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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로의 음모와 사기 진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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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미친 세무사 놈이 대금각을 통째로 압류했다고?!”


청운문 내문 깊숙한 곳에 위치한 대장로 사저. 화려한 금실 도포를 걸친 대장로 조귀덕의 목소리가 벼락처럼 대청마루를 울렸다. 그의 기름진 수염이 분노로 부르르 떨렸다.


바닥에 엎드린 밀정은 고개도 들지 못한 채 벌벌 떨며 보고를 이어갔다.


“그, 그렇사옵니다. 돈귀신 장로는 물론이고 그의 수하들까지 전부 이마에 빨간 딱지가 붙은 채 단전이 봉인되었습니다. 게다가 돈귀신이 숨겨둔 비밀 장부와 이중 금고까지 전부 감사전 수레에 실려 압수당했사옵니다.”


“이런 쓸모없는 놈들!”


조귀덕이 찻잔을 내던졌다. 쨍그랑, 소리와 함께 값비싼 자청 토기가 산산조각이 났다.


돈귀신이 누구인가. 저잣거리의 고리대금업을 독점하며 하급 제자들과 범인 상인들의 고혈을 짜내어 자신에게 매달 수천 개의 영석을 바치던 가장 확실한 비자금 파이프라인이었다. 그런데 웬 뼈다귀 같은 범인 서생 놈 하나가 나타나더니 조카 조태식을 파멸시키고, 이제는 돈줄마저 완벽하게 끊어버린 것이다.


더욱 끔찍한 것은 돈귀신의 비밀 장부였다. 그 장부에는 조태식을 비롯해 내문 장로들에게 건넨 뇌물의 영적 일련번호가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었다. 그것이 문주 유일심의 손에 들어가는 날에는 수십 년간 쌓아온 조귀덕의 권세가 한순간에 모래성처럼 무너질 터였다.


조귀덕의 옆에 앉아 있던 비대한 체구의 이귀태 장로가 식은땀을 흘리며 속삭였다.


“대장로님, 이러다간 다음 타깃은 우리가 될 것입니다. 그 임재희라는 놈, 숫자에 미친 광인입니다. 장부에 1영석의 오차만 있어도 발작을 하며 압류 딱지를 들고 들이닥치는데, 우리 내문 장로회의 장부는 이미…….”


“닥치게! 내 어찌 그걸 모르겠는가!”


조귀덕이 눈을 부릅떴다.


무력으로 감사전을 쓸어버리는 것은 쉽다. 하지만 놈의 등 뒤에는 문주 유일심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고, 무엇보다 놈이 공무를 집행할 때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천도의 천뢰(天雷)가 문제였다. 물리적인 폭력으로 대적하려 들다간 되려 문파 전체가 천벌을 맞아 멸문지화에 처할 수 있었다.


법과 규칙의 테두리 안에서 놈들의 숨통을 끊어놓아야 했다.


조귀덕의 입가에 음험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사저 구석의 어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흑풍자(黑風자) 선생, 준비는 되었는가?”


어둠 속에서 검은색 진법 도포를 입은 사내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의 손에는 정교한 청동 나침반이 들려 있었고, 얼굴에는 오만한 미소가 가득했다. 청운문의 대형 방어 진법 유지보수를 독점해 온 사기 진법사, 흑풍자였다.


“대장로님, 걱정 붙들어 매십시오. 저잣거리의 사채업자 따위와 저를 비교하시면 곤란합니다. 진법(陣法)이란 오직 선택받은 수선자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고도의 천문지리 학문. 평범한 범인 서생 놈이 장부의 숫자 몇 개 안다고 해서 감히 끼어들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흑풍자가 나침반을 가볍게 흔들자, 미세한 주술적 파동이 일며 사저 주변의 공기가 왜곡되었다.


“제가 이번 청운대진(靑雲大陣)의 노후화를 핑계로 긴급 수리비 1만 영석을 청구할 것입니다. 평소 청구액의 딱 50배지요. 이 비용을 당장 지불하지 않으면 방어막이 꺼져 문파가 외부의 마수들에게 몰살당할 것이라 위협하면, 문주 놈도 영석을 내놓지 않고는 못 배길 것입니다.”


이귀태 장로가 무릎을 탁 쳤다.


“과연! 1만 영석이라면 지금 문파 금고에 남은 잔액의 전부가 아닙니까! 그 돈이 진법 수리비로 전액 집행되면, 감사전 놈들이 쓸 운영비와 야근 수당은 단 1영석도 남지 않게 되겠군요!”


“그렇지. 예산이 없으면 감사전도 결국 자연사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진법 수리는 문파의 생존과 직결된 ‘초법적 안보 예산’이니, 문주라 할지라도 감히 감사를 지시할 명분이 없다.”


조귀덕이 흉포하게 웃었다.


“가세. 문주 놈의 숨통을 쥐러 대전으로!”


* * *


같은 시각, 청운문의 심장부인 청운문 대전.


“이, 이게 무슨 소리요? 1만 영석이라니!”


옥좌에 앉은 문주 유일심이 사색이 된 채 외쳤다. 그의 손에는 흑풍자가 제출한 붉은색 비단 견적서가 들려 있었다.


대전 중앙에는 흑풍자가 거만한 자세로 서서 청동 나침반을 공중에 띄워 올린 채 시위하고 있었다. 나침반이 회전할 때마다 대전 천장에 쳐진 푸른색 방어막 결계가 불안정하게 깜빡이며 불길한 붉은빛을 내뿜었다.


“문주님, 청운문을 지키는 대진의 근원석이 이미 삼십 년의 세월을 버티며 영기 유실률이 98%에 달하고 있사옵니다. 지금 당장 특수 영석 1만 개를 투입해 ‘음양 평형 코어’를 전면 교체하고 고대 영초 시멘트로 균열을 메우지 않으면, 오늘 밤 진막이 완전히 붕괴하여 인근 흑암곡의 마수들이 들이닥칠 것입니다!”


흑풍자가 짐짓 엄숙하고 비장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의 배후에 늘어선 내문 장로들이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


“문주님! 문파의 안전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당장 금고의 영석을 집행하여 대진을 수리해야 합니다!”


“그렇사옵니다! 지금 감사전이라는 해괴한 부서가 들어서서 영석 유통을 막는 바람에 문파의 기운이 쇠한 것이 아닙니까! 당장 예산을 집행하소서!”


유일심은 입술을 깨물었다. 돈귀신의 대금각을 압류하여 겨우 문파 재정에 숨통이 트이나 싶었더니, 이번엔 문파의 생존을 담보로 한 거대한 예산 폭탄이 날아온 것이다.


1만 영석은 감사전이 환수한 자금과 문파의 비상 예산을 영혼까지 끌어모아야 겨우 맞출 수 있는 천문학적인 액수였다. 이 돈을 진법 수리비로 몽땅 써버린다면 문파는 다시 파산 상태로 돌아가고, 임재희가 이끄는 감사전은 활동비가 없어 문을 닫아야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진법 수리를 거부했다가 정말로 방어막이 깨지면 문파는 멸망이었다.


“하, 하지만 1만 영석은 너무 과하오. 평소 유지보수 비용은 고작 200 영석이었지 않소?”


유일심이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흑풍자가 콧방귀를 꼈다.


“평소에는 단순한 표면 청소였지만, 이번에는 ‘우주적 차원의 영적 레이아웃 리모델링’이옵니다! 영기 배관의 흐름을 5차원 기하학으로 재배치하고, 근원석 주변에 고대 신성 주술 코팅을 입히는 정교한 작업이지요. 이 진법의 신비로운 원리를 범인들이 어찌 이해하겠습니까? 시간이 없사옵니다! 결재해 주십시오!”


흑풍자가 조작된 청동 나침반을 흔들자, 대전 외부의 방어막이 쿠르릉 소리를 내며 크게 요동쳤다. 마치 당장이라도 깨질 듯한 연출이었다.


유일심의 손이 결국 문주 직인이 담긴 상자로 향했다. 장로들의 무력한 압박과 문파 멸망의 공포 앞에서 그의 도심(道心)이 흔들리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쾅!


대전의 거대한 나무 문이 거칠게 열렸다. 자욱한 먼지 속에서 퀭하고 충혈된 눈빛을 번뜩이는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임재희였다.


그의 등 뒤에는 수석 서기 소지성이 산더미 같은 문서 상자를 마차에 실은 채 비장한 표정으로 따르고 있었다. 재희의 한 손에는 낡은 주판이 들려 있었고, 그의 미간은 분노로 터질 듯이 찌푸려져 있었다.


“잠깐.”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대전 내부의 엄숙한 침묵을 깨뜨렸다.


“그 결재, 보류해 주십시오. 아직 감사전의 견적서 검토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조귀덕의 눈썹이 꿈틀했다. 흑풍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


“웬 범인 서생 놈이 감히 문파의 대사에 끼어드는가? 이것은 고도의 진법 수리 예산이다! 장부의 숫자나 만지는 네놈이 진법의 오묘한 이치를 알기나 한단 말이냐!”


재희는 흑풍자의 오만한 외침을 가볍게 무시하며 뚜벅뚜벅 대전 중앙으로 걸어 나갔다. 그의 눈가에 낀 대나무 돋보기가 흑풍자의 청동 나침반과 그가 제출한 견적서를 매섭게 스캔했다.


동시에 재희의 고유 신통인 ‘인과안(因果眼)’이 기동했다.


흑풍자의 머리 위로 붉은색 숫자들이 기괴하게 뒤엉키며 떠올랐다.


[흑풍자: 누적 횡령액 24,500 영석 / 이번 견적 허위 부풀리기율 4,900%]


재희의 왼쪽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세무사 시절, 강남의 악덕 인테리어 업자가 평당 단가를 10배 부풀려 허위 청구서를 들이밀었을 때 느꼈던 극도의 분노와 강박증적 발작이 그의 온몸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봐요, 흑풍자 씨.”


재희가 주판알을 ‘탁!’ 튕기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레이아웃 리모델링? 5차원 기하학 영기 배관? 아주 소설을 쓰시는군요. 당신이 제출한 이 견적서, 세무사로서 단언컨대 전형적인 ‘인테리어 눈탱이 사기’입니다.”


“무, 무어라?! 눈탱이 사기라니! 이 무식한 서생 놈이 감히 수선계 최고의 진법 기술을 모독하는구나!”


흑풍자가 펄쩍 뛰며 소리쳤다.


하지만 재희는 품속에서 저잣거리 시장 조사 보고서를 꺼내 들며 냉혹하게 말을 이었다.


“당신이 청구한 내역을 하나씩 짚어보죠. 첫 번째 항목, ‘고대 영초 시멘트 50포대 - 2,500 영석’. 어제 제가 저잣거리의 이필두 씨 상단에서 확인한 결과, 이 시멘트의 정체는 단순한 석회 가루에 하급 영초 찌꺼기를 2% 섞은 평범한 접착제입니다. 시장 도매가는 포대당 1영석입니다. 그런데 왜 여기엔 포대당 50영석으로 청구되어 있습니까? 마진율이 무려 4,900%군요. 부가가치세를 감안해도 이건 명백한 폭리입니다.”


“그, 그것은 진법의 영력을 고정하기 위해 특수 주술 처리를 한 특별한 자재라 그렇소!”


흑풍자가 식은땀을 흘리며 변명했다.


“좋습니다. 그럼 두 번째 항목을 보죠. ‘음양 평형 코어 대체석 - 5,000 영석’. 진법의 핵심 코어라고 아주 거창하게 적어두셨는데, 이거 그냥 지하 광산에서 채굴되는 하급 청동 원석 아닙니까? 규격 시방서도 없고, 성분 분석표도 첨부되어 있지 않군요. 심지어 이 대체석의 영력 전도율은 기준치 미달이라 수선업법 제12조에 따른 부적격 자재에 해당합니다. 이런 쓰레기 자재를 쓰면서 5,000 영석을 청구해요?”


“이, 이 서생 놈이……!”


흑풍자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했다.


대전의 장로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재희가 지적한 수치와 자재 단가의 모순이 너무나 정교하고 구체적이었기 때문이다. 평소 진법이라는 신비로운 장막 뒤에 숨어 마음대로 가격을 책정해 온 흑풍자의 사기 수법이, 현대식 원가 분석과 시세 비교라는 강력한 팩트 폭격 앞에 낱낱이 해체당하고 있었다.


“스, 스승님! 방금 전개하신 초식은 적의 허위 청구서를 분석해 단전을 타격하는 ‘단가 비교 폭격장’입니까?!”


뒤에 서 있던 소지성이 주먹을 불끈 쥐며 감격 어린 목소리로 외쳤다.


“그냥 시장 조사 단가 대조입니다. 소 서기, 제발 조용히 좀 하십시오. 야근 수당 계산하기도 바쁜데 집중이 안 됩니다.”


재희가 신경질적으로 대꾸하며 주판을 다시 한번 세차게 흔들었다. 주판알들이 ‘탁탁탁탁!’ 소리를 내며 빠르게 맞물렸다.


대장로 조귀덕이 이대로 가다간 페이스를 완전히 잃을 것을 직감하고 앞으로 나섰다. 그의 강력한 축기기 후기의 영압이 대전 내부를 무겁게 짓눌렀다.


“문주님! 저 무식한 범인 서생의 궤변에 현혹되어서는 안 됩니다! 설령 자재비에 미세한 오차가 있다 한들, 지금 방어막이 꺼지면 문파는 즉시 멸망이옵니다! 당장 예산을 집행하여 대진을 수리하는 것이 문파를 살리는 길입니다!”


조귀덕의 영압에 유일심의 안색이 다시 어두워졌다. 확실히 진법의 작동 여부는 문파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었다.


흑풍자 역시 기세를 잡았다는 듯 청동 나침반을 거칠게 흔들었다.


“그렇소! 이 서생 놈이 장난질을 치는 동안에도 방어막의 영기가 유실되고 있소! 지금 당장 영석을 내놓지 않으면, 내가 당장 진법 제어권을 포기하고 철수하겠소! 방어막이 꺼져 마수들이 들이닥치면 이 서생 놈이 책임질 것인가!”


협박이었다. 문파의 생존을 인질로 잡은 비열한 인질극.


유일심이 갈등하며 직인을 쥐려던 순간, 임재희가 차가운 실소를 터뜨렸다.


“철수하시겠다고요? 아주 좋은 제안입니다.”


“뭐라?”


“진법의 영력 유실률이 98%라며 당장 붕괴할 것처럼 소동을 피우시는데, 제 눈에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군요. 차변의 영기 공급량과 대변의 방어막 소모량의 균형을 복식부기로 대조해 본 결과, 현재 청운대진의 실제 영력 손실률은 고작 2% 내외입니다. 즉, 아무런 수리를 하지 않아도 향후 10년은 끄떡없다는 뜻입니다.”


“이, 이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냐! 네놈이 진법의 영력 흐름을 어찌 안단 말이냐!”


흑풍자가 비명을 질렀다.


“모르면 장부를 대조해 보면 됩니다. 당신이 그동안 매달 청구해 간 영석의 소모량과 실제 방어막의 영기 반응 수치를 대조해 보면, 영석이 진법 수리에 쓰인 게 아니라 엉뚱한 차명 계좌로 흘러 들어간 흔적이 고스란히 나오니까요.”


재희가 품속에서 돈귀신의 비밀 장부 원본을 꺼내 흔들었다.


“마침 제 손에 아주 재미있는 장부가 하나 들어와서 말이죠. 돈귀신의 장부 일련번호와 당신이 청운대진 유지보수비로 청구해 간 영석의 고유 영적 일련번호가 아주 정확하게 일치하더군요. 당신이 횡령한 영석의 절반이 조태식을 거쳐 대장로님의 사저로 흘러 들어간 정황까지 말입니다.”


대전에 폭탄이 떨어진 듯한 침묵이 감돌았다.


조귀덕의 얼굴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이귀태 장로는 사시나무 떨듯 떨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비자금 세탁 파이프라인의 실체가 문주와 전 제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완벽하게 까발려진 것이다.


“이, 이놈이 감히 허위 서류로 대장로회를 모함하는구나!”


조귀덕이 폭발적인 영력을 내뿜으며 재희를 향해 손을 뻗으려 했다. 살의가 담긴 일격이었다.


그 순간, 재희의 가슴속에 품고 있던 조세율법 초장이 뜨겁게 반응하며, 붉은색 천도의 공무원 결계가 재희의 몸 주변을 감싸 안았다. 하늘에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치는 듯한 웅장한 천뢰의 울림이 대전 천장을 뒤흔들었다.


쿠르릉!


천도의 징벌 기운을 감지한 조귀덕은 움찔하며 손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공무를 수행 중인 감사관을 직접 공격했다간 즉시 정수리에 천뢰를 맞고 소멸할 것이 분명했다.


재희는 주판을 가슴 앞에 교차하며 흑풍자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흑풍자 씨, 당신의 그 조작된 청동 나침반과 가짜 견적서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지금 당장 정밀 현장 검증을 요구합니다. 감사전의 권한으로 청운대진의 핵심 동력원이 있는 ‘방어 진법 제어실’의 실물 자산 실사를 단행하겠습니다.”


“제, 제어실 수색이라니! 거긴 외부인 출입 금지 구역이오!”


흑풍자가 나침반을 움켜쥐며 당황해 소리쳤다.


재희는 유일심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문주님, 문파의 생존이 걸린 중대한 예산입니다. 단 1영석의 낭비도 허용할 수 없습니다. 저 사기꾼의 거짓말을 밝혀내고 문파의 재정을 지킬 수 있도록 제어실 수색을 승인해 주십시오.”


유일심은 재희의 완벽한 논리와 숫자의 증거, 그리고 조귀덕 일파의 당황한 안색을 보며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그는 문주 직인을 쥐고 탁자를 강하게 내리쳤다.


쾅!


“수석 감사관 임재희의 청을 허가한다! 지금 즉시 감사전은 방어 진법 제어실로 들어가 실물 감사를 단행하라!”


“문주님! 어찌 저런 범인 놈의 말을 믿으십니까!”


조귀덕이 절규하듯 외쳤으나, 유일심의 결단은 단호했다.


결국 현장 실사는 승인되었으나, 조귀덕 일파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귀태 장로를 비롯한 내문 장로들이 즉시 긴급 결의를 발동하여 감사전의 다음 달 기본 운영 예산과 소지성의 서기 활동비를 전면 보류시키는 정치적 보복을 단행했다. 감사전의 숨통을 경제적으로 조이겠다는 마지막 발악이었다.


하지만 임재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충혈된 눈동자 속에서 광기 어린 안광이 번뜩였다.


“예산을 보류하겠다고요? 아주 좋습니다. 흑풍자의 사기 행각을 완벽히 입증해 내어, 그동안 당신들이 횡령해 간 영석 전부를 가산세까지 더해 국고로 환수해 드리죠.”


재희는 낡은 주판을 튕기며 대전의 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 나갔다.


흑풍자가 제어실의 진법을 조작해 증거를 인멸하기 전에, 그가 들고 있는 조작된 나침반의 모순을 현장에서 완벽하게 해체해야 했다.


사기 진법사와 완벽주의 세무사의 치열한 수학적 두뇌 대결이 벌어질 방어 진법 제어실의 어두운 철문이, 저 멀리서 감사실 식구들을 대기하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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