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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인된 캐비닛의 야간 침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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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병원 지하 화장실의 타일 바닥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그 위에 흩뿌려진 붉은 피는 신우의 시야를 흐릿하게 물들였다. 서강우가 남기고 간 잔혹한 경고—어머니의 산소호흡기 전원선을 언급하던 그 비열한 목소리가 여전히 귀를 찢는 이명처럼 맴돌았다. 터진 입술 사이로 비어져 나오는 비린 침을 삼키며, 신우는 성모병원을 빠져나왔다.


밤 10시. 우성고등학교의 야간 자율학습이 종료되는 시간이었다. 교문 밖은 하교하는 학생들과 그들을 데리러 온 학부모들의 수입 차량으로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신우는 그 인파에 섞이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어둠이 깊게 내려앉은 학교 본관의 그림자 속으로 몸을 숨겼다.


교복 바지 주머니 깊숙한 곳, 손가락 끝에 닿는 낡은 구리 열쇠의 차가운 감촉이 신우의 감각을 날카롭게 깨웠다. 도현이가 자살하던 날 아침, 신우의 필통 속에 몰래 밀어 넣어 두었던 마지막 유품. 그것은 도현의 사물함을 열 수 있는 유일한 열쇠였다.


‘내가 지은 죄를 덮으려는 게 아니야.’


신우는 욱신거리는 옆구리를 움켜쥐며 생각했다. 가난 때문에, 어머니의 투석비 미납금 2,450,000원을 당장 구해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저질렀던 시험지 유출 거래. 그 더러운 욕망의 끝에 도현의 죽음이 있었다. 서강우 일당이 도현을 협박해 대리 시험을 강요할 수 있었던 빌미를 제공한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었다. 이 비극의 사슬을 끊기 위해서는, 도현이 남겨둔 마지막 진실을 서강우보다 먼저 손에 넣어야만 했다.


신우는 본관 5층 도서관 멀티미디어실에서 파악해 두었던 교내 CCTV 위치를 머릿속으로 복기했다. 우성고등학교의 감시 카메라는 30초 간격으로 좌우 90도 각도를 회전하며 사각지대를 만든다.


그는 본관 뒤편의 외진 화단 쪽 창문을 향해 소리 없이 움직였다. 2학년 3반 교실로 가기 위해서는 본관 2층 복도를 가로질러야 했다. 신우는 창문 틈새로 손을 밀어 넣어 잠금장치를 해제한 뒤, 유연하게 몸을 안으로 밀어 넣었다. 툭, 하고 바닥에 내려앉는 순간 먼지 냄새와 차가운 시멘트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텅 빈 교정의 복도는 밤이 되면 기괴한 정적에 잠긴다. 교실 문들은 굳게 닫혀 있었고, 복도 저편에 켜진 비상구의 초록색 불빛만이 바닥에 길고 왜곡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신우는 벽에 밀착한 채 걸음을 옮겼다. 발소리를 죽이기 위해 실내화 바닥의 마찰음조차 내지 않으려 발가락 끝에 극도로 힘을 주었다.


마침내 2학년 3반 교실 앞문 앞에 도달했다. 문고리를 잡으려던 순간, 복도 저편 계단 아래에서 둔탁하고 묵직한 발자국 소리가 울려 퍼졌다.


터벅, 터벅.


가죽 군화가 바닥을 끄는 불규칙한 소리. 배움터지킴이이자 교내 보안관인 박만길이었다. 전직 부패 경찰 출신인 그는 서강우의 부친인 한강건설 서종식 대표로부터 주기적으로 현금 봉투를 받으며 교내 폭력을 묵인해 온 인물이었다. 밤낮으로 교내를 순찰하는 척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서강우의 사설 감시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신우는 심장이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박만길의 손에 들린 고성능 LED 랜턴의 차가운 백색 불빛이 복도 벽을 사정없이 훑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도망칠 곳은 없다.’


복도는 일직선이었고, 교실 문은 잠겨 있었다. 신우는 찰나의 순간에 ‘초고속 수리적 연산력’을 작동시켰다.


박만길의 걸음걸이 속도는 초당 약 1.1미터. 랜턴 불빛이 좌우로 흔들리는 주기는 2.4초. 현재 박만길과 자신 사이의 거리는 약 35미터. 이대로 가다간 30초 이내에 광원에 직접 노출된다.


신우는 2학년 3반 뒷문의 창문 틈새를 바라보았다. 환기용으로 미세하게 열려 있는 틈새가 보였다. 그는 멍든 옆구리의 통증을 참아내며 손가락을 밀어 넣어 창틀의 잠금 걸쇠를 위로 밀어 올렸다.


스르륵.


기름칠이 잘 되지 않은 창틀이 삐걱거리는 마찰음을 냈다. 소름 끼치도록 크게 들리는 소리였다.


“어이, 거기 누구야?”


계단 모퉁이를 돌던 박만길의 목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랜턴의 백색 광선이 신우가 서 있던 2학년 3반 뒷문 쪽으로 급격히 꺾여 들어왔다.


신우는 반사적으로 교실 안으로 몸을 밀어 넣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교실 뒷벽 구석에 위치한 대형 청소도구함과 벽면 사이의 좁은 틈새로 몸을 구겨 넣었다. 폭 30센티미터 남짓한 어둠의 공간. 신우는 숨을 완전히 멈추고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지도 못한 채 눈을 감았다.


드르륵.


교실 앞문이 거칠게 열렸다. 박만길의 묵직한 군화 소리가 교실 안으로 진입했다. 서치라이트의 날카로운 불빛이 교실 내부의 책상과 의자들을 차례로 비추었다. 불빛이 교실 뒷벽의 캐비닛들과 사물함들을 훑고 지나갈 때마다, 신우의 시야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기하학적으로 늘어났다 줄어들기를 반복했다.


“이상하네…… 분명히 쥐새끼 소리가 났는데.”


박만길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발신인 이름에 ‘서강우’라는 세 글자가 선명하게 떠오르는 화면이 어둠 속에서 번뜩였다.


“어, 강우야. 어, 지금 순찰 중이다. 아니, 아직 2학년 교실 쪽엔 아무도 없어. 전교 1등 새끼가 여기 기어들어 올 리가 있냐? 그 새끼 아까 장례식장에서 우리 애들한테 뒤지게 맞고 병원으로 튀었다던데. 그래, 알았다. 폰 보이면 바로 챙겨둘 테니까 걱정 마라.”


박만길은 전화를 끊고 침을 뱉듯이 혀를 차며 교실 앞문 쪽으로 걸어 나갔다. 문이 닫히고 자물쇠가 걸리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신우는 단 한 모금의 산소도 들이쉬지 않았다.


허파가 찢어질 것 같은 고통 속에서, 신우는 천천히 틈새를 빠져나왔다. 박만길이 다음 구역인 3학년 건물로 이동해 복도를 완전히 벗어나기까지 남은 시간은 정확히 45초. 이 시간 동안 사물함을 열고 물증을 확보해야 했다.


신우는 교실 뒤편 14번 사물함 앞으로 다가갔다. 사물함 문에는 노란색 경찰 통제 테이프가 X자로 선명하게 붙어 있었다. ‘경찰 통제선—무단 훼손 시 처벌’이라는 붉은 글씨가 경고하고 있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도현의 구리 열쇠를 꺼냈다. 자물쇠 구멍에 열쇠를 밀어 넣었다. 오랜 시간 방치되어 있었던 탓인지, 열쇠는 뻑뻑하게 걸려 돌아가지 않았다. 억지로 힘을 주면 쇠가 부러지거나 큰 소음이 날 것이 분명했다.


신우는 다시 한번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는 가방에서 얇은 플라스틱 학생증 카드를 꺼내 자물쇠 뭉치 틈새로 밀어 넣었다. 미세한 마찰력을 가하며 열쇠를 오른쪽으로 15도 각도로 부드럽게 비틀었다.


철컥.


가느다란 금속성 마찰음과 함께 자물쇠가 풀렸다. 신우는 경찰 통제 테이프의 접착면이 찢어지지 않도록, 학생증 모서리를 이용해 테이프 가장자리를 조심스럽게 들추어냈다.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한 침투 흔적 은폐술이었다.


사물함 문이 열렸다. 안은 텅 비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경찰 수사관들이 이미 도현의 교과서와 소지품들을 수거해 간 상태였다.


하지만 신우의 눈은 사물함 내부의 깊이를 놓치지 않았다. 외관상의 높이는 40센티미터지만, 사물함 외부 격벽의 길이는 그보다 5센티미터 더 길었다.


‘이중 바닥이다.’


신우는 손가락 끝을 사물함 바닥판의 미세한 틈새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위로 강하게 들어 올렸다. 얇은 합판 재질의 바닥이 들리며, 그 아래 숨겨져 있던 좁은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어두운 틈새 속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 놓여 있는 물건들이 있었다.


도현의 손때가 묻은 낡은 가죽 일기장, 그리고 차가운 금속 재질의 16GB USB 메모리였다.


신우는 떨리는 손으로 USB와 일기장을 집어 들었다. 마침내 도현이 숨겨둔 최초의 유출 경로와 협박범들의 단서가 그의 손에 쥐어지는 순간이었다. 죄책감과 안도감이 동시에 밀려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는 서둘러 물건들을 가방 안쪽 지퍼 주머니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이중 바닥 합판을 원래대로 덮고, 사물함 문을 닫은 뒤 경찰 통제 테이프를 토씨 하나 틀어지지 않게 원래의 접착 자리에 꾹꾹 눌러 붙였다.


모든 흔적을 지운 신우가 교실 창문을 통해 탈출하기 위해 뒷문 쪽으로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던 바로 그 순간.


복도 저편, 행정실이 위치한 본관 1층 방향에서 정적을 깨는 낯선 발자국 소리가 다시 한번 들려왔다.


또각, 또각.


그것은 박만길의 무겁고 무딘 군화 소리가 아니었다. 가볍고, 날카로우며, 기괴할 정도로 규칙적인 구두 굽 소리였다. 마치 누군가가 신우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찾아오는 것처럼, 발자국 소리는 점차 빠른 속도로 2학년 3반 교실을 향해 좁혀오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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