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풍파의 세무조사 거부 폭동
저잣거리 방향에서 붉은 화염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본 재희는, 서류 가방을 고쳐 매며 차갑게 읊조렸다.
“가시죠, 강 형. 무단으로 점거를 당했다면, 무단으로 세무조사를 들어가는 것이 법치주의의 순리입니다.”
“알겠습니다, 형님. 제 흑철도가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형님의 머리카락 한 올 다치지 않게 하겠습니다!”
강철심이 굳건한 표정으로 거대한 흑철도를 어깨에 메며 대답했다. 옆에서 보조 장부를 챙기던 수석 서기 소지성 역시 눈을 번쩍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스승님! 드디어 저잣거리의 어둠을 지배하는 불법 사채 카르텔과 세탁업자들을 ‘양익평형신공(兩翼平衡神功)’의 극의로 심판하실 시간이군요! 이 소지성, 스승님의 위대한 복식부기 필적을 한 자도 놓치지 않고 기록하겠나이다!”
“소 서기, 몇 번을 말하지만 양익평형이 아니라 복식부기입니다. 그리고 지금 가판대가 부서지고 상인들이 울부짖고 있는 저 혼란한 와중에 무공 타령할 시간은 없습니다. 제 눈에는 저 불타는 연기마저 전부 ‘증빙 없는 무단 감가상각’으로 보여서 미칠 것 같으니까요.”
재희는 안구 건조증으로 뻑뻑해진 눈을 깜빡이며 손가락 마디를 풀었다. 지만철의 사료비 횡령을 적발한 직후라 전신 근육통이 밀려왔지만, 숫자의 오차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회계 강박증이 그의 나약한 범인의 몸을 강제로 움직이고 있었다.
* * *
청운 저잣거리의 중앙 광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가난한 상인들의 가판대 수십 개가 무참히 박살 나 있었고, 길바닥에는 과일과 약초들이 짓밟힌 채 널브러져 있었다. 광장 한가운데에는 호랑이 가죽을 어깨에 걸친 비대한 체구의 사내, 장풍파의 두목 장풍파가 거대한 도끼를 바닥에 쾅 내리찍으며 서 있었다. 그 주변을 300명이 넘는 험악한 인상의 흑도 조직원들이 포위하고 있었다.
“당장 그 빌어먹을 감사전의 임재희라는 서생 놈을 이리로 데려오너라! 감히 우리 장풍파의 비밀 예금 계좌를 동결해? 대장로님의 비자금을 세탁해 주던 우리 자금줄을 묶어놓고도 너희가 무사할 줄 알았더냐!”
장풍파가 뿜어내는 축기기 중기의 강력한 영압에 주변의 범인 상인들은 숨도 쉬지 못한 채 바닥에 납작 엎드려 덜덜 떨고 있었다. 그의 오른팔이자 행동대장인 쇠망치는 상체를 탈의한 채 거대한 근육을 자랑하며, 어깨에 멘 쇠망치를 웅웅거리며 휘두르고 있었다.
“두목! 감사전 놈들이 올 때까지 이 저잣거리를 몽땅 불태워버립시다! 감히 우리 월급과 수수료를 묶어놓다니, 참을 수 없습니다!”
“기다려라, 쇠망치. 놈들이 오지 않는다면 당장 문파 대전으로 쳐들어갈 것이다!”
그들의 살기 어린 외침이 저잣거리에 가득 울려 퍼지는 순간, 군중의 뒤편에서 맑고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가판대 파손하신 분들, 전부 주목하십시오.”
모든 흑도의 시선이 일제히 뒤로 향했다. 군중을 헤치고 걸어 나오는 것은 낡은 서생포 차림에 퀭한 눈을 한 임재희였다. 그의 좌우에는 바위 같은 체구의 강철심과 서류 상자를 든 소지성이 버티고 서 있었다.
장풍파가 재희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비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네놈이 바로 그 소문으로만 듣던 감사전의 서생 놈이냐? 영력 한 푼 없는 비천한 범인 주제에 감히 우리 장풍파의 자금을 묶어? 당장 그 동결을 풀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네놈의 사지를 찢어 저 영수들의 먹이로 던져줄 것이다!”
쇠망치 역시 거대한 쇠망치를 바닥에 쿵 내리치며 대지를 흔들었다.
“두목!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 약해 빠진 놈의 대가리를 제 망치로 단숨에 가루로 만들어버리겠습니다!”
하지만 재희는 그들의 위협적인 영압 속에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품속의 ‘조세율법 초장’이 은밀하게 전개하는 투명한 공무 결계가 장풍파의 압력을 완벽하게 차단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재희에게 있어 저들의 분노는, 전생에서 허위 세금 계산서를 들키고 세무서에서 난동을 부리던 악덕 기업가들의 억지 부리기에 불과했다.
“장풍파 씨, 그리고 쇠망치 씨.”
재희가 소매 속에서 특제 철제 주판을 꺼내 탁탁 튕기며 말했다.
“야근 수당도 나오지 않는 이 늦은 오후에, 무단으로 저잣거리를 점거하고 상점들을 파괴하여 추가 업무를 유발하시다니 참으로 악질적인 체납자들이군요. 당신들이 파괴한 가판대 수십 개는 연맹 상업 헌장상 ‘무단 자산 훼손죄’에 해당하며, 감사전이 청구할 추징금 목록에 고스란히 가산될 예정입니다.”
“이 미친 서생 놈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법이니 규정이니 하는 것들은 우리 장풍파의 주먹 앞에서 아무런 쓸모가 없다! 당장 우리 수수료와 예금을 내놓아라!”
장풍파가 격노하며 거대 도끼를 치켜들었다. 300명의 흑도들이 일제히 무기를 뽑아 들며 감사전 수사팀을 포위망을 좁혀왔다. 상인들은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 재희는 오히려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주먹이 법보다 가깝다고 믿는 무식한 분들에게는, 주먹보다 더 무서운 ‘숫자의 진실’을 보여드리는 것이 세무사의 의무지요. 소 서기, 진무진 씨가 제작해 준 ‘천안 수정구’를 광장 중앙에 활성화하십시오.”
“예, 스승님! 양익평형 실시간 영역 전개를 시작하겠나이다!”
소지성이 들고 있던 서류 상자에서 거대하고 정교한 천안 수정구를 꺼내 광장 한가운데의 석조 단상 위에 탁 내려놓았다. 재희가 수정구 표면의 연동 칩에 미세한 공무 인장의 영기를 접촉시키자, 웅웅거리는 소리와 함께 수정구에서 눈이 멀 것 같은 찬란한 황금빛 광선이 뿜어져 나왔다.
화아아아아악!
광장에 모인 300명의 흑도들과 상인들이 일제히 눈을 가렸다. 이윽고 저잣거리 광장의 밤하늘 위로, 마치 빔 프로젝터를 쏜 것처럼 거대하고 입체적인 황금빛 3D 그래프와 수천 장의 장부 텍스트들이 홀로그램 형태로 장엄하게 투영되었다.
그것은 단순한 도술이 아니었다. 장풍파가 그동안 대장로 조귀덕의 비자금을 세탁해 주며 취한 불법 수수료 내역과, 그들이 은밀히 운영해 온 12개의 비밀 차명 계좌의 자금 흐름을 완벽하게 시각화한 ‘실시간 재무제표 대시보드’였다.
“저, 저게 대체 무엇이냐? 하늘에 장부가 떠올랐다!”
“내 이름도 적혀 있는 것 같은데……?”
흑도 조직원들이 허공에 뜬 황금빛 숫자를 바라보며 술렁이기 시작했다. 장풍파 두목의 얼굴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재희는 철제 주판을 들어 허공의 특정 그래프를 가리키며, 마치 대기업 주주총회에서 브리핑을 하는 수석 세무사처럼 깐깐하고 당당한 목소리로 외쳤다.
“장풍파 조직원 여러분, 다들 주목해서 저 위의 숫자를 보십시오. 차변, 대장로 조귀덕에게서 유입된 불법 자산 세탁 수수료 총액 하급 영석 15,000개. 대변, 조직원 복지비 및 매달 지급되어야 할 공식 급료 지급액…… 0원.”
광장에 찬물이 끼얹은 듯한 침묵이 흘러내렸다.
“어라? 이상하지 않습니까?”
재희가 주판알을 ‘탁!’ 소리 나게 튕기며 장풍파 두목을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장풍파 두목님이 연맹 은행에 제출한 공식 장부에는 분명 ‘조직원 300명에게 매달 50영석씩 총 15,000영석의 급료를 정직하게 지급했다’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천안 수정구로 역추적한 자금의 흐름은 어떤가요? 저기 붉은색 실선들을 보십시오. 15,000영석의 수수료 전액이 조직원들의 영석 주머니가 아니라, 장풍파 두목 당신이 차명으로 개설한 12개의 비밀 개인 금고로 단 1영석의 오차도 없이 고스란히 흘러 들어갔군요.”
재희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광장 전체에 웅장하게 울려 퍼졌다.
“쉽게 말해서, 당신들의 위대한 두목님은 대장로의 검은 돈을 세탁해 주며 챙긴 막대한 수수료를 조직원들에게 단 한 푼도 나눠주지 않고 혼자서 몽땅 독식하며 이중 장부로 분식회계를 저지르고 있었던 겁니다! 심지어 이 수수료의 일부는 연맹의 눈을 피해 저 멀리 마교(魔敎)의 비밀 지부로 흘러 들어가 무기 제작 자금으로 세탁되려던 정황까지 이 장부에 고스란히 적혀 있군요!”
그 순간, 300명의 무장 흑도 조직원들의 눈빛이 무섭게 뒤집혔다.
“뭐, 뭐라고……? 우리 월급이 전부 두목 개인 금고로 들어갔다고?”
“우리는 매달 목숨 걸고 감사전이랑 싸우고 가판대 부수면서 굶어가고 있었는데, 두목 혼자 15,000영석을 독식하고 있었다는 말이냐!”
“게다가 마교의 돈까지 세탁하고 있었다니, 우리를 통째로 반역죄로 엮어 죽이려 한 건가!”
조직원들의 분노 어린 시선이 일제히 장풍파 두목을 향해 쏟아졌다. 내부의 신뢰라는 가장 취약한 자본주의적 고리가 숫자의 진실 앞에 단숨에 박살 나는 순간이었다.
당황한 장풍파 두목이 거대 도끼를 휘두르며 비명을 질렀다.
“아, 아니다! 저건 저 서생 놈이 부리는 해괴한 환술이다! 내 말을 믿어라! 저 장부는 가짜다!”
“가짜인지 진짜인지 궁금하시다면, 당신들의 영석 주머니에 남은 거래 지문 주파수와 저 수정구의 붉은 점을 대조해 보십시오. 숫자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재희가 주판을 흔들며 쐐기를 박았다. 흑도들의 전열이 완벽하게 붕괴되며 광장이 극도의 혼란에 휩싸였다.
상황이 자신들에게 극도로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을 감지한 행동대장 쇠망치는 이성을 잃고 폭주하기 시작했다. 이 폭로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장부를 든 서생의 목을 베어버리는 것뿐이었다.
“이 빌어먹을 서생 놈이 감히 우리 조직을 이간질하려 드느냐! 죽어라!”
쇠망치가 거친 비명과 함께 단전의 전 영력을 쇠망치에 집중시켰다. 연기기 9성의 강력한 영기가 쇠망치 표면에 붉은 불꽃이 되어 이글거렸다.
쿠웅! 대지를 박차고 날아오른 쇠망치의 거구의 신형이 허공을 갈랐다. 태산도 단숨에 뭉개버릴 듯한 기세로 치켜든 거대 쇠망치가, 광장 한가운데에 미동도 하지 않고 서 있는 임재희의 정수리를 향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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