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집행방해는 벼락을 맞습니다
쿠르릉!
독거미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독액이 뚝뚝 떨어지는 단검이 재희의 이마를 향해 사정없이 내리꽂히는 찰나였다. 무공 경지가 전혀 없는 평범한 범인인 임재희는 몸이 완전히 굳어 피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순간, 그의 가슴팍에 고이 접혀 있던 고대 세법의 파편, ‘조세율법 초장(租稅律法 草章)’이 눈이 멀 것 같은 찬란한 황금빛 장막을 사방으로 뿜어내기 시작했다.
치이이익!
맹렬하게 타오르던 푸른 독기와 단검의 서늘한 날붙이가 황금빛 장막에 닿는 순간, 기이한 소리가 서기실 전체를 뒤흔들었다. 그것은 쇠가 타들어 가는 소리가 아니었다. 마치 거대한 장부의 종이가 넘어가며 수만 개의 숫자들이 허공에서 충돌하는 듯한 기괴한 마찰음이었다.
황금빛 장막의 표면 위로 수없이 많은 세법 조항들이 금빛 글자가 되어 소용돌이쳤다.
[천도 조세율법 제104조: 공무 집행 중인 세무 관리에 대한 물리적 가해 및 협박은 천도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공무집행방해죄로 규정한다.]
“이, 이게 무슨 주술이냐?!”
독거미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크게 흔들렸다. 단검을 쥔 그녀의 손끝에서부터 단전까지, 엄청난 반발력이 역류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축기기 초기의 막강한 살수로서 수많은 강자를 암살해 왔지만, 이토록 기괴하고 절대적인 거부감은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았다. 마치 온 우주의 물리 법칙 자체가 자신을 거부하고 밀어내는 듯한 압도적인 거부감이었다.
“철심아! 지금이다! 저 무단 용역업자 놈을……!”
재희가 뒤늦게 비명을 질렀다.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고 있었다. 살았다. 전생의 국세청보다 더 지독한 천도의 공무원 신변 보호 결계가 작동한 것이다. 강철심이 눈을 부릅뜨며 부러진 검을 버리고 흑철도를 고쳐 쥐었다.
“형님! 무사하십니까!”
“나는 괜찮으니까 어서 저 탈세범의 목덜미를…… 아니, 일단 살려둬야 해! 증빙 서류를 받아야 하니까!”
그 와중에도 재희는 ‘증빙 서류’와 ‘계약금 출처’를 부르짖었다. 4,200 영석이라는 거대한 붉은 숫자가 독거미의 머리 위에서 피처럼 붉게 타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득 신고도 안 한 살인 용역 계약금이라니, 세무사로서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중범죄였다.
독거미는 본능적인 위험을 감지하고 신법을 전개해 뒤로 물러서려 했다. 그녀는 소매 속에서 미세한 은침들을 꺼내 피뢰침 주술(避雷針 呪術)을 전개했다. 선협계의 살수들은 천뢰(天雷)나 벼락 계열의 주술을 만나면 영력을 은침으로 흘려보내 대지로 소멸시키는 방어책을 상식처럼 익히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지금 그녀의 머리 위에 드리워진 먹구름은 단순한 자연의 번개가 아니었다. 그것은 인과율의 균형을 수호하는 천도의 엄격한 ‘행정 벌칙’이었다.
콰르르릉!
갑자기 감사전 서기실 천장의 뚫린 구멍 너머로 밤하늘이 시커멓게 뒤덮였다. 번쩍이는 푸른빛의 뇌전이 구름 사이에서 용틀임하기 시작했다. 그 엄청난 기세에 서기실 바닥의 목조 판자들이 잘게 떨렸고, 진무진이 설치해 둔 천안 수정구조차 웅웅거리며 경보를 울렸다.
“공무집행방해죄 즉시 천뢰 벌칙(公務執行妨害 卽時 天雷)…… 발동.”
재희가 품속의 조세율법 초장에서 흘러나오는 법조문을 읊조리듯 중얼거렸다. 그 순간, 하늘이 쩍 갈라졌다.
쾅————!!!
귀가 먹먹해지는 거대한 굉음과 함께, 한 줄기의 굵직한 청색 천뢰가 독거미의 정수리를 향해 일직선으로 내리꽂혔다. 독거미는 다급히 은침들을 허공에 뿌리며 피뢰침 주술을 활성화했다. 푸른 번개 줄기가 은침에 닿아 땅으로 흘러가야 했다. 그것이 수선계의 상식이었다.
파지지직!
그러나 천뢰는 은침을 완전히 무시했다. 인과율의 타격은 물리적 도체나 영적 피뢰침 따위로 회피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벼락은 독거미가 뿌린 은침들을 그대로 통과해, 그녀의 정수리에 정확하게 직격했다.
“끄아아아아아악!!!”
독거미의 비명이 서기실 내부를 찢을 듯 울려 퍼졌다. 엄청난 전류가 그녀의 전신을 관통하며 축기기 초기의 단전과 경맥을 사정없이 유린했다. 온몸의 뼈마디가 푸른빛으로 투명하게 비쳐 보일 정도로 강렬한 번개였다. 그리고 찰나의 폭발이 지나간 후.
스스스스…….
서기실 내부에는 퀴퀴한 탄내와 함께 기묘한 침묵이 감돌았다. 강철심과 소지성, 진무진은 넋을 잃고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 무시무시한 신법과 독기로 감사전을 몰살하려던 일류 살수 독거미는 온데간데없었다.
그곳에는 온몸이 시커멓게 그을린 채, 머리카락이 완벽한 아프로 펌 형태로 둥글고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기괴한 형상의 여인이 서 있었다. 코끝에서는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그녀의 검은 가죽 옷은 군데군데 찢어져 숯덩이처럼 변해 있었다.
“덜덜덜덜…….”
독거미는 이빨을 딱딱 마주치며 전신을 잘게 떨었다. 눈동자는 완전히 풀려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고, 손에 쥔 독 단검은 이미 고철처럼 녹아내려 바닥에 툭 떨어졌다.
“오오……! 이것이 바로 천도의 법벌(法罰)인가!”
소지성이 바닥에 넙죽 엎드리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대종사님께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으시고, 오직 세법의 도(道)만으로 축기기 고수를 일격에 숯덩이로 만드셨다! 양익평형신공의 극의가 바로 이것이로구나!”
“아니, 양익평형이 아니라 복식부기라니까요…….”
재희는 퀭한 눈으로 무너진 천장의 구멍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나저나 지붕에 구멍이 뚫렸네. 이거 보수 공사 예산 책정해야 하는데…… 대장로 놈한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걸어야 하나.”
재희는 투덜거리며 소매 속에서 붉은색 부적 딱지 한 장을 꺼냈다. ‘압류 빨간 딱지(押留 赤標)’였다. 그는 뚜벅뚜벅 걸어가 전신이 마비되어 부들부들 떨고 있는 독거미의 이마에 빨간 딱지를 찰딱 붙였다.
쫘아아아악!
빨간 딱지가 붙는 순간, 독거미의 전신을 흐르던 미세한 영기와 축기기 초기의 단전이 완전히 동결되었다. 단전 내부의 영단이 마치 단단한 쇠사슬에 묶인 것처럼 회전을 멈췄고, 그녀는 더 이상 평범한 범인보다 못한 상태가 되었다.
털썩.
독거미는 무거운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완전히 고꾸라졌다. 그녀는 풀린 눈으로 재희를 올려다보며 겨우 입을 열었다.
“너, 너는…… 대체 정체가 뭐냐……? 어떻게 내 은신술과 계약금을 간파하고…… 천뢰를 부린단 말이냐…….”
재희는 돋보기를 코끝에 걸치고 그녀의 머리 위에 뜬 붉은 숫자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여전히 [미납 세금: 4,200 영석]이라는 숫자가 선명했다.
“대한민국 서울 특별시 강남구 출신의 일류 세무사, 임재희다. 이 탈세범 놈아.”
재희는 차갑게 말하며 그녀의 몸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강철심이 옆에서 거대한 흑철도를 세워두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형님, 이 자의 소지품에서 무언가 단서가 나올 것 같습니다.”
“그래, 4,200 영석이나 되는 거금을 증빙 서류 없이 받았을 리가 없어. 선협계 살수들도 나름대로 계약서는 쓸 테니까.”
재희의 손길이 독거미의 가슴팍 품속에 닿았다. 독거미는 단전이 봉인된 채 신음하며 반항하려 했으나, 재희의 깐깐한 수색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윽고 재희의 손에 묵직한 가죽 주머니와 함께, 기묘한 영기가 흐르는 두꺼운 한지 문서 한 장이 들려 나왔다. 재희는 즉시 대나무 돋보기를 들이대고 문서를 정밀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의 인과안이 문서의 필적과 영기 지문을 투시했다.
[의뢰 내용: 감사전 수석 감사관 임재희의 영구적 제거 및 관련 장부 전량 소각]
[의뢰인: 대장로 조귀덕 (친필 서명 및 위조 인장 확인)]
[지급 대금: 하급 영석 4,200 개]
재희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완벽한 스모킹 건이었다. 대장로 조귀덕의 인장이 선명하게 찍힌 살인 교사 계약서였다.
“찾았다. 조귀덕 이 늙은 도둑놈, 드디어 덜미를 잡았어.”
하지만 재희의 감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의 집요한 눈동자가 계약서 하단에 적힌 대금 지급 방식의 세부 조항을 포착했다.
[지급 출처: 백옥 단약방(白玉 丹藥房) 삼월 분 약재 구매 경비]
순간, 재희의 머릿속에서 거대한 오차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했다.
“……약재 구매 경비?”
재희의 목소리가 급격히 낮아졌다. 서기실 내부의 온도가 그의 분노로 인해 일시적으로 하강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소지성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수석 감사관님, 약재 구매 경비라니요? 그것은 문파 제자들의 치료와 단약 제조를 위해 책정된 공식 예산이 아닙니까?”
“그렇지, 소 서기.”
재희가 이빨을 부득 갈며 주판을 꽉 쥐었다. 주판알들이 그의 분노를 대변하듯 탁탁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대장로 조귀덕 이 악질 탈세범 놈이, 제자들의 복지와 치료에 쓰여야 할 ‘백옥 단약방 약재 구매 경비’를 허위 청구하여 비자금으로 세탁하고, 그 돈으로 살수를 고용해 나를 죽이려 한 거야! 이건 단순한 살인 교사가 아니야. 업무상 배임, 횡령, 그리고 목적 외 예산 유용에 세금 탈루까지 겹친 초대형 금융 범죄라고!”
재희의 눈이 광기 어린 황금빛으로 번뜩였다. 그의 강박증이 새로운 타깃을 발견하고 완전히 폭주하기 시작했다.
“이중 장부를 조작해 살인 청부 자금을 약재비로 둔갑시키다니…… 백옥 단약방의 장부 전체가 위조와 분식회계로 가득 차 있다는 뜻이다. 감히 내 눈앞에서 이런 조잡한 비용 처리를 하다니,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독거미는 바닥에 쓰러진 채, 이 범인 서생이 뿜어내는 기괴한 세무적 분노에 압도되어 몸을 떨었다. 그녀는 살수 인생 최초로 죽음의 공포가 아닌, ‘세무조사’라는 미지의 개념에 영혼 깊은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살려…… 살려다오. 내 전 재산이 든 비밀 금고의 위치를 불겠다…… 성실하게 세금을 낼 테니, 제발 단전만은…….”
독거미가 이빨을 떨며 울부짖었다. 재희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차갑게 미소 지었다.
“당연히 불어야지. 하지만 그 전에, 네 머리 위에 뜬 4,200 영석의 미납 세금과 가산세 100%를 더해 총 8,400 영석의 추징 고지서를 발부하겠다. 납세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살수에게 천도의 자비란 없다.”
재희는 뇌물 교사 계약서를 소중하게 가죽 가방에 넣고, 감사전의 대시보드 수정구를 바라보았다. 수정구 위로 백옥 단약방 방향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색 자금 세탁의 흔적이 실시간 그래프로 선명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철심아, 소 서기. 내일 아침이 밝는 대로 다음 감사 대상을 통보하겠다.”
재희가 안경을 고쳐 쓰며 선언했다.
“우리의 다음 타깃은 문파의 의약 재정을 좀먹고 있는 비리의 온상, ‘백옥 단약방(白玉 丹藥房)’이다. 그들의 가짜 처방전과 위조 영수증을 낱낱이 털어내어, 대장로의 검은 돈줄을 완전히 말려버리겠다.”
감사전 서기실의 부서진 지붕 사이로 푸른 새벽빛이 흘러내리는 가운데, 선협 세상을 정화할 완벽주의 세무사의 차가운 미소가 어둠 속에서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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