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실의 단두대와 포커페이스
기말고사 종료를 알리는 날카로운 종소리가 복도의 정적을 깨뜨린 직후, 본관 1층 교무실의 공기는 얼어붙을 듯 차가웠다. 하지만 교무부장 김철수의 이마에는 송골송골 맺힌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최신우. 안으로 들어와.”
김철수가 교무실 구석에 마련된 교무부장실의 불투명 유리문을 거칠게 열며 짓눌린 어깨를 실룩거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조급함과 날카로운 살기가 서려 있었다. 그의 바지주머니 속에서 열쇠 뭉치가 흔들리며 가늘게 떨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짤랑, 짤랑.
그 기괴할 정도로 규칙적인 금속성 소음은 김철수의 내면을 지배하고 있는 극도의 불안감을 대변하고 있었다.
최신우는 우측 어깨를 감싸고 있는 하얀 깁스 붕대를 고쳐 잡으며 교무실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욱신거리는 타박상과 갈비뼈의 미세 균열 통증이 진통제 기운이 약화되면서 사정없이 척추를 찔러왔지만, 그의 안면 근육은 단 1밀리미터도 흔들리지 않았다. 안경 너머의 눈빛은 고요하다 못해 차가운 빙판 같았다.
‘완벽한 포커페이스 유지력.’
신우는 뇌내의 감정 스위치를 완벽히 차단한 채, 왼손으로 주머니 속의 ‘초소형 보이스 레코더 볼펜’의 클립을 미세하게 아래로 눌렀다. 조용히 작동을 시작한 녹음기가 교무실 내부의 숨소리까지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탁!
김철수가 문을 닫자마자 책상 위에 붉은색 색연필로 가차 없이 난도질된 서강우의 OMR 카드와 수학 시험지 사본을 내던졌다.
“최신우. 네가 감히 교내 행정망 서버를 해킹하고 기말고사 수학 시험지를 유출해? 그러고도 네가 전교 1등이라는 타이틀을 달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김철수의 기습적인 주범 몰이 공세였다. 그는 서강우의 부정행위가 발각되어 이사장 가문의 뒷배와 자신들의 유출 카르텔 전체가 공멸할 위기에 처하자, 모든 책임을 가난한 장학생인 신우에게 씌워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려는 것이었다.
“서강우의 답안지에 적힌 그 기괴한 공식 오타…… 적분 상수 C의 왜곡 표기와 분모의 부호 오류까지 전부 네가 사물함에 흘려둔 문제집과 일치하더군. 네 녀석이 행정실 서버실에 무단 침입해 시험지를 훔쳐내고, 그걸 가공해서 강우에게 누명을 씌우려 한 짓이 틀림없어!”
김철수는 이빨을 갈며 신우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의 동공이 미세하게 지진을 일으키고 있었고, 손가락 끝이 책상 모서리를 신경질적으로 두드리고 있었다.
신우는 ‘행동 심리학 기반 대면 심문’ 기술을 발동해 김철수의 미세 표정을 정밀하게 프로파일링했다.
‘거짓말을 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동공 확장, 그리고 목소리 주파수의 미세한 상승. 이 인간은 지금 서강우의 부정행위가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봐 극도로 공포에 질려 있어. 이사장 송민혁의 지시를 받고 억지로 나를 주범으로 몰아가려는 조급한 연극이다.’
신우는 차분하게 안경을 밀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교무실의 냉기보다 더 차갑고 명징했다.
“부장님. 제가 행정실 서버실을 해킹했다는 구체적인 물리적 증거가 있습니까? 나이스(NEIS) 서버의 무단 접속 로그나 제 IP 주소가 기록된 트래픽 데이터라도 확보하신 겁니까?”
“입 닥쳐! 네 가방 속에 든 그 해킹 툴과 문제집 원안만 확인하면 다 나올 테니까! 당장 가방 열어!”
김철수가 흥분하여 신우의 찢어진 가방을 억지로 빼앗으려 손을 뻗었다. 신우의 가방 속에는 행정실 서버에서 복제해 낸 ‘백업 하드디스크’와 최민규가 분석한 ‘워터마크 일치 분석 USB’가 들어 있었다. 그것이 발각되는 순간, 법적 방어막은 무너지고 신우는 진짜 범죄자로 몰리게 될 위기였다.
그 순간, 교무실의 불투명 유리문이 드르륵 열렸다.
“부장님. 사립학교법과 초·중등교육법 선도 규정에 따르면, 학생의 소지품을 동의 없이 강제로 수색하는 것은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법 행위입니다.”
정갈하게 묶은 포니테일과 칼같이 다려진 교복 재킷 차림의 정아름이 서류 뭉치를 안고 교무실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녀의 흔들림 없는 맑은 눈빛이 김철수의 손끝을 매섭게 쏘아보았다.
“정아름? 네가 왜 이 시간에 교무실에…….”
“담임 선생님의 지시로 기말고사 성적 통계 대장 서류를 전달하러 왔습니다만, 교무부장님께서 미성년자 학생을 상대로 강압적인 수색을 진행하시는 현장을 목격하게 되었네요. 이 상황은 이미 저희 법률 대리인이신 박성태 변호사님께 실시간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아름의 지적이고 냉철한 법리적 방어막이 김철수의 무리한 물리적 공세를 완벽히 차단했다. 아름은 교무실 밖에서 대기하며 신우의 신변 위기를 모니터링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철수는 손을 부르르 떨며 가방에서 손을 떼었다. 그의 주머니 속 열쇠 뭉치가 다시 한번 시끄럽게 짤랑거렸다.
“좋아…… 소지품 검사는 일단 보류하지. 하지만 최신우, 네 녀석이 시험지 유출의 주범이라는 정황은 변하지 않아. 교장 선생님의 결재 하에 오늘 오후 즉각 특별 선도위원회를 소집해서 널 즉각 퇴학 처분하겠다!”
김철수는 악에 받쳐 소리쳤다. 행정적인 권위와 징계권을 남용해 신우를 학교 밖으로 영구히 축출하겠다는 마지막 발악이었다.
신우는 깁스에 고정된 아픈 우측 어깨의 통증을 묵묵히 견디며, 주머니 속의 보이스 레코더 볼펜을 가볍게 만지작거렸다. 그의 머릿속 톱니바퀴가 최종적인 역공의 궤적을 그리며 완벽하게 맞물려 돌아갔다.
“부장님. 제 가방을 뒤지기 전에, 먼저 이 질문에 답하셔야 할 겁니다.”
신우가 김철수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한 걸음 다가섰다. 그의 목소리에는 상대의 영혼을 얼려버릴 듯한 압도적인 위압감이 서려 있었다.
“대치동 알파반에서 유포된 기말고사 시험지 사본의 용지 규격이 우성학원 재단이 문화인쇄에 독점 발주한 ‘80g 미색 모조지’와 워터마크 격자무늬까지 완벽히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게다가 임도현의 사물함 구석에서 발견된 유출 시험지 조각에는…… 행정실장 조영호의 결재 직인이 찍혀 있더군요.”
김철수의 안면 근육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그의 얼굴에서 핏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으며 흙빛으로 변해갔다.
신우는 비틀거리는 왼손으로 볼펜을 들어 올리며, 김철수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부장님이 그 특수 보안 시험지를 인쇄실에서 직접 반출한 날짜와 시간의 디지털 로그를 제가 전부 확보하고 있다면…… 그래도 제가 주범이 되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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