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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붕대의 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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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기 사수들의 차가운 참도가 서진의 목덜미를 향해 무겁게 내려앉으려 했다. 횃불의 붉은 화광이 칼날에 반사되어 석실의 축축한 벽면을 피처럼 붉게 물들였다. 바닥에 쓰러진 백서진의 전신은 이미 한계를 넘어서 있었다. 심장 깊숙한 곳에서 날뛰는 칠성탈명침의 화독이 우문철이 쥔 청동 암기통의 기공 음파와 공명하여 그의 오장육부를 안에서부터 태워버리고 있었다. 입가에서 흘러내린 검은 독혈이 혈인천의 차가운 물결과 섞여 기괴한 보랏빛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흐흐흐, 형님. 결국 이렇게 가시는군요. 참으로 허망한 종말입니다."


우문철의 오만한 비웃음이 동굴 석실을 가득 메웠다. 그의 지시에 따라 참도를 뽑아 든 무림맹 철기대원들이 서진의 사지를 베어내기 위해 한 걸음씩 다가왔다. 그들의 군화가 축축한 진흙바닥을 짓밟는 소리가 서진의 귓가를 무겁게 때렸다. 가슴의 묵철 흉갑을 잃어 무방비하게 노출된 서진의 맨살 상처에서는 일곱 개의 검붉은 독침 구멍이 마치 밤하늘의 불길한 북두칠성처럼 기괴한 붉은 광채를 내뿜고 있었다.


동굴 입구 근처, 자욱한 밤안개와 바위 그늘 속에 숨어 이 광경을 지켜보는 눈동자가 있었다. 사가 출신의 젊은 천재 살수 사마연이었다. 그는 바위벽에 몸을 밀착시킨 채 오른손으로 자신의 왼쪽 어깨를 움켜쥐고 있었다. 어깨는 지난 대결에서 서진이 날린 이끼 독 은침에 당해 여전히 푸르스름하게 얼어붙은 채 감각을 잃고 마비되어 있었다. 사마연은 어깨의 극심한 통증과 오한 속에서도 숨을 죽였다. 바닥에 쓰러진 저 상이마인이 이대로 비참하게 개죽음을 당할 리가 없다는 기묘한 예감이 그의 뇌리를 스쳤기 때문이다. 사마연은 숨을 삼키며 서진의 손끝을 주시했다.


‘이대로 끝날 놈이 아니다. 저놈은 괴물이다.’


철기대원의 참도가 서진의 어깨를 베어내기 위해 허공을 가르는 찰나, 서진의 피눈물로 흐려진 눈동자가 번개처럼 번뜩였다.


‘소영아…… 아버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원혼들의 비명 소리가 그의 꺼져가던 이성을 강제로 흔들어 깨웠다. 복수를 완수하기 전에는 지옥의 문턱조차 밟지 않겠다는 광기 어린 집념이 그의 마성을 자극했다. 서진은 이빨을 악물며 품속으로 오른손을 밀어 넣었다. 그의 손끝에 걸린 것은 철쇠가 서리 산맥의 사나운 늑대 가죽을 다듬어 만들어 준 질기고 거친 가죽 붕대였다.


서진은 가죽 붕대의 한쪽 끝을 이로 거칠게 물어당겼다. 그리고 뼈가 완전히 부러져 제멋대로 흔들리는 오른팔과 한빙장력에 얼어붙은 오른쪽 다리를 향해 붕대를 칭칭 감기 시작했다.


득, 으드득!


뼈가 제자리를 찾아가며 으스러지는 소름 끼치는 청각적 소리가 석실 내부에 울려 퍼졌다. 서진은 가죽 끈이 살점을 파고들어 피가 붕대 새로 벌겋게 배어 나올 때까지 사지를 으스러질 정도로 단단하게 조여맸다. 물리적인 압박으로 부러진 뼈를 강제로 고정하는 자학적인 결속이었다. 살이 찢어지는 고통이 전신을 덮쳤으나, 그의 얼굴에는 차가운 미소만이 맴돌 뿐이었다.


이어 서진은 바닥에 떨어져 있던 백동 침통을 움켜쥐었다. 침통의 뚜껑을 열자 차갑게 빛나는 황금 침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진은 주저 없이 황금 침을 들어, 부러지고 뒤틀려 핏물이 솟구치는 자신의 기맥 단면에 직접 깊숙이 찔러 넣었다.


절맥자침술(絶脈自針術)이었다.


“윽……!”


침이 찢어진 신경과 기맥의 단면을 직접 꿰뚫는 순간, 뇌가 타들어 가는 듯한 극단적인 고통이 서진의 영혼을 사정없이 짓밟았다. 그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하얗게 뒤집혔고, 전신의 혈관들이 검푸르게 요동치며 피부 위로 솟구쳐 올랐다. 그러나 그 한계를 초월한 고통의 대가는 가공할 만한 것이었다. 심장의 칠성탈명침이 내뿜던 사나운 화독과 냉독의 기운이 은침의 인력을 따라 기맥 내부로 강제로 유도되며, 폭발적인 진기로 치환되기 시작했다. 전신의 통각이 일시에 차단되며, 부러진 뼈와 찢어진 힘줄의 제약이 사라지는 골절무시 투쟁(골절무시 투쟁)의 경지가 각성된 것이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서진의 신형이 기괴한 각도로 꺾이며 천천히 일어섰다. 걸을 때마다 붕대 속에서 부러진 뼈들이 비틀리며 피가 뚝뚝 떨어졌지만,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남아있지 않았다. 오직 타오르는 검붉은 안광만이 가죽 복면 너머로 번뜩일 뿐이었다.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여 오직 복수의 일념만으로 움직이는 생체 마검의 형상에, 다가오던 철기대원들과 우문철은 순간적으로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극심한 공포를 느꼈다.


"이, 이 괴물 같은 놈이…… 어떻게 일어선 것이냐!"


우문철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주춤물러섰다. 서진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붉은 독기와 서리의 기운이 사방의 공기를 얼려버릴 듯 거칠게 휘몰아치고 있었다.


"죽여라! 당장 저놈의 목을 베어라!"


우문철의 다급한 명령에 가장 가까이 있던 철기대원이 참도를 내리찍으며 서진의 가슴을 향해 쇄도했다. 예리한 칼날이 서진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찰나, 서진은 피하지 않았다. 아니, 피할 필요조차 없었다.


서진은 부러진 채 가죽 붕대로 단단히 고정된 오른손을 뻗어, 날아드는 참도의 칼날을 맨손으로 직접 움켜잡았다.


서정!


예리한 강철 칼날이 서진의 손바닥 살점을 찢고 뼈를 긁었으나, 가죽 붕대와 절맥자침으로 폭발시킨 무시무시한 진기가 그의 오른손 아귀에 실려 있었다. 서진은 아귀에 힘을 주어 칼날을 그대로 쥐어짜 버렸다.


콰드드득! 쨍강!


무림맹 철기대의 견고한 강철 참도가 서진의 맨손 아귀힘을 견디지 못하고 기괴한 소리를 내며 수십 개의 조각으로 산산조각 나 사방으로 비산했다. 눈앞에서 자신의 무기가 맨손에 으스러지는 광경을 목격한 대원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물들었다. 서진은 그 찰나의 틈을 놓치지 않고, 반토막 난 검은 철검을 가볍게 휘둘러 대원의 목덜미를 스쳐 지나갔. 푸르스름한 음한검강의 냉기가 목줄기를 얼려버리며 피 한 방울 흘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대원은 단 한 마디의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바닥으로 쓰러졌다.


"사수들! 일제 사격하라! 배후를 노려라!"


우문철이 공포에 질려 청동 암기통을 쥔 채 사수들의 뒤편으로 숨으며 비명을 질렀다. 석실 입구에 대기하고 있던 철기 사수 열 명이 일제히 노궁의 방아쇠를 당겼다. 열 발의 강철 화살이 어둠을 가르며 서진의 전신을 향해 폭풍처럼 쏟아져 내렸다.


서진은 디딤발인 오른쪽 다리의 기맥을 열었다. 동상으로 마비되어 걸음조차 걷지 못하던 다리였으나, 발바닥에서 역침쇄명결의 내력을 강하게 폭발시켰다.


쿵!


역천보(逆天步)의 가공할 기동력이었다. 서진이 딛은 석실 바닥이 움푹 패이며 거대한 자갈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고, 그의 신형은 순간적으로 잔상을 남기며 화살 세례의 틈새를 뚫고 전방으로 돌진했다.


쉬이익! 팍!


그러나 돌진하는 도중, 완전히 괴사하여 도포 속에 죽은 듯 매달려 있던 그의 왼쪽 다리 신경에 급격한 마비 발작이 일어났다. 순간적으로 그의 신형이 좌측으로 크게 비틀거리며 중심을 잃었다. 그 찰나의 지체로 인해 사방에서 날아든 화살 중 한 자루가 서진의 오른쪽 어깨 깊숙한 곳을 그대로 관통했다.


푸욱!


강철 화살촉이 어깨뼈를 뚫고 등 뒤로 튀어나왔다. 엄청난 충격에 서진의 신형이 뒤로 밀려나는 듯했으나, 그는 통각을 상실한 상태였다. 어깨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는 상황에서도 서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묵철검을 오른손에 쥔 채 다시 돌진했다. 뼈가 부러지고 화살에 뚫린 몸뚱이를 오직 복수의 집념 하나로 움직이는 기괴한 기세에, 노궁을 장전하던 사수들의 얼굴이 납빛으로 변했다.


"이, 이놈은 사람이 아니다! 마귀다!"


장전을 마치지 못한 사수 삼 인이 겁에 질려 뒤로 물러서려 했으나, 서진의 반토막 난 검은 철검은 이미 그들의 목덜미를 향해 소리 없이 회전하고 있었다. 빗자루를 쓸어내리듯 낮게 깔린 검로가 원을 그리며 사수들의 목을 차례로 끊어냈다.


서정! 서정! 서정!


세 명의 사수가 목줄기가 하얗게 얼어붙은 채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검붉은 독기와 서리가 서진의 몸 주변에서 피어오르며 석실 내부의 온도를 급격하게 떨어뜨렸다.


서진은 피눈물로 흐려진 안광을 들어, 석실 구석에 몰려 청동 암기통을 쥔 채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는 배신자 사제 우문철을 차갑게 응시했다. 가죽 붕대 아래로 부러진 오른팔의 뼈들이 기괴한 마찰음을 내며 강제로 맞춰지는 소리가 동굴 내부의 정적을 깨뜨렸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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