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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원의 추격자, 남궁가문의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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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 요새 관문을 넘어서자마자 마주한 것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북녘의 잔혹한 칼바람이었다.


“하아, 하아…….”


마차의 틈새를 뚫고 들어오는 미세한 냉기만으로도 허파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 신태경은 붕대가 칭칭 감긴 왼손으로 품속의 청동 화로, ‘빙황의 화로’를 꼭 쥐었다. 화로가 주변의 한기를 빨아들여 미약한 온기를 뿜어내고 있었지만, 끊임없이 몰아치는 대설원의 혹한을 완전히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심장 주변에 새겨진 파란색 서리 흉터가 기괴하게 요동치며 맥박을 칠 때마다, 뇌리를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흐릿한 왼쪽 눈앞으로 시스템의 반투명한 경고창이 붉게 점멸했다.


[경고: ‘빙정 동사 위험도’가 실시간으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현재 동사 위험도: 29%]


오른쪽 눈은 이미 정화의 대가로 하얗게 멀어버렸고, 왼쪽 눈마저 안개가 낀 듯 침침했다. 여기에 한림가문 지하 제단에서 입은 등에 새겨진 대형 화상 흉터와 쇠사슬 반동으로 타버린 가슴팍의 상처가 추위에 얼어붙으며 욱신거렸다. 뼈가 파열되어 대나무 부목을 대놓은 오른손 검지는 아예 감각조차 없었다.


“오라버니…….”


마차 안에서 태경을 품에 안고 있던 한채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그녀의 핏빛 눈동자에는 자신 때문에 만신창이가 된 태경을 향한 극도의 죄책감과, 그를 절대 잃지 않겠다는 살벌한 집착이 뒤섞여 있었다. 채원은 자신의 단전에서 피어오르는 장미빛 신성 불꽃의 온기를 태경에게 불어넣기 위해 그의 목덜미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조금만 더 참으세요. 제 불꽃이 오라버니를 지킬 거예요. 오라버니를 아프게 하는 이 추위 따위, 제가 전부 불태워버릴 테니까요.”


“괜찮다, 채원아. 내 걱정은 하지 마라.”


태경은 흐릿한 시야 속에서도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심장을 옥죄는 동사의 위험은 실시간으로 그의 생명력을 갉아먹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콰아아앙—!


마차 전방에서 대지를 뒤흔드는 거대한 폭음이 울려 퍼졌다. 달리고 있던 특급 신마들이 비명을 지르며 앞발을 치켜들었고, 정찬우의 다급한 목소리가 마차 밖에서 들려왔다.


“주군! 전방에 기습입니다! 남궁가문의 무사들이 길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태경은 채원의 부축을 받으며 마차 문을 열었다. 눈보라를 뚫고 전방을 바라보자, 푸른색 남궁가문 무복을 입은 무인들이 검을 뽑아 든 채 그들을 겹겹이 포위하고 있었다.


그 무리의 선두에는 서리 서린 장검, 청강검을 쥔 사내가 서 있었다.


아카데미 최고의 천재이자 남궁가문의 후계자, 남궁현이었다.


그의 눈동자는 분노와 열등감으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태경이 최강현과 연계해 대연회장에 살포한 뇌물 장부와 한림가문의 파멸은, 남궁가문의 명예는 물론 아카데미 수석인 남궁현의 위신을 완전히 시궁창에 처박아버렸다. 가문의 명예를 더럽힌 벌레들을 처단하기 위해, 그는 ‘남궁가문 아카데미 파견대’의 엘리트 무사들을 이끌고 이곳 북해의 길목까지 집요하게 추격해 온 것이다.


“드디어 찾았구나, 하급 사서 놈. 그리고 가문의 오물 년.”


남궁현이 청강검을 가볍게 휘두르자, 일류 극성의 매서운 검기가 설원의 눈바람을 가르며 일어섰.


“미천한 평민 놈의 잔꾀에 넘어가 가문의 명예가 실추되었다. 그 대가는 오직 너희의 목숨뿐이다. 이곳 설원을 너희의 무덤으로 만들어주마.”


남궁현의 오만하고 차가운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귀를 때렸다. 파견대 무사 30여 명이 일제히 검을 뽑아 들며 포위망을 좁혔다. 일촉즉발의 위기였다.


태경은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했다. 자신의 침통은 비어 있었다. 마력 동조 은침은 지난 결전에서 모두 소모하여 단 한 개도 남아있지 않았다. 오른손 손가락은 부러져 쓸 수 없고, 양안 시력은 저하되어 적들의 거리감조차 잡기 힘들었다. 믿을 수 있는 무력은 오직 채원과 찬우뿐이었다.


“찬우야, 채원아. 정면 대결은 피해야 한다. 저들은 혹한의 지형에서 내력을 과도하게 소모하고 있다. 약점을 노려라.”


태경의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남궁현이 대지를 박차고 솟구쳤다.


“죽어라!”


남궁현이 검을 내리치며 혹한을 가르는 청색의 ‘창궁검기(蒼穹劍氣)’를 발산했다. 일류 극성의 날카로운 검기가 백색의 설원을 두 동강 낼 기세로 태경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오라버니에게 손대지 마!”


채원이 분노로 가득 찬 비명을 지르며 전방으로 나섰다. 그녀의 전신에서 정화된 장미빛 신성 불꽃이 폭발적으로 치솟았다. 채원은 붉은 가시 채찍을 허공으로 세차게 휘둘렀다.


화아아악— 콰앙!


불꽃을 두른 가시 채찍이 날아드는 창궁검기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뜨거운 신성 불꽃과 차가운 검기가 부딪히며 설원 한가운데에 거대한 수증기와 폭발적인 충격파가 일어났다. 검기는 불꽃의 폭발력에 상쇄되어 허공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남궁가문의 엘리트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진법을 전개해라! 사서 놈의 사각을 노린다!”


파견대 무사들이 신속하게 움직이며 진법을 전개했다. 그들은 태경의 오른쪽 시야가 하얗게 멀어버린 사각지대를 정확히 파고들며 세 방향에서 검을 찔러왔다.


‘오른쪽인가……!’


태경은 오른쪽 귀로 들려오는 예리한 파공음과 왼쪽 눈에 포착된 미세한 영혼의 안 기류 궤적에 의지했다. 그는 손가락의 통증을 참으며 임노인에게 전수받은 회피 보법, ‘유운환영보’를 전개했다.


스스스.


태경의 신형이 기이한 각도로 꺾이며 미끄러지듯 뒤로 빠져나갔다. 세 자루의 검날이 그의 제복 깃을 종이 한 장 차이로 스쳐 지나갔다.


태경은 굴러 일어나며 본능적으로 소매 속 침통으로 손을 가져갔으나, 이내 은침이 없음을 깨달았다. 다급한 마음에 눈밭에 떨어진 얼음 고드름이라도 쥐어 기맥을 찌르려 했으나, 극심한 추위로 인해 손가락 끝의 감각이 무뎌져 고드름은 허무하게 눈 속으로 파묻히고 말았다.


[위험! 극심한 냉기 노출과 내력 소모로 인해 동사 위험도가 급상승합니다!]

[현재 동사 위험도: 38%]


심장이 굳어가는 통증에 태경은 윽 하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입가로 붉은 피가 흘러내려 하얀 눈밭을 적셨다.


“오라버니!”


태경이 피를 토하는 모습을 본 채원의 핏빛 눈동자가 광기로 물들었다. 감히 자신이 목숨보다 아끼는 구원자를 다치게 했다는 분노가 그녀의 단전을 폭발시켰다.


“너희들…… 전부 죽여버릴 가야!”


채원의 신성 불꽃이 장미빛에서 짙은 적색으로 변하며 폭주하듯 타올랐다. 그녀가 휘두르는 가시 채찍이 광폭한 붉은 폭풍을 일으키며 남궁가문 무사들의 진법을 사정없이 두들겼다. 불꽃의 열기가 혹한의 냉기와 기이한 반응을 일으키며 사방의 공기를 뒤흔들었다.


적들의 포위망이 흔들리는 것을 본 남궁현의 얼굴이 초조함으로 일그러졌다. 아카데미의 괴물이라 불리던 서녀의 무위가 예상보다 훨씬 강력했기 때문이다.


“가문의 명예를 걸고…… 여기서 끝내겠다!”


남궁현이 이빨을 갈며 청강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의 전신에서 남궁가문의 금기된 무공 기세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주변 대지의 서리와 냉기를 강제로 끌어모아 검신에 응축시켰다. 청강검이 푸르스름한 얼음 칼날처럼 거대하게 변해갔다.


“제왕검기, 적멸(寂滅)—!”


남궁현이 가문의 명예와 자신의 모든 내공을 실어 치명적인 일격을 내리찍는 찰나였다.


그가 해방한 금기된 검기의 기세와, 북녘 대지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원시 한기가 최악의 형태로 공명하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구—!


설원 전체가 비명을 지르듯 거대한 진동을 일으켰다. 남궁현의 발밑 대지가 기괴한 소리를 내며 쩍쩍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거대한 균열이 그들의 사방으로 번개처럼 뻗어 나갔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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