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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문 감사전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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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식이 쓰러지며 무너진 주방 바닥 아래, 어두운 지하 비밀 통로에서 흘러나오는 푸른 영기가 임재희의 인과안을 자극했다.


“임 계사…… 저, 저곳은 대체…….”


늙은 회계사 백무현이 이가 딱딱 부딪치는 소리를 내며 재희의 서생포 자락을 붙잡았다. 평생 청운문의 낡은 장부만 만지며 관행이라는 이름의 부조리에 순응해 왔던 노인에게, 대장로 일파의 비밀 자금 세탁 통로가 직접 눈앞에 드러난 상황은 공포 그 자체였다.


하지만 임재희의 퀭한 눈동자는 오히려 번뜩이고 있었다. 안구 건조증으로 뻑뻑한 눈을 한 번 깜빡인 재희는 소매에서 대나무 돋보기를 꺼내 무너진 바닥 틈새를 들여다보았다. 인과안의 붉은 실선들이 지하 깊은 곳에 쌓인 영석 상자들과 거미줄처럼 얽힌 장부 더미를 향해 뻗어 나가고 있었다.


“팽가놈 씨.”


재희가 주방 구석에 넋을 잃고 앉아 있던 거구의 주방 제자를 불렀다.


“예, 예! 임 계사님!”


팽가놈은 조태식이 이마에 선명한 주판 격자 자국을 남긴 채 피를 토하고 기절한 모습을 보며, 이미 임재희를 문파의 숨겨진 세무 대종사로 숭배하기 시작한 상태였다.


“이 통로 입구를 가마솥과 썩은 쌀가마니로 철저히 덮어 위장하십시오. 제가 문주님을 뵙고 정식 감사 권한을 얻어 올 때까지, 대장로 일파의 그 누구도 이 주방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하실 수 있겠습니까?”


“맡겨만 주십시오! 제 목숨을 걸고 이 주방을 사수하겠습니다!”


팽가놈이 요리 칼을 움켜쥐며 비장하게 외쳤다. 재희는 속으로 생각했다. ‘목숨까지 걸 필요는 없고, 그냥 현장 보존만 잘해주면 되는데…… 수선자들은 왜 매사 목숨을 거는지 모르겠군. 어차피 야근 수당도 안 나올 텐데.’


재희는 기절한 조태식의 품을 뒤져 그가 하급 제자들의 식비에서 횡령한 실물 하급 영석 5,000개가 든 비단 주머니를 수거했다. 그리고 백무현이 작성해 둔 기초 장부와 자신이 밤새 대조한 복식부기 초안을 가죽 서류 가방에 챙겨 넣었다.


“가시죠, 백 선생님.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결재를 받을 시간입니다.”


* * *


청운문의 최고 권위가 서린 ‘청운문 대전’.


평소라면 장엄한 향내가 감돌았을 대전 내부는 무거운 침묵과 팽팽한 영적 기싸움으로 터질 듯 팽팽했다. 대전 중앙의 높은 옥좌에는 청아한 백색 도포를 걸친 문주 유일심이 깊은 시름이 가득한 얼굴로 이마를 짚고 앉아 있었다.


그의 아래쪽에는 대장로 조귀덕의 심복이자 뇌물 장로인 이귀태를 비롯한 내문 장로들이 거만한 표정으로 늘어서 있었다.


“문주님! 외문의 말단 서생 놈이 감히 문파의 규율을 어지럽히고 외문 집사당의 조태식 집사를 무참히 위해했습니다! 이는 하극상이자 문파의 기강을 뿌리째 흔드는 중범죄입니다!”


이귀태 장로가 기름진 비단옷을 펄럭이며 큰 소리로 외쳤다.


“조태식 집사는 문파의 외문 재정을 책임지는 핵심 인재입니다. 그런 자를 범인 서생 놈이 해괴한 주판 사술로 핍박하여 단전을 상하게 만들다니요! 당장 그 임재희라는 서생을 잡아다가 영력을 폐하고 문파에서 축출해야 합니다!”


유일심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대장로 조귀덕 일파의 재정 장악으로 인해 문주의 실권은 이미 바닥을 치고 있었다. 문파의 영맥마저 담보로 잡혀 파산 직전에 몰린 상황에서, 장로들의 억지 주장을 묵살할 명분이 부족했다.


바로 그 순간, 대전의 거대한 문이 천천히 열렸다.


끼이이익.


모든 장로의 시선이 문가로 향했다. 퀭하고 충혈된 눈빛, 헝클어진 상투머리에 회색 깃을 단 낡은 서생포 차림의 청년이 당당하게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그의 한 손에는 묵직한 특제 철제 주판이 들려 있었고, 가슴팍에는 가죽 서류 가방이 단단히 매여 있었다. 그 뒤를 늙은 백무현이 식자재 마차를 끌고 덜덜 떨며 따랐다.


“저놈이다! 저 발칙한 범인 놈을 당장 무릎 꿇려라!”


이귀태 장로가 소리치며 축기기 초기의 강력한 영압을 대전 가득 방출했다. 무거운 영적 압박이 재희의 어깨를 짓눌렀다. 평범한 범인이라면 그 자리에서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을 느끼며 주저앉았을 영압이었다.


하지만 임재희는 오히려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


“아, 대전 환기 상태가 불량하군요.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으면 두통이 오는데, 환풍기 설치 예산은 장부에 반영되어 있습니까?”


재희의 품속에 있던 조세율법 초장이 미세하게 공명하며 천도의 인과율 결계를 작동시켰다. 이귀태의 영압은 재희의 몸 주변에서 미지근한 훈풍처럼 산산이 흩어졌다.


“무, 무어라?! 내 영압을 몸으로 버텨내다니? 저놈이 숨겨진 무공을 익힌 것이 분명하다!”


장로들이 경악하며 수군거렸다. 재희는 대전 한가운데에 서서 옥좌의 유일심을 향해 단정하게 읍했다.


“청운문 서기실 계사 임재희, 문주님을 뵙습니다.”


“임재희라고 했느냐…….”


유일심이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너는 외문의 집사 조태식을 폭행하고 문파의 재정 업무를 방해했다는 탄핵을 받았다. 범인의 몸으로 장로들의 권위에 도전한 이유가 무엇이냐?”


재희는 대답 대신 가죽 서류 가방의 지퍼를 열었다. 그리고 어젯밤 밤새 정리한 청운문의 복식부기 대장부와, 방금 전 주방에서 수거한 썩은 고기 조각, 그리고 5,000 영석이 든 비단 주머니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문주님, 탄핵을 받아야 할 자는 제가 아니라 저기 누워 있는 조태식과, 그를 비호하는 부패한 장로들입니다.”


“이놈이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이귀태가 칼을 뽑으려 하자, 유일심이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계속해 보아라.”


재희는 철제 주판을 가볍게 튕겼다. 탁! 경쾌한 소리와 함께 조세율법 초장의 기운이 대전 허공에 황금빛 장막을 넓게 펼쳤다. 장로들은 그 해괴한 법구의 등장에 일제히 무기를 잡았으나, 장막 위에 떠오른 거대한 숫자의 도표를 보고는 숨을 들이켰다.


“이것은 제가 현대식 복식부기법(複式簿記法)으로 재작성한 청운문의 실제 재무제표입니다.”


재희의 손가락이 주판알을 빠르게 튕겼다. 탁탁탁탁!


“현재 청운문의 공식 장부상 누적 오차는 총 9,845 영석에 달합니다. 그중 외문 집사 조태식이 하급 제자들의 식자재 대금을 부풀려 개인적으로 횡령한 액수가 바로 이 5,000 영석입니다.”


허공의 도표에 조태식이 청구한 가짜 영수증 단가와 저잣거리 실제 단가의 오차율 5,000%가 붉은 글씨로 선명하게 박혔다.


“조태식은 시장에서 버려지는 썩은 돼지고기와 병든 쌀을 헐값에 사들여 제자들에게 먹이고, 문파 공식 예산으로는 최고급 영초 돼지고기와 백옥 영미를 구입한 것처럼 가짜 간이 영수증을 작성했습니다. 여기 그 증거인 실제 썩은 고기 실물과, 조태식의 품에서 환수한 횡령 영석 5,000개가 있습니다.”


대전에 모인 하급 제자들과 호위 무사들이 썩은 고기를 보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저, 저것은 우리가 매일 먹던 그 쓰레기 같은 고기가 아닌가!”


“조태식이 우리의 식비를 훔쳐 기방에서 호의호식했다니!”


이귀태 장로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는 억지 춘향으로 소리쳤다.


“그, 그것은 단순한 행정적 착오일 뿐이다! 문파의 재정을 운영하다 보면 사소한 오차는 발생할 수 있는 법!”


“사소한 오차라고 하셨습니까, 이 장로님?”


재희가 차가운 눈빛으로 이귀태를 쏘아보았다. 그의 머리 위로 인과안의 붉은 수치가 일렁였다.


“단가 조작으로 인한 5,000 영석의 유출은 사소한 오차가 아니라 의도적인 분식회계이자 범죄입니다. 게다가 이대로 방치할 경우, 청운문이 직면할 미래는 더욱 처참합니다.”


재희는 주판을 다시 한번 크게 튕겼다. 황금빛 장막 위의 수식들이 빠르게 회전하며 새로운 미래 예측 그래프를 그려냈다.


“현재 청운문의 고정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350%를 초과했습니다. 영맥을 담보로 잡힌 사채 이자는 매달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지요.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청운문은 정확히 3년 내에 자금 유동성 막힘으로 인해 ‘기획 파산’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기, 기획 파산이라니? 그게 무슨 해괴한 소리냐!”


유일심이 옥좌에서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단순한 당황을 넘어선 깊은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문파의 멸망이 숫자로 명확하게 제시된 순간이었다.


“쉽게 말씀드려, 문파의 전 자산이 압류당하고 영맥의 소유권은 동역 연맹의 거대 세력에게 헐값에 넘어가며, 문주님을 비롯한 전 제자들은 길거리로 쫓겨나 신용불량 수선자가 된다는 뜻입니다.”


재희의 깐깐하고 팩트 가득한 설명에 대전 내부는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장로들은 자신들의 횡령 행위가 문파의 숨통을 완벽히 끊어놓고 있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숫자로 드러나자 변명할 말을 찾지 못했다.


유일심은 허공에 떠오른 적자 상태의 붉은 그래프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동안 대장로 일파가 ‘경영 악화’라는 핑계로 자신을 속여왔음이 임재희의 장부 한 장으로 완벽하게 입증된 것이다.


유일심의 눈에 서릿발 같은 결연함이 스쳤다. 그는 굳건한 태도로 장검의 손잡이를 쥐며 선포했다.


“더 이상 문파의 고혈을 빠는 도둑놈들을 방치할 수 없다. 임재희 계사.”


“예, 문주님.”


“너의 그 기이하고도 완벽한 장부 정리 능력을 치하하노라. 오늘부로 내 너에게 문파의 전권을 일부 부여하여, 부패한 재정을 정화할 특별 감사 부서를 설립하겠다.”


유일심이 손가락으로 허공을 가르자, 대전 한구석에 쳐져 있던 낡은 장막이 걷히며 거대한 명판이 드러났다.


“부서의 이름은 ‘청운문 감사전(靑雲門 監査殿)’이라 칭하겠다. 임재희, 너를 감사전의 수석 감사관(Chief Auditor)으로 임명하노라!”


“문주님! 재고해 주시옵소서! 범인 서생에게 감사 권한을 주다니요!”


이귀태와 뇌물 장로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으며 읍소했다. 하지만 유일심의 결단은 단호했다.


“닥쳐라! 너희가 썩은 고기를 제자들에게 먹이며 은닉한 자금의 꼬리를 밟고 싶지 않다면 조용히 하라! 임 감사관, 즉시 업무를 시작하라.”


재희는 속으로 깊은 한숨을 쉬었다. ‘결국 공식 부서가 설립되었군. 이제 합법적으로 야근을 해야 한다는 뜻인가…… 내 워라밸은 어디로 간 거지.’


그때, 대전 뒤편에서 단정한 서기 복장을 한 젊은 제자 한 명이 눈물을 그렁그렁 흘리며 재희를 향해 달려와 넙죽 엎드렸다. 하급 제자 소지성이었다.


“수석 감사관님! 저를 감사전의 첫 번째 서기로 거두어 주십시오!”


소지성의 눈에는 광적인 숭배의 빛이 서려 있었다.


“방금 보여주신 그 ‘차변’과 ‘대변’의 조화는 가히 음양의 이치를 담은 우주 최고의 무공, ‘양익평형신공(양날개 균형 신공)’이 분명합니다! 숫자의 채찍으로 부패한 장로를 무력화시키는 그 위대한 행정 비법을 제게 전수해 주십시오!”


재희는 소지성의 비상식적인 착각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건 무공이 아니라 그냥 회계학 원론인데…… 뭐, 어차피 수만 장의 영수증을 날짜별로 분류할 단순 반복 노가다 인력이 필요했으니 잘됐군.’


“좋습니다, 소지성 씨. 오늘부터 감사전의 수석 서기로 임명합니다. 당장 오늘 밤부터 3년 치 식자재 간이 영수증 분류 작업에 들어가야 하니 퇴근은 꿈도 꾸지 마십시오.”


“감사합니다, 스승님! 야근을 무공 수련 삼아 뼈가 가루가 되도록 기장하겠습니다!”


소지성이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 그의 눈빛은 이미 성실한 노예의 그것으로 변해 있었다.


유일심은 품속에서 옥빛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공식 도장을 꺼내 재희에게 건넸다. 그것은 찍는 순간 장부의 데이터가 천도의 계약에 묶여 절대 수정이 불가능해지는 신물, ‘감사전 공식 인장(監査殿 公式 印章)’이었다.


“임 감사관, 이 인장을 받아라. 문파의 재정을 좀먹는 자들에게 천도의 무서움을 보여주어라.”


재희가 경건한 태도로 옥빛 인장을 건네받았다.


그리고 유일심이 감사전 설립 문서에 공식 인장을 ‘쾅!’ 하고 날인하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쿠구구구궁!


갑자기 대전 바닥이 요란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단순한 지진이 아니었다. 대지 깊은 곳에서부터 불길하고 거친 영기의 파동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창밖의 하늘이 순식간에 시커먼 먹구름으로 뒤덮였고, 대장로 조귀덕의 사저가 위치한 청운산 북쪽 방향에서 시커먼 마기와도 같은 영기 폭풍이 하늘을 향해 기둥처럼 뿜어져 나왔다.


“이, 이 기운은…… 대장로님의 사저 방향이 아닌가!”


이귀태 장로가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재희는 품속의 조세율법 초장이 경고하듯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인과안 너머로, 방금 전 설립된 감사전의 황금빛 결계를 향해 거대한 적자의 그림자가 좁혀오는 것이 보였다.


대장로 조귀덕의 본격적인 반격이자, 청운문의 숨겨진 거대한 비자금 음모가 마침내 세무사 임재희의 목을 죄어오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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