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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독거미와 야간 수색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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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으으으…… 눈 찢어지겠네. 인공눈물, 아니 영안수(靈眼水) 어디 갔어?”


청운문 감사전 서기실의 밤은 깊어만 갔다. 임재희는 퀭하게 충혈된 눈을 비비며 낡은 목조 책상 위에 널브러진 서류 더미를 헤집었다. 대한민국 서울의 대형 세무법인 파트너 세무사 시절에도 이 정도로 혹사당하진 않았다. 그때는 적어도 야근 수당이라도 꼬박꼬박 통장에 꽂혔고, 눈이 침침하면 안과에 가서 처방이라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빌어먹을 선협 세상은 어떠한가? 근로기준법도 없고, 노동조합도 없으며, 밤샘 기장을 밥 먹듯이 해도 돌아오는 것은 ‘문파의 재정을 건전화하여 생존하라’는 천도의 무자비한 인과율적 압박뿐이었다.


“수석 감사관님! 여기 진 형제가 기증한 연동 칩의 이식이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이 수정구에 대종사님의 고결한 산수 공법이 깃들 것입니다!”


수석 서기 소지성이 제 이마만 한 옥빛 수정구를 소중히 안아 들며 외쳤다. 그 옆에서는 낮에 사기 진법사 흑풍자를 축출하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세운 진법 천재 진무진이 감격에 젖은 눈으로 재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종사님, 제가 설계한 이 ‘천안 수정구(天眼 水晶球)’는 문파 전역의 영기 흐름을 실시간으로 감지합니다. 대종사님께서 가르쳐 주신 ‘방정식’의 원리를 대입했더니, 영석의 미세한 유동 경로가 허공에 선명한 선으로 그려지더군요. 이것은 진법의 역사에 기록될 혁명입니다!”


진무진의 숭배 어린 눈빛에 재희는 안구 건조증으로 뻑뻑해진 눈을 깜빡이며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예. 혁명이든 뭐든 좋으니까 일단 장착해 봐요. 실시간 자금 모니터링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횡령범들이 자금을 세탁하기 전에 계좌를 동결하든 딱지를 붙이든 할 거 아닙니까.”


재희가 진무진에게서 연동 칩을 건네받아 서기실 중앙에 설치된 거대 수정구의 하단 홈에 밀어 넣었다.


딸깍.


경쾌한 소리와 함께 수정구의 표면에서 은은한 금빛 파동이 일기 시작했다. 이윽고 허공으로 청운문 전체의 입체적인 지도와 함께, 영석이 이동하는 경로가 붉고 푸른 선으로 뻗어 나가는 3D 그래프가 투영되었다. 차변과 대변의 자산 흐름이 완벽하게 시각화된 순간이었다.


“오오……! 이것이 바로 양익평형신공(兩翼平衡神功)의 실시간 영역 전개인가!”


소지성이 넋을 잃고 중얼거렸다. 재희는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며 한숨을 쉬었다.


“양익평형이 아니라 복식부기 시각화 대시보드라고 몇 번을 말합니까, 소 서기. 제발 이상한 무공 이름 좀 붙이지 마세요. 내 도심(道心)이 아니라 뇌세포가 먼저 파괴될 것 같으니까.”


그때였다. 밤샘 야근의 평화로운(?) 소란 속에서, 서기실 구석의 그림자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던 수석 호위 강철심이 불쑥 입을 열었다. 그의 바위 같은 턱선이 굳어지며, 거대한 흑철도(黑鐵刀)의 손잡이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형님, 기척이 이상합니다.”


“예? 기척이요?”


재희가 퀭한 눈을 들어 강철심을 바라보았다. 강철심은 낮에 대장로 사저에서 불길하게 뿜어져 나왔던 영기 폭풍의 잔재를 떠올리고 있었다.


“청운산 북쪽의 ‘자객의 숲’ 방향에서 아주 은밀하고도 음산한 살기가 이리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짐승의 기운이 아닙니다. 극도로 훈련된 살수들의 신법입니다.”


강철심의 경고에 서기실 내부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연기기 3성의 소지성과 7성의 진무진도 즉시 무기를 꼬아 쥐며 긴장했다. 무공이 전혀 없는 범인인 재희만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깜빡거렸다.


“살수요? 아니, 이 야밤에 남의 사무실에 불법 침입을 하겠다고요? 보안 규정 위반인데…….”


그 순간, 재희는 안구 건조증으로 눈이 너무 시려 영안수를 눈에 한 방울 떨어뜨렸다. 시큼한 액체가 눈동자에 스며드는 순간, 그의 고유 신통인 ‘인과안(因果眼)’이 강제로 활성화되었다.


스우우우.


재희의 눈동자가 붉게 타오르며, 서기실의 목조 천장 너머를 투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시야에 지붕 위를 은밀하게 기어 다니는 시커먼 실루엣들이 포착되었다. 놀라운 것은 그들의 머리 위에 둥실 떠 있는 거대한 붉은색 글자였다.


[미납 세금: 4,200 영석 (살인 청부 용역 소득 누락)]


재희의 미간이 극도로 찌푸려졌다. 그의 뇌세포 속에서 세무사로서의 광기 어린 강박증이 용솟음쳤다.


“……저 미친놈들이?”


“형님? 무얼 보셨습니까?”


강철심이 낮게 물었다. 재희는 지붕을 가리키며 씩씩거렸다.


“철심아! 저 지붕 위에 있는 놈들 말이다! 사업자 등록도 안 하고 살인 청부 용역업을 하면서, 무려 4,200 영석의 소득을 누락시켰어! 원천징수 영수증도 없고, 종합소득세 신고도 안 한 악질 탈세범들이 지금 우리 지붕 위에 기어 다니고 있다고!”


“……예?”


강철심은 형님의 기상천외한 분노 포인트에 순간 당황했으나, 지붕 위의 적들이 진짜라는 것은 단번에 간파했다.


지붕 위에서 은밀히 침투 주술을 전개하고 있던 일류 살수 독거미(독거미)는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내심 경악하고 있었다. 축기기 초기의 경지에 달한 그녀의 은신술은 결단기 고수조차 쉽게 꿰뚫지 못하는 절기였다. 그런데 아래에 있는 저 나약한 범인 서생이 어떻게 자신들의 존재는 물론, 대장로 조귀덕에게 받은 계약금(4,200 영석)의 액수까지 정확히 알고 있단 말인가?


‘정보가 샜나? 아니, 그보다 저 서생 놈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당장 장부를 불태우고 목을 베어야 한다!’


독거미가 손가락을 튕겨 신호를 보냈다.


스사사사삭!


검은 복면을 쓴 자객단 수십 명이 서기실의 창문을 깨부수며 일제히 난입했다. 챙강! 요란한 소리와 함께 유리창과 목조 격자창이 산산조각 나며 사방으로 튀었다.


“자객이다! 감사전의 장부들을 사수하라!”


소지성이 검을 뽑아 들며 외쳤다. 자객 중 한 명이 품속에서 붉은색 화공 부적을 꺼내 들고 서류 보관함을 향해 던지려 했다. 장부를 불태워 대장로의 비리를 인멸하려는 속셈이었다.


“안 돼! 내 야근의 피땀이 서린 원본 영수증들이라고!”


재희가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 자객이 서류함의 문을 강제로 열고 장부 상자에 손을 댔다.


파아아앗!


장부 상자의 틈새에서 기이한 영적 파동이 일더니, 사방으로 시커먼 특수 먹물이 폭풍처럼 뿜어져 나왔다. 재희가 진무진과 함께 미리 설치해 둔 보안 장치, ‘먹물 장부 함정(墨汁 帳簿 陷穽)’이었다.


“끄아아악! 내 눈! 내 영력이……!”


비인가자가 장부에 손을 대는 순간 발동된 함정은, 침입자의 온몸과 영혼까지 검게 물들이며 체내의 영기 흐름을 강제로 억제했다. 얼굴이 시커멓게 물든 자객이 바닥에 뒹굴며 비명을 질렀다. 재희가 그 모습을 보며 삿대질을 했다.


“영수증 무단 훼손 및 비인가자의 기밀 서류 무단 열람! 개인정보 보호법 및 보안 규정 위반으로 가산세 추가다, 이놈들아!”


“이, 이 해괴한 주술은 대체 무엇이냐!”


자객들이 당황하여 주춤하는 사이, 강철심이 앞으로 나섰다. 그의 단단한 체구에서 축기기 초기의 압도적인 영압이 뿜어져 나왔다.


“감히 내 의형제의 감사전을 침범하고 문파의 공식 재정 문서를 훼손하려 들다니. 성실 납세의 의무를 저버린 자들에게는 오직 나의 철퇴만이 답할 것이다!”


강철심이 거대한 흑철도를 양손으로 쥐고 허공을 향해 크게 휘둘렀다.


“흑철단천도법(黑鐵斷天刀法)——!”


바람을 가르는 묵직한 검기가 서기실 지붕을 통째로 갈라버렸다. 쿠르릉 소리와 함께 천장의 대들보가 무너지며, 지붕 위에서 은신하고 있던 독거미와 남은 자객들이 비참하게 지상으로 추락했다.


지상은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깨진 창문 틈새로 밤바람이 몰아치고, 기밀 서류 보관함 일부가 파손되어 한지 조각들이 나풀거렸다. 재희는 강철심의 등 뒤에 완벽하게 밀착한 채, 소지성과 진무진에게 소리쳤다.


“소 서기! 무진 씨! 어서 대피 매뉴얼에 따라 백업 장부들 챙겨서 지하 비밀 금고로 피하세요! 이 야근 수당도 안 나오는 목숨, 허무하게 날릴 순 없습니다!”


“대종사님을 두고 갈 순 없사옵니다!”


소지성이 울부짖었으나, 재희는 완강했다.


“장부가 타면 내 강박증이 발작해서 내가 먼저 죽어요! 어서 움직여요!”


자객단의 일차 침투는 강철심의 압도적인 무력과 먹물 함정에 막혀 좌절되는 듯했다. 쓰러진 자객들이 검은 먹물에 오염되어 신음하는 가운데, 추락한 먼지 구덩이 속에서 독거미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복면 너머로 보이는 눈빛은 차가운 독기로 가득 차 있었다.


‘과연 소문대로 호위 무사의 무력이 만만치 않군. 하지만 내 목표는 오직 하나.’


독거미는 강철심의 검막을 우회하기 위해 신법을 전개했다. 그녀의 신형이 수십 개의 거미줄 잔상으로 분열되며 강철심의 시야를 교란했다. 강철심이 도를 휘둘러 잔상들을 베어냈으나, 그것은 미끼에 불과했다.


실체는 이미 강철심의 방어선을 뚫고, 서기실 구석에 주판을 들고 서 있던 임재희의 바로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죽어라, 나약한 서생 놈.”


독거미의 손끝에서 푸른 독액이 뚝뚝 떨어지는 ‘독액 주입 단검’이 번뜩였다. 살을 썩히고 단전을 파괴하는 치명적인 독기가 재희의 정수리를 향해 곧바로 내리꽂히는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


무공 경지가 전혀 없는 재희는 피할 도리가 없었다. 눈앞에 닥친 죽음의 공포에 그의 온몸이 굳어버렸다. 단검의 서늘한 기운이 이마에 닿기 직전,


화아아아아악!


재희의 서생포 품속에 고이 접혀 있던 고대 세법의 파편, ‘조세율법 초장(租稅律法 草章)’이 스스로 반응하며 눈이 멀 것 같은 찬란한 황금빛 장막을 사방으로 뿜어내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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