태를 계속 살려줘요. 특히 서 실장이 메디팜 쪽과 접촉하는 움직임이 있는지 지켜봐 줘요.”
—……알겠습니다. 하지만 제발 몸조심하세요, 선생님. 저들이 선생님의 행적을 쫓아 저택 위치를 알아내는 건 시간문제예요.
전화가 끊겼다. 지원은 화면이 꺼진 폰을 쥔 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병원의 행정적 포위망이 발밑까지 조여오고 있었다. 도현을 살리기 위한 유일한 생명줄인 HL-9의 추가 조달이 불가능해진다면, 도현의 심장은 결국 거부 반응으로 멈추게 될 터였다.
그때, 지하 메디컬 룸의 육중한 철문이 열리며 마강식이 걸어 들어왔. 그의 검은 가죽 코트는 밤새 내린 진눈깨비로 젖어 있었고, 뺨에 새겨진 흉터는 극도의 긴장감으로 붉게 도드라져 있었다.
“서 의사 선생.”
강식의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다.
“경찰 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지원은 반사적으로 EKG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강식을 바라보았다.
“경찰이요? 장만철 형사인가요?”
“예. 권태성(숙부) 밑에서 돈을 받아 처먹던 장만철 강력계 형사 놈입니다. 저택 외곽으로 통하는 유일한 진입로인 북한산 초입 검문소에 순찰차 서너 대를 배치하고 바리케이드를 쳤습니다. 겉으로는 음주단속이라 핑계를 대고 있지만, 실상은 우리 저택으로 드나드는 모든 차량을 검문하고 있습니다.”
강식은 주먹을 꽉 쥐었다.
“우리 애들이 무기를 소지하고 외출하는 건 물론이고, 외부에서 의료 장비나 약품을 반입하는 경로가 완전히 차단되었습니다. 저택 전체가 준-포위 상태입니다.”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안에서는 약물이 고갈되어 가고 있었고, 밖에서는 공권력을 등에 업은 권태성의 사냥개들이 목을 죄어왔다. 권태성은 조카인 도현이 가평에서 입은 총상 수술의 흔적을 찾아내 그를 살인 교사 및 범죄 단체 조직 혐의로 엮어 구속하려 하고 있었다. 보스가 구치소로 넘어가는 순간, 그 심장은 원격 제어 칩의 과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정지할 것이 분명했다.
“CCTV 화면을 보여주세요.”
지원의 차가운 지시에 강식은 메디컬 룸 한쪽에 설치된 보안 모니터의 화면을 전환했다.
화면 속에는 폭우와 진눈깨비가 섞여 내리는 어두운 산길이 비치고 있었다. 경광등의 붉고 푸른 불빛이 어둠을 어지럽게 분열시키는 가운데, 경찰 우의를 입은 형사들이 차량의 트렁크를 강제로 열어젖히며 수색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낡은 가죽 점퍼를 입고 이빨을 드러내며 웃고 있는 사내—장만철 형사가 서 있었다.
그는 사냥감을 목전에 둔 하이에나의 눈빛으로 저택 방향의 도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마강식 씨.”
지원이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나직하게 말했다.
“형사들이 강제로 저택 안까지 들이닥칠 경우를 대비해야 해요. 만약 그들이 이 지하 메디컬 룸을 발견하고 도현 씨가 ECLS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 즉시 긴급체포 영장이 집행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도현 씨의 불안정한 심박수가 폭주해 현장에서 즉사할 수 있어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경찰 놈들을 힘으로 쓸어버릴까요?”
강식의 눈에 살기가 스쳤다. 지원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공권력과 정면충돌하는 순간, 태성파는 합법 기업화는커녕 내란죄로 묶여 공중분해 될 겁니다. 기술적인 위장이 필요해요.”
지원은 메디컬 룸의 통신 장비를 관리하는 정보보안 팀장 강두식을 호출했다.
“두식 씨, 저택 메디컬 룸의 모든 모니터링 시스템을 세인트 한강 병원 VIP 병동 1201호 전산망과 가상으로 연동할 수 있나요?”
두식이 자판을 두드리며 안경을 추켜올렸다.
“가상 연동이요? 병원 내부 서버의 마스터 계정만 있다면 가능합니다. 화면에 출력되는 바이탈 사인과 환자 정보를 세인트 한강 병원에 정상 입원 중인 원격 진료 데이터처럼 보이게 패킷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지원은 자신의 가슴 주머니에서 의사 사원증과 함께 원내 전산망 마스터 보안 카드를 두식에게 건넸다.
“제 계정으로 우회 접속하세요. 형사들이 저택의 시스템을 강제로 열어보거나 들이닥쳤을 때, 이곳이 불법 사설 메디컬 룸이 아니라 병원 본관 VIP 병동에서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합법적인 원격 모니터링 화면처럼 보이게 위장해야 해요. 도현 씨의 전산상 신분도 병원에 정상 입원 중인 환자로 위조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바로 방화벽 우회 터널을 뚫겠습니다.”
두식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맹렬하게 활강하기 시작했다. 지원은 감금된 요새 안에서 자신만의 의학적 지식과 병원 권한을 무기로 형사들의 사법적 칼날을 무력화할 방패를 짜 올렸다.
그러나 외부에서의 압박은 예상보다 빨랐다.
따르릉! 따르릉!
저택 내부 인터폰이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집사장 김영호의 긴박한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
—보스, 마 대장님! 장만철 형사가 위병소 정문 앞까지 들이닥쳤습니다. 살인 교사 혐의 내사 영장을 들이밀며 강제 진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마강식이 이빨을 갈며 권총의 슬라이드를 당겼다.
“내려가서 대가리를 날려버리겠습니다.”
“멈춰요, 마강식 씨.”
지원이 그의 가죽 코트 자락을 붙잡았다. 그녀의 마른 손가락 끝에 힘이 들어갔다.
“제가 같이 가겠어요. 의사인 제가 앞장서야 저들의 명분을 꺾을 수 있습니다. 영호 집사장님께 최대한 대외 비즈니스 미팅을 핑계로 시간을 끌라고 하세요.”
지원은 단정하게 묶은 머리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피 묻은 초록색 수술복 위에 하얀 의사 가운을 걸쳐 입었다. 청진기를 목에 걸치고, 손목의 스마트 워치를 가볍게 만지작거렸다. 스마트 워치의 붉은 액정은 도현의 EKG 파형과 연동되어 미세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그녀는 차가운 백색의 방패를 두른 채, 피비린내 나는 폭력의 최전선으로 걸어 나갔다.
***
북한산 저택 외부 위병소.
진눈깨비가 섞인 장대비가 높은 콘크리트 장벽을 사정없이 때리고 있었다. 위병소의 철문 앞에는 경광등을 켠 경찰 순찰차 두 대가 비스듬히 길을 막아선 채 서 있었다.
장만철 형사는 낡은 가죽 점퍼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위병소 유리창을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쾅쾅 두들겼다.
“야! 문 열어! 강력계 장만철 형사다. 태성파 권도현 보스에 대한 살인 교사 혐의 내사 영장 발부받아 왔다. 공무집행 방해로 다 처넣기 전에 당장 빗장 열어!”
위병소 안쪽에서 집사장 김영호가 인터폰 수화기를 든 채 차분하고 기품 있는 태도를 유지하며 응대했다.
“장 형사님, 정중히 말씀드립니다. 현재 권도현 회장님께서는 해외 합작 법인 설립을 위해 유럽 바이어들과 극비 화상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 중이십니다. 영장의 법적 절차적 정당성을 가문의 변호인단이 검토하기 전까지는 사유지 무단 진입을 허용할 수 없습니다.”
“비즈니스 미팅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만철이 침을 퉤 뱉으며 영장 서류를 유리창에 거칠게 밀어붙였다.
“내 눈은 못 속여. 느그 보스 가평에서 총 맞고 질질 짜면서 이 안으로 기어 들어간 거 다 알고 왔으니까. 야, 안면 인식 로그랑 차량 출입 기록 전산망 당장 열어. 안 열면 이 위병소 통째로 들이받고 들어간다!”
만철의 뒤에 선 형사들이 순찰차의 범퍼를 철문에 바짝 밀어붙이며 위협을 가했다. 팽팽한 대치 상황 속에서, 위병소의 무거운 철문이 덜컥거리며 미세하게 열렸다.
장만철이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진입하려던 찰나, 철문 너머의 어둠 속에서 하얀 의사 가운을 입은 여성이 천천히 걸어 나왔.
서지원.
그녀의 창백하고 단정한 얼굴, 그리고 목에 걸린 청진기와 하얀 가운은 피비린내 나는 조폭의 요새와는 지독하게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지원의 뒤편으로는 검은 정장을 입은 경호원 박철우와 마강식이 그림자처럼 버티고 서 있었다.
“무슨 소란이죠, 장 형사님?”
지원의 목소리는 빗소리를 뚫고 차갑고 명확하게 울렸다.
장만철은 지원의 얼굴을 확인하고 눈을 가늘게 떴다.
“어라? 반듯하게 생긴 의사 선생이 왜 이런 깡패 소굴에 계실까? 혹시 세인트 한강 병원의 서지원 조교수님 아니신가?”
만철이 껄걸 웃으며 지원에게 다가왔다. 그의 몸에서 지독한 담배 냄새와 축축한 빗물 냄새가 뿜어져 나와 지원의 코끝을 찔렀지만, 지원은 단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장만철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환자의 개인 주치의 자격으로 이곳에 상주하고 있습니다. 장 형사님이 들고 계신 영장은 내사 단계의 임시 영장일 뿐, 의료법상 보호받는 환자의 격리 치료 공간을 강제로 수색할 법적 권한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의료법? 주치의?”
만철이 영장을 쥔 손으로 자신의 뒷목을 긁적였다.
“서 교수님, 조폭 보스 주머니 사정이 두둑하니까 의사 양반이 눈이 뒤집히신 모양인데, 범인 은닉죄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시나 보네. 권도현이 가평에서 총 맞고 불법 수술 받은 정황이 차고 넘쳐요. 당장 안면 인식 로그 열어서 대조해 보면 끝날 일이야.”
만철이 위병소 전산실로 손을 뻗으려 하자, 지원이 차갑게 가로막았다.
“안면 인식 로그요? 마음대로 하세요.”
지원은 슬쩍 손목의 스마트 워치를 터치했다. 화면 너머로 강두식이 위조해 둔 가상 전산 로그가 위병소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전송되었다.
“우리 저택의 모든 출입 기록과 도현 회장님의 의료 데이터는 세인트 한강 병원 본관 VIP 병동 시스템과 실시간으로 연동되어 있습니다. 회장님은 현재 병원 VIP 병동 1201호에 합법적으로 입원 중이시며, 이곳은 원격 모니터링을 위한 임시 거처일 뿐입니다. 전산망을 강제로 열어보시는 순간, 병원 재단의 기밀 유출로 대형 로펌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게 되실 겁니다.”
지원의 당당하고 논리적인 태도에 장만철의 눈빛이 흔들렸다. 위병소 모니터에 뜬 세인트 한강 병원의 공식 로고와 실시간 바이탈 사인 그래프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해 보였다.
“이런 씨발, 잔머리 굴리기는……”
만철이 이빨을 갈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저택 내부로 강제 진입할 명분이 일시적으로 차단된 것이다. 영장의 허점을 찌른 지원의 지략과 병원 전산망 위장이 장만철의 발을 묶어버렸다.
그러나 장만철은 쉽게 물러설 사냥개가 아니었다.
그는 빗속에서 위병소 바닥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진눈깨비가 섞인 진흙탕 바닥 위로, 최근에 새겨진 방탄 리무진의 깊고 거친 타이어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만철은 주머니에서 태블릿 PC를 꺼내 가평 총격전 현장의 흙바닥 사진을 띄웠다. 가평 폐창고 입구에 급하게 제동하며 남겨진 방탄 차량의 특수 타이어 트레드 패턴.
두 화면을 번갈아 보던 장만철의 입꼬리가 기괴하게 찢어지며 비열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찾았다.”
만철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타이어 트레드 패턴 일치율 99%. 서지원 의사, 네년이 가평에서 그 조폭 놈을 싣고 달아날 때 타던 그 방탄 리무진 흔적이 여기 고스란히 남아 있네.”
만철이 태블릿을 지원의 코앞에 들이밀었다.
“이래도 오리발을 내밀 건가? 이 타이어 흔적 하나만으로도 가평 총격전 범인 은닉 혐의로 이 저택 통째로 압수수색 영장 다시 발부받아 올 수 있어. 아니, 지금 당장 긴급 상황으로 간주하고 강제 진입한다!”
만철이 무전을 향해 소리쳤다.
“전원, 순찰차로 위병소 철문 받아버려! 강제 진입한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빗속을 뚫고 붉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순찰차의 엔진음이 굉음을 내며 철문을 향해 돌진하려 했다.
지원은 얼어붙은 채 자신의 스마트 워치 비상 버튼을 꽉 쥐었다. 손끝이 하얗게 질려 들어갔다. 철문이 부서지고 경찰들이 들이닥치는 순간, 지하의 도현과 가문의 모든 비밀이 폭사할 터였다. 좁혀지는 포위망의 숨 막히는 공포가 북한산의 차가운 빗줄기와 함께 지원의 목을 졸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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