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광산의 붉은 딱지
귀면인의 단검 끝에 서린 검은 저주 독기가 재희의 목덜미를 베어 가기 직전, 재희의 눈동자가 광기 서린 붉은빛으로 타올랐다.
“죽어라, 비천한 범인 놈아! 감히 대장로님의 성역을 더럽힌 대가로 네놈의 영혼을 만 갈래로 찢어 가마의 불꽃으로 삼아주마!”
귀면인의 기괴한 비명과 함께 음산한 마기가 동굴 내부를 뒤흔들었다. 그가 전개한 귀면사령공(鬼面死靈功)의 저주가 안개처럼 퍼지며, 사방의 벽에서 기괴하게 울부짖는 원혼들의 환영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썩은 피 냄새와 함께 영혼을 말려 죽이는 음산한 독기가 임재희의 숨통을 조여왔다.
강철심이 비명을 지르며 몸을 날리려 했으나, 챔버가 열리며 뿜어져 나온 불안정한 무허가 영석 광맥의 폭풍에 발이 묶여 일시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었다.
“형님! 피하십시오! 그 단검에 스치기만 해도 축기기 고수의 단전마저 찰나에 부식되어 버립니다!”
하지만 임재희는 피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무공 경지가 전혀 없는 평범한 범인의 몸뚱이였기에 피할 신법조차 없었다. 그러나 그의 퀭하고 충혈된 눈동자에는 죽음에 대한 공포 대신, 장부의 오차를 발견한 세무사 특유의 광기 어린 집착과 분노가 이글거리고 있었다.
‘가슴이 왜 이렇게 답답하고 쪼이는 거지? 어라, 이 익숙한 조임과 두통은…….’
재희는 자신의 심장을 옥죄어오는 귀면사령공의 저주를 가만히 느껴보았다. 그리고 속으로 혀를 찼다.
‘전생에서 삼일 연속 야근하다가 새벽 네 시에 파트너 세무사한테 가계부 검사받을 때 느끼던 전형적인 과로성 부정맥이잖아? 눈앞에 원혼들이 날아다니는 환각은 모니터를 너무 오래 봐서 생긴 극심한 안구 건조증 증상이고. 고작 이딴 일상적인 스트레스 정도로 내 업무를 방해하려 들다니, 가소롭군요.’
실제로 재희의 서생포 품속에 고이 접혀 있던 고대 세법의 파편, ‘조세율법 초장(租稅律法 草章)’이 스스로 반응하며 투명한 공무원 결계 가호를 전개하고 있었다. 천도가 보증하는 공식 감사관의 신변 보호령 앞에서는, 귀면인이 목숨을 걸고 전개한 살상 주술의 위력이 이미 90% 이상 감쇄되어 평범한 미열 수준으로 변해 있었다.
“귀면인 씨.”
재희가 뚜벅뚜벅 걸어 나갔다. 그의 눈동자에 서린 인과안(因果眼)이 귀면인의 머리 위에 뜬 거대한 붉은 숫자를 정확히 조준했다.
[미등록 용역 계약금: 4,200 영석 탈루]
[무허가 광산 불법 채굴 규모: 45,000 영석 상당]
“당신 머리 위에 뜬 그 시뻘건 숫자를 보고도 내가 곱게 퇴근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차변과 대변의 오차가 무려 45,000 영석입니다. 이 엄청난 무허가 불법 자산을 발견하고도 정돈하지 않는다면, 그건 납세 의무를 수호하는 세무사에 대한 모독이자 천도에 대한 기만입니다. 나는 이 장부의 숫자를 완벽하게 0으로 맞추기 전에는, 죽어도 퇴근하지 않을 겁니다.”
“이, 이 미친 서생 놈이 대체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것이냐! 왜 내 사령의 독기에 영혼이 타들어 가지 않는 거지? 사령들이여! 저 건방진 놈의 심장을 뜯어발겨라!”
귀면인이 경악하며 공중에서 해골 제단을 기동했다. 피로 쓴 저주 부적들이 사방으로 날아다니며 재희의 정신을 오염시키려 발악했다.
그러나 숫자가 맞지 않는 꼴을 보면 폭주하는 재희의 ‘회계 강박증의 광기(Obsessive Auditing)’ 앞에서는, 적들의 모든 저주와 환술 주술이 그저 ‘업무 효율을 저하시키는 소음’이자 ‘예산 낭비 사술’로 치부되어 무효화될 뿐이었다.
“시끄러워! 영수증도 없는 무허가 원혼들을 어디서 이렇게 대량으로 고용해 온 겁니까? 이 원혼들의 야간 특별 근무 인건비는 대체 어느 계정 과목으로 처리한 거냐고! 적격 증빙 서류가 없으니 전액 비용 처리 불가, 원천징수 불이행으로 가산세 대상입니다!”
재희가 주판을 들고 버럭 소리를 지르자, 그의 분노에서 비롯된 신성한 인과율의 백색 불꽃이 음파가 되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재희를 덮치려던 원혼의 환영들이 그 깐깐한 세법 낭독 소리에 고막이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지르며 산산조각이 나 바스러졌다.
옆에서 방어벽을 치며 대기하던 소지성은 그 장엄한 광경에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
“오오……! 스승님께서 양익평형신공의 정신 방어 극의인 ‘비용불산입 결계’를 전개하셨다! 무허가 지출을 말 한마디로 소멸시키고 적들의 도심을 뒤흔드시는구나! 참으로 위대한 세무의 도(道)로다!”
“이제 불법 자산에 대한 강제 압류를 집행하겠습니다.”
재희가 소매 속에서 붉은빛을 발하는 ‘압류 빨간 딱지(押留 赤標)’를 꺼내 들었다. 조세율법 초장의 기운을 받아 특수 제작된 이 부적 딱지는, 탈세범의 자산이나 신체에 붙는 즉시 모든 영적 기능과 에너지를 완벽하게 동결시키는 천도 공인의 집행 신물이었다.
“빨간 압류 딱지 투척술(赤標 投擲術)!”
재희가 손목의 탄력을 이용해 빨간 딱지 한 장을 귀면인의 이마를 향해 시크하게 날렸다.
딱지는 날아오는 귀면인의 독 단검의 서늘한 궤적을 마치 유령처럼 관통하더니, 귀면인의 이마 중앙에 착! 하고 강력하게 달라붙었다.
“사유재산 압류 딱지 주술(私有財產 押留 呪術), 가동.”
재희가 나지막이 읊조리는 순간, 귀면인의 단전에서 회전하던 음산한 사기가 뚝 멈췄다. 전신을 흐르던 영기 공급이 완벽하게 차단되며 그의 몸이 굳어버렸다.
게다가 이 딱지의 진정한 무서움은 탈루 규모에 비례해 가해지는 천도의 ‘중력 가산세’에 있었다. 귀면인이 그동안 무단 채굴하고 세탁하려던 자산의 규모가 무려 45,000 영석에 달했기에, 딱지가 뿜어내는 물리적 무게는 수십만 근의 거대한 바위와 맞먹는 초월적인 중력으로 치환되었다.
“끄, 끄아아악?! 이게 왜 이렇게 무거워?! 머리가…… 머리가 깨질 것 같다!”
귀면인은 갑자기 자신의 머리 위로 태산이 내려앉는 듯한 무시무시한 압박을 느꼈다. 쿵!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귀면인의 안면이 동굴의 거친 대리석 바닥에 사정없이 처박혔다.
그는 코뼈가 부러져 피를 흘리며 바닥에 납작하게 깔린 채 절규했다. 단전을 쥐어짜 영력을 폭발시켜 딱지를 떼어내려 발악할수록, 이마의 빨간 딱지에서 뻗어 나온 붉은색 인과율 사슬들이 그의 온몸을 더욱 단단히 결박하여 대지에 박아버렸다. 축기기 초기의 사술사가 고작 종이 딱지 한 장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꼴사납게 엎드린 것이다.
재희는 바닥에 엎드려 바들바들 떠는 귀면인을 밟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비껴가며, 동굴 안쪽에 설치된 불법 해골 제단과 무허가 채굴 장치들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귀면 동굴 내부의 모든 불법 채굴 시설과 미등록 자산들의 위치를 확인했습니다. 이에 감사전 수석 감사관의 권한으로 무허가 광산 국유화 조치(無許可 鑛山 國유화)를 공식 선포합니다.”
재희는 소매 속에서 빨간 딱지 뭉치를 꺼내 채굴 진법 제어판과 해골 제단 곳곳에 사정없이 던져 부착했다.
착! 착! 착!
딱지가 붙을 때마다 거대한 붉은색 쇠사슬 환영들이 장치들을 옭아맸고, 기계적으로 작동하던 영력 공급관들이 회색빛으로 얼어붙기 시작했다. 동굴 전체를 진동시키던 무허가 채굴 장치들의 굉음이 순식간에 잦아들었고, 천장에 흐르던 붉은 광맥들이 일제히 빛을 잃으며 평범하고 가치 없는 검은 돌덩이로 변해버렸다.
동굴을 가득 채우고 있던 음산한 사기가 단 한순간에 정화되며, 제어실 내부에는 기묘할 정도의 차가운 정적과 평화가 내려앉았다.
“내 단전이…… 내 평생의 마력이 고작 범인의 종이 딱지 한 장에 봉인당하다니…… 말도 안 돼! 대장로님이 내게 약속하신 금단기의 경지가 어떻게 이런 허무한 숫자에……! 끄으으윽!”
귀면인이 바닥에 코를 박은 채 피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었다. 그가 자랑하던 어둠의 권세는 천도의 공정한 세법 집행과 숫자의 논리 앞에 한낱 모래성처럼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고 정식 허가를 받아 광산을 운영했다면 단전이 동결당해 고철 신세가 될 일도 없었을 겁니다. 자업자득이니 노역형에 처해질 준비나 하십시오.”
재희가 퀭한 눈을 깜빡이며 단호하게 쏘아붙였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쿠구구구궁…….
동굴 가장 깊은 곳, 귀면인이 목숨을 걸고 숨기려던 거대한 철제 비밀 금고의 문 뒤편에서 기이하고 웅장한 진동이 다시 한번 대지를 흔들었다.
압류 딱지의 강력한 중력 효과에 짓눌려 귀면인이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려 절규하는 사이, 동굴 안쪽의 거대한 철문이 저절로 삐걱거리며 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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