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의 최후
찰칵, 하고 기괴한 금속성 마찰음이 어두운 석실의 침묵을 찢었다.
우문철의 손에 쥐인 청동 암기통 발사기가 어둠 속에서 불길한 광채를 뿜어냈다. 무림맹의 정예 살수단만이 소지할 수 있다는 비전의 무기. 일 년 전, 백씨 의가의 고결한 의술을 짓밟고 백서진의 심장에 직접 일곱 개의 대못을 박아 넣었던 바로 그 기작이었다. 우문철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태엽을 완전히 감아올리자, 암기통 전면에 새겨진 북두칠성 문양이 핏빛으로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형님…… 아니, 마귀 새끼야! 죽어라! 죽어서 가문의 망령들과 함께 지옥으로 떨어져라!"
우문철이 비명을 지르며 발사 장치를 눌렀다.
피리릭!
인간의 고막을 찢어발길 듯한 날카로운 고주파 음파가 석실 내부를 사정없이 흔들었다. 그와 동시에 암기통 전면의 구멍에서 세 자루의 미세한 독침이 쏘아져 나왔다. 칠성탈명침(칠성탈명침)이었다. 어둠 속에서 빛을 반사하지 않는 검은 독침들은, 허공을 가르며 기괴한 진동음을 내뿜었다. 그 진동은 서진의 심장 주변에 이미 박혀 있는 일곱 개의 독침과 공명하여, 그의 심맥을 안에서부터 다시 한번 후벼 파기 시작했다.
"끄으윽……!"
서진의 가슴팍에서 검붉은 독혈이 뿜어져 나왔다. 늑대 가죽 붕대 새로 피가 벌겋게 배어 나왔고, 심장이 찢어지는 듯한 극통이 전신을 덮쳤다. 통각을 차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심맥 자체가 끊어지려 하는 물리적인 붕괴는 막을 수 없었다. 시야가 순간적으로 하얗게 뒤집히며 어깨에 박힌 화살 상처가 격렬하게 요동쳤다.
하지만 서진은 쓰러지지 않았다. 그의 핏빛 안광은 허공을 날아오는 세 자루의 독침 궤적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독기 감지(毒氣感知) 능력이 어둠 속에서 독침들이 품은 사나운 청풍기공의 흐름을 붉은 선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다리가 굳어 피해 도망칠 수 없다면, 정면에서 파괴할 뿐이었다.
서진은 오른손에 쥔 반토막 난 묵철검을 허공을 향해 거칠게 휘둘렀다.
"음한검강(陰寒劍罡)!"
서진의 갈라진 목소리와 함께, 부러진 검날 끝에서 푸르스름하고 서늘한 냉기가 폭풍처럼 뿜어져 나왔. 흑토곡 깊은 곳 백사굴에서 삼켰던 백사담의 냉독이 역침쇄명결의 내력을 타고 검신 전체를 얼려버린 것이다. 서진이 검을 회전시키자, 푸른 서리 기막이 그의 전면을 거대한 장막처럼 가로막았다.
깡! 깡! 깡!
날카로운 금속 성찰음이 연이어 석실을 울렸다. 허공을 날아오던 세 자루의 칠성탈명침이 서진이 전개한 음한검강의 서리 기막에 닿는 순간, 극도의 냉독에 의해 한순간에 하얗게 결빙되었다. 얼어붙은 독침들은 본래의 비행 궤적을 잃고 툭툭 소리를 내며 바닥의 진흙 속으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침에 서려 있던 사나운 기공 음파 역시 한기에 갇혀 연기처럼 바스라졌다.
"이, 이럴 수가…… 칠성탈명침을 정면에서 얼려 막았다고?"
우문철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들어갔다. 무림맹주가 직접 내린 절대의 암기가 이토록 허망하게 무력화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서진의 전신에서 피어오르는 검붉은 독기와 푸른 서리 기운이 석실 바닥의 혈인천 온천수마저 얼려버릴 듯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었다.
서진은 지체하지 않았다. 그는 디딤발인 오른쪽 다리에 역침쇄명결의 독기를 폭발시키듯 밀어 넣었다.
쿵!
역천보(逆天步)의 폭발적인 기동력이었다. 디딤발을 디딘 석실 바닥이 쩍 하고 갈라지며 바위 파편들이 사방으로 비산했고, 서진의 신형은 순식간에 잔상만을 남긴 채 우문철의 눈앞으로 쇄도했다. 어깨에 관통된 강철 화살이 흔들리며 뼈를 긁었지만, 서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직 복수의 일념만으로 움직이는 생체 마검의 형상이 우문철의 시야를 가득 메웠다.
서진은 반토막 난 묵철검을 지면에 낮게 밀착시키며 몸을 반바퀴 회전시켰다. 마당을 쓸어내리던 쓸쓸한 궤적이 무거운 검끝에 실려 원을 그렸다.
"소지검로(掃地劍路)!"
검붉고 푸른 서리 기운이 뒤섞인 둔탁한 참격이 우문철의 하체를 향해 휘몰아쳤다.
스걱! 촤아악!
"아아아악!"
날카로운 비명이 동굴 벽을 때렸다. 서진의 부러진 검날이 우문철의 양쪽 발목 힘줄과 양팔의 맥로를 가차 없이 끊어놓은 것이다. 참격에 실린 음한검강의 냉기가 상처 부위를 즉시 얼려버려, 피가 뿜어져 나오는 대신 검붉은 성에가 살점 위로 피어올랐다. 사지의 힘줄이 끊어진 우문철은 무참하게 바닥으로 쓰러져 진흙바닥을 뒹굴었다. 그의 손에서 떨어져 나간 청동 암기통 발사기가 허공을 그리며 떨어졌다.
서진은 오른손을 뻗어 떨어지는 암기통 발사기를 부드럽게 낚아챘다. 그의 검은 도포 자락 속에 감춰진 괴사된 왼손은 여전히 죽은 고기처럼 미동도 없이 매달려 있을 뿐이었다. 서진은 암기통을 품속 깊은 곳에 은밀히 집어넣은 뒤, 반토막 난 묵철검의 깨진 끝날을 우문철의 목덜미에 차갑게 들이댔.
"희, 형님…… 살려주십시오…… 제발……!"
우문철이 사지가 마비된 채 피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었다. 과거 천재 시절 자신을 형님이라 부르며 따르던 사제의 비참한 몰골이었으나, 서진의 눈동자에는 오직 시린 서리 안광만이 맴돌 뿐이었다.
"우문철. 가문을 밀고하고 사제들을 단두대로 이끈 대가로 얻은 그 도포가 따뜻하더냐."
서진의 갈라진 쇳소리가 우문철의 고막을 사정없이 파고들었다.
"가, 가문이 조작당한 것입니다! 저는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조작?"
서진이 검날에 아귀힘을 주어 우문철의 목덜미 살점을 파고들었다. 검붉은 독혈이 칼날을 타고 흘러내렸다.
"가문이 멸문당한 진짜 진상(백씨의가 역모 조작의 실상)이 무엇인지 말해라. 그렇지 않으면 네놈의 영혼까지 이 음한독기로 얼려 찢어발기겠다."
우문철은 목덜미를 파고드는 서리 검강의 극통과 질식할 듯한 살기에 전의를 완전히 상실했다. 그는 이 괴물이 자신을 정말로 영혼까지 찢어 죽일 것임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도, 독고황 맹주가…… 황실의 비밀 자금을 세탁하려던 음모를 백무흔 가주님이 알아채셨기 때문입니다! 가주님이 황실에 상소문을 올리려 하자, 맹주가 제갈세가를 부추겨 역모 죄를 조작한 것입니다!"
"제갈세가……."
서진의 이가 갈리는 소리가 들렸다.
"제갈세가뿐만이 아닙니다! 제갈세가 소주인 제갈휘(제갈휘)가 직접 관여했습니다! 그놈이 가문의 비밀 약방과 비전 의서를 손에 넣기 위해 독고황 맹주를 부추겨 가문을 학살하는 데 앞장섰단 말입니다! 제발…… 저는 그저 명령을 따랐을 뿐입니다…… 살려주십시오……!"
우문철이 머리를 바닥에 찧으며 비참하게 목숨을 구걸했다.
가문이 멸망한 진짜 배후에 제갈세가 소주 제갈휘가 직접 개입해 있었다는 참혹한 사실. 서진의 가슴속에서 억눌려 있던 분노의 불꽃이 광기 어린 마성으로 승화되어 요동쳤다. 아버지가 베풀었던 고결한 인술을 탐내어 가문을 도륙한 정파의 위선자들. 그 추악한 탐욕의 사슬이 무림맹주 독고황과 제갈세가 소주 제갈휘에게로 닿아 있었다.
서진은 묵묵히 품속에서 부친의 유품이자 배신자를 처단할 가문의 칼인 백무흔의 은장도(백무흔의 은장도)를 꺼내 들었다. 은빛 칼날이 횃불 빛을 받아 시리도록 차갑게 빛났다.
"형님…… 안 돼요…… 제발……!"
우문철이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저었으나, 서진의 손길은 단호했다.
"배신자의 피로 가문의 명예를 씻는다."
서진은 은장도를 우문철의 목덜미 깊숙한 곳을 향해 사정없이 찔러 넣었다.
푸욱!
날카로운 쇠붙이가 살점을 찢고 기도를 관통하는 섬뜩한 감촉이 손끝을 타고 전해졌다. 우문철의 두 눈동자가 경악과 절망으로 크게 뒤집히더니, 이내 초점을 잃고 서서히 흐려졌다. 목구멍에서 검붉은 피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다 이내 음한독기에 얼어붙어 검은 성에로 변해갔다. 가문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던 비열한 사제 우문철은, 그렇게 차가운 동굴 석실 바닥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서진은 피 묻은 은장도를 거두어 도포 품속에 소중히 밀어 넣었다. 가문의 원수를 단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가슴속에 찾아온 것은 승리의 기쁨이 아닌 뼈를 깎는 듯한 허무함과 쓸쓸함이었다. 복수를 완수할수록 자신의 육체는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갔고, 영혼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그때였다.
동굴 외곽, 장강 수로 전체를 포위한 제갈세가 대형 전투선들의 거대한 북소리가 동굴 벽을 타고 무겁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둥! 둥! 둥!
우문철의 사망 신호가 외곽 경비대에 전해진 것이 분명했다. 제갈세가 소주 제갈휘가 수십 척의 수색선을 이끌고 동굴 앞 수로를 완전히 포위해 들어오는 위압적인 진격의 북소리였다.
서진은 피 묻은 청동 암기통을 가죽 붕대로 단단히 묶인 품속에 밀어 넣었다. 그의 안광이 어둠 속에서 검붉게 타올랐다. 다음 원수가 강물 위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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