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업자의 영혼에 압류 딱지를
귀신 대금각 내부를 가득 채운 시커먼 저주와 영혼 구속 주술의 연기가 임재희의 퀭한 안광과 허공에서 정면으로 충돌했다.
“크하하하! 일낱 무공도 모르는 범인 서생 놈이 감히 내 대금각에 제 발로 걸어 들어오다니! 문주 놈이 새로 세운 감사전의 수석이라기에 대단한 놈인 줄 알았더니, 제 명을 재촉하러 왔구나!”
책상 뒤에 앉은 사채업자 돈귀신이 음침한 소리로 킥킥거렸다. 축기기 초기의 음산한 영력이 그의 손가락 끝에서 검은 실선이 되어 피어올랐다. 좌우를 호위하는 수십 명의 무장한 부하들이 검을 뽑아 들자, 시커먼 살기가 좁은 사무실 내부를 무겁게 짓눌렀다.
보통의 범인이라면 그 영압에 숨도 쉬지 못하고 피를 토하며 무릎을 꿇었을 터였다. 옆에 선 소지성마저 얼굴이 창백해진 채 검자루를 쥔 손을 바르르 떨었다.
하지만 임재희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소 서기.”
“예, 예! 스승님!”
“이 사무실, 환기가 전혀 안 되는군요. 사채업을 하면서 유독 가스까지 살포하다니, 이건 산업안전보건법상 유해 물질 노출 기준 초과로 즉각적인 조업 정지 및 과태료 처분 대상입니다. 기록해 두십시오.”
“과, 과태료 처분! 과연 세법의 무서운 징벌 초식입니다!”
소지성이 눈을 번뜩이며 수첩에 붓을 굴렸다.
돈귀신은 자신의 위엄 어린 주술 연기를 ‘환기 불량 유독 가스’로 치부하는 재희의 태도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바람을 들이켰다.
“이 미친 서생 놈이 아직 사태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이구나! 내 주술의 매운맛을 보여주마! 채무흡혼공(債務吸魂功)!”
돈귀신이 손가락을 튕기자, 허공에 떠돌던 검은 연기들이 기괴한 해골 형상으로 변하며 재희를 향해 무섭게 쇄도했다. 그 해골들의 눈동자 속에는 수많은 상인들이 갈취당하며 흘린 눈물과 원혼의 쇠사슬이 얽혀 있었다. 영혼을 직접 구속하여 단숨에 도심(道心)을 파괴하는 축기기 고수의 절기였다.
검은 원혼의 사슬이 재희의 머리 위를 덮치며 그의 뇌리로 사악한 환각을 밀어 넣었다. 네가 평생 지은 죄의 무게를 감당하라는 음산한 환청이 고막을 찢을 듯 울려 퍼졌다.
그러나 그 순간, 임재희의 뇌리에서 각성한 것은 두려움이 아니었다. 숫자의 오차를 발견했을 때 뿜어져 나오는 광기 어린 집착, 즉 ‘회계 강박증의 광기(Obsessive Auditing)’였다.
재희의 눈동자가 핏빛으로 붉게 타올랐다. 그의 시야에 돈귀신이 전개한 영혼 구속 채무 장부의 허공 환영들이 숫자로 치환되어 보이기 시작했다.
[이필두 채무: 원금 100 영석 / 누적 이자 500 영석 / 연이율 500%]
재희의 미간이 극도로 찌푸려졌다. 그의 뇌세포가 분노로 요동쳤다.
“연이율 500%라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자 계산법입니까? 단리 계산입니까, 복리 계산입니까? 일수 계산인지 월수 계산인지 명시도 되어 있지 않고, 심지어 일 년을 365일이 아니라 300일로 마음대로 산정해 이자를 부풀렸군요! 대변과 차변의 합이 무려 150 영석이나 맞지 않습니다!”
“뭐, 뭐라?”
“회계의 기본도 모르는 무식한 사기꾼 놈들이 감히 내 눈앞에서 가짜 장부를 흔들어 대다니…… 이것은 성실한 납세자와 세무사에 대한 모독입니다! 당장 그 가짜 숫자를 치우지 못할까!”
재희가 주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에 실린 강박증적 분노가 백색의 신성한 인과율 기운이 되어 사방으로 폭발했다.
쿠웅!
재희의 정신세계를 침투하려던 음산한 저주 사슬들이, 숫자의 완벽한 균형을 요구하는 재희의 광기 어린 정신 장벽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환술과 저주는 결국 왜곡된 인과(거짓말)에 기반한 주술이기에, 오차율 0%의 절대적인 수학적 진리 앞에서는 단 한 조각도 유지될 수 없었던 것이다.
“끄아악!”
오히려 저주를 시전했던 돈귀신이 역풍을 맞고 피를 토하며 책상 뒤로 자빠졌다. 그의 도심이 미세하게 균열을 일으키며 단전의 영기가 요동쳤다.
“스, 스승님! 방금 펼치신 초식은 차변과 대변의 균형으로 적의 도심을 파괴하는 ‘대심문 평형장’입니까?!”
소지성이 주먹을 불끈 쥐며 감격의 비명을 질렀다.
“그냥 산수 계산이 틀렸다고 지적한 것뿐입니다. 소 서기, 바람이 부니 헛소리가 심해지는군요. 닥치고 장부 상자나 확보하십시오.”
재희는 소매를 걷어붙이며 퀭한 눈빛으로 돈귀신을 쏘아보았다. 그의 이마에는 핏대가 서 있었다.
“이, 이 괴물 같은 서생 놈이……! 얘들아, 뭘 하느냐! 당장 저놈들을 베어버려라!”
돈귀신이 바닥을 기며 악을 썼다. 무장한 부하 수십 명이 일제히 붉은 영기가 흐르는 도검을 치켜들고 재희를 향해 돌진했다.
“감사관님, 위험합니다!”
소지성이 보검을 뽑아 들고 재희의 앞을 가로막으려 했으나, 재희는 오히려 소지성을 한 손으로 가볍게 밀쳐내며 소매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물리적 저항은 추가적인 세무 가산세 부과 대상일 뿐입니다.”
재희의 손끝에서 붉은색 천도의 기운이 서린 부적 딱지들이 소나기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감사전의 비전 제재 법구, ‘압류 빨간 딱지(押留 赤標)’였다.
“사유재산 압류 딱지 주술(私有財產 押留 呪術) 발동.”
재희가 손목을 가볍게 튕기자, 빨간 딱지들이 날아가 돌진하던 부하들의 도검과 갑옷, 그리고 방 내부의 값비싼 해골 장식 가구들에 정확하게 흡착되었다.
착! 착! 착! 착!
딱지가 붙는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부하들이 쥐고 있던 붉은 보검들의 영기가 한순간에 꺼지며 쓸모없는 고철로 변해버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압류 딱지가 부착된 도검과 가구들의 물리적 무게가 천도의 인과율 중력에 의해 기하급수적으로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어, 어라? 칼이 왜 이렇게 무겁…… 끄아악!”
“바, 바닥이 꺼진다! 살려줘!”
수백 근의 무게로 변해버린 보검을 이기지 못한 부하들이 일제히 바닥에 처박히며 비명을 질렀다. 그들이 소지한 사유재산(무기)이 천도의 조세 채무 압류령에 의해 일시 동결되어 무력화된 것이다. 사무실 바닥의 석조 타일들이 쩌적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렸다.
“이, 이게 무슨 주술이냐! 내 금고! 내 영석들을 압류하다니!”
돈귀신은 기겁하며 책상 밑에 숨겨둔 비밀 통로로 기어가, 자신의 전 재산이 담긴 철제 금고를 들고 도망치려 했다.
“예금 일시 동결 선포(預金 一時 凍結 宣布).”
재희가 주판알을 강하게 ‘탁!’ 튕겼다.
하늘에서 거대한 푸른색 천도의 문양이 내려와 돈귀신의 철제 금고와 그의 품속에 있던 영혼 구속 채무 장부를 감싸 안았다. 차가운 서리가 내리앉듯, 금고와 장부가 푸른 빛의 얼음으로 꽁꽁 얼어붙으며 비밀 통로의 문이 강제로 잠겨버렸다. 자산이 완벽하게 동결되어 발이 묶인 것이다.
“아직 세무조사가 끝나지 않았는데 퇴근하시려는 겁니까? 무단 도주는 가중 처벌 및 구속 사유입니다.”
재희는 뚜벅뚜벅 걸어가 도망치려던 돈귀신의 이마에 마지막 빨간 압류 딱지를 정확하게 날려 붙였다.
착!
돈귀신의 이마에 붉은 딱지가 붙는 순간, 사유재산 압류 딱지 주술의 궁극적인 권능이 발동했다. 돈귀신이 평생 하급 제자들과 상인들을 착취하며 쌓아온 축기기의 사악한 영력과 단전의 기운이, 천도에 갚아야 할 ‘불법 적자 채무’로 강제 변환되어 소멸하기 시작했다.
“아, 아악! 내 영력이…… 내 수명이!”
돈귀신의 몸에서 검은 마기가 빠져나가며, 그의 창백하던 얼굴이 급속도로 늙어가기 시작했다. 주름이 깊게 파이고 머리칼이 하얗게 세며, 단전의 영력이 완전히 봉쇄당한 평범하고 무력한 노인으로 전락해 버렸다.
쿵! 소리와 함께 돈귀신은 자신의 몸무게를 가누지 못하고 바닥에 완전히 납작하게 엎드려 절규했다.
“사, 살려주시오…… 내 전 재산을 바칠 테니 제발 이 딱지를 떼어주시오!”
“전 재산은 어차피 몰수 대상입니다. 떼어드릴 수 없습니다.”
재희는 차갑게 대꾸하며 얼어붙은 철제 금고를 발로 툭 차서 열었다. 금고 내부의 얼음이 깨지며 돈귀신이 숨겨둔 비밀 장부 원본과 수만 개의 하급 영석 궤짝이 모습을 드러냈다.
재희는 대나무 돋보기를 들이대며 비밀 장부를 샅샅이 스캔했다. 동시에 그의 ‘인과안’이 장부의 한 페이지에 머물렀다.
그곳에는 대장로 조귀덕의 조카이자 외문 집사인 조태식의 이름과 함께, 정기적으로 송금된 거액의 상납금 영석들의 고유 영적 일련번호가 붉은 빛으로 선명하게 박제되어 있었다.
“찾았군요.”
재희의 입꼬리가 붉은 안광 속에서 비틀려 올라갔다.
대장로 일파의 목줄을 완벽하게 죄어버릴 결정적인 뇌물 상납의 스모킹 건이 마침내 그의 손안에 들어온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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