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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륙, 분노의 대공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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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차 상부에 장착된 고열 플라스마 주포의 포신이 기괴한 기계음을 내며 회전하더니, 이륙을 준비하는 헤르메스 호의 조종석 전면 유리창을 정확하게 조준했다.


“빌어먹을, 조준선이 완전히 정렬됐어!”


조종간을 움켜쥔 한솔의 이마에 굵은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제국 제3함대의 에이스 파일럿이었던 그조차도, 이토록 좁은 지하 도크에서 중장갑차의 주포와 정면으로 대치하는 상황은 겪어본 적이 없었다. 더군다나 고대 탐사선 헤르메스 호의 메인 양자 코어 엔진은 이제 막 시동이 걸려 출력이 불안정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위이이이잉—!


장갑차 포신 끝에서 푸른색 플라스마 에너지가 극도로 응축되며 불길한 빛을 뿜어냈다. 격발까지 남은 시간은 채 3초도 되지 않아 보였다.


그 순간, 도크 하부의 철제 플랫폼에서 둔중한 금속 마찰음과 함께 거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아직 변환 장치가 완전히 맞물리지 않았어! 이대로는 이륙 성능이 안 나와!”


덥수룩한 갈색 수염에 기름때 절은 정비복을 입은 사내, 카론-4 저항군의 수석 정비사 한스였다. 그는 붉게 끓어오르는 용암의 열기 속에서 온몸이 땀으로 젖은 채, 헤르메스 호와 제국의 전력 셀을 연결하는 규격 변환 장치의 제어판을 붙잡고 있었다.


“한스 아저씨! 위험해요, 당장 대피하세요!”


조종실 마이크를 통해 진혁이 외쳤다. 진혁은 갈비뼈의 미세 균열로 인한 통증을 참아내며 콘솔 화면을 응시했다. 그의 왼쪽 눈에 이식된 황금빛 양자 분석 렌즈가 실시간으로 장갑차 주포의 에너지 충전율을 스캔하고 있었다.


[경고: 플라스마 주포 에너지 충전율 95%. 격발 임계치 도달.]


하지만 한스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렌이 감전 부상으로 쓰러진 엔진룸을 대신해, 마지막 남은 수동 레버를 꽉 쥐고 있었다. 이 레버를 끝까지 내리지 않으면 고대 지구 규격의 전력망이 완전히 고정되지 않아 이륙 도중 엔진이 정지할 터였다.


“여기서 물러서면 우리는 모두 끝장이다! 서태오 박사의 아들아, 반드시 지구를 찾아라!”


한스가 핏대를 세우며 온 힘을 다해 레버를 잡아당겼다.


그때, 장갑차 해치가 열리며 제국 주둔군 사령관 발가스 대장의 차가운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도크 전체에 울려 퍼졌다.


“반역자 무리들에게 자비는 없다. 전원 사살해라.”


장갑차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제국 지상군 대원들이 일제히 소총을 치켜들고 사격을 개시했다.


타다당! 타당!


붉은색 레이저 탄환들이 어두운 도크 내부를 가로지르며 한스가 서 있는 플랫폼을 사정없이 때렸다. 한스의 어깨와 가슴팍에 붉은 섬광이 박혔다.


“끄아악!”


한스의 입에서 비명과 함께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의 몸이 뒤로 크게 비틀거렸으나, 그는 쓰러지지 않았다. 굳은살 박힌 두 손은 여전히 황동빛 레버를 움켜쥔 채였다. 한스는 마지막 생명력을 쥐어짜듯 포효하며 온 체중을 실어 레버를 아래로 찍어 눌렀다.


철컥—!


장치가 완벽하게 맞물리는 묵직한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 동시에 제어반 스크린에 녹색의 ‘동기화 완료’ 신호가 들어왔다.


“날아가라……! 인간의 눈으로…… 우주를…….”


한스는 말을 끝내지 못하고 제국군의 추가 사격에 가슴을 관통당한 채, 끓어오르는 용암 속으로 천천히 추락했다. 저항군의 위대한 정비사이자 가신이었던 사내의 장렬한 최후였다.


“한스 아저씨—!!!”


엔진룸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소년 루카가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 진혁의 가슴속에서도 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비장함이 휘몰아쳤다. 하지만 슬퍼할 시간조차 없었다.


쿠구구구궁—!


변환 장치가 고정되자마자 헤르메스 호의 양자 코어가 폭발적인 굉음을 내며 깨어났다. 선실 내부의 조명들이 찬란한 청색 빛으로 일렁이기 시작했고, 함선을 묶고 있던 수천 년 묵은 거대한 강철 사슬들이 엔진의 강력한 척력을 이기지 못하고 팽팽하게 당겨지다 일제히 끊어졌다.


콰아아앙!


“지금이야, 한솔! 당장 이륙해!”


진혁이 소리쳤다. 한솔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꽉 잡아! 혀 깨물지 말고!”


한솔이 조종간을 몸쪽으로 끝까지 잡아당기며 비상 추진 장치를 점화했다.


콰아아아아아—!


헤르메스 호의 하부 배출구에서 눈부신 푸른색 엔진 불꽃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그 엄청난 추진력은 도크 바닥에 고여 있던 용암을 사방으로 비산시켰고, 함선은 수직으로 무섭게 솟구쳐 올랐다.


거의 동시에, 발가스 대장의 중장갑차 주포가 불을 뿜었다.


퍼어어엉—!


거대한 푸른색 플라스마 구체가 헤르메스 호가 방금 전까지 서 있던 자리를 타격하며 대폭발을 일으켰다. 도크의 석조 기둥들이 무너져 내리고 사방이 불바다가 되었으나, 헤르메스 호는 이미 천장의 균열을 뚫고 대지 위로 날아오른 뒤였다.


* * *


카론-4의 차가운 청색 우주 먼지로 뒤덮인 황무지 하늘 위로, 낡은 고대 탐사선이 엔진 불꽃을 휘날리며 솟구쳐 올랐다.


그러나 탈출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경보! 지상 요새의 대공 방어망이 활성화되었습니다! 록온 신호 다수 감지!”


서브 AI 네로의 건조한 기계음이 조종실을 채웠다.


저 멀리 지평선 너머에 우뚝 솟은 제국군 요새의 포탑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어 헤르메스 호를 조준하고 있었다. 수십 개의 붉은색 레이저 가이드라인이 하늘을 가로지르며 함선의 장갑판 위를 어지럽게 훑었다.


피융! 피융! 콰아아앙!


수십 발의 대공 미사일과 플라스마 포탄이 헤르메스 호를 향해 빗발치듯 날아왔다. 하늘 전체가 붉은색 포화로 가득 차며 거대한 화망이 형성되었다.


“한솔, 포화가 너무 조밀해! 수직 상승으로는 10초도 못 버틴다!”


진혁이 전면 유리창 너머로 다가오는 포탄들을 보며 외쳤다.


“알고 있어! 그래서 정공법으로는 안 간다!”


한솔이 조종간을 왼쪽으로 급격히 꺾었다. 함선이 거의 90도 각도로 기울어지며 지상을 향해 무섭게 낙하하기 시작했다.


“미쳤어요?! 땅으로 떨어지잖아요!”


루카가 비명을 지르며 좌석 안전벨트를 꽉 움켜쥐었다.


한솔이 조준한 곳은 카론-4의 악명 높은 자연적 자기장 지대, ‘속삭이는 협곡’의 입구였다. 철광석 성분의 붉은 절벽들이 칼날처럼 솟아 있는 좁은 협곡 사이로 헤르메스 호가 미끄러지듯 돌입했다.


“초저공 변칙 중력 비행이다. 이 협곡의 변칙적인 중력 기류와 철광석 성분을 이용하면 저놈들의 레이더망을 교란할 수 있어!”


한솔의 외침과 함께, 헤르메스 호는 협곡의 붉은 벽면에 거의 닿을 듯한 높이에서 초고속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기체 후방에 푸른색 중력 잔상이 일렁이며 기묘한 기류를 만들어냈다.


콰콰콰쾅!


헤르메스 호를 쫓아오던 제국의 대공 미사일들이 협곡의 불규칙한 자기장 간섭으로 인해 유도 성능을 잃고 붉은 암벽에 부딪혀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거대한 먼지와 화염 장막이 그들의 뒤편을 가득 채웠다.


“성공인가……?”


루카가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아니, 아직이다!”


진혁이 소리쳤다.


대지에서의 포격을 피하자, 이번에는 상공에서 더 거대한 위협이 내려앉았다. 카론-4 상공을 철저히 봉쇄하고 있던 제국 제3함대 소속 구축함들이 궤도에서 지상을 향해 웅장한 주포 사격을 개시한 것이었다.


쿠우우우웅—!


하늘을 찢는 듯한 소리와 함께, 구름층을 뚫고 쏟아진 거대한 백색 레이저 광선이 헤르메스 호의 바로 우측 협곡 벽을 타격했다. 암벽이 순식간에 기화하며 엄청난 충격파가 함선을 덮쳤다.


콰아아앙!


선체가 격렬하게 흔들렸고, 조종석 계기판들이 일제히 붉은색 경고등을 뿜어냈다.


[경고: 우측 장갑판 충격 감지. 보호막 잔여량 40%로 급감. 2차 충격 시 선체 파손 위험.]


“엔진 출력을 더 높여야 해! 하지만 변환 장치가 과열되고 있어!”


엔진룸에서 화상을 입은 팔을 움켜쥔 채 제어판을 지키던 렌이 무전으로 비명을 질렀다. 이륙 시 엔진 출력을 한계 이상으로 높인 탓에 노후된 양자 코어가 임계 온도에 도달해 가고 있었다.


“진혁! 저놈들의 다음 포격이 오기 전에 보호막을 보강해야 해! 내 조종술만으로는 이 거대한 화망을 다 피할 수 없어!”


한솔이 조종간을 쥔 채 소리쳤다. 그의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방울이 눈가를 적셨다.


진혁은 침착하게 호흡을 가다듬었다. 갈비뼈의 통증으로 숨을 쉴 때마다 유기체 육체가 비명을 질렀지만, 그의 이성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명징했다.


‘무력으로는 제국의 함대를 이길 수 없다. 하지만 지식과 도구의 공명이라면…….’


진혁은 왼쪽 눈의 양자 분석 황금빛 렌즈를 한계치까지 가동했다. 그의 왼쪽 동공이 찬란한 황금빛 광채를 내뿜으며 작동하기 시작했다. 안구 신경이 타들어 가는 듯한 통증이 뇌리를 찔렀지만, 진혁은 눈을 감지 않았다.


렌즈의 스캔 데이터 위에 하늘에서 내려오는 제국 구축함 주포의 에너지 파동 주파수가 시각화되었다.


[스캔 완료: 제국 구축함 플라스마 주포 동조 주파수—842.15 MHz. 에너지 진폭 극대화 상태.]


“찾았다.”


진혁은 방전 상태인 양자 만년필을 콘솔의 물리적 주파수 입력 포트에 깊숙이 찔러 넣었다. 만년필의 마이크로칩 회로를 매개로 하여, 함선의 고대 양자 차폐막 발생기 제어 시스템에 접속했다.


그는 머릿속에 기억해 둔 고대 지구의 물리 공식을 콘솔 자판 위에 초고속으로 입력하기 시작했다. ‘양자 차폐막 주파수 변조식’이었다. 적의 포탄 에너지가 가진 주파수와 정확히 정반대의 위상을 가진 주파수를 보호막에 실시간으로 동기화시키는 기법이었다.


타다다닥!


진혁의 손가락이 자판 위를 날아다녔다. 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고, 입술 끝에서 붉은 피가 한 줄기 흘러내렸다. 뇌 신경망에 가해지는 과부하가 극에 달하고 있었다.


[변조 공식 입력 완료. 양자 차폐막 주파수 동조율 100%. 위상 반전 가동.]


우우우우웅—!


헤르메스 호를 감싸고 있던 푸른색 보호막이 순간적으로 장엄한 황금빛 전자기 파동을 일으키며 빛나기 시작했다.


그 순간, 궤도에서 발사된 제국 구축함의 2차 플라스마 주포 포탄 두 발이 헤르메스 호의 상부 보호막에 정확히 직격했다.


콰아아아앙—!


도크 전체를 날려버릴 수 있는 파괴적인 에너지가 충돌했으나,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황금빛으로 변조된 보호막이 적 포탄의 에너지를 물 흐르듯 흡수하며 사방으로 무해한 전자기 스파크로 분산시켜 버린 것이었다. 포탄은 그저 허공에서 흩어지는 먼지처럼 편향되어 사라졌다.


“상쇄됐어……! 포격을 완벽하게 막아냈다고!”


루카가 환호성을 질렀다.


“좋아, 활로가 열렸다! 대기권 돌파 비행으로 전환한다!”


한솔이 엔진 레버를 끝까지 밀어 올렸다. 헤르메스 호는 붉은 협곡의 자기장 지대를 박차고 나와, 수직으로 하늘을 향해 무섭게 솟구치기 시작했다. 지상의 대공포탑들이 뿜어내는 붉은 화망이 발밑으로 멀어지며, 하늘의 푸른빛이 점점 어두운 우주의 검은색으로 변해갔다.


한스의 숭고한 희생과 동료들의 필사적인 사투 끝에, 그들은 마침내 카론-4의 중력을 이겨내고 대기권 최상층에 도달하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조종실 내부의 긴장감이 아주 미세하게 누그러지려는 찰나,


전면 유리창 너머로 우주의 암흑이 드러나는 순간, 한솔이 급격히 함선의 제동 장치를 잡아당겼다. 함선이 강한 반동과 함께 궤도 진입 직전에 멈춰 섰다.


“……저건 또 뭐야?”


한솔의 목소리에서 방금 전의 자신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깊은 절망과 경악만이 서려 있었다.


진혁은 흐려지는 시야를 억지로 바로잡으며 전방을 바라보았다.


우주선 전면 유리창 너머, 카론-4 행성의 둥근 궤도 전체를 감싸고 있는 거대하고 기괴한 붉은색 빛의 그물망이 우주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제국 위성 수십 대가 서로 양자 얽힘 레이저를 주고받으며 형성한 무적의 하늘 장벽.


은하 제국 해군 제3함대가 자랑하는 철저한 대기권 이탈 차단망, ‘아이언 케이지 봉쇄선’이 그들의 눈앞을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가로막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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