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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귀태 장로의 호화 사저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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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약손의 비밀 은신처 바닥에서 발굴해 낸 은빛 철제 상자. 그 빗장을 열어젖힌 임재희의 눈앞에 묵직한 영기 서린 양가죽 장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장부의 첫 장을 넘기자마자, 재희의 양 눈에 깃든 황금빛 혜안—‘인과안(因果眼)’이 무섭게 번뜩이기 시작했다. 장부 표면 위로 피처럼 붉은 글씨와 숫자들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삼월 십오일: 내문 이귀태 장로 상납금 - 하급 영석 3,000개]

[오월 이십일: 내문 이귀태 장로 상납금 - 하급 영석 4,500개]

[칠월 십일: 이귀태 장로 가문 사설 호위대 지원금 - 하급 영석 5,000개]


장부의 여백에는 이귀태 장로 특유의 흘림체 친필 서명과 함께, 붉은 주사로 찍힌 그의 가문 인장이 아주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빼도 박도 못할 뇌물 수수와 비자금 조성의 스모킹 건이었다.


“와, 심지어 뇌물에도 영수증을 남겨두는 친절함이라니. 이 동네 횡령범들은 정말이지 세무사 일하기 편하게 만들어 주는군요.”


재희가 차가운 실소를 터뜨리며 장부를 탁 덮었다. 옆에서 침을 꿀꺽 삼키며 대기하던 수석 서기 소지성이 잔뜩 흥분한 얼굴로 외쳤다.


“대종사님! 이것이 바로 내문 실세 이귀태 장로의 목줄을 죌 절대 비급입니까? 그동안 대장로 조귀덕의 뒤에 숨어 우리 감사전을 사사건건 탄핵하려 들던 자의 숨은 적자(赤字)가 마침내 천하에 드러났군요!”


“적자가 아니라 불법 자산 형성 혐의입니다, 소 서기. 자, 가방 챙기세요. 최고 결재권자의 승인을 받으러 갈 시간입니다.”


재희는 피로로 뻑뻑해진 눈에 인공눈물 대신 영안수를 한 방울 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범인의 몸으로 단약방에서 비밀 통로까지 이리저리 뛰었더니 허벅지와 종아리가 쑤셔왔지만, 이 완벽한 뇌물 장부를 보고도 야근을 미루는 것은 일류 세무사로서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 *


청운문 대전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옥좌에서 깊은 시름에 잠겨 있던 문주 유일심은 당당하게 걸어 들어오는 임재희와 그 뒤를 따르는 감사전 서기들의 모습을 보고 번쩍 고개를 들었다.


“임 계사! 아니, 수석 감사관! 단약방의 감사는 어찌 되었소? 독약손이 도주했다는 보고를 받았는데…….”


“도주하던 독약손은 저희 감사전 그림자 호위가 완벽히 생포하여 지하 감옥에 수감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주 흥미로운 ‘외주 용역비 부풀리기’ 증거를 확보했습니다.”


재희가 가죽 서류 가방에서 은빛 뇌물 장부 상자를 꺼내 유일심의 탁자 위에 쾅 내려놓았다.


“이것을 보십시오, 문주님.”


유일심이 의아한 얼굴로 상자를 열어 양가죽 장부를 펼쳤다. 장부를 한 장 한 장 넘기던 유일심의 안색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가, 이내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장검을 쥔 그의 손가락 마디마디가 분노로 부르르 떨렸다.


“이, 이귀태 장로가……! 문파의 영초를 밀수출하는 대가로 독약손에게 매달 수천 영석의 뇌물을 받아왔단 말인가? 심지어 그 뇌물로 자신의 사설 가문 호위대를 육성하고 있었다니!”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귀태 장로의 공식 월급은 품위유지비를 포함해 매달 하급 영석 100개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가 내성 요지에 지어 올린 사저는 최소 하급 영석 5만 개 상당의 가치를 지닌 초호화 저택이지요. 이는 명백한 소득 대비 과다 지출이자, 불법 자산 형성 혐의에 해당합니다.”


재희가 품속에서 미리 작성해 둔 공문서 한 장을 꺼내 유일심의 코앞에 들이밀었다. 문서의 상단에는 붉은 먹물로 굵직하게 쓰여 있었다.


[내문 장로 이귀태 사저 및 개인 자산 전면 압수수색 영장]


“문주님의 정식 서명과 직인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이귀태의 사설 무력 저항을 무력화할 수 있도록 감사관 신변 면책 조항을 활성화해 주십시오.”


유일심은 재희의 퀭하지만 광기 서린 눈빛을 마주했다. 대장로 조귀덕의 핵심 조력자인 이귀태를 치는 것은 문파의 명운을 건 도박이었다. 하지만 이 완벽한 장부 증거를 쥐고도 꼬리를 내린다면 청운문은 결국 기획 파산의 길로 걸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좋소! 감사관의 청을 수락하겠소!”


유일심이 결연한 표정으로 문주 인장을 꺼내 영장에 쾅 날인했다. 재희 역시 품속에서 감사전 공식 인장(監査殿 公式 印章)을 꺼내 그 옆에 쾅 찍었다. 두 인장이 맞물리는 순간, 영장 서류 전체에서 찬란한 황금빛 천도의 기운이 피어오르며 법적 효력이 발생했다.


“강 형, 박 조장. 감사전 전 수색대원들을 소집하십시오. 장로님 댁에 빨간 딱지 붙이러 갑니다.”


재희가 주판을 튕기며 차갑게 선언했다.


* *


청운문 내성 북서쪽, 울창한 대나무 숲을 등지고 웅장하게 솟아오른 이귀태 장로의 개인 사저는 그야말로 사치의 극치였다.


금실로 기와를 도금하고, 담벼락에는 영기를 내뿜는 자수정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정문 앞에는 화려한 비단 옷을 입은 가문의 사설 호위 무사 수십 명이 번쩍이는 도검을 든 채 삼엄하게 경비를 서고 있었다.


재희는 낡은 서생포 자락을 휘날리며 사저 정문 앞에 멈춰 섰다. 그의 등 뒤로는 거대한 흑철도를 어깨에 멘 의형제 강철심과, 붉은색 갑옷을 입고 철퇴를 든 외문 경비조장 박대포, 그리고 수십 명의 감사전 경비대원들이 장부 수레를 이끌고 늘어서 있었다.


재희가 인과안을 전개해 사저 전체를 올려다보았다. 사저 지붕 위로 천문학적인 붉은색 숫자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이귀태 사저 감정 가치: 하급 영석 52,400개]

[소득 대비 지출 초과율: 52,400%]

[세금 탈루 및 불법 자산 형성 혐의: 극대]


“와, 정말 눈이 멀 것 같은 분식회계의 현장이군요.”


재희가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며 혀를 찼다.


“이런 호화 저택을 지으면서 세금 한 푼 내지 않았다니, 전생의 악덕 기업가들도 이 자 앞에서는 명함을 못 내밀겠습니다. 박 조장, 정문 개방하십시오.”


“예 형님! 감사전 경비대, 정문 돌파한다!”


박대포가 호탕하게 웃으며 거대한 철퇴를 치켜들고 앞으로 돌진하려 했다.


그때였다. 사저의 담벼락 전체에 새겨진 자수정들이 일제히 빛나며,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전류 진법 방어막이 정문 앞을 가로막았다.


파지지직!


“어이쿠!”


박대포가 성급하게 발을 디뎠다가 정문 앞에 흐르는 미세 전류에 걸려 가벼운 감전을 겪고 엉덩방아를 찧으며 퇴각했다. 그의 붉은 갑옷 끝자락에서 가벼운 연기가 피어올랐다.


“조심하십시오, 박 조장. 장로님께서 사유재산 보호를 위해 불법 방어 진법을 설치해 두셨군요. 하지만 정당한 영장을 지닌 공무 집행 앞에서는 사유지 보호막 따위는 무용지물입니다.”


재희가 문주의 서명과 감사전 공식 인장이 찍힌 압수수색 영장을 높이 치켜들었다. 영장에서 뿜어져 나온 황금빛 천도의 기운이 자수정 방어막과 부딪히자, 파지지직 소리와 함께 보호막이 신기루처럼 스르륵 걷혔다. 천도가 보증하는 공권력의 힘이었다.


“누구냐! 감히 장로님의 사저 앞에서 행패를 부리는 무뢰배들이!”


정문이 거칠게 열리며, 기름진 비단옷을 겹겹이 껴입고 손가락마다 번쩍이는 보석 반지를 낀 탐욕스러운 거구의 사내가 걸어 나왔다. 내문 실세 이귀태 장로였다. 그의 등 뒤로 사설 호위 무사 수십 명이 일제히 무기를 뽑아 들며 감사전 대원들을 포위했다.


이귀태는 퀭한 서생 차림의 재희를 턱으로 내려다보며 코웃음을 쳤다.


“일낱 범인 서생 놈이 감히 문파의 오랜 관행과 장로의 초법적 특권을 무시하고 내 처소를 수색하려 하느냐? 문주가 내준 종이 쪼가리 하나 믿고 기어오르는 모양인데, 당장 내 집 앞마당에서 꺼지지 않으면 하극상 죄로 네놈들의 목을 베어 대나무 숲에 매달겠다!”


이귀태가 축기기 중기의 강력한 영압을 폭풍처럼 뿜어냈다.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으며 감사전 하급 서기들이 숨을 헐떡이며 뒤로 물러섰다. 범인인 재희 역시 가슴이 답답해져 왔지만, 품속에서 미세하게 진동하는 조세율법 초장의 기운 덕분에 신체적 해를 입지는 않았다.


재희는 오히려 오만한 이귀태의 면상에 압수수색 영장을 들이밀었다.


“이귀태 장로님, 관행이라는 말로 탈세를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 문주님의 서명이 찍힌 정식 영장이 보이십니까? 장로님의 오랜 초법적 특권은 오늘부로 천도의 세법 아래 전면 폐지되었습니다.”


“이 건방진 놈이 장난질을 치는구나!”


이귀태가 격노하여 손을 휘두르자, 강력한 영력이 영장 종이를 찢어발기려 했다.


하지만 영장에 찍힌 감사전 공식 인장이 황금빛 결계를 내뿜으며 이귀태의 영력을 완벽하게 튕겨냈다. 영장은 찢어지기는커녕 재희의 손에서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귀태의 안색이 미세하게 굳어졌다.


“내 처소는 연맹의 상업 특구 법률에 의해 보호받는 사유지다! 감히 문파의 하급 부서 따위가 수색할 수 있는 곳이 아니란 말이다! 호위대원들은 무엇을 하느냐! 당장 저 무뢰배들의 목을 베어라!”


이귀태의 외침에 사설 호위 무사 수십 명이 무기를 치켜들고 감사전 대원들을 향해 좁혀왔다. 팽팽한 살기가 마당을 가득 채운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


쿠우우웅!


그때, 강철심이 등 뒤에 메고 있던 거대한 흑철도를 대리석 바닥에 거칠게 꽂아 넣었다. 바닥이 쩍쩍 갈라지며, 강철심의 온몸에서 바위처럼 단단하고 굳건한 축기기 초기의 영압이 사방으로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강철심의 묵직한 영압이 사설 호위대원들의 기세를 단숨에 눌러버렸다.


“내 형님의 공무 집행을 방해하는 자는, 이 강철심의 도(刀)가 먼저 상대할 것이다.”


강철심의 바위 같은 목소리에 사설 호위 무사들이 주춤하며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축기기 고수의 직접적인 영압은 연기기 수준의 하급 무사들에게는 저항하기 힘든 위압감이었다.


그 틈을 타 재희가 소매 속에서 연맹 감찰관 신소희가 보증해 준 ‘면책특권 마패(免責特權 馬牌)’를 꺼내 들었다. 마패에서 뿜어져 나온 연맹의 푸른 신성한 법력이 이귀태와 호위대원들의 눈앞에 거대하게 투영되었다.


“연맹 감찰사 공인 면책특권 마패입니다.”


재희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마당 전체에 울려 퍼졌다.


“이 마패가 가리키는 바, 공무 집행 중인 감사관에게 물리적 위해를 가하는 자는 연맹 법률 및 문파 규율에 따라 현장에서 즉시 처형 대상이 됩니다. 또한, 장로님의 사설 호위대원 여러분. 장로님이 주시는 월급 역시 독약손의 횡령 자금에서 나온 ‘불법 보조금’입니다. 불법 자금을 수령하고 공무원을 상해하는 것은 천도의 벼락을 자초하는 짓이지요. 목숨을 걸고 불법 체납자의 방패막이가 되고 싶으십니까?”


재희의 정교하고도 차가운 세법 협박에 사설 호위대원들의 사기가 순식간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무기를 쥔 그들의 손이 눈에 띄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장로의 명령이라 한들, 천도의 벼락과 연맹의 사법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칼을 휘두를 무사는 없었다.


이귀태는 자신의 사설 군대가 말 한마디에 와해되는 모습을 보고 눈 뒤집히는 분노를 느꼈다.


“이…… 이 빌어먹을 범인 서생 놈이 감히 내 앞길을 막아서다니! 내 전 재산과 가문의 영광을 이딴 종이 쪼가리 몇 장에 넘겨줄 것 같으냐!”


분노로 이성을 상실한 이귀태 장로의 온몸에서 푸른색 금화수련공의 영력이 미친 듯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의 허리에 차고 있던 화려한 보석 박힌 애검이 주인의 살기에 반응하며 징웅웅 소리를 내며 뽑혀 나왔다.


“다 필요 없다! 감사전 놈들을 전원 몰살하고 장부를 빼앗아라! 훗날의 일은 대장로님께서 책임지실 것이다! 죽어라, 임재희!”


이귀태 장로가 직접 애검을 치켜들며, 허공을 가르는 서슬 퍼런 검기를 사방으로 뿜어내기 시작했다. 거물 장로의 폭주와 함께, 사저 마당 전체가 멸문지화의 폭풍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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