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 사료비의 기묘한 방정식
청운산 북쪽 자락에 위치한 영수 사육당(靈獸 飼育堂)으로 향하는 길은 음산하기 짝이 없었다.
평소라면 영수들의 활기찬 울음소리와 신비로운 영기가 감돌아야 할 계곡이었지만, 오늘만큼은 뼈를 깎는 듯한 차가운 바람과 함께 굶주린 짐승들의 낮고 음울한 신음만이 가득했다.
“수석 감사관님…… 제발 저희 아기 영수들을 살려주십시오. 당장 오늘 저녁에 먹일 영초가 없어서 애들이 서로를 물어뜯으려 하고 있어요.”
영수 사육 제자인 마소희가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임재희의 도포 자락을 붙잡으며 애원했다. 그녀의 품에는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조그만 아기 영수 한 마리가 기운 없이 웅크리고 있었다.
재희는 말없이 자신의 어깨에 걸쳐진 낡은 회색 서생포를 고쳐 입었다. 그의 등 뒤로는 묵직한 흑철도(黑鐵刀)를 메고 묵묵히 걸어가는 수석 호위 강철심과, 감사 장부 상자를 소중하게 안아 들고 눈을 반짝이는 수석 서기 소지성이 따르고 있었다.
“마소희 씨, 일단 진정하십시오. 예산이 갑자기 끊겼다고 해서 영수들이 굶어 죽는다는 건 회계학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문파의 공식 재정 장부상 사육당에는 지난달에만 무려 15,000 영석의 사료비 예산이 정상적으로 집행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니까요.”
재희의 냉철한 지적에 마소희는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리가요! 저희는 지난 석 달 동안 구경한 사료라곤 저잣거리에서 가장 싼 들풀 뭉치밖에 없었습니다! 사육당주님은 늘 문파의 재정이 적자라며 참으라고만 하셨어요!”
‘적자라고 참으라라…… 전형적인 악덕 기업주의 임금 체불 및 복지비 횡령 멘트군요.’
재희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전생의 대한민국 서울에서 수많은 자선단체와 사학재단의 이중 장부를 털어내며 횡령범들을 감옥으로 보냈던 일류 세무사로서의 직업적 강박증이 온몸의 피를 끓게 만들었다. 영수증 없는 지출과 장부상의 허위 청구는 그에게 있어 심마(心魔)보다 더 끔찍한 해악이었다.
“가시죠. 실물 자산 실사를 단행하겠습니다.”
재희 일행이 사육당의 거대한 목조 정문을 열고 들어서자, 사방에서 악취와 함께 음산한 기운이 풍겨 나왔다. 우리 안에 갇힌 거대한 영수들은 하나같이 털빛이 죽어 있었고,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문파의 재정을 쥐고 흔드신다는 그 대단한 수석 감사관님이 아니십니까?”
사육당 안쪽의 화려한 집무실에서 비단옷을 걸친 비대한 체구의 사내가 거만하게 걸어 나왔다. 대장로 조귀덕의 핵심 수하이자 사육당의 총책임자인 사육당주 지만철이었다.
지만철은 기름진 수염을 쓸어내리며 재희를 향해 차가운 영압을 슬쩍 내뿜었다. 축기기 초기에 달하는 그의 기운이 사방의 공기를 무겁게 짓눌렀지만, 재희는 품속의 ‘조세율법 초장’이 전개하는 투명한 공무 결계 덕분에 머리카락 한 올 흔들리지 않고 덤덤하게 서 있었다.
“사육당주 지만철 씨. 감사전에서 나왔습니다. 영수 사육당의 사료비 지출 내역에 대한 현장 실사를 진행하겠습니다.”
“실사라니? 하하하! 감사관님, 지금 사육당에 먹일 사료가 없는 건 감사전이 우리 내문 장 장로님들의 예산을 제멋대로 동결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당장 먹일 영석이 없어서 짐승들이 굶어가고 있는데, 무슨 장부 타령이란 말입니까? 짐승들이 폭주해서 이 내성을 덮치면 그 책임을 어찌 지려고 이러십니까!”
지만철은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소리를 지르며 재희의 코앞에 가죽 장부 한 권을 쾅 내던졌다.
“보십시오! 서부 상단에서 정식으로 수입한 최고급 ‘영수 전용 사료(靈獸 專用 飼料)’ 구매 영수증입니다! 한 포대에 무려 50 영석이나 하는 물건을 매달 300포대씩 꼬박꼬박 구매해 먹였습니다! 장부는 완벽하니 당장 그 썩어빠진 감사 딱지를 치우고 예산이나 조속히 가동해 주십시오!”
소지성이 얼른 장부를 받아 재희에게 바쳤다. 재희는 품속에서 ‘대나무 돋보기(竹製 擴大鏡)’를 꺼내 들고 장부의 숫자를 들여다보았다. 동시에 그의 눈동자가 붉은빛으로 타오르며 ‘인과안(因果眼)’이 기동했다.
지만철의 머리 위로 피처럼 붉은 글씨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피의자 지만철 누적 횡령액: 하급 영석 15,000개]
[사료비 허위 청구 및 분식회계 혐의: 극대]
재희의 입꼬리가 싸늘하게 올라갔다.
“지만철 씨, 장부가 아주…… 예술이군요. 전형적인 가공 거래 및 가짜 영수증 발행 수법입니다.”
“무, 무어라?! 감히 연맹 공인 상단의 인장이 찍힌 영수증을 의심하는 것이냐!”
“의심이 아니라 확신입니다. 여기 적힌 서부 상단의 거래 일자를 보십시오. 지난달 5일, 서부 상단의 수송선이 청운산 인근 계곡에서 폭풍우를 만나 회항했다는 기록이 문파 세관 장부에 버젓이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사육당은 같은 날 100포대의 사료를 정상 수령했다고 기장해 둔 겁니까? 사료가 하늘이라도 날아서 배달되었습니까?”
지만철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게다가 사료 대금이 지출된 계좌의 종착지를 자금 흐름 역추적 주술로 대조해 보니, 서부 상단이 아니라 지만철 씨 당신의 개인 차명 계좌인 ‘지대공’이라는 이름으로 송금되었더군요. 차변과 대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억지로 가짜 영수증을 끼워 넣으셨는데, 소수점 이하의 영기 잔액 오차까지 완벽하게 잡아내는 제 눈을 속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셨습니까?”
“이, 이 무례한 서생 놈이……!”
지만철이 분노로 전신을 떨며 영력을 폭발시키려 했다. 하지만 재희는 단호하게 주판을 탁자에 내리치며 말을 이어갔다.
“더 확실한 실물 증거를 보여드려야 납득하시겠군요. 마소희 씨, 영수들의 배설물 보관함으로 안내하십시오.”
“예? 배, 배설물이요?”
마소희와 소지성이 동시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만철 역시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재희를 바라보았다.
재희는 사육당 한구석에 위치한 영수 배설물 건조장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코를 찌르는 악취가 진동했지만, 숫자의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는 세무사의 광기 앞에서는 어떠한 생리적 혐오감도 무력화되었다.
재희는 특제 철제 주판을 들어 갓 배설된 영수들의 분변을 가리켰다.
“지가당주님. 이 짐승들이 먹었다는 ‘영수 전용 사료’는 백년 생 영초와 특급 영약 성분이 70% 이상 함유된 최고급 제품입니다. 그렇다면 영수의 신체 수율을 감안하더라도, 배설물 속에 남아 있는 질소와 인산 함유량, 그리고 미세 영적 잔류량은 최소 45.2%가 검출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천도가 규정한 ‘영적 질량 보존의 법칙’이니까요.”
재희는 대나무 돋보기로 분변의 표면을 정밀 실사하며 주판알을 ‘탁탁탁탁!’ 초고속으로 튕기기 시작했다. 주판알이 맞물리는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질 때마다 허공에 황금빛 수식들이 홀로그램처럼 전개되었다.
“하지만 지금 이 분변의 실제 성분 연산 수치를 보십시오. 질소 0.1%, 인산 0.05%, 영적 잔류량은 단 0.02%에 불과합니다. 이 수치는 최고급 영초 사료가 아니라, 청운산 뒤편 들판에 널려 있는 한 단에 1동전짜리 저급 잡초를 먹였을 때 나오는 완벽한 화학적 결과물입니다!”
재희가 주판을 지만철의 코앞에 들이밀며 쐐기를 박았다.
“질소와 인산 함유량 대비 잡초 섭취율 99.8%! 당신은 포대당 50 영석짜리 최고급 사료를 구매했다고 장부를 꾸며 문파 예산 15,000 영석을 가로채고, 실제로는 길가의 잡초를 베어다 영수들에게 먹인 겁니다! 이 동물 학대범이자 악질 횡령범 놈아!”
“오오오오……!”
뒤에서 지켜보던 소지성이 감격에 겨워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스승님께서 마침내 똥 속의 인과율을 연산하시는 ‘분변질량보존신공(糞便質量保存神功)’의 경지에 도달하셨구나! 짐승의 똥 한 무더기로 적의 50년 기만을 단숨에 파쇄하시다니, 참으로 위대한 세무 대종사이십니다!”
“소 서기, 제발 부탁인데 똥 뒤에 신공 좀 붙이지 마세요. 그냥 아주 기초적인 화학적 원가 분석과 실물 재고 실사일 뿐입니다.”
재희가 이마의 땀을 닦으며 혀를 찼다.
자신의 완벽한 범행 수법이 영수의 똥 분석 한 방에 낱낱이 까발려지자, 지만철의 얼굴은 흙빛을 넘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해갔다. 그의 비대한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가 극도에 달했다.
“이…… 이 빌어먹을 서생 놈이 감히 내 앞길을 막아서? 대장로님의 대업을 망치려 드는구나! 장부고 뭐고, 네놈들을 여기서 통째로 짐승의 밥으로 만들어 주마!”
지만철이 이성을 잃고 소리치며 벽면에 설치된 거대한 제어 레버를 거칠게 잡아당겼다.
철그렁————!!!
사육당 중앙에 위치한, 굳건한 주철 빗장으로 잠겨 있던 거대한 우리 문이 무거운 마찰음과 함께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크어어어어어어————!!!
사육당 전체를 흔드는 압도적인 포효 소리와 함께, 붉은색 불꽃 영기를 온몸에 두른 거대한 영수—청운문의 수호 적호(赤虎)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굶주림으로 인해 눈이 핏빛으로 뒤집힌 적호는, 살의가 가득한 안광을 번뜩이며 가장 가까이에 서 있는 임재희를 향해 곧바로 도약했다.
“수석 감사관님! 피하십시오! 적호는 축기기 고수도 단숨에 찢어발기는 흉포한 영수입니다!”
마소희가 비명을 질렀고, 강철심이 다급히 흑철도를 뽑아 들며 재희의 앞을 가로막으려 몸을 날렸다.
하지만 적호의 도약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랐다. 굶주린 맹수의 날카로운 앞발이 재희의 이마 코앞까지 육박한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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