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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의 핏빛 소용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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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설아의 매화검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서늘한 매화 검기가 제갈휘의 사수들을 향해 가로질러 뻗어나갔다.


장강의 어두운 밤안개를 가르고 일어난 백색의 검막이 허공을 붉게 물들이며 날아오던 불화살 수십 발을 일시에 쳐내었다. 타오르는 불길이 강물 속으로 치익 소리를 내며 사그라들 때마다, 하설아의 청초한 얼굴에는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비장함이 교차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온통 피로 물든 백서진의 일그러진 형상에 고정되어 있었다. 가슴팍의 묵철 흉갑은 이미 형체도 없이 부서져 사라졌고, 거칠게 감아올린 가죽 붕대 사이로 노출된 가슴팍에는 일곱 개의 검붉은 독침 구멍이 마치 밤하늘의 불길한 북두칠성처럼 핏물을 뱉어내고 있었다. 마비되어 가슴 도포 자락 속에 묶인 채 검게 괴사해 버린 그의 왼손은 마치 시체의 사지처럼 차갑게 늘어져 있었다.


제갈세가의 소주 제갈휘는 화산파 대제자의 돌발적인 저항에 청옥 부채를 꽉 움켜쥐며 격노했다.


"하설아! 화산파가 감히 정파 무림맹의 공적인 상이마인을 비호하려 드는가! 맹의 명령을 거역하는 자는 그 누구를 막론하고 역적으로 간주하겠다! 사수들은 주저하지 말고 쏴라! 저 마귀 놈과 함께 화산의 배신녀도 장강 바닥에 묻어버려라!"


제갈휘의 패악질 섞인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대형 철갑선들의 갑판 위에서 다시 한번 수백 발의 불화살이 시위를 떠났다. 밤하늘을 가득 메운 불화살의 장막이 동굴 입구와 수면을 향해 사정없이 쏟아져 내렸다. 하설아가 매화검을 격렬하게 휘두르며 검막을 펼쳤으나, 수백 발에 달하는 파상 공세를 혈혈단신으로 모두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화살 몇 발이 검막의 틈새를 뚫고 그녀의 어깨와 도포 자락을 스치며 불꽃을 일으켰다.


그때, 백서진이 움직였다.


절뚝거리는 오른쪽 다리를 끌며 그가 하설아의 앞을 가로막아 섰다. 단전이 파괴된 그의 체내에는 정종의 진기 따위는 한 푼도 남아있지 않았다. 오직 심맥을 파고드는 칠성탈명침의 화독과, 칠성동에서 삼켰던 백사담의 서릿발 같은 냉독이 뒤틀린 경맥 속에서 미친 듯이 팽창하며 그의 사지를 강제로 구동시키고 있었다.


서진은 뇌공차단 호흡법을 전개했다. 뼈를 깎고 가슴을 찢어발기는 극통이 뇌로 전달되기 전에 의식의 흐름을 차갑게 마비시켰다. 고통이 사라진 무(無)의 심연 속에서, 그의 오른손에 쥔 반토막 난 묵철검이 검붉고 푸르스름한 독기를 내뿜으며 기괴하게 울부짖었다.


"설아…… 물러서라. 내 복수의 길에 네 피를 묻히지 마라."


갈라지고 메마른 쇳소리가 서진의 가죽 복면 새로 새어 나왔다.


바로 그 순간, 장강의 수면이 거칠게 요동치며 제갈세가의 대형 철갑선들이 좌우로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궁!


예기치 못한 진동과 함께 수면 아래에서 거대한 물거품이 솟구쳤다. 제갈휘의 철갑선단이 서로 충돌하며 비명을 지르는 무사들의 목소리가 수로를 가득 메웠다.


"무슨 일이냐! 배가 왜 흔들리는가!"


제갈휘가 전투선 누각 난간을 붙잡으며 소리쳤다.


"소주님! 수중에서 습격입니다! 장강 수로채 서북지부의 수적 놈들이 물밑으로 침투해 철갑선들의 닻줄을 끊고 배 밑창을 작살로 뚫고 있습니다!"


보고를 올리는 무사의 목소리는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


장강을 장악하고 밀무역을 자행하던 장강 수로채 서북지부의 사공들과 수적들이 마침내 움직인 것이다. 과거 백서진의 부친 백무흔에게 목숨을 건 은혜를 입었던 수로채의 채주가, 약자들을 학살하는 제갈세가의 횡포에 맞서 서진의 탈출로를 열어주기 위해 목숨을 건 기습을 감행한 것이다. 닻줄이 끊긴 대형 철갑선들이 급류를 타고 암초 지대로 표류하기 시작하며, 견고했던 포위망의 진형이 일시에 와해되었다.


"이 수적 놈들이 감히 제갈세가의 앞길을 막아서다니! 사수들은 수면 아래를 향해 쏴라!"


제갈휘가 미친 듯이 부채를 휘둘렀으나, 이미 물길의 통제권을 잃은 철갑선들은 서로 부딪치며 거대한 목조 파편을 쏟아내고 있었다.


서진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어긋난 오른쪽 무릎 관절에 역침쇄명결의 사나운 독기를 강제로 밀어 넣었다. 발바닥의 기맥이 개방되며 지면을 강하게 디뎠다.


쿵!


역천보(逆天步)의 가속력이었다. 디딤발을 디딘 동굴 입구의 바위가 쩍 갈라지며 서진의 신형이 잔상을 남긴 채 허공을 가로질렀다. 그의 목표는 자신을 향해 가장 가깝게 다가와 있던 제갈세가 여무사 제갈혜의 전투선이었다.


그러나 도약하는 순간, 예기치 못한 재앙이 서진의 발목을 잡았다.


물에 젖어 무거워진 전신의 가죽 붕대와, 백사담의 냉독으로 인해 뻣뻣하게 굳어버린 오른쪽 무릎 관절이 허공에서 그의 무게중심을 어긋나게 만들었다. 공중에서 신형의 균열을 잃은 서진은 도약 거리를 채우지 못하고, 제갈혜의 전투선 우측 목조 난간을 향해 거칠게 추락했다.


콰직!


"크흑……!"


서진의 왼쪽 어깨가 단단한 참나무 난간에 정면으로 충돌했다.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서진은 갑판 위로 거칠게 굴러떨어졌다. 이미 부러진 오른팔을 고정해 둔 가죽 붕대 새로 붉은 핏물이 다시 배어 나왔고, 왼쪽 어깨에는 시퍼런 타박상과 함께 찰과상이 깊게 새겨졌다. 극심한 한기 노출로 인해 전신의 기혈이 급격히 소모되며 눈앞이 순간적으로 흐려졌다.


"상이마인! 장로님을 폐인으로 만들고 내 아우 제갈우를 참살한 대가를 여기서 치러라!"


갑판의 어둠 속에서 청색 무복을 입고 도도한 안광을 번뜩이는 여무사, 제갈혜가 매서운 비명을 지르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오른손에는 가시가 촘촘히 돋아난 특수 강철 채찍이 쥐여 있었다. 제갈세가 비전의 독룡채찍술(毒龍鞭術)이었다.


쫘아아악!


가시 돋친 강철 채찍이 폭우를 뚫고 서진의 머리 위로 매섭게 내리쳤다. 서진은 뇌공차단 호흡법으로 무릎과 어깨의 통증을 지워버린 채, 오른손에 쥔 반토막 난 묵철검을 들어 올렸다.


깡! 쩌정!


무거운 묵철검과 강철 채찍이 맞부딪치며 어둠 속에서 눈부신 불꽃이 비산했다. 제갈혜는 오만한 미소를 지으며 채찍을 손목으로 가볍게 비틀었다. 유연하게 요동치던 강철 채찍이 서진의 반토막 난 묵철검의 검신을 순식간에 칭칭 감아올렸다.


"무기를 잃은 마귀 놈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검을 버려라!"


제갈혜가 채찍을 강하게 잡아당기며 서진의 무기를 빼앗으려 했다.


하지만 서진은 검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검을 쥔 오른손 아귀에 역침쇄명결의 사나운 독기 팽창력을 실어, 채찍을 자신 쪽으로 거칠게 잡아당겼다.


"뭐, 뭐라고……?"


제갈혜의 신형이 무시무시한 완력에 이끌려 서진의 품 안으로 순식간에 끌려 들어왔다. 경악한 제갈혜는 급히 왼손으로 허리춤에서 예리한 단도를 뽑아 들었다. 그리고 서진의 가장 치명적인 사각지대, 완전히 마비되어 움직이지 않는 그의 검은 왼손 방향을 노려 단도를 매섭게 찔러왔다.


서진의 가죽 복면 너머로 차가운 안광이 번뜩였다.


적이 자신의 사각지대를 노릴 것임은 이미 기감으로 읽고 있었다. 서진은 도포 자락 속에 죽은 고기처럼 매달려 있던 검은 왼손 주먹을 억지로 앞으로 내밀었다.


석화권풍(石화권풍)!


지속적인 자침과 독소 전이로 인해 이미 회색 석상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린 그의 왼손 주먹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가장 단단한 방패였다.


깡!


소름 끼치는 쇳소리와 함께, 제갈혜가 찌른 단도의 예리한 칼날이 서진의 석화된 왼손 주먹에 정면으로 부딪쳤다. 강철로 단조된 단도가 서진의 돌 같은 주먹의 경도를 견디지 못하고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수십 조각으로 산산조각 나 허공으로 비산했다.


"이, 이게 무슨 괴력인가! 손이 어찌 돌덩이란 말이냐!"


제갈혜의 얼굴이 공포로 하얗게 질려 들어갔다.


서진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오른손의 묵철검에 척추 경맥을 타고 흐르던 백사담의 냉독을 아낌없이 주입했다. 검신 전체가 푸르스름하고 서늘한 안개 기운으로 뒤덮였다.


음한검강(陰寒劍罡)!


서진은 반토막 난 묵철검의 끝을 제갈혜의 가슴팍을 향해 무겁게 내질렀다.


치이이익!


푸른 서리 기운이 실린 검강이 제갈혜의 청색 무복을 찢고 가슴의 급소를 관통했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할 만큼 강력한 극음의 냉독이 그녀의 심맥을 타고 전신으로 순환했다. 제갈혜의 전신이 하얗게 얼어붙기 시작하며, 그녀의 피부 위로 서릿발이 기괴하게 돋아났다.


"아…… 사…… 장……."


제갈혜는 눈동자마저 흐릿하게 얼어붙은 채, 뒤편의 차가운 장강 강물 속으로 스르륵 추락했다. 검은 강물이 그녀의 얼어붙은 육체를 삼키며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켰다.


"혜아야!"


멀리 대형 지휘선 누각 위에서 동생의 추락을 목격한 제갈휘가 핏대를 세우며 절규했다. 그의 얼굴은 광기와 분노로 흉포하게 뒤틀려 있었다.


"이 마귀 새끼가 감히 내 여동생마지 참살했단 말이냐! 조타수는 들어라! 지휘선의 돛을 완전히 내리고 배를 가속해라! 저 쥐새끼가 타고 있는 낡은 돛배를 정면으로 들이받아 흔적도 없이 장강 바닥에 가루로 만들어 버려라!"


쿠구구구구!


제갈휘의 명령과 함께, 수십 개의 횃불을 밝힌 거대한 대형 지휘선이 방향을 틀어 서진의 동료들이 타고 있는 낡은 돛배를 향해 엄청난 속도로 가속하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거대한 철갑 선수(船首)가 강물을 가르며 덮쳐오는 위압감은 대지를 통째로 압사시킬 듯했다.


어둠 속 숲 그늘, 왼쪽 어깨가 얼어붙어 마비된 채 숨어 있던 살수 사마연의 창백한 얼굴 위로, 거대한 지휘선의 붉은 화광이 잔혹하게 일렁였다. 사마연은 묵철검을 쥔 채 숨을 몰아쉬는 백서진의 처절한 뒷모습을 뱀 같은 눈빛으로 숨죽여 관찰하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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