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면 동굴의 어둠을 비추는 인과안
어스름한 밤안개가 청운산 북쪽 계곡을 무겁게 집어삼키고 있었다. 축축한 흙내음과 썩은 낙엽 냄새가 진동하는 숲길 사이로, 감사전의 방어 진법 마차가 조용히 바퀴를 굴렸다. 마차 지붕에 매달린 등불이 흔들릴 때마다 기괴하게 뒤틀린 나무 그림자들이 요괴처럼 벽을 만들었다.
마차 안에서 턱을 괴고 있던 임재희는 연신 하품을 해댔다. 그의 눈가는 밤샘 야근과 저잣거리 폭동 진압의 피로가 겹쳐 퀭하게 가라앉아 있었고, 눈동자는 붉은 실핏줄로 가득했다.
“아으, 눈 시려……. 왜 이놈의 탈세범들은 하나같이 환기가 안 되는 축축하고 음산한 곳에 돈을 숨겨두는 겁니까? 곰팡이 때문에 장부 보존 상태도 엉망일 게 뻔한데. 세무조사관들의 호흡기 건강은 안중에도 없군요.”
재희가 인공눈물 대용인 영안수를 눈에 톡톡 떨어뜨리며 툴툴거렸다. 옆에 앉아 있던 수석 서기 소지성은 그 모습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과연 스승님! 적들의 본진에 침투하기 직전까지도 안구의 수분을 유지하며 최상의 관측 능력을 보존하시다니, 참으로 주도면밀하십니다! ‘양익평형신공’의 극의를 펼치기 위해서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어야 한다는 가르침이군요!”
“양익평형이 아니라 복식부기입니다, 소 서기. 그리고 그냥 안구 건조증 때문에 시려서 넣는 겁니다. 제발 그 무협지 같은 해석 좀 그만두면 안 되겠습니까? 내 뇌세포가 먼저 적자 전환할 것 같으니까.”
재희가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소지성은 이미 재희를 숫자로 세상을 구원하는 세무 대종사로 굳게 믿고 있었기에, 스승의 피로 섞인 독설마저 고고한 도인의 방편(方便)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형님,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마차의 마부석을 잡고 있던 수석 호위 강철심이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재희와 소지성이 마차에서 내리자, 눈앞에 거대한 절벽이 앞을 가로막았다. 절벽 한가운데에는 마치 거대한 괴물이 입을 벌리고 있는 듯한 기괴한 형상의 동굴 입구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장풍파 두목에게서 빼앗은 음산한 귀면 문양의 비밀 열쇠가 가리키는 곳, 바로 대장로 조귀덕 일파의 진짜 비자금 세탁 본거지인 ‘귀면 동굴’이었다.
스산한 바람이 동굴 내부에서 불어 나와 재희의 영수 털 방한 도포 자락을 거칠게 흔들었다. 도포에 깃든 영수들의 온기가 아니었다면 뼛속까지 얼어붙을 듯한 음산한 한기였다.
“확실히 기척이 심상치 않군요.”
강철심이 등 뒤에 멘 거대한 흑철도의 손잡이를 꽉 쥐며 경계했다. 축기기 초기의 영력이 그의 전신을 감싸며 미세한 푸른빛을 발했다.
동굴 입구로 한 걸음 다가서려는 순간, 갑자기 사방의 안개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웅웅거리는 기괴한 울음소리와 함께 동굴 입구가 순식간에 열 개, 스무 개로 분열되며 공간 자체가 뒤틀렸다. 어둠 속에서 붉은 눈을 번뜩이는 갑옷 입은 해골 군사들이 칼을 치켜든 채 끝없이 쏟아져 나왔다.
“하하하! 비천한 범인 놈들이 감히 이곳이 어디라고 발을 들이느냐! 대장로님의 성역을 침범한 죄, 이 자리에서 영혼까지 찢겨 죽으리라!”
사방의 허공에서 쇳소리처럼 긁히는 음산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흑도 사술사 귀면인이 전개한 정교한 환영 진법이자 정신 오염 저주 주술이었다.
“스승님! 제가 앞장서서 이 요물들을 베어 넘기겠습니다!”
소지성이 검을 뽑아 들고 기기묘묘한 초식을 전개하며 환영 군사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청색 검기가 어둠을 가르며 해골 군사의 가슴팍을 정확히 꿰뚫었다.
스으으윽.
그러나 검날은 아무런 저항 없이 붉은 안개 속을 통과할 뿐이었다. 실체가 없는 환영은 소지성의 검기를 흡수하며 비웃듯 더욱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소지성은 체력만 낭비한 채 뒤로 물러서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이, 이럴 수가! 제 검기가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공간 자체가 왜곡되어 진짜 적의 실체를 잡을 수가 없습니다!”
재희는 그 광경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소 서기, 방금 그 동작으로 소모된 영력과 체력, 그리고 검의 마모도를 돈으로 환산하면 최소 하급 영석 5개 분량입니다. 적격 증빙도 없는 가짜 유령 군사들에게 그렇게 무모하게 예산을 낭비하면 어떡합니까? 감가상각비 청구서라도 보내야 정신을 차리겠습니까?”
“예? 감가…… 상각이요?”
소지성이 멍한 얼굴로 되물었다. 재희는 품속에서 대나무 돋보기를 꺼내 눈가에 대고, 차갑게 식어 내린 눈빛으로 요동치는 붉은 안개를 응시했다.
동시에 그의 안구 속에서 황금빛 세법의 기운이 꿈틀거리며 ‘인과안(因果眼)’이 전개되었다.
스으으윽.
재희의 시야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기괴한 해골 군사들과 수십 개로 분열된 동굴 주로의 외양 뒤편으로, 천도의 금융망과 인과율이 얽힌 거대한 격자무늬 장부가 허공에 펼쳐졌다. 환영들은 실제 물리적 존재가 아니라, 미등록 영맥에서 끌어다 쓴 영력을 바탕으로 조작된 ‘가공의 허위 계정’에 불과했다.
인과안의 붉은 빛이 안개 너머 동굴 깊숙한 곳의 한 좌표를 정확히 조준했다. 그곳에는 거대한 붉은색 숫자가 피처럼 선명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무허가 영맥 영석: 45,000개 축적 중]
[에너지 소모처: 환영 진법 유지비 - 시간당 하급 영석 50개 분량]
[회계 상태: 허위 자산 표기를 통한 자금 은닉 및 분식회계]
재희는 주판을 들어 손가락 끝으로 주판알을 가볍게 튕겼다.
탁! 탁! 탁탁!
경쾌한 주판 소리가 음산한 해골들의 비명 소리를 단숨에 찢어발겼다.
“어디 보자……. 이 진법은 공간을 왜곡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미등록 영맥에서 흘러나오는 영력을 동력원으로 삼고 있군요. 입력된 에너지의 총량과 출력되는 환영의 소모 에너지를 대조해 보면…… 차변과 대변의 균형이 전혀 맞지 않습니다. 유실률을 90% 이상으로 허위 기재해 두고, 남는 영력을 사적으로 유용해 환영을 유지하고 있었군요. 아주 전형적인 분식회계(粉飾會計) 수법입니다.”
재희의 카랑카랑한 분석이 동굴 입구에 울려 퍼지자, 허공에서 울려 퍼지던 귀면인의 목소리가 순간적으로 뚝 끊겼다. 경악과 당혹감이 가득 담긴 침묵이었다.
“네, 네놈이 대체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것이냐! 감히 나의 위대한 사령 진법을 모독하다니!”
“모독이 아니라 팩트 폭력입니다, 귀면인 씨. 장부의 차변 자산 가치를 고정하겠습니다.”
재희가 주판의 마지막 알을 ‘탁!’ 소리가 나게 내리쳤다. 현대식 복식부기법(複式簿記法)의 수식이 허공에 금빛 실선이 되어 뻗어나가 요동치던 붉은 안개의 흐름을 옭아맸다.
자산의 유출입 경로가 정확한 수학적 좌표로 박제되는 순간, 공간을 왜곡하던 환영 진법의 파라미터가 강제로 고정되었다. 수십 개로 분열되었던 동굴 입구들이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오직 단 하나의 진짜 어두운 동굴 입구만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와 동시에, 해골 군사들의 움직임이 뚝 멈추더니 먼지처럼 허무하게 바스러져 내렸다.
“강 형! 왼쪽에서 세 번째 돌기둥 뒤, 좌표 (3, 7) 지점을 향해 타격을 가하십시오. 그곳이 이 분식회계 진법의 핵심 동력원이자 이중 장부의 은닉처입니다.”
재희가 주판 모서리로 어두운 돌벽의 한 지점을 정확히 가리켰다.
“오냐! 형님! 이 흑철도가 해결하겠습니다!”
강철심이 호탕하게 웃으며 도약했다. 그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온 축기기 초기의 푸른 영기가 거대한 흑철도의 날에 응축되었다. 공간을 가르는 묵직한 참격이 재희가 지목한 돌기둥을 향해 사선으로 내리꽂혔다.
콰아아앙!
굉음과 함께 돌기둥이 산산조각이 나며, 그 내부에 숨겨져 있던 청동 진법 나침반과 조작된 영석 동력 장치가 처참하게 박살 나 바닥에 뒹굴었다.
“끄아아악!”
동굴 깊은 곳에서 사술사의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진법의 동력이 완전히 파쇄되며 사방을 뒤덮고 있던 음산한 붉은 안개가 순식간에 흩어졌다. 귀면인이 자랑하던 환영 사술이, 무공 한 푼 없는 범인의 깐깐한 수학적 대조 작업 한 방에 완벽하게 해체당한 것이다.
소지성은 그 경이로운 광경에 무릎을 꿇을 지경이었다.
“이, 이것이 바로 천도의 흐름을 숫자로 묶어 적들의 술법을 원천 봉쇄하는 ‘양익평형신공’의 자산 매핑 극의……! 스승님, 참으로 위대하십니다!”
“그냥 예산 낭비 요소를 제거한 것뿐입니다. 어서 들어가시죠. 야근 시간이 길어지면 감사전 소모품비로 등불 기름값이 추가 지출됩니다. 1분 1초가 다 돈입니다.”
재희는 소매를 펄럭이며 당당하게 동굴 내부로 걸어 들어갔다. 그 뒤를 강철심과 소지성, 그리고 감사전 수색대원들이 횃불을 들고 삼엄하게 호위하며 따랐다.
동굴 내부는 생각보다 훨씬 넓고 웅장했다. 천장에는 무수히 많은 미등록 영석 광맥들이 붉은 빛을 내뿜으며 핏줄처럼 뻗어 있었고, 바닥에는 무단으로 채굴된 영석 궤짝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이 도둑놈들……. 문파 공식 영맥에서 영기를 빼돌려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사적으로 축적하고 있었군요. 인과안으로 보니 사방이 온통 적자 투성이입니다.”
재희가 돋보기로 사방을 훑어보며 혀를 찼다.
수색대원들이 동굴 안쪽의 거대한 철문 앞으로 모여들었다. 장풍파 두목에게서 빼앗은 귀면 비밀 열쇠를 자물쇠에 넣고 돌리자, 묵직한 철컥 소리와 함께 첫 번째 자산 보관 챔버의 봉인이 스르륵 해제되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쿠구구구궁!
동굴 전체가 요동치며 천장에서 흙먼지가 쏟아져 내렸다. 철문이 열리는 순간, 내부에 불안정하게 응축되어 있던 거대한 대규모 무허가 영맥 영석 광맥이 폭발하듯 붉은 영기를 내뿜으며 사방으로 폭풍처럼 몰아쳤다.
“크하하하! 멍청한 세무사 놈들! 제 발로 무덤에 들어왔구나!”
자욱한 crimson 연기 속에서, 기괴하게 웃고 우는 반반 짜리 귀신 가면을 쓴 사내가 그림자처럼 튀어나왔다. 흑도 사술사 귀면인이었다. 그의 손끝에는 살을 썩히고 단전을 파괴하는 치명적인 어둠의 저주 독기가 서린 단검이 들려 있었다.
귀면인은 재희의 목덜미를 향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단검을 들이밀며 기습을 감행했다! 피할 도리가 없는 일촉즉발의 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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