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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틀린 수식의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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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쉴 때마다 허파가 타들어 가는 감각이 밀려왔다.


지하 감옥의 공기는 급격히 진공 상태로 변하고 있었다. 석조 벽면을 따라 흐르는 붉은 문자 수식들이 살아 숨 쉬는 뱀처럼 꿈틀거리며 방 안의 산소를 남김없이 태워버리는 탓이었다.


“하아, 윽……”


신태경은 바닥을 짚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조금 전, 한채원을 묶은 쇠사슬을 끊으려다 마력 억제 은사의 반동 결계에 직격당한 가슴팍이 욱신거렸다. 하급 사서 제복의 가슴 부위는 까맣게 타들어 가 있었고, 그 아래 살결에는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검은 그을림 화상 흉터가 흉물스럽게 자리 잡았다.


오른손 검지는 부목으로 단단히 고정되어 한 손가락조차 움직일 수 없었고, 왼손 바닥 역시 명아를 구하며 가시넝쿨에 찢겼던 상처 탓에 하얀 붕대로 칭칭 감겨 있었다. 최악의 신체 상태였다. 흐릿하게 뭉개진 오른쪽 시야 너머로, 붉은빛의 결계 장막이 감옥 출구를 완벽히 차단한 모습이 보였다.


“주군! 정신 차리십시오!”


정찬우가 묵직한 현철 장검을 치켜들며 태경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의 전신에서 푸른빛의 ‘현무강기공’이 뿜어져 나왔으나, 벽면의 붉은 수식들이 방출하는 영압에 짓눌려 기세가 조금씩 억눌리고 있었다.


“삼월아…… 아가씨를 데리고 구석으로 피해라.”


삼월이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쇠사슬에 묶인 채 안정을 취하고 있는 한채원의 몸을 끌어안고 감옥 구석으로 몸을 웅크렸다. 채원은 단전 기맥이 태경의 은침 덕분에 임시로 안정되었으나, 자신을 구하려다 가슴에 끔찍한 화상을 입은 태경을 바라보며 핏빛 눈동자를 파르르 떨었다.


“오라버니…… 안 돼요…… 나 때문에…… 또 다쳤어…….”


채원의 목소리에 서린 죄책감과 집착의 광휘가 주변의 공기를 차갑게 얼렸다. 마왕 각성도는 45%에서 멈춰 있었으나, 그녀의 영혼 깊은 곳에 잠재된 어두운 마성은 언제든 태경을 해치려는 자들을 도륙하기 위해 폭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태경은 그런 채원을 향해 희미하게 미소를 지어 보인 뒤, 차가운 왼쪽 눈의 초점을 벽면의 붉은 수식으로 돌렸다.


스으으으—.


그때, 붉은 결계 장막 너머의 어둠 속에서 뼈만 남은 마른 체구의 노인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해골 무늬가 조각된 검은 로브를 걸치고, 짚빛 눈동자를 번뜩이는 사내. 한림가주 한태오가 지하 제단 설계를 위해 초빙한 마도 학자, 곽 학자였다.


“크크크…… 쥐새끼들이 기어들어 왔다고 하더니, 한낱 1성의 하급 사서와 가문의 반역도 놈이었군.”


곽 학자가 해골 지팡이를 가볍게 바닥에 내리찍었다.


쿵!


그 순간, 제단 바닥의 틈새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기괴한 마도 인형 세 마리가 솟구쳐 올랐다. 인형들의 손에는 날카로운 뼈 칼이 쥐어져 있었다.


“이 제단은 위대한 영혼 추출의 성역이다. 너희의 미천한 내력과 영혼은 이 제단의 훌륭한 촉매가 될 것이다. 죽어라.”


곽 학자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벽면에 새겨진 붉은 수식들이 일제히 빛을 발하며 결사대의 내력을 강제로 흡수하기 시작했다. 찬우의 몸을 감싸던 현무강기공의 푸른 빛이 실타래처럼 풀려나가 제단 중심으로 빨려 들어갔다. 찬우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정면 대결로는 승산이 없다. 곽 학자의 무공은 일류 수준인 마도 5성. 게다가 제단의 결계 권능까지 받고 있어.’


태경은 욱신거리는 가슴을 움켜쥐며 왼손으로 품속의 ‘만물 기록첩’을 펼쳤다.


오른손 검지를 쓸 수 없었기에 왼손 끝으로 기록첩의 낡은 종이를 넘겼다. 이윽고, 기록첩의 빈 페이지 위로 곽 학자가 설계한 영혼 추출 결계의 기하학적 수식들이 푸른 빛으로 도식화되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분석 중…… 한림가문 지하 제단 결계 수식 발견.]

[결함 분석: 고대 마도 수식을 무리하게 정파의 적양 기맥과 융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인과적 불균형 감지.]


태경의 왼쪽 눈이 예리하게 빛났다. 곽 학자는 천재적인 마도 학자였지만, 한림가문의 적양공 기운과 마도 수식을 억지로 결합하느라 수식의 흐름이 교차하는 ‘중앙 인과점’에 치명적인 과부하 결함을 남겨두고 있었다.


‘바깥쪽 마법진을 파괴하는 건 의미가 없어. 자동 복구 장치가 기동하니까. 깨부수려면 저 중앙 인과점 세 곳을 동시에 정화의 힘으로 타격해야 한다.’


태경은 소매 속에서 마력 동조 은침을 꺼내려 했다. 침통에 남은 은침은 단 6개. 한 발이라도 빗나가면 채원의 영혼을 구할 기회는 영원히 사라진다. 게다가 부목을 댄 오른손 탓에 왼손으로 침을 던져야 했다. 정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제약이었다.


쉬이익!


그때, 마도 인형들이 뼈 칼을 휘두르며 찬우를 향해 쇄도했다.


“주군! 침착하게 적의 약점을 찾으십시오! 전방은 제가 막겠습니다!”


정찬우가 포효하며 현철 장검을 가로막아 인형들의 공세를 받아냈다. 일류 초입의 굳건한 검식과 마도 인형들의 단단한 뼈 칼이 부딪치며 사방으로 불꽃이 튀었다. 찬우는 내력이 실시간으로 흡수당하는 고통 속에서도 이빨을 악물며 태경의 앞을 단 한 걸음도 내주지 않았다.


“주제넘은 짓을 하는구나.”


곽 학자가 냉소하며 해골 지팡이의 끝을 태경을 향해 겨눴다.


“마기 폭사(爆死)!”


검붉은 마도 에너지가 거대한 구체의 형상으로 응축되더니, 태경의 머리를 향해 번개처럼 날아들었다. 직격당하면 1성의 육체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터였다.


“방해하게 두지 않는다!”


찬우가 마도 인형의 칼날을 몸으로 받아내며 뒤로 도약했다. 그는 자신의 장검을 방패 삼아 태경의 전방을 가로막았다.


콰아아앙—!


검붉은 마기가 찬우의 검면에서 폭발했다. 충격파로 인해 지하 감옥의 돌벽이 갈라지고 흙먼지가 폭풍처럼 휘날렸다. 찬우는 입가로 검은 피를 흘리며 무릎을 꿇었지만, 끝내 쓰러지지 않고 태경에게 단 3초의 귀중한 시간을 벌어주었다.


“지금입니다, 주군……!”


태경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왼손 바닥의 붕대가 붉은 피로 물들어갔지만, 손가락 끝에 영혼 깊은 곳에 깃든 ‘영혼 정화의 한 장’의 성스러운 에너지를 실어 은침 세 개를 집어 올렸다.


흐릿한 오른쪽 시야의 거리감 상실을 극복하기 위해, 왼쪽 눈의 ‘영혼의 안’을 한계까지 개방했다. 곽 학자의 결계 수식 중심부, 붉은 마력이 교차하는 세 개의 미세한 기맥 구멍이 푸른 점으로 선명하게 드러났다.


‘정화의 힘을 실어…… 한 번에 꿴다!’


태경은 몸을 비틀며 왼손을 뻗어 세 개의 은침을 동시에 투척했다.


투둑, 툭!


은침들은 허공을 가르며 놀라운 궤적을 그리더니, 벽면의 붉은 수식 중심부에 박혀 있는 세 개의 핵심 인과 구멍에 정확히 박혔다.


순간, 붉게 타오르던 결계의 문자 수식들이 일제히 백색으로 변하며 기동을 멈췄다.


“이, 이게 무슨……? 정화의 에너지가 어째서 내 결계의 중심을……!”


곽 학자의 짚빛 눈동자가 경악으로 물들었다.


수식의 흐름이 차단되자, 제단이 흡수하고 있던 막대한 내력과 채원의 붉은 마력 에너지가 갈 길을 잃고 역류하기 시작했다. 결계가 붉은 빛을 내뿜으며 과부하 상태로 요동쳤다.


파아아앙—!


“커헉!”


수식 역류의 충격파가 태경의 왼손을 덮쳤다. 태경의 왼손 손등이 마기 역류로 인해 검게 그을리며, 미세한 마도적 흉터가 새겨졌다. 하지만 태경은 고통을 참고 채원을 향해 소리쳤.


“찬우 씨! 채원이를 안고 엎드리십시오!”


그와 동시에, 제단의 중심에서부터 거대한 균열이 가며 곽 학자의 육체로 역류한 마력이 폭발했다.


“으아아아악! 가주님! 제단이……!”


곽 학자가 비명을 지르며 제단의 중심에서 폭사(爆死)했다. 그의 검은 로브가 사방으로 찢겨 나가며, 그 아래 숨겨져 있던 기괴한 문양이 태경의 왼쪽 눈에 포착되었다.


뱀 두 마리가 플라스크를 감싸고 있는 형상—그것은 정파 중원에서는 결코 쓰이지 않는, 남부 연금술 길드(南部鍊金術契)의 극비 인장이었다. 곽 학자가 한림가문뿐만 아니라 남부의 음모와도 연결되어 있음을 암시하는 단서였다.


쿠구구구궁—!


영혼 추출실 전체가 거대한 자폭의 굉음과 함께 붕괴하기 시작했다. 천장에서 거대한 돌덩이들이 떨어져 내렸고, 채원을 묶고 있던 흑철 사슬이 폭발의 여파로 산산조각 나며 풀려났다.


찬우가 재빨리 몸을 날려 추락하는 채원을 안아 올렸고, 삼월이 역시 태경의 곁으로 피신했다.


지하 제단은 완벽히 파괴되었고, 채원을 묶던 잔혹한 족쇄는 마침내 끊어졌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지하를 뒤흔든 거대한 폭발의 진동은 지상의 저택 전체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저택 지상 대연회장 방향에서, 제단의 파괴를 감지한 가주 한태오의 분노에 찬 노호성이 천장을 뚫고 지하 감옥의 잔해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조대인과의 혼례식을 강행하기 위해 그가 직접 움직이려 하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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