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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처방전과 단약의 원가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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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존재하지도 않는 유령 제자들이 매달 수천 영석 어치의 단약을 처방받아 간 겁니까? 대답해 보시죠!”


임재희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백옥 단약방의 대전 천장을 때리고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단약방 내부의 공기가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꾀죄죄한 도포 자락을 만지작거리던 수석 약사 독약손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그의 이마에서 송골송골 솟아오른 식은땀이 검은 약독이 낀 손톱 위로 뚝뚝 떨어졌다. 수십 년간 내문 장로회의 비호를 받으며 단 한 번도 의심받지 않았던 철옹성 같은 위조 알리바이가, 고작 주판 한 자루와 대나무 돋보기를 든 범인 서생의 손끝에서 낱낱이 해체되고 있었다.


“이, 이 무슨 해괴망측한 모함이란 말이냐! 그들은 내문 깊은 곳에서 은밀히 폐관 수련 중인 정예 제자들이거늘! 감히 일개 말단 계사 놈이 문파의 정사를 어지럽히려 드는구나!”


독약손이 이빨을 부득 갈며 영력을 폭발시켰다. 연기기 8성의 강력한 영압이 대전 내부를 휘감았다. 일반적인 범인이라면 그 기세에 눌려 뼈마디가 으스러지거나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졌을 터였다.


하지만 임재희의 서생포 품속에 있던 고대 세법의 파편, ‘조세율법 초장’이 미세하게 진동하며 투명한 황금빛 결계를 전개했다. 독약손의 사나운 영압은 재희의 몸가에 닿기도 전에 허무하게 분쇄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오히려 영적 반동을 맞은 독약손이 “컥!” 하고 마른기침을 토해내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공무 집행 중인 세무 공무원에 대한 무력 위협은 가중 처벌 대상입니다, 독약손 씨. 그리고 핑계가 아주 조잡하군요. 폐관 수련 중인 제자들이 매달 기방 유흥비 지출 결의서와 똑같은 날짜에 보혈단을 수백 알씩 처방받아 갑니까? 게다가 이 김철수라는 제자는 3년 전에 사망한 것으로 문파 명부에 기록되어 있는데, 무덤 속에서 단약을 씹어 삼키기라도 했다는 겁니까?”


재희가 대나무 돋보기로 위조 처방전을 툭툭 치며 차갑게 쏘아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밤샘 야근으로 인해 퀭하고 충혈되어 있었지만, 숫자의 오차를 발견한 세무사 특유의 광기 어린 집착으로 번뜩이고 있었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하급 약사들과 제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정말 김철수 사형은 3년 전에 마수에게 목숨을 잃었는데…….”


“그럼 우리가 밤새도록 피땀 흘려 정제한 약재들이 전부 어디로 간 거지?”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독약손의 눈동자가 극단적인 살기로 물들었다. 이대로 감사가 진행된다면 대장로 조귀덕의 비밀 비자금 세탁 통로는 물론, 자신이 귀면동 흑시장에 약재를 밀수출해 온 전말이 모조리 까발려질 터였다.


“빌어먹을 서생 놈…… 장부와 함께 잿더미로 만들어 주마!”


독약손이 품속에서 붉은색 주술 부적을 꺼내 대전 중앙에 설치된 거대한 청동 약로를 향해 던졌다.


“백옥약독 가마, 폭주(暴走)!”


쿠구구구궁!


단약을 정제하던 거대한 청동 약로가 미친 듯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약로의 틈새로 시커먼 불꽃과 함께 피비린내 나는 붉은색 약독 환각 가스가 폭포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순식간에 대전 내부가 붉은 연기로 가득 차며 시야가 차단되었다.


“콜록! 콜록! 스승님, 가마가 폭발합니다! 피해야 합니다!”


소지성이 코와 입을 틀어막으며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붉은 가스를 들이마신 순간, 그의 눈동자가 탁하게 풀렸다.


“어……? 내 눈앞에 거대한 황금 융단과 영석으로 만든 미녀들이 춤을 추고 있습니다! 이것이 마도의 환각인가요! 스승님, 저 아름다운 영석들이 저를 부르고 있습니다!”


소지성은 제자리에서 비틀거리며 허공을 향해 손을 허우적거렸다. 단약 천재 단리혜 역시 머리를 감싸 쥐며 주저앉았다.


“머리가…… 영력이 역류하고 있어요. 이 약독은 환각을 일으켜 단전을 파괴하는……”


대전에 있던 다른 서기들과 약사들도 일제히 바닥에 쓰러져 환각 속에서 헛소리를 해댔다. 오직 독약손만이 음산하게 웃으며 소매 속에서 불을 붙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가마를 폭발시켜 ‘약독 가스 폭발 사고’로 위장하고, 모든 장부와 감사원들을 한꺼번에 인멸하려는 사악한 계책이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임재희만은 예외였다.


재희는 코를 찡긋거리며 붉은 가스를 바라보더니, 지극히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이마를 짚었다.


“아, 정말 짜증 나는군요. 이 단약방은 실내 환기 시설 예산을 어디다 유용한 겁니까? 공기 청정기 필터 교체 주기가 한참 지난 게 분명해요. 게다가 이 매캐한 탄내는 뭡니까? 내 소중한 영수증과 증빙 서류에 그 더러운 그을음을 묻히지 마세요! 종이가 타거나 훼손되면 기장 처리가 안 된다고요!”


“뭐, 무어라?! 네놈은 어찌 환각에 빠지지 않는 것이냐!”


독약손이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축기기 살수조차 들이마시면 3초 안에 심마에 빠져 자멸하게 만드는 백옥약독 가스였다. 그런데 영력 한 푼 없는 범인 서생이 멀쩡히 서서 환기 시설 타령이나 하고 있다니,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독약손은 알지 못했다. 장부의 오차가 존재하고 숫자가 맞지 않는 상황에서 발동된 임재희의 ‘회계 강박증의 광기’는, 우주의 그 어떤 환술과 도술도 ‘예산 낭비 사술’로 치부하며 완벽하게 무효화하는 절대적인 정신 장벽이라는 사실을.


재희에게는 눈앞의 붉은 가스보다, 탁자 위에 쌓인 수천 장의 가짜 처방전이 불타 없어지는 것이 수만 배는 더 끔찍한 공포였다.


“내 영수증!!!!!!!!!”


재희가 광기 어린 비명을 지르며 불타오르는 장부 상자를 향해 돌진했다.


“미쳤구나! 불길 속으로 제 발로 기어들어가다니!”


독약손이 비웃으며 가마의 온도를 더욱 올렸다. 화르르륵! 장부 상자 모퉁이에 불길이 옮겨붙는 순간, 재희가 장부 더미 위에 거칠게 손을 얹었다.


“장부 오차 정화염(帳簿 誤差 淨化焰), 기동!”


화아아아악!


재희의 손끝에서 뜨겁지 않은 백색의 세무 불꽃이 피어올랐다. 그 불꽃은 장부를 태우던 붉은 화마를 순식간에 집어삼키며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놀랍게도 백색 불꽃이 스쳐 지나간 가짜 장부들은 재가 되기는커녕, 그을음이 씻겨 내려가며 pristine 한 상태로 복원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장부 표면에 적혀 있던 거짓 숫자들이 스스로 타오르며 사라지고, 그 자리에 천도의 계약으로 묶인 진짜 거래 내역들이 허공에 황금빛 글자로 투영되었다.


[삼월 십오일: 보혈단 50알 - 실제 지출액 0영석 (가공 거래)]

[삼월 이십일: 보혈단 100알 - 실제 지출액 0영석 (가공 거래)]


“아, 아니! 내 주술이 풀리고 진짜 거래 내역이……!”


독약손이 경악하여 뒷걸음질 쳤다. 재희는 백색 불꽃 속에서 타버릴 뻔한 장부 원본을 품에 꼭 안은 채, 퀭한 안광을 번뜩이며 독약손을 바라보았다.


“성실한 납세자와 세무사를 화나게 하지 마십시오. 단리혜 씨! 정신 차리고 이리 오세요! 이 단약방의 원가 계산을 만천하에 공표할 시간입니다!”


재희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깃든 숫자의 파동이 단리혜의 뇌리를 강타했다. 단리혜는 귓가에 울리는 맑은 주판 소리와 함께 환각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재희의 옆으로 기어오듯 다가와, 그가 펼쳐 보인 황금빛 수식을 바라보았다.


“아……! 스승님이 청구한 보혈단 한 알의 가격은 10영석이지만, 실제 들어간 청운 영초는 단 세 뿌리…… 손실률을 감안해도 원재료 가격은 정확히 1영석에 불과해요!”


단리혜가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재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특제 철제 주판을 허공을 향해 강하게 튕겼다.


탁!


“시장 단가 비교 폭격(市場 單價 比較 爆擊)!”


쿠구구구궁!


재희의 주판알이 회전하며 대전 허공에 거대한 황금빛 장막이 펼쳐졌다. 장막 위로 동역 연맹 저잣거리의 실제 약재 시세 도표와 백옥 단약방의 허위 청구서 단가가 실시간 그래프로 오버랩되며 대조되기 시작했다.


[독약손의 청운 소단약 청구 단가: 10 영석]

[실제 재료 원가 및 공임비 합계: 1 영석]

[단가 부풀리기 오차율: 900% (소단약 한 알당 9 영석 횡령)]


수치들이 명백하게 드러나자, 대전 내부의 붉은 약독 가스가 숫자의 객관적인 논리 앞에 힘을 잃고 급격히 소멸해 갔다. 환각에서 깨어난 하급 약사들과 제자들은 허공에 뜬 거대한 900%라는 숫자를 보고 분노로 몸을 떨었다.


“90%를 횡령했다고?! 우리가 밤새 가마를 지키며 고생할 동안, 스승님이 혼자서 폭리를 취한 건가!”


“이건 사기다! 우리에게는 약재가 부족하다며 구박하더니!”


재희가 주판을 독약손의 코앞에 겨누며 차갑게 선포했다.


“독약손 씨. 당신이 소단약 한 알당 10영석을 문파에 청구하며 가로챈 9영석의 차액, 총 12,450 영석의 행방을 역추적한 결과…… 전액 대장로 조귀덕의 사적 비자금 세탁 계좌로 흘러 들어갔음을 확인했습니다. 당신의 횡령과 배임 혐의는 완벽하게 입증되었습니다.”


“컥…… 끄아아아악!”


독약손은 수십 년간 쌓아온 자신의 금전 제국과 알리바이가 단 한순간에 파멸하는 것을 목격하자, 극도의 충격으로 도심(道心)이 완전히 붕괴되었다. 단전의 영기가 역류하며 그의 입에서 시커먼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는 바닥에 쓰러져 부들부들 떨었다.


“내, 내 평생의 위조가…… 한낱 서생의 주판알 튕기기에 박살 나다니…… 대장로님……!”


완벽한 세무조사의 승리였다.


하지만 패배를 직감한 독약손의 눈동자에 마지막 발악의 빛이 스쳤다. 그는 쓰러진 채로 슬그머니 손을 뻗어, 약로 뒤편에 숨겨져 있던 묵직한 나무 상자 하나를 움켜쥐었다. 그 상자 안에는 귀면동 흑시장으로 밀수출하려던 순도 100%의 최고급 고가 약재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이 장부들은 포기하더라도…… 이 약재들만 챙겨서 비밀 통로로 빠져나간다면, 흑시장에서 얼마든지 재기할 수 있다!”


독약손은 상자를 품에 안은 채, 약로 뒤편의 가려진 벽을 밀치며 비밀 통로로 잽싸게 몸을 날렸다.


“야! 독약손 씨! 그 상자도 문파 공식 자산이야! 당장 압류 딱지 가져와!”


임재희의 광기 어린 비명이 단약방 내부에 웅장하게 울려 퍼졌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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