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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송 마차 습격과 지열진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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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만의 밤은 언제나 습하고 음산했다. 하지만 오늘 밤은 유독 가혹했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가 협곡의 암벽을 때리며 천둥 같은 소리를 냈고, 흙탕물이 계곡 아래로 사납게 휩쓸려 내려갔다. 칠흑 같은 어둠 속, 협곡의 좁은 바위 틈새에 두 사내가 몸을 숨기고 있었다.


위천무는 차가운 빗물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느끼며 묵묵히 전방을 응시했다. 그의 오른팔 경맥은 이틀 전 사도광의 여동생 사도용을 치료하기 위해 무리하게 화양성 진기를 짜내어 주입한 대가로 미세하게 파열되어 있었다. 욱신거리는 통증이 어깨부터 손끝까지 바늘로 찌르듯 밀려왔지만, 천무는 단 한 번도 신음을 내지 않았다. 그의 심장 속에서는 혈고(血蠱)가 굶주림에 지쳐 불길한 박동을 울려대고 있었다. 적들의 뜨거운 내공을 먹이지 않으면 언제 심장이 터져 죽을지 모르는 시한부의 삶. 천무는 품속에 든 사옹의 유품인 은침통(銀針筒)을 가만히 움켜쥐며 사부의 마지막 얼굴을 떠올렸다.


‘괴물이 되더라도 의협의 마음을 잃지 말거라.’


가슴이 저려왔다. 살아남기 위해 타인의 내력을 빼앗아야 하는 잔혹한 운명 속에서, 사부의 유언은 그가 인간으로 남아 있을 수 있게 붙잡아주는 유일한 사슬이었다. 천무는 입술을 깨물며 살기를 억눌렀.


“천무야, 저기 놈들이 온다.”


옆에 엎드려 있던 사도광이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의 거구는 빗물에 젖어 검게 빛나고 있었고, 손에는 이가 군데군데 빠진 거대한 참마도(斬馬刀)가 들려 있었다. 사도광의 눈빛은 동생을 살려준 은인인 천무를 향한 맹목적인 충성심과 적들을 향한 분노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협곡 아래쪽 굽이진 길목에서 적양표국(赤陽鏢局)의 대형 수송 마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횃불을 든 표사 십여 명이 마차의 좌우를 삼엄하게 호위하고 있었고, 그 중심에는 상반신을 완전히 탈의한 채 바위 같은 근육을 드러낸 거구의 무인이 굳건히 서 있었다. 적양표국 남만 분타의 수호자이자 철포삼(鐵布衫) 외공의 고수, 백리웅(백리웅)이었다. 그의 양손에는 붉은 안광처럼 빛나는 무거운 무쇠 장갑이 끼워져 있었다.


“준비해라.”


천무의 나직한 명령과 함께, 사도광이 먼저 협곡 위에서 대지를 가르며 뛰어내렸다.


“적습이다!”


표사들의 비명 소리가 빗소리를 찢었다. 사도광은 공중에서 참마도를 크게 휘두르며 수송 마차의 전방을 향해 강하했다. 패도적인 기운이 실린 참마도가 빗방울을 가르며 백리웅의 머리 위로 사납게 떨어졌다.


콰아앙!


그러나 백리웅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무쇠 장갑을 낀 주먹을 위로 내질렀다. 쇠와 쇠가 부딪치는 굉음과 함께 사도광의 참마도가 사정없이 뒤로 튕겨 나갔다. 이미 이가 빠져 있던 참마도의 도신에 새로운 균열이 가며 날카로운 비명이 울렸다. 사도광은 완력의 차이를 이기지 못하고 진흙 바닥으로 밀려나며 붉은 피를 토해냈다.


“하하하! 쥐새끼 같은 낭인 놈이 감히 적양표국의 보급선을 노리느냐!”


백리웅이 광소하며 무쇠 주먹을 쥐었다. 그의 전신에서 황금빛 도는 단단한 기운이 피어올랐다. 철포삼 금강공(金剛功)의 방어벽이 그의 육체를 쇠보다 단단한 장벽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때, 백리웅의 측면 어둠 속에서 천무가 소리 없이 짓쳐 나왔다. 무영보(無影步)의 기초 신법을 전개한 그의 신형은 바람처럼 매끄럽고 신속했다. 천무는 녹슨 철검을 쥐고 백리웅의 옆구리를 향해 무경교 비전 초식인 묵혈참(墨血斬)을 시전했다. 검은 사기가 철검 끝에 맺히며 매서운 호선을 그렸다.


챙!


하지만 천무의 철검은 백리웅의 단단한 가죽 피부에 닿는 순간, 마치 바위를 친 것처럼 무력하게 튕겨 나갔다. 백리웅의 철포삼은 일반적인 예기로는 흠집조차 낼 수 없는 무적의 외공이었다.


“사파의 잔당 놈이구나! 내 주먹을 받아라!”


백리웅이 신형을 돌리며 무쇠 장갑을 낀 주먹으로 천무의 가슴을 후려쳤다. 피할 틈이 없는 번개 같은 권격이었다.


퍽!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천무의 흑색 장포가 찢겨 나갔다. 하지만 백리웅의 치명적인 주먹은 천무의 살을 관통하지 못했다. 장포 내부에 입고 있던 아주 얇고 촘촘한 미세 현철판갑(細玄鐵板甲)이 무쇠 주먹의 파괴력을 흡수해 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충격파가 천무의 오장육부를 뒤흔들었다. 흉부에 타박상을 입은 천무는 입안 가득 고이는 피를 삼키며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일반적인 칼날로는 저 단단한 피부를 벨 수 없다.’


천무는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했다. 백리웅의 철포삼 외공은 기경팔맥의 내공을 피부 표면으로 집중시켜 단단한 장벽을 형성하는 무공이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하나뿐이었다. 겉을 베는 것이 아니라, 안쪽에서부터 그 장벽을 깨부수어야 했다.


천무는 늙은 권사 팽노야에게 배웠던 축경공(蓄勁功)의 구결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전신의 근육을 순간적으로 수축시켰다가 한 점에 집중해 폭발시키는 압축의 묘리. 천무는 단전의 사기를 끌어올려 오른팔의 미세하게 파열된 경맥 속으로 억지로 밀어 넣었다. 경맥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지만, 천무는 이를 악물고 근육을 압축했다. 그의 깡마른 체구가 순간적으로 바위처럼 단단하게 가라앉았다.


“사도 형님, 전방을 묶어라!”


천무의 외침에 사도광이 이를 갈며 다시 몸을 일으켰다. 사도광은 부러지기 일보 직전인 참마도를 가로로 크게 휘두르며 백리웅의 시선을 정면에서 가로막았다. 백리웅이 코웃음을 치며 사도광의 참마도를 무쇠 장갑으로 움켜쥐려던 바로 그 순간.


천무의 신형이 바람을 타고 백리웅의 사각지대로 파고들었다. 무영보법의 잔상이 허공에 흩날렸다.


“축(蓄)……!”


천무가 나직하게 읊조리며, 압축했던 전신의 근력을 오른손에 쥔 철검 끝으로 집중시켰다. 묵혈참의 검은 사기와 축경공의 괴력이 결합하여 녹슨 철검의 날 끝이 검붉은 사광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무엇이냐!”


백리웅이 위기감을 느끼고 급히 몸을 돌려 무쇠 장갑을 낀 손으로 천무의 검을 막아서려 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콰드득!


천무의 철검이 백리웅의 무쇠 장갑과 충돌하는 순간, 귀를 찢는 듯한 금속 파쇄음이 협곡을 뒤흔들었다. 축경공의 압도적인 파괴력은 백리웅의 무쇠 장갑을 일격에 산산조각 내버렸다. 파편이 사방으로 비산하는 와중에, 천무의 철검은 멈추지 않고 백리웅의 가슴 정중앙을 관통했다.


“크, 윽……!”


백리웅의 눈동자가 터질 듯이 확장되었다. 천무의 검 끝을 통해 주입된 검은 사기와 기괴한 역류 진기가 백리웅의 단전을 뒤흔들었다. 백리웅이 자랑하던 철포삼의 단단한 진기가 체내에서 갈 길을 잃고 스스로의 오장육부를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진기역류(眞氣逆流)였다.


퍽! 퍽! 퍽!


백리웅의 전신 피부 아래 혈관들이 보랏빛으로 부풀어 오르다 안쪽에서부터 터져 나갔다. 그는 단 한 마디의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가슴에 검이 꽂힌 상태로 무릎을 꿇으며 절명했다. 동시에 천무가 쥐고 있던 녹슨 철검 역시 축경공의 엄청난 압축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쨍강 소리를 내며 수십 개의 조각으로 산산조각 나 진흙 바닥으로 떨어졌다. 주무기를 잃은 대가였지만, 승리는 그들의 것이었다.


“헉, 헉…….”


천무는 가슴을 움켜쥐고 거친 숨을 내쉬었다. 단전 내부의 화독이 적들의 내기를 사냥하라는 듯 미친 듯이 요동치며 심장을 파먹으려 들었다. 보랏빛 혈선들이 그의 얼굴과 목덜미까지 거미줄처럼 비쳐 보이기 시작했다.


“천무야! 괜찮으냐!”


사도광이 부러진 참마도를 내던지고 급히 다가와 천무의 어깨를 부축했다. 천무는 비틀거리며 수송 마차의 짐칸으로 향했다. 가죽 포장을 찢어발기자 대량의 사은자가 든 궤짝들과 함께, 푸른빛을 띠는 신비로운 유리 병 수십 개가 들어 있는 상자가 드러났다.


“지열진액(地熱眞液)…….”


천무는 떨리는 손으로 푸른 병 하나를 꺼내 들었다. 코르크 마개를 이로 뽑아내자, 코끝을 찌르는 지독한 한기와 함께 머리가 맑아지는 냉기가 뿜어져 나왔. 천무는 주저하지 않고 푸른 병의 차가운 액체를 목구멍 속으로 남김없이 털어 넣었다.


얼음물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듯한 극심한 오한이 전신을 덮쳤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심장을 터뜨릴 것처럼 타오르던 화독의 열기가 기적처럼 가라앉기 시작했다. 가슴팍을 뒤덮고 있던 불길한 보랏빛 줄기들이 서서히 안정을 찾으며 피부 아래로 모습을 감추었다. 천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차가운 빗물 속에 주저앉았다. 살았다는 안도감이 전신을 감싸 안았다.


그때, 백리웅의 시신을 수색하던 사도광의 손끝이 우뚝 멈춰 섰다.


“천무야, 이것 좀 봐라.”


사도광이 백리웅의 안쪽 품속에서 젖은 종이 한 장을 꺼내 들었다. 빗물에 잉크가 번져 있었지만, 종이 하단에 찍힌 붉은 인장만큼은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황실 비밀 조직인 현철위(玄鐵衛)의 거대한 묵철 인장이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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