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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옥의 통곡, 가문 호법과의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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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 종의 거대한 울림이 요새를 뒤흔드는 가운데, 위천무는 열기를 뿜어내는 부러진 강철검 파편을 고쳐 쥐고 지하 뇌옥으로 향하는 어두운 계단으로 몸을 던졌다.


지하로 내려가는 석조 계단은 습하고 음산했다. 벽면을 따라 흐르는 차가운 지하수가 바닥에 떨어지며 내는 규칙적인 물방울 소리만이 침묵을 깨우고 있었다. 천무의 오른손에 쥐어진 부러진 강철검 파편은 방금 전 염화도인의 진기를 흡수한 여파로 여전히 검붉은 불꽃을 머금은 채 은은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검날이 뿜어내는 기괴한 열기가 천무의 손바닥 가죽을 지져왔지만, 통각이 마비된 그는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그의 단전 내부에서 요동치는 극양의 화독이 기경팔맥을 사정없이 뒤틀며 피를 토하게 만들 뿐이었다. 천무는 입가에 흘러내린 검붉은 피를 검은 소매로 닦아내며, 무경교의 기초 호흡법을 운기해 끓어오르는 기혈을 억지로 눌렀다.


“나으리, 멈추십시오.”


뒤를 따르던 맹인 소년 아철이 천무의 옷자락을 가볍게 잡아당겼다. 아철은 두 눈이 깊게 함몰되어 안대를 찬 비참한 몰골이었으나, 귀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예민하게 발달해 있었다. 황실 현철위의 미완성 혈고 실험에 희생되어 뇌 신경이 기괴하게 변이된 대가였다. 아철이 고개를 약간 기울인 채 지하 통로의 거친 돌벽에 귀를 대었다.


“서른 보 앞, 지하 통로가 꺾이는 모퉁이에 간수 세 명이 지키고 있습니다. 한 놈은 가래침을 뱉고 있고, 나머지 두 놈은 주사위를 굴리며 잡담을 나누고 있습니다. 숨소리가 무겁고 불규칙한 것으로 보아 무공은 이류(二流) 초입에 불과합니다.”


사도광이 부러진 참마도를 등에 멘 채 거친 숨을 내쉬었다. 백리웅과의 사투로 가슴과 어깨에 깊은 자창을 입은 그는 대량의 출혈로 인해 전면 전투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사도광은 천무의 등을 짚으며 낮게 속삭였다.


“천무야, 내 무기가 이 모양이니 정면 돌파는 무리다. 경보 종소리가 울렸으니 놈들이 요새 본대에 연락하기 전에 소리 없이 처리해야 한다.”


천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품속에서 사옹이 남겨준 유품인 은침통(銀針筒)을 꺼냈다. 뚜껑을 열자 얇고 날카로운 삼릉 은침들이 차가운 광채를 발하며 드러났다. 천무는 태청폐기결(太淸閉氣結)을 운기했다. 단전의 거친 사파 탁기와 화독의 흐름을 억누르고 온몸의 모공을 닫자, 그의 전신에서 풍기던 불길한 생기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바람 소리조차 내지 않는 기적적인 은신이었다.


천무는 어둠 속으로 스며들듯 나아갔다. 무영보법(無影步法)의 기초 신법을 응용해 발끝의 무게를 완전히 지운 그의 신형은 귀신처럼 매끄러웠다. 모퉁이를 돌자 아철의 말대로 가죽 갑옷을 입은 적양표국의 간수 세 명이 횃불 아래 모여 있었다.


슈욱! 슈욱!


천무의 손끝이 허공을 가르며 미세한 파공음과 함께 두 개의 은침이 날아갔다. 백보천은술(百步千銀術)의 정교한 기예였다. 은침은 어둠을 뚫고 앞서 주사위를 던지던 두 간수의 목덜미 아문혈(啞門穴)에 정확히 박혔다. 두 무사는 비명 한 자락 지르지 못하고 전신이 돌처럼 굳어버린 채 앞으로 고꾸라졌다.


“어, 억……?”


홀로 살아남은 간수 대장이 경악하며 허리의 벽력탄(霹靂彈)을 꺼내 장벽에 던지려 했다. 경보를 울려 본대를 부르려는 수작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아철이 바람 소리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고 품속의 단검을 던졌다. 날카로운 단검이 간수 대장의 손목을 그대로 관통했다.


“끄아악!”


간수가 비명을 지르며 벽력탄을 떨어뜨리는 순간, 천무가 바람처럼 다가가 그의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차가운 보랏빛 안광을 빛내며 그의 요혈을 은침으로 찔러 기동을 묶었다. 천무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무경교의 좌호법 서문도가 어디에 갇혀 있느냐.”


간수 대장은 천무의 기괴한 눈빛과 온몸에서 풍기는 피비린내에 압도되어 이빨을 덜덜 떨었다.


“지, 지하 최심부…… 철혈옥(鐵血獄) 예비 막사 안쪽…… 낙수 동굴에 묶여 있습니다. 제발 목숨만……”


천무는 가차 없이 그의 성대 요혈을 찔러 기절시킨 뒤, 그의 허리춤에서 무거운 청동 열쇠 꾸러미를 빼앗았다. 그것은 첩보 기녀 초희가 독고진의 침실에서 목숨을 걸고 모사했던 적양표국 비밀 금고 열쇠와 기믹이 유사한 뇌옥의 만능 열쇠였다.


세 사람은 어둡고 습한 계단을 따라 지하 깊은 곳으로 향했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매캐한 유황 냄새와 썩어가는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마침내 철제 격벽으로 가로막힌 지하 철혈옥 예비 막사의 입구가 나타났다. 천무가 청동 열쇠를 밀어 넣고 돌리자, 철컥하는 무거운 소리와 함께 거대한 철문이 열렸다.


뇌옥 내부의 광경은 참혹했다. 사방에 흩어진 무경교 신도들의 시신과 불탄 가구들이 널려 있었고, 가죽 채찍과 고문 기구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황실 현철위가 남만 수색 작전을 펼치며 생포한 사파 무인들을 고문하던 임시 수용소의 실상이었다.


“나으리, 이쪽입니다. 아주 약하고 불규칙한 심장 박동 소리가 들립니다. 쇠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소리도 함께 들립니다.”


아철이 손가락으로 뇌옥 가장 깊은 곳의 어두운 철창 감옥을 가리켰다.


천무는 서둘러 철창 앞으로 다가갔다. 어둠이 짙게 깔린 감옥 안쪽, 천장에 연결된 굵은 무쇠 쇠사슬에 한 거구의 사내가 매달려 있었다. 천무가 횃불을 가까이 대자, 사내의 참혹한 몰골이 드러났다.


사내의 두 다리는 무릎 아래가 완전히 잘려 나가 붕대로 대충 감겨 있었고, 왼팔 역시 기괴한 각도로 꺾여 부러져 있었다. 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가슴팍에는 무경교의 붉은 낙인이 고문으로 인해 찢겨져 있었다. 과거 일류를 넘어 초절정(超絶頂)의 수하로 무경교를 호위하던 좌호법, 서문도(서문도)의 비참한 말로였다.


“서문 호법님……”


천무의 갈라진 목소리가 흔들렸다. 사부 사옹의 죽음에 이어, 가문의 가장 충직한 심복마저 이토록 처참한 몰골로 살아남아 목숨을 구걸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가슴속 혈고가 분노로 요동쳤다.


쇠사슬에 묶여 고개를 숙이고 있던 서문도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흐려진 안광에 천무의 얼굴이 비쳤다. 서문도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크게 요동쳤다. 천무의 얼굴에서 전임 교주이자 그의 친부였던 위독성의 이목구비와, 심장 부근에서 꿈틀거리는 불길한 보랏빛 혈선의 흔적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소, 소주…… 소주 천무 님이십니까……?”


서문도의 갈라진 목소리에서 피 냄새가 섞여 나왔다. 그의 눈가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려 뺨에 가득한 고문 흉터를 적셨다.


“살아 계셨군요…… 교주님의 핏줄이 살아 계셨어……!”


“제가 늦었습니다. 서둘러 이곳을 빠져나가야 합니다.”


천무가 다급하게 부러진 강철검 파편을 들어 서문도를 묶은 쇠사슬을 끊으려 했다.


“안 됩니다, 소주!”


서문도가 비명을 지르며 제지했다.


“이 사슬은 일반 무쇠가 아닙니다. 황실 현철위의 특제 쇠사슬인 혈령쇄(血靈鎖)입니다. 안쪽에 미세한 가시가 돋아 있어, 내공을 실어 사슬을 충격하면 그 반동으로 가시가 제 요혈을 더 깊숙이 찔러 심장을 파열시킬 것입니다. 제 목숨은 이미 다했으니, 무모한 짓은 멈추십시오.”


천무는 검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서문도의 말대로 쇠사슬의 묵직한 기운에는 내공의 흐름을 억누르는 기괴한 사공의 파동이 흐르고 있었다.


서문도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천무를 응시했다. 그의 안광에 서린 광기 어린 충성심이 다시금 타올랐다.


“소주, 제 말을 들으십시오. 무경교가 멸망한 진짜 이유는 우리가 마교여서가 아닙니다. 황실 현철위의 총관 제갈경(제갈경)…… 그 만악의 근원이 우리 가문의 태고 혈고를 빼앗아 살인 병기로 개조하기 위해 정파 놈들을 충동질해 저지른 조작극이었습니다!”


천무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무경교 멸망의 황실 배후설. 백리웅의 품속에서 발견했던 서신의 붉은 인장과 제갈경의 지령이 머릿속에서 톱니바퀴처럼 맞물렸다.


서문도는 꺾여 부러진 오른손을 필사적으로 움직여 자신의 입속을 가리켰다.


“제 목구멍 속에…… 교주님이 남기신 진짜 유산이 숨겨져 있습니다. 놈들이 제 사지를 자르고 고문하면서도 끝내 찾아내지 못한 것입니다. 어서 제 가슴을 치십시오!”


천무는 주저했으나, 서문도의 단호한 눈빛에 결국 그의 앙상한 가슴을 가볍게 타격했다. 서문도가 크게 각혈을 토해내며, 핏덩이와 함께 검붉은 주머니 하나를 바닥에 뱉어냈다. 천무가 그것을 주워 열자, 검은 가죽으로 감싸진 차가운 묵철 영패와 낡은 밀서 한 장이 드러났다.


그것은 적양표국이 가문을 팔아넘기는 대가로 남만의 소금과 독초 밀거래권을 얻었다는 추악한 적양표국과 현철위의 밀약 문서(赤陽鏢局과 玄鐵衛의 密約 文書)였으며, 동시에 무경교 비밀 무고의 열쇠 역할을 하는 교주의 직인이었다.


“그 영패가 있으면…… 남만 산속 깊은 곳에 숨겨진 비밀 무고를 열고 가문의 비전 보도인 묵혈도(墨血刀)와 유실된 혈고진경의 구결을 얻을 수 있습니다. 소주, 그것을 가지고 살아남아 제갈경의 목을 베어 주십시오……”


서문도가 말을 마치며 피눈물을 흘렸다. 그의 심장 박동이 급격히 느려지기 시작했다. 천무의 심장 속 혈고가 가문의 마지막 호법의 죽음을 감지하고 슬프게 고동쳤다.


치이이익!


바로 그 순간, 지하 철혈옥 예비 막사의 천장과 벽면에 설치된 철제 환기구 그릴에서 기이한 마찰음이 들려왔다.


“나으리! 위험합니다! 벽 너머 철관을 통해 무언가 빠르게 흐르고 있습니다. 이 냄새는……!”


아철이 코를 킁킁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환기구 구멍을 통해 녹색과 황색이 뒤섞인 기화된 독가스(氣化된 毒가스)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현철위가 뇌옥의 비밀을 은폐하고 침입자들을 몰살하기 위해 설치해 둔 최후의 독가스 살포 장치가 경보 종소리에 반응해 작동한 것이었다. 매캐한 독기가 순식간에 지하 뇌옥 내부를 가득 채우며 사도광과 아철의 숨통을 조여왔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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