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ạc nềnShizima4

약방의 기습과 은밀한 장벽

Audio truyện
Chưa có audio. Bấm để tự tạo audio cho tập này.

아카데미 외곽의 어스름한 새벽녘은 유독 시리고 차가웠다.


신태경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아카데미 동쪽 숲의 경계선에 몸을 웅크렸다. 그의 오른쪽 눈은 여전히 하얗고 흐릿한 안개에 가려져 있어 사물의 거리감이 도무지 잡히지 않았다. 고개를 비스듬히 돌려 왼쪽 눈으로 초점을 맞추어야만 겨우 어둠 속에 늘어선 나무들의 실루엣이 보였다.


무엇보다 고통스러운 것은 가시넝쿨을 움켜쥐고 버틴 탓에 처참하게 찢겨 나간 양손 바닥이었다. 끈적한 선혈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려 품속에 감춘 심령안정초(心靈安定草)의 푸른 잎사귀를 적시고 있었다. 왼팔의 화상 흉터와 한채민이 남긴 목덜미의 피멍 자국까지 욱신거리며 온몸의 신경을 갉아먹는 듯한 극통이 밀려왔다.


“태경 오라버니…… 손이 온통 피투성이에요. 일단 제 옷자락으로라도 묶어 둘까요?”


옆에 바짝 엎드린 약초 캐는 소녀, 명아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태경은 소리 없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지금은 1각(약 15분)이 급해. 채원이의 단전이 가문의 주술에 짓눌려 터지기 직전이다. 무사들의 눈을 피해 약방으로 가야 해.”


태경은 흐릿한 오른쪽 시야의 한계를 계산하며, 왼쪽 눈으로 가로등 불빛 아래 서 있는 무사들의 배치를 꼼꼼히 살폈다. 한림가문의 집행 장로, 한무진이 보낸 사설 무인들이 도로를 촘촘히 메우고 있었다. 일류 무사들의 예리한 안광이 어둠을 훑을 때마다 숲 가장자리의 풀잎들이 바르르 떨렸다. 1성의 미약한 내력만을 지닌 태경이 저들과 정면으로 부딪친다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제압당할 터였다.


‘정면 돌파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도로는 아카데미 외곽 약방으로 향하는 유일한 길목이 아니야.’


태경은 머릿속의 ‘회귀자의 기억’을 급히 더듬었다. 아카데미 사서로 지내며 외웠던 외곽 지도가 머릿속에서 입체적으로 그려졌다. 약방 뒤편에는 과거 평민 약초꾼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몰래 뚫어놓은 작은 하수 통로가 존재했다.


“명아, 네가 아는 뒷산 배수로 통로로 우회한다. 내 보법을 바짝 따라와.”


태경은 명아의 손을 꼭 쥐었다. 손바닥의 찢어진 상처에서 새어 나온 뜨거운 피가 명아의 손등에 닿았다. 명아는 가슴이 저릿해지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태경은 임노인에게 전수받은 ‘임노인의 회피 보법’인 무형보(無影步)를 전개했다. 발소리를 완전히 지우고, 신체의 무게를 지맥의 흐름에 실어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신법. 비록 흐릿한 오른쪽 눈 때문에 가끔 나뭇가지를 스치며 몸이 휘청였지만, 태경은 이빨을 악물며 균형을 잡았다. 명아 역시 날랜 몸짓으로 그의 뒤를 쫓았다.


두 사람은 무사들의 감시망이 미치지 않는 어두운 진흙 구덩이와 좁은 배수관을 기어 기어코 한지민이 운영하는 아카데미 외곽 약방의 뒷마당에 도달했다.


약방의 뒷문이 열리며, 단아하게 묶은 머리에 백색 의복을 입은 청초한 여인, 의선 한지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얼굴은 초조함으로 하얗게 질려 있었다.


“태경 씨! 세상에, 무사들이 길을 막고 있어서 걱정했어요! 어머, 손이 이게 무슨 일이에요!”


지민은 태경의 피투성이가 된 손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약상자를 열려 했다. 하지만 태경은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가로막았다.


“제 부상은 나중에 치료해도 됩니다. 지민 씨, 채원이를 살릴 심령안정초를 구해왔습니다. 어서 환약으로 정제해야 합니다.”


태경이 품속에서 피에 젖은 푸른 약초를 꺼내 놓자, 지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태경의 손에서 흘러나온 피가 약초의 효능을 일시적으로 보존하고 있었다. 지민은 태경의 눈물겨운 다정함과 헌신에 깊은 경외감을 느끼며 입술을 깨물었다.


“알겠어요. 당장 정제에 들어갈게요. 제 백초 정화 도가니(百草 淨化 爐)를 사용하면 붉은 마력의 열독을 식힐 특제 온열 환약을 만들 수 있어요.”


약방 지하실의 은밀한 정제실로 내려간 세 사람. 지민이 도가니에 불을 붙이고 심령안정초를 투입하자, 태경은 ‘영혼의 안’을 가동했다. 그의 왼쪽 눈이 푸른 기맥의 흐름을 꿰뚫어 보았고, 오른쪽 흐릿한 눈으로는 열기의 대략적인 분포를 감지했다.


“지민 씨, 화력을 조금 더 낮춰야 합니다. 만물 독 도해(萬物 毒 圖解)의 구결에 따르면, 심령안정초의 극양 성분은 미세한 약불에서 서서히 우러나야만 독성이 제거되고 순수한 정화력만 남습니다.”


지민은 태경의 해박한 의학적 지식에 다시 한번 감탄하며 도가니의 화력을 조율했다. 정제실 내부에는 은은한 약초 향이 퍼지기 시작했고, 도가니 속에서 푸른빛의 환약이 빚어지고 있었다.


그때였다.


지상에서 약방을 지키고 있던 꼬마 조수, 은영의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계단 위에서 울렸다.


“지민 언니! 태경 오빠! 큰일 났어요! 밖에…… 밖에 무서운 아저씨들이 왔어요!”


그 순간, 정제실의 공기가 얼어붙는 듯한 압도적인 중압감이 지상에서부터 지하실 바닥을 짓눌렀다. 뼛속까지 시려오는 차가운 쇠사슬 소리와 함께, 숨을 쉬기조차 힘들 정도의 화경(化境) 고수의 위압적인 내력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다.


‘한무진이다.’


태경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갑게 가라앉았다. 한림가문의 집행 장로이자 한채원의 트라우마를 지배하는 잔혹한 거구의 무인. 그가 직접 약방을 급습한 것이었다.


쿠우웅!


지상에서 약방의 정문이 거칠게 부서지는 굉음이 들려왔다. 뒤이어 뺨에 깊은 칼자국이 난 한무진이 무거운 강철 대검을 짊어진 채 약방 내부로 걸어 들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그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가구들이 비명을 지르며 흔들렸고, 약방 진열대에 있던 귀한 약탕기 세 개가 내력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쨍그랑 소리를 내며 박살 났다.


“한지민 의선, 가문의 도망친 괴물 년이 이곳에 숨어들었다는 첩보가 있다. 순순히 내놓는 것이 신상에 좋을 것이다.”


한무진의 쇳소리 나는 목소리가 약방 전체를 뒤흔들었다.


지하실 정제실 안에서, 태경은 간이침대에 눕혀진 한채원을 바라보았다. 채원의 단전은 주술의 영향으로 여전히 붉은 마력을 흘리며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 기척을 한무진 같은 화경 고수가 감지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태경은 다급히 주머니에서 최강현에게 얻었던 은하수 모래를 꺼냈다. 그리고 지하실 입구와 채원이 누워 있는 침상 주변에 모래를 뿌렸다. 은빛 모래가 공중에 흩날리며 마력의 흐름을 뒤틀어버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서의 은신처.’


태경은 자신의 단전에 깃든 정화의 한 장의 영력을 쥐어짜내 고유 권능인 사서의 은신처(司書之 隱身處)를 발동했다. 비록 아카데미 도서관 내부가 아니었기에 영역의 범위는 비좁고 불완전했지만, 은하수 모래의 왜곡 효과와 결합하자 지하실 내부의 모든 마력 기척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지상에서는 한지민이 당당하게 앞으로 나서며 한무진의 기세에 맞서고 있었다.


“한무진 장로님! 이곳은 아카데미의 비호를 받는 신성한 치료 구역입니다! 아무리 명문 가문의 장로라 할지라도 무단으로 기물을 파괴하고 환자들을 위협하는 것은 정파의 법도에 어긋나는 무례입니다!”


지민은 청심도인결의 내력을 은은하게 끌어올리며 한무진의 위압적인 눈빛을 정면으로 받아냈다.


“법도라…… 가문의 반역자를 숨겨주는 것도 그 법도에 포함되나?”


한무진이 코웃음을 치며 강철 대검을 바닥에 내리찍었다. 콰아앙! 단단한 돌바닥이 갈라지며 먼지가 솟구쳤다. 지민의 정원에 가꾸어 둔 귀한 약초들이 무사들의 군화발에 무참히 짓밟혔다.


무진의 화경급 기맥 감지 주술이 약방 바닥을 샅샅이 훑기 시작했다. 주술의 붉은 실타래가 지하실 입구의 틈새를 타고 내려가 채원이 누워 있는 비밀실 바로 위까지 도달했다.


지하실 안에서 태경은 숨을 죽였다. 부러진 손가락과 찢어진 손바닥의 통증이 극에 달했지만, 신음 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흐릿한 오른쪽 눈 너머로 붉은 감지 주술의 파동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만약 채원의 붉은 마력이 조금이라도 새어 나간다면 모든 것이 끝장이다.


그때, 지상에서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으아아앙! 무서운 아저씨가 우리 약방 다 부수네! 괴물은 저기 산속으로 도망쳤다고요! 왜 엄한 우리 의선 언니를 괴롭혀요! 으앙!”


꼬마 조수 은영이 한무진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은영은 눈물을 콧물과 섞어가며 무진의 시선을 분산시켰고, 동시에 채원이 흑림 깊은 곳으로 도망쳤다는 거짓 정보를 악을 쓰며 외쳤다.


“꼬맹이 녀석이 어디서 시끄럽게……!”


한무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은영을 발로 차내려 했다. 그 찰나의 순간, 무진의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기맥 감지 주술의 정밀도가 소폭 하락했다. 은하수 모래의 왜곡 장벽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무진의 감지 주술을 엉뚱한 열기 배출구 방향으로 유도했다.


‘통했다.’


태경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진은 지하실 아래에서 아무런 마도적 기척도 느껴지지 않자, 혀를 쯧 차며 대검을 다시 거두어들였다.


“흥, 쥐새끼 같은 년이 벌써 산속으로 도망친 모양이군. 의선, 가문의 일을 방해한 대가는 조만간 치르게 될 것이다.”


한무진은 차가운 기세를 거두며 약방 문을 나섰다. 그와 무사들의 무거운 발자국 소리가 멀어지자, 약방 내부에는 폭풍이 지나간 듯한 고요함이 찾아왔다.


태경은 지하실 문을 열고 지상으로 올라왔다. 약방 내부는 박살 난 약탕기와 군화발에 짓밟힌 약초들로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지민은 땀방울이 맺힌 이마를 닦으며 태경을 바라보았다.


“겨우…… 겨우 보냈네요. 태경 씨, 약초는 무사히 정제되었어요.”


지민이 건넨 약병 안에는 심령안정초의 정수를 담은 푸른 환약이 빛나고 있었다. 태경은 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약병을 소중하게 쥐었다. 지민은 태경의 상처 입은 손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듯 단호한 표정으로 그의 손목을 잡았다.


“이제 제 차례예요. 당장 그 상처들을 치료하지 않으면 의선으로서 가만히 있지 않겠어요.”


태경은 지민의 다정한 고집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안도감도 잠시, 약방 창문 너머를 살피던 명아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무겁게 가라앉았다.


“오라버니…… 큰일 났어요. 한무진이 물러가긴 했지만, 약방 입구와 아카데미로 통하는 길목 구석구석에 가문의 감시 밀정들을 심어두었어요. 사방이 완전히 고립됐어요.”


창문 틈새로 보이는 거리의 어둠 속에는, 숨을 죽인 채 약방을 감시하는 무인들의 서늘한 눈동자들이 번뜩이고 있었다. 채원을 무사히 치료하더라도, 그녀를 아카데미 도서관 별관으로 안전하게 복귀시키는 길은 더욱 험난하고 불가능해 보였다.


태경은 흐릿한 오른쪽 눈을 감싸 안으며, 턱밑까지 조여오는 한림가문의 집요한 포위망을 뚫어낼 새로운 지략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