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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지하 용광로, 독고진과의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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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턱 막히는 녹황색 독가스가 철혈옥의 쇠창살 틈새로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폐부를 찌르는 매캐한 독기가 허공을 메우자, 사도광이 가슴 움켜쥐고 격렬하게 기침을 토해냈다.


"크윽! 이 비열한 사냥개 놈들이 아예 우리를 매장하려는구나!"


무기가 없는 사도광의 안색이 순식간에 납빛으로 변해갔다. 그 역시 일류의 고수였으나, 백리웅과의 사투로 입은 가슴과 어깨의 상처가 벌어져 내공을 제대로 운기할 수 없었다. 독기가 파이프를 타고 급속도로 차오르는 긴박한 순간, 아철이 가죽 안대 아래로 귀를 바짝 세우며 외쳤다.


"나으리! 이쪽입니다! 지하 배수구 쇠창살 틈새로 미세한 바람의 기류가 흐르고 있습니다. 이 독가스 파이프가 닿지 않는 아래쪽 통로입니다!"


위천무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염화도인의 진기를 흡수해 여전히 검붉은 불꽃을 머금은 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부러진 강철검 파편을 고쳐 쥐었다. 오른손 바닥이 타들어 가는 듯한 열기가 밀려왔지만, 이미 전신의 통각 신경이 마비되어 가는 천무는 그 고통조차 차가운 이성 아래로 짓눌러 버렸다.


천무는 태청폐기결(太淸閉氣結)을 운기하여 독기의 흡입을 최소한으로 억제한 채, 배수구를 가로막은 두꺼운 쇠창살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축경공(蓄勁功)으로 압축한 전신의 괴력을 오른팔에 집중했다.


콰아아앙!


부러진 강철검 파편이 묵직한 검붉은 기류를 뿜어내며 쇠창살의 이음새를 정확히 내리쳤다. 삭아 있던 무쇠 장벽이 비명을 지르며 뜯겨 나갔고, 그 아래로 검고 습한 수직 통로가 입을 벌렸다.


"가시오!"


천무는 아철과 사도광을 먼저 아래로 밀어 넣은 뒤, 자신 역시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미끄러지듯 하강하는 통로의 벽면은 내려갈수록 기괴할 정도로 뜨거워졌다. 습기는 사라지고, 매캐한 유황 냄새와 타들어 가는 흙먼지 냄새가 코를 찔렀다.


마침내 통로의 끝에서 바닥으로 착지했을 때, 그들 앞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지옥도의 광경이 펼쳐졌다.


그곳은 적양표국의 가장 깊은 금지구역이자 지하 화산 맥 위에 건설된 거대한 용광로 수련실, 적양로(赤陽路)였다.


"이, 이게 대체……."


사도광이 숨을 헐떡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방의 암벽 틈새로 붉은 용암이 강물처럼 이글거리며 흘러내리고 있었고, 그 열풍이 허공을 일렁이게 만들어 시야가 온통 핏빛으로 왜곡되어 보였다. 중앙에는 묵철로 주조된 거대한 용광로가 쇠사슬에 매달려 붉은 숨을 토해내고 있었고, 끓어오르는 용암이 터지는 기괴한 파공음이 사방의 벽을 흔들었다. 일반 무인이라면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기경팔맥이 타들어 가 폐인이 될 법한 가혹한 환경이었다.


천무의 심장 속 혈고가 이 극단적인 양기의 열풍을 감지하자, 본능적인 갈증으로 미친 듯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가슴뼈 안쪽이 송곳으로 찌르는 듯 아파왔다. 천무는 왼손으로 가슴을 꽉 움켜쥐며 신음을 삼켰다. 아직 유충기로 진화하지 못한 혈고의 미각성 상태의 발작이었다. 적들의 양기를 사냥해 먹이지 않으면 심장이 터져 죽을 것이라는 시한부의 경고가 뇌리를 때렸다.


그때, 끓어오르는 용암천 너머, 거대한 묵철 석주의 그늘 속에서 붉은 가죽 장포를 걸친 한 사내가 천천히 걸어 나왔.


기골이 장대하고 흉포한 인상을 가진 사내. 그의 얼굴에는 과거 무경교를 멸문할 때 새겨진 잔인한 흉터가 가득했고, 손에는 붉은 보석이 박힌 거대한 대도(大刀)가 들려 있었다.


적양표국 남만 분타주이자, 사부 사옹을 직접 참수한 철천지원수. 초일류 절정(超一流 絶頂)의 강자, 독고진(獨孤珍)이었다.


"쥐새끼들이 쥐덫을 피해 지옥 불길 속으로 제 발로 기어 들어왔구나."


독고진이 대도를 바닥에 툭툭 치며 조소했다. 쇳소리가 용암의 끓는 소리를 뚫고 서늘하게 울렸다. 그의 이글거리는 안광이 천무의 오른손에 들린 검붉게 달아오른 부러진 강철검 파편을 짚었다.


"염화도인 그 늙은이가 네놈 같은 사파의 잔당에게 당했다기에 내 눈을 의심했다만, 제법 기괴한 짓을 부리는구나. 하지만 그 사악한 독공도 이 적양로의 화염 앞에서는 한 줌의 재가 될 뿐이다."


천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눈동자가 분노와 증오로 인해 서서히 차가운 보랏빛 살기로 물들어갔다. 머릿속에서는 사부 사옹의 참수된 머리가 빗속에 효수되어 있던 비참한 잔상이, 그리고 조금 전 철혈옥에서 만났던 서문 호법의 잘려 나간 다리와 비명 소리가 이명처럼 귓가를 때렸다.


"내 사부님의 목을 벤 검이 바로 그 대도냐."


천무의 목소리는 타오르는 용광로의 열기 속에서도 소름 끼치도록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하하하! 그 쓸모없는 늙은 약사 놈 말이냐? 내 친히 그 목을 베어 마을 입구에 걸어둘 때의 손맛이 아주 일품이었지. 네놈 역시 그 사부 밑에서 벌레 같은 독공이나 배웠을 터, 오늘 내 대도의 제물로 삼아주마!"


독고진이 포효하며 대도를 치켜들었다. 그의 전신에서 이글거리는 적색의 기류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적양표국의 비전 양기 공법인 화양성공(火陽聖功)의 진기였다. 그가 대도를 한 바퀴 크게 휘두르자, 도신에서 뿜어져 나온 화염이 반원 모양의 거대한 불꽃 장막을 형성하며 천무의 사방을 포위해 왔다.


지옥 같은 열풍이 천무의 검은 장포를 그을렸고, 장포 안쪽의 미세 현철판갑이 뜨겁게 달아올라 살을 지져왔다. 그러나 천무는 물러서지 않았다. 사부의 원수를 갚고 살아남아 복수를 완수하겠다는 집념이 그의 온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천무는 부러진 강철검 파편을 양손으로 꽉 쥐었다. 검붉게 달아오른 쇳조각 끝에 무경교의 비전 초식인 묵혈참(墨血斬)의 사기를 실었다. 검은 사기와 붉은 열기가 뒤섞인 불길한 검풍이 일어났다.


"사도 형님, 아철을 데리고 뒤로 물러서시오!"


천무의 외침과 동시에, 독고진이 먼저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죽어라, 사파의 잔당 놈아!"


독고진이 대도를 허공에서 내리치며 화양성공의 극강의 열기를 도신에 실어 패도적인 적양참(赤陽斬)을 날렸다. 거대한 불꽃의 궤적이 반원을 그리며 천무의 머리 위로 사납게 쏟아져 내렸다.


천무는 도망치는 대신 정면으로 맞받아치기 위해 묵혈참의 검기를 위로 뻗었다. 검붉은 도광과 붉은 염화의 강기가 허공에서 격렬하게 충돌했다.


콰아아아앙!


용광로 내부가 통째로 흔들리는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러나 초일류 절정 고수인 독고진의 압도적인 내공의 힘은 천무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내공의 순도 차이로 인해 천무의 묵혈참 검기가 산산조각 나며 튕겨 나갔고, 그 충격이 오른팔 경맥을 타고 단전으로 역류했다.


"크윽!"


천무는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피를 삼키며 뒤로 대여섯 걸음 밀려났다. 단전 내부의 화독이 역류한 충격으로 요동치며 가슴을 찢는 듯한 통증을 유발했다.


"겨우 이 정도냐! 내공의 깊이 자체가 다른 것을 모르는구나!"


독고진이 광소하며 다시 한번 신형을 띄웠다. 그의 대도가 허공에서 연속으로 회전하며 적양참의 불꽃 도광을 사방으로 연사했다. 불타는 칼날의 비가 천무의 퇴로를 완전히 차단하며 떨어졌다.


천무는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하는 무영보법(無影步法)을 전개했다. 발목 경맥에 내력을 집중하고 몸을 가볍게 비틀며 잔상만을 남긴 채 불꽃의 궤적들을 아슬아슬하게 회피했다. 그러나 잔상마저 태워버릴 듯한 열풍이 전신의 가죽 장포를 그을렸고, 열기가 피부를 파고들며 심각한 화상을 입혔다.


‘순수한 내공 싸움으로는 이길 수 없다. 놈의 초식은 빈틈이 없고, 내 단전은 이미 한계에 달해 있다.’


천무는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했다. 자신의 오른팔 경맥은 이미 염화도인의 진기를 흡수한 여파로 걸레짝처럼 찢어져 있었고, 단전의 화독은 폭발 직전이었다. 한 번 더 정면으로 부딪치면 단전이 파열되어 즉사할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남은 길은 하나뿐이었다. 자신의 뼈를 내주고 적의 살을 취하는 동귀어진(同歸於盡)의 전술.


천무는 심장 속 혈고의 기운을 전신 신경망으로 급격히 방출했다.


스스스스.


그의 눈동자가 탁하고 짙은 보랏빛으로 변해갔다. 혈고가 전신의 신경을 일시적으로 잠식하며, 피부가 타들어 가는 고열의 통증과 어깨의 상처에서 오는 모든 극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통각 마비(痛覺 麻痺)의 기예가 활성화된 것이었다.


천무는 붉은 염화가 일렁이는 독고진의 대도 사각지대를 향해 거침없이 몸을 던졌다.


"미친놈이 제 목숨을 버리려 드는구나!"


독고진이 조소하며 대도를 천무의 가슴을 향해 찔러 넣었다. 피할 수 없는 궤적이었다.


그러나 천무는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신형을 앞으로 밀어 넣으며, 동결되어 마비되어 가는 왼팔의 미세 현철판갑을 덧댄 어깨로 독고진의 대도 날을 정면으로 받아냈다.


콰드득!


무겁고 날카로운 대도가 천무의 왼쪽 어깨 가죽과 판갑을 찢고 뼈에 닿는 기괴한 마찰음이 들려왔다. 살이 타들어 가는 냄새와 함께 선혈이 뿜어져 나왔지만, 통각을 상실한 천무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도가 자신의 어깨에 박혀 멈춘 그 찰나의 순간, 독고진의 품속 사각지대로 완벽하게 파고들었다.


독고진의 오만한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자신의 필살 도격이 정면으로 박혔음에도 고통을 느끼지 않고 다가오는 천무의 모습은 인간이 아닌 괴물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이, 이 괴물 같은 놈이……!"


독고진이 급히 대도를 뽑아 뒤로 물러서려 했으나, 천무의 오른손 손가락 끝은 이미 그의 가슴 요혈을 향해 번개처럼 뻗어나가고 있었다.


천무는 단전의 모든 사파 탁기와 검붉은 사기를 오른손 끝에 집중했다. 서문 호법에게 전수받은 혈고진경의 유실된 구결이 머릿속에서 강렬하게 요동쳤다. 상대방의 내공을 역류시켜 안쪽에서부터 파괴하는 비기, 진기역류격(眞氣 逆流擊)이었다.


천무의 검붉게 달아오른 부러진 강철검 파편의 칼날 끝과, 독고진이 급히 가로막은 대도의 도신이 초근접 거리에서 격렬하게 맞부딪쳤다.


쇠와 쇠가 맞닿는 순간, 적양로 지하의 이글거리는 용암천이 마치 거대한 주술에 반응하듯 기괴하게 출렁이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엄청난 열풍의 소용돌이가 두 사람을 감싸 안았다.


바로 그 찰나, 천무의 심장 박동이 폭발하듯 솟구쳤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 속 깊은 곳에 심어져 있던 미각성 상태의 혈고가 독고진의 대도와 화양성공의 극강의 양기 기운을 감지하자, 이성을 잃을 정도의 기괴하고 탐욕스러운 굶주림으로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천무의 안색이 순식간에 불길한 보랏빛 혈선으로 뒤덮이며, 그의 뇌리로 이성을 집어삼키는 광포한 갈증의 해일이 밀려들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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