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양표국 분타 침투, 타오르는 서막
대나무 숲을 뒤덮었던 폭우는 멎었으나, 대지에서 피어오르는 습기는 여전히 뼈마디를 시리게 파고들었다. 수색대원들과 사냥개 혈랑(혈랑)의 숨소리가 어둠 속에서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다. 위천무는 은침 세 개로 심장 주변의 거궐, 신문, 극천 대혈을 찔러 혈고의 발작을 억지로 잠재운 상태였다. 전신을 엄습하는 극심한 빈혈과 마비감에 입술이 바르르 떨렸지만, 그의 눈동자만큼은 얼음처럼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사도 형님, 움직일 수 있겠소?”
천무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사도광은 천무의 갑작스러운 폭주로 인해 가슴과 어깨에 깊은 참격을 입고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전신이 피로 물들었음에도 사도광은 뚝뚝 떨어지는 선혈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소매로 훔쳐내며 이 빠진 참마도의 자루를 고쳐 잡으려 했다. 그러나 무기가 이미 백리웅과의 사투로 조각나 버렸기에, 그가 쥔 것은 쓸모없는 쇳덩이에 불과했다.
“이따위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다. 네가 제정신으로 돌아왔다면 그걸로 족하지. 가자, 천무야. 놈들의 목을 베어 그 지옥 같은 고독을 잠재워야 할 것 아니냐.”
아철이 문가에서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숲속의 미세한 진동에 귀를 기울였다. 안대 너머 함몰된 눈가에 긴장감이 서렸다.
“혈랑의 수색대와 들개 떼가 삼십 보 밖까지 접근했습니다. 바람이 북동쪽으로 불고 있으니, 지금 은거지 뒤편의 협곡 절벽을 타고 내려가면 놈들의 후각을 피할 수 있습니다.”
천무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품속에서 사옹이 남겨준 은침통(은침통)을 단단히 고쳐 쥐었다. 아직 무경교의 비전 보도인 묵혈도를 얻지 못했기에, 그가 쥘 수 있는 무기는 오직 대나무 바닥에서 주워 든 부러진 강철검 파편뿐이었다. 하지만 칼날이 반 토막이 났을지언정 원수를 향한 살기만큼은 그 어느 명검보다 날카로웠다.
일행은 아철의 청각적 지도에 몸을 맡긴 채 소리 없이 오두막을 빠져나왔다. 천무는 태청폐기결(太淸閉氣結)을 운기하여 자신의 생기와 내력의 파동을 완벽히 지웠다. 숲속을 수색하던 혈랑의 사냥개들이 허공을 킁킁거리며 방향을 잃고 짖어대는 사이, 천무 일행은 절벽 아래로 신속하게 하강하여 포위망을 완전히 찢어발겼다. 그들의 발걸음은 지체 없이 남만 변방의 거대한 요새, 적양표국 남만 분타(적양표국 남만 분타)로 향했다.
***
적양표국 남만 분타는 붉은 기와와 높은 돌장벽으로 둘러싸인 삼엄한 요새였다. 밤이 깊었음에도 장벽 위에는 횃불을 든 표사들이 상시 순찰을 돌고 있었고, 붉은 등불들이 밤안개 속에서 핏빛 안개처럼 음산하게 일렁였다. 분타 내부는 이미 전향한 표사 황보철(황보철)이 경고한 대로, 무경교 잔당들의 반격을 경계하여 고도의 비상 경계 상태에 돌입해 있었다.
장벽 아래의 어두운 그늘 속, 천무와 사도광, 아철이 소리 없이 몸을 숨겼다. 천무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려 뺨을 타고 턱 끝으로 떨어졌다. 은침으로 억눌러 놓은 심장 속 혈고가 적양표국 무사들이 내뿜는 특유의 화양성 진기를 감지하자 본능적인 갈증으로 미친 듯이 꿈틀거렸기 때문이다. 가슴뼈 안쪽이 불에 타들어 가는 듯한 극통이 밀려왔지만, 천무는 이를 악물고 통증을 삼켰다.
“황보철이 알려준 암호와 순찰 주기는 정확하오. 장벽 동쪽의 세 번째 초소, 보초들의 교대 시간은 지금부터 일각 뒤다.”
사도광이 낮게 속삭였다. 천무는 눈을 감고 혈맥탐지술(혈맥탐지술)을 전개했다. 전신의 기공을 귀와 머리 신경에 집중하자, 사방의 소음이 소멸하고 기이한 박동 소리들이 뇌리로 흘러 들어왔.
쿵. 쿵. 쿵.
장벽 위를 걷는 표사들의 심장 박동 소리였다. 그들의 단전에서 이글거리는 뜨거운 양기, 즉 적양도법(적양도법)의 진기가 혈관을 타고 흐르는 미세한 열풍의 소리까지 청각에 잡혔다. 천무의 입술 끝이 서늘하게 올라갔다. 적들의 기맥 흐름이 손바닥을 보듯 선명하게 그려지고 있었다.
“아철, 사도 형님. 여기서 대기하시오. 쥐새끼 한 마리 흘려보내지 않겠소.”
천무는 신형을 가볍게 띄워 무영보법(無影步法)을 전개했다.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하는 신묘한 신법 덕분에, 그의 몸은 그림자조차 남기지 않고 높은 장벽 위로 날아올랐다. 세 번째 초소의 보초가 횃불을 들고 하품을 하려던 찰나였다.
스스슥.
천무가 보초의 등 뒤에서 소리 없이 내려앉았다. 보초가 기이한 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천무의 손가락이 한발 빨랐다. 백보천은술의 정교한 점혈 기예가 가미된 손가락 끝이 보초의 목덜미 요혈을 정확히 찔렀다.
푹!
“으윽……”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전신이 돌처럼 굳어버린 보초의 목을, 천무는 부러진 강철검 파편으로 소리 없이 그어버렸다. 뜨거운 선혈이 뿜어져 나왔지만 천무는 그 피를 들이마시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잔챙이들의 잡스러운 피가 아니었다. 지하 적양로(적양로)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사부의 원수, 독고진(독고진)의 정순한 극양 진기만이 심장의 벌레를 진화시키고 자신을 살릴 수 있었다.
천무는 장벽 위의 보초 세 명을 차례로 침묵 속에서 처단하며 내부로 진입할 활로를 열었다. 사도광과 아철이 장벽을 넘어 안마당으로 신속하게 합류했다. 그들의 목표는 지하 뇌옥과 적양로로 이어지는 연무장 중앙 통로였다.
그러나 그들이 연무장 중앙의 대리석 돌다리를 건너려던 순간, 사방의 공기가 비정상적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밤안개가 순식간에 하얀 김으로 변해 증발하며 매캐한 유황 냄새가 코를 찔렀다.
“결국 제 발로 지옥 불길 속으로 걸어 들어왔구나, 무경교의 쥐새끼 놈들.”
연무장 정면의 어둠 속에서 붉은 도포를 걸친 한 사내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의 한 손에는 거대한 철제 쇠부채가 들려 있었고, 다른 한 손에는 불길이 일렁이는 도검이 쥐어져 있었다. 적양표국의 객경이자 화염도법의 대가, 염화도인(염화도인)이었다. 그의 전신에서 아지랑이 같은 열기가 뿜어져 나와 주변의 공기를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사도 형님, 아철을 데리고 물러서시오. 이 자의 화공은 심상치 않소.”
천무가 부러진 강철검 파편을 비껴 쥐며 전방으로 나섰다. 그의 장포 안쪽에 덧대어진 미세 현철판갑(미세 현철판갑)이 열기에 반응해 묵직하게 가슴을 눌러왔다.
염화도인이 잔인하게 광소하며 쇠부채를 활짝 펼쳤다.
스화아악!
부채 끝에서 뿜어져 나온 극양의 화염 파동이 대리석 바닥을 붉게 달구며 천무를 향해 해일처럼 밀려들었다. 피할 곳 없는 연무장 한가운데, 천무는 도망치는 대신 새로 각성하기 시작한 화독 면역(火毒 免疫)의 힘을 믿고, 검붉은 사기를 품은 부러진 강철검 파편을 치켜들며 불길을 향해 정면으로 폭발적인 돌격을 개시했다.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