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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사냥, 독무 속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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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만의 밤은 자비가 없었다.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끈적한 습기와 대지를 짓누르는 음산한 기운은 숨을 쉴 때마다 허파를 옥죄어 왔다. 남만 변방에서도 가장 기괴한 지형으로 꼽히는 독무 계곡(독무 계곡)의 초입. 사방을 가득 메운 자욱한 보랏빛 독안개는 달빛마저 집어삼킨 채, 마치 살아 숨 쉬는 거대한 괴물의 내장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바위 틈새의 어둠 속에 몸을 웅크린 위천무는 가슴을 쥐어짜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삼베적삼 아래, 심장 부근의 피부가 기괴하게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거미줄처럼 뻗어 나간 보랏빛 혈선들이 맥박에 맞춰 꿈틀거릴 때마다, 가슴뼈 안쪽에서 불달궈진 송곳으로 쑤시는 듯한 극통이 밀려왔다.


혈고의 시한부 갈증(혈고의 시한부 갈증)이었다.


심장에 심어진 치명적인 고독(蠱毒)이 굶주림에 미쳐 숙주의 생명력을 갉아먹기 시작한 것이다. 당장 적들의 뜨거운 양기를 흘려보내 이 허기를 달래지 못한다면, 심장이 안쪽에서부터 터져 나가 폭사하리라는 것을 천무는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마에서 흘러내린 식은땀이 눈가를 적셨지만, 천무는 눈을 감지 않았다. 그의 안광은 어둠 속에서 오직 복수심 하나로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나으리…… 오고 있습니다. 서쪽 협곡 바위 틈새예요.”


천무의 등 뒤에서 낮고 갈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 눈을 깊게 함몰당해 검은 안대를 찬 깡마른 소년, 아철(아철)이었다. 소년은 눅눅한 진흙 바닥에 귀를 바짝 댄 채, 미세한 진동을 느끼고 있었다. 매질로 찢어진 누더기 장포 아래로 앙상한 어깨가 떨리고 있었지만, 소년의 귀는 그 어떤 사냥개보다 예리하게 허공을 가르는 소리를 짚어내고 있었다.


“걸음걸이가 무겁고 거칠어요. 호흡의 주기가 일정한 걸 보니 하급 무사예요. 적양표국의 붉은 가죽 장화가 진흙을 밟는 소리…… 틀림없어요. 혼자입니다.”


아철의 이청추풍보 지원은 오차 없이 정확했다. 천무는 품속에서 사옹이 남겨준 은침통을 꺼내 쥐었다. 차갑고 투박한 은침통의 감촉이 사부의 마지막 유언을 떠올리게 했다.


‘인간으로서의 의협의 마음을 결코 잃지 말거라.’


가슴이 시려왔다. 살아남기 위해 타인의 단전을 파괴하고 내공을 빼앗아야 하는 잔혹한 행위. 그것은 사부가 평생 지켜온 의원으로서의 신념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마두(魔頭)의 짓이었다. 천무의 입술에서 핏물이 배어 나왔다. 스스로를 향한 지독한 혐오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그는 검자루를 더 꽉 쥘 뿐이었다.


‘사부님, 저를 용서하지 마십시오. 저는 괴물이 되어서라도 살아남아 놈들의 목을 벨 것입니다.’


천무는 이성을 다잡았다. 오늘 밤의 사냥감은 적양표국의 삼류무사(삼류무사)였다. 변방의 죄 없는 민초들을 수탈하고 학대하던 표국의 하급 표사. 그 비열한 자의 생명력을 거두는 것에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스스로를 세뇌했다. 하지만 사파의 괴물이 되어간다는 실존적 공포는 그의 영혼을 차갑게 얼어붙게 만들었다.


스스스.


천무는 독무은형술(독무은형술)을 가동했다. 단전의 미세한 사기를 심장 주변으로 흘려보내자, 체온이 급격히 내려가며 전신의 생기(生氣)가 자취를 감추었다. 보랏빛 독안개 속으로 그의 신형이 녹아들듯 사라졌다. 바람 소리조차 내지 않는 기적적인 은신이었다. 아철은 천무가 사라진 방향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인 뒤, 조용히 숲풀 속으로 몸을 숨겼다.


저 멀리 안개 너머로 흐릿한 불빛이 일렁였다.


적양표국의 삼류 표사 한 명이 횃불을 높이 든 채 좁은 바위 틈을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매캐한 유황 냄새가 나는 횃불을 흔들며 신경질적으로 침을 뱉었다.


“쳇, 재수 없는 남만 구석탱이 같으니라고. 독안개 때문에 한 치 앞도 안 보이는군. 늙은 약사 놈의 목을 쳤으면 잔당 놈들도 진즉에 늪지대에 빠져 죽었을 텐데, 왜 이 고생을 시키는 거야?”


표사는 허리에 찬 대도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며 투덜거렸다. 그의 단전 부근에서는 적양표국의 기초 공법인 화양공 입문(화양공 입문)의 뜨거운 양기가 미세하게 흘러나와 주변의 차가운 안개를 밀어내고 있었다. 그 이글거리는 열기가 천무의 심장 속 혈고를 미치게 만들었다. 가슴속 벌레가 굶주림에 겨워 요동치며 천무의 갈비를 갉아먹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천무는 바위 위에서 숨을 죽였다. 묵철검을 뽑아 정면에서 벨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공 소모를 최소화하고, 주변에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 뇌풍의 추격대에게 기척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는 완전한 침묵의 암살이 필요했다.


사각.


적 표사가 천무가 매복한 바위 바로 아래를 지나가는 찰나였다.


탁!


숲속 반대편에서 작은 돌멩이가 굴러가는 소리가 고요한 계곡에 울려 퍼졌다. 아철이 던진 돌이었다.


“누구냐!”


표사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며 횃불을 그쪽으로 치켜들었다. 적의 시선과 경비 기류가 완전히 분산된 절호의 기회였다.


바위 위에 소리 없이 서 있던 천무의 신형이 낙하했다. 그의 손가락 사이에서 은빛 미세한 침들이 달빛을 받아 번뜩였다.


‘백보천은술(百步千銀術).’


쉬슉! 슈욱!


경쾌한 파공음과 함께 세 개의 삼릉 은침이 표사의 등 뒤 척추 요혈인 명문(命門)과 신유(腎兪) 대혈에 깊숙이 박혔다.


“어……?”


표사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은침 점혈(은침 점혈)의 정교한 기예에 기경팔맥의 기류가 순간적으로 완전히 차단된 탓이었다. 그의 몸이 굳어버린 나무토막처럼 빳빳하게 얼어붙었다. 손에 들고 있던 횃불이 바닥의 축축한 진흙 위로 떨어지며 치직 소리와 함께 꺼져갔다.


천무는 표사가 쓰러지기 전, 그의 등 뒤로 그림자처럼 착지했다. 그리고 동결된 마비 기운이 풀리기 전에 적의 목덜미를 낚아채며 바닥으로 거칠게 짓눌렀.


“읍……! 읍!”


표사의 눈동자가 공포로 크게 벌어졌다. 그는 소리를 지르려 했으나 성대 주변의 혈도까지 은침에 제압당해 바람 빠지는 소리만 낼 뿐이었다. 표사는 마지막 발악으로 소매 속에 숨겨둔 스프링 암기 장치를 작동시키려 손가락을 까딱였다.


하지만 천무의 예민한 혈맥탐지술이 표사의 팔목 기맥에 흐르는 미세한 기류의 흐름을 먼저 간파했다. 천무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손끝으로 표사의 손목 요혈을 강하게 내리눌렀다. 뚝 하는 소리와 함께 표사의 손목 기맥이 완전히 꺾이며 암기 장치가 무력하게 진흙 속으로 떨어졌다.


“네 내력을 거두어가겠다.”


천무의 목소리는 서리보다 차가웠다.


그는 표사의 단전 부근에 오른손 바닥을 얹었다. 그리고 단전 내부 깊은 곳의 사기를 심장으로 보내 혈고를 깨우는 심법, 혈고진경(혈고진경)을 운기하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천무의 심장이 기괴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가슴팍의 보랏빛 혈선들이 살아 움직이는 뱀처럼 꿈틀거리며 그의 오른팔을 타고 내려가 손가락 끝으로 뻗어 나갔다. 천무의 손끝이 검붉게 물들며, 표사의 아랫배 가죽을 뚫고 들어갈 기세로 기공의 빨판을 형성했다.


“으어어억……!”


표사의 입에서 단말마의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의 단전에 모여 있던 뜨거운 화양 진기가 천무의 손바닥을 통해 거대한 폭포수처럼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양기를 빼앗기는 고통은 육체를 산 채로 뜯어먹히는 것보다 가혹했다. 표사의 전신이 격렬하게 경련하며 피부가 순식간에 수분을 잃고 파리하게 말라갔다. 그의 단전 내부에서 소용돌이치던 화양성 내공이 천무의 기경팔맥을 타고 역류해 들어왔.


화끈거리는 열기가 천무의 경맥을 타고 심장으로 몰려들었다. 극단적인 양기의 유입에 천무의 단전이 타들어 가는 듯한 통증을 유발했지만, 동시에 심장 속 혈고는 미친 듯한 희열에 겨워 고동쳤다. 벌레가 날뛰며 열기를 먹어 치울 때마다, 천무는 전신을 관통하는 기괴한 쾌감에 사로잡혔다.


타인의 생명력을 빼앗아 연명하는 괴물이 되는 감각. 그 형언할 수 없는 쾌락과 뒤따르는 깊은 자기혐오가 천무의 정신을 찢어발겼다. 그의 안광이 보랏빛 광기로 흐려지려 할 때마다, 천무는 어금니를 사려 물며 사부의 유언을 되새겼다.


‘의협의 마음을…… 잃지 마라…….’


피 한 방울의 대가였다. 혈고진경의 철칙에 따라, 천무의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고결한 피 한 방울이 혈고의 주둥이 속으로 제물로 바쳐졌다. 제물을 삼킨 혈고가 만족스러운 듯 잠잠해지며, 요동치던 심장의 폭주가 거짓말처럼 가라앉기 시작했다.


털썩.


내공을 전부 빼앗긴 적양표국의 표사는 뼈만 남은 껍데기처럼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의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채 흐려져 있었다. 죽지는 않았으나 기경팔맥이 완전히 파열되어 평생 걸을 수도, 무공을 닦을 수도 없는 비참한 폐인이 된 상태였다.


천무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흡수한 이종 내공의 탁기가 단전에 쌓이며 몸 안쪽에서 미세한 거부 반응이 일어났지만, 심장의 발작은 일시적으로 완전히 진정되었다.


“나으리…… 괜찮으십니까?”


어둠 속에서 아철이 조심스럽게 걸어 나와 천무를 부축하려 했다. 천무는 소년의 손을 피하며 자신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


진흙 바닥에 고인 빗물 위로 천무의 얼굴이 비쳐 보였다. 그의 창백했던 뺨 위로 불길한 보랏빛 혈류의 기운이 은은하게 감돌고 있었다. 인간의 안색이 아니었다.


첫 번째 사냥은 성공했으나, 그 대가로 그의 육체와 영혼은 한 걸음 더 괴물의 심연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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