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의 고동, 굶주린 괴물
남만의 밤은 언제나 습하고 무거웠다. 사방을 뒤덮은 원시의 독무(毒霧)는 썩어가는 흙냄새와 기괴한 독초들의 향취를 머금은 채, 혈고굴(혈고굴)의 좁은 입구를 끊임없이 넘실거렸다. 동굴 깊은 곳, 축축한 이끼가 낀 차가운 돌침대 위에 누워 있는 위천무(위천무)의 이마에는 송골송골한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으윽……!”
천무의 입에서 짓눌린 신음이 터져 나왔다. 가슴팍을 찢어발기는 듯한 고통이었다. 심장 부근의 옷자락을 움켜쥔 그의 손가락 마디마디가 하얗게 질려 부들부들 떨렸다. 얇은 삼베적삼 아래로, 기괴한 보랏빛 혈선(혈선)들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거미줄처럼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것이 선명하게 비쳐 보였다.
심장 속에서 무언가가 요동치고 있었다. 날카로운 이빨로 심장 벽을 긁어대며, 숙주의 피와 진기를 탐하는 기괴한 고동. 제갈경이 강제로 심어놓은 치명적인 저주, 혈고(血蠱)였다. 아직 유충조차 되지 못한 미각성 상태의 독충이었으나, 녀석이 품은 굶주림은 이미 천무의 생명력을 밑바닥부터 갉아먹고 있었다.
‘배가 고프다…….’
그것은 천무 자신의 생각이 아니었다. 심장 깊은 곳에 단단히 뿌리박힌 벌레가 뇌 신경을 타고 직접 흘려보내는 갈증이었다. 극단적인 양기(양기)를 품은 뜨거운 내공을 달라고, 그렇지 않으면 이 심장을 통째로 파먹어 버리겠다고 울부짖는 괴물의 목소리였다.
천무는 이빨을 악물었다. 입술 사이로 검붉은 선혈이 흘러내려 턱 끝을 적셨다. 그는 멸망한 무경교의 마지막 심법인 혈고진경(혈고진경)을 필사적으로 운기하기 시작했다. 단전에 남아 있는 가느다란 사파의 기운을 끌어올려 심장을 감싸 안으려 했다. 억눌러야 했다. 이 갈증에 굴복하는 순간, 자신은 이성을 잃은 살인 괴물이 될 터였다.
투우욱!
그러나 내력을 움직이려던 순간, 단전에서 뿜어져 나온 사기가 심장 부근의 차가운 고독의 기운과 충돌하며 맹렬한 반발을 일으켰다. 기경팔맥이 뒤틀리는 극통과 함께 천무의 고개가 앞으로 꺾였다.
“푸학……!”
바닥으로 한 사발의 검붉은 피가 쏟아졌다. 기혈이 역류한 대가였다. 혈고진경의 억제 구결은 미각성 상태의 혈고가 내뿜는 광포한 갈증을 감당해 내지 못했다. 시야가 붉게 물들며 정신이 아득해졌다. 심장 박동이 분당 수백 번에 달할 정도로 미친 듯이 솟구쳤다. 이대로 가다간 심장이 터져 폭사할 것이 분명했다.
“오라버니……! 오라버니, 정신 차려요……!”
동굴 구석, 무너진 돌무더기 뒤에 숨어 있던 열두 살의 여동생 위소희(위소희)가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기어 나왔다. 영양실조로 깡마른 소희의 손이 천무의 차가운 뺨을 어루만졌지만, 천무의 귀에는 그 목소리마저 아득한 메아리처럼 들릴 뿐이었다. 그의 안광이 서서히 보랏빛 살기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어둠 속에서 묵직한 약초 냄새와 함께 한 노인이 한쪽 다리를 절며 급박하게 다가왔다. 무경교의 늙은 약사이자 천무 남매를 거두어 키운 의붓아버지, 사옹(사옹)이었다.
“소희야, 물러서거라! 천무의 혈고가 폭주하려 한다!”
사옹은 노구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민첩한 손놀림으로 품속에서 낡은 은침통(은침통)을 꺼냈다. 뚜껑을 열자 달빛 아래 초미세한 삼릉 은침들이 은은한 광채를 발하며 드러났다. 사옹의 손끝이 허공을 가르며 천무의 가슴팍 요혈을 향해 번개처럼 내리꽂혔다.
슈욱! 슈욱! 슈욱!
세 개의 은침이 심장 주변의 거궐(거궐), 신문(신문), 극천(극천) 대혈에 깊숙이 박혔다. 침 끝이 요혈을 찌르는 순간, 천무의 전신이 활처럼 팽팽하게 꺾였다가 이내 힘없이 털썩 가라앉았다. 미친 듯이 요동치던 심장의 고동이 강제로 느려지기 시작했다. 심장 주변을 옥죄던 보랏빛 혈선들이 서서히 하얗게 얼어붙듯 수축했다.
“으…… 으으……”
천무의 거친 숨소리가 점차 잦아들었다. 전신을 지배하던 타오르는 듯한 열기가 가라앉고, 그 자리에 뼈를 깎는 듯한 오한이 찾아왔다. 은침으로 기혈의 흐름을 강제로 묶어 혈고를 침묵시킨 대가였다. 전신이 마비된 듯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지만, 적어도 심장이 터져 죽는 파국은 면할 수 있었다.
사옹은 거친 숨을 내쉬며 천무의 가슴 위에 차가운 이끼 즙을 바르기 시작했다. 남만 절벽의 음지에서만 자라는 이끼의 극음(극음)한 기운이 피부를 타고 스며들자, 혈고의 미세한 꿈틀거림이 완전히 멈췄다.
“천무야, 들리느냐? 혈고진경의 기운을 아주 미세하게 순환시켜라. 억지로 누르려 하지 말고, 은침이 열어둔 기맥의 틈새로 독기를 흘려보내야 한다.”
사옹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천무의 뇌리에 박혔다. 천무는 마비된 감각 속에서 필사적으로 정신을 집중했다. 은침이 박힌 요혈 주변으로 흘러나오는 혈고의 독기를 단전 깊은 곳으로 서서히 인도했다. 독기가 단전의 사기와 융합되며 겨우 기혈의 평형이 유지되었다. 가슴을 짓누르던 고통이 서서히 걷히자, 천무는 겨우 눈을 뜰 수 있었다.
“사부님…….”
“말하지 말거라. 은침으로 기맥을 억누른 것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네 단전의 기운이 바닥나면 혈고는 다시 네 심장을 파먹으려 들 것이다.”
사옹의 얼굴에는 깊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평생 약초를 만져 검게 물든 그의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은침통을 닫으며 천무의 마른 어깨를 짚었다.
“혈고의 시한부 갈증은 갈수록 주기가 짧아질 게다. 녀석의 폭주를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결국 적들의 정순한 화양성(화양성) 내공을 사냥해 먹이는 수밖에 없다. 빼앗지 않으면 네가 죽는 잔혹한 굴레지.”
사옹의 말은 천무의 가슴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살기 위해 타인의 진기를 사냥해야 하는 괴물의 삶. 그것이 무경교를 멸망시키고 자신을 이 지옥으로 밀어 넣은 황실 현철위와 제갈경이 바란 결말일 터였다. 천무는 주먹을 꽉 쥐었다. 마비된 왼손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오른손 끝에는 복수를 향한 서늘한 살기가 어렸다.
스스스스…….
그때, 동굴 밖 어둠 속에서 불길한 소리가 들려왔다. 축축한 대지를 짓밟는 거친 가죽 장화 소리, 그리고 숲속의 대나무들이 쓸리는 쓸쓸한 바람 소리였다. 정적을 깨뜨리는 소리에 소희가 사옹의 장포 자락을 붙잡으며 몸을 떨었다.
“적양표국(적양표국)의 수색대다.”
사옹이 목소리를 극도로 낮추며 경고했다. 동굴 밖에서 은은한 불빛이 새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횃불의 열기였다. 그 뜨거운 열기가 축축한 동굴 안으로 흘러들자, 천무의 심장 속에 잠들어 있던 혈고가 다시 한번 기이하게 움찔거렸다. 적들의 화양성 진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고독이 본능적으로 감지한 것이었다.
“천무야, 숨을 죽이거라. 태청폐기결(태청폐기결)을 운기해 생기와 기척을 완전히 지워야 한다.”
사옹의 지시에 천무는 눈을 감고 호흡을 완전히 멈췄다. 맥박 소리조차 동굴 벽의 이끼 속으로 녹여버릴 듯 극단의 기척 차단을 시도했다. 옆에 누운 소희 역시 오빠의 손을 꼭 쥔 채 숨을 참았다.
바스락.
동굴 입구를 가로막고 있는 울창한 덩굴 바로 바깥에서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근방이다. 무경교 잔당 놈들의 썩은 피 냄새가 아직 사라지지 않았어. 샅샅이 뒤져라! 늙은 약사 놈과 교주의 핏줄을 찾아내면 단주님께서 크게 포상하실 것이다!”
횃불의 이글거리는 불꽃 소리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수색대원의 거친 손길이 동굴 입구를 가린 덩굴을 들추기 일보 직전이었다. 동굴 내부의 공기가 횃불의 열기로 더워지자, 천무의 심장 속 혈고가 다시 한번 날카롭게 꿈틀거리며 발작의 전조를 보였다. 천무의 입술이 다시 한번 파르르 떨렸다. 기척이 새어나갈 위기였다.
사옹의 안광이 번뜩였다. 그는 소리 없이 품속에서 기이한 검은 약초 가루를 꺼내 손바닥에 쥐었다. 그리고 덩굴 틈새를 향해 가볍게 바람을 불어넣었다.
스으으으…….
무색무취의 미세한 약독 연기(약독 연기)가 동굴 밖으로 흘러나갔다. 순간, 덩굴을 들추려던 수색대원의 움직임이 뚝 멈췄다.
“컥…… 퉤! 빌어먹을, 남만의 독안개가 갑자기 짙어지는군. 머리가 질척거려. 이 밑은 가파른 절벽이라 숨을 곳이 없다. 저쪽 대나무 숲길로 가자!”
지독한 묘강의 자연 독무인 줄 착각한 수색대원이 기침을 토해내며 발길을 돌렸다. 서서히 멀어지는 거친 장화 소리와 함께 동굴 내부를 조이던 삼엄한 긴장감이 한풀 꺾였다. 사옹의 노련한 기지가 간신히 일차적인 위기를 모면하게 해준 것이었다.
천무는 가두었던 숨을 길게 내쉬며 상체를 일으켰다. 그러나 안도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치이이익……!
동굴 바로 입구 바닥에서 기괴한 타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옹이 침입자를 감시하기 위해 동굴 입구 바위에 심어두었던 미세한 감지용 독초가 횃불의 열기에 타들어 가며 검게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스침이 아니었다. 적들의 본대가 은신처 바로 앞까지 도달해 덩굴을 헤치고 들어오고 있다는 명백한 생사의 신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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