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의 그림자, 무영의 살수
붉은 이끼를 헤치고 건져 올린 기이한 금속 조각들이 검푸른 빛을 발하는 찰나, 동굴 입구의 밤안개가 차갑게 흔들렸다.
물길을 거슬러 올라온 살기가 동굴 벽의 축축한 돌 틈새마다 서늘하게 스며들었다. 혈인천(혈인천)의 냉독 온천수 속에 하반신을 담그고 있던 백서진은 오른손아귀에 쥔 금속 조각을 도포 품속 깊은 곳으로 밀어 넣었다. 물속에 박아두었던 이가 빠진 검은 철검(이가 빠진 검은 철검)을 천천히 뽑아 올리는 서진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검신 전체에 하얗게 성에가 낀 묵철검은 물속에서 나올 때마다 쩍쩍 갈라지는 소리를 내며 위태로운 비명을 질렀다.
서진은 숨을 죽였다. 동굴 내부의 온도는 급격히 떨어지고 있었지만, 그의 심장 주변은 달아오른 화로처럼 뜨거웠다. 가슴의 묵철 흉갑이 완전히 파괴되어 분실된 가슴팍은 얇은 삼베 붕대 하나만으로 간신히 덮여 있었다. 그 얇은 천 너머로 일곱 개의 검붉은 독침 구멍이 어둠 속에서 불길한 붉은 안광을 뿜어내고 있었다. 칠성탈명침(칠성탈명침)의 극독이 심맥을 자극할 때마다 목구멍 끝까지 끈적한 독혈이 울컥 치밀어 올랐다.
서진은 뇌공차단 호흡법을 전개하며 통증을 강제로 억눌렀다. 동상으로 인해 감각을 잃고 영구히 마비된 검은 왼손은 도포 자락 속에 죽은 고기처럼 매달려 있었고, 오른쪽 무릎은 어긋난 뼈들이 가죽 붕대 속에서 삐걱거리며 극심한 기동 장애를 경고하고 있었다.
눈으로 보려 해서는 안 된다. 이미 그의 시력은 독기의 부작용으로 인해 어스름한 형체조차 흐릿하게 보일 정도로 저하되어 있었다. 이 칠흑 같은 동굴 안에서는 눈먼 자와 다름없었다.
‘온다.’
서진은 모공을 열어 사방의 기류를 받아들였다. 심장의 극독과 공명하는 특수 감지 기예, 독기 감지(독기 감지)가 발동되었다. 사방 십 보 안의 미세한 독성의 흐름과 기류의 변화가 그의 머릿속에 선명한 붉은색 선으로 투시되듯 그려지기 시작했다.
동굴 천장의 바위 그늘, 아무런 소리도, 열기도, 바람도 없는 무(無)의 공간 속에서 기이하게 뒤틀린 독성의 소용돌이가 포착되었다. 무림맹주 독고황의 밀명을 받고 서진의 목을 베기 위해 침투한 사가 출신의 젊은 천재 살수, 사마연(사마연)이었다.
스윽.
소리도 없이 허공이 갈라졌다. 사마연이 사신무영보(死神無影步)를 전개하며 서진의 마비된 왼손 방향, 가장 치명적인 사각지대에서 불쑥 나타났다. 빛을 반사하지 않는 검은 흑혈 단검(흑혈 단검)이 서진의 목덜미를 향해 소리 없이 그어졌다.
서진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오직 머릿속에 그려진 붉은 기류의 궤적만을 따라 상체를 기괴한 각도로 뒤로 꺾었다. 단검의 서늘한 칼날이 그의 턱밑을 스쳐 지나가며 얇은 삼베옷의 깃을 찢어발겼다. 칼날에 묻은 흑혈독의 비릿한 냄새가 서진의 후각을 자극했다.
사마연은 자신의 회심의 일격이 허공을 가르자 안광을 번뜩였다. 그는 착지하는 찰나 몸을 회전시키며, 서진의 절뚝거리는 오른쪽 무릎 관절의 힘줄을 노려 단검을 매섭게 찔러왔다.
다리가 굳어 피해 도망칠 수 없다면, 그 자리를 축으로 삼아야 한다. 서진은 오른손에 쥔 부러진 묵철검을 동굴 바닥의 돌 틈새에 강력하게 박아 넣었다. 쇠와 돌이 맞부딪치며 쩡 하는 파공음이 울렸다. 서진은 검 자루를 디딤돌 삼아 몸을 허공으로 띄웠다. 부러진 오른팔의 뼈가 어깨 속에서 비명을 질렀지만, 몸의 회전력을 이용해 왼쪽 다리로 사마연의 손목을 강하게 가격했다.
퍽!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사마연의 단검 궤적이 옆으로 튕겨 나갔다. 사마연은 뒤로 세 걸음 물러서며 가볍게 착지했다. 그의 얼굴을 가린 검은 복면 너머로 경악 어린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사지가 부서진 폐인이라 들었거늘, 어둠 속에서 자신의 신법을 완벽히 읽어내고 반격하는 기예는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 있었다.
"상이마인…… 과연 기괴한 괴물이군."
사마연이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소매 속에서 작은 연막탄을 꺼내 바닥에 터뜨렸다. 치익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매캐하고 끈적한 검은 독 연기가 피어올랐다. 서진의 후각과 남아있던 시야를 완벽히 차단하여 기감마저 흔들어 놓으려는 살수의 전술이었다.
사방이 검은 독무로 가득 차며 독기 감지의 붉은 선들이 어지럽게 뒤엉켰다. 사마연의 기척이 연기 속으로 완벽히 녹아들었다.
'시독과 냉독이 뒤섞인 연기인가. 하지만 내 몸속에 흐르는 극독에 비하면 하찮은 침묵에 불과하다.'
서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동굴 벽면에 붉게 피어난 이끼들의 음한한 독기를 역용하기 위해 오른손 손가락으로 바위 표면을 거칠게 긁어내렸다. 손끝이 찢어지며 검푸른 독혈이 이끼와 뒤섞였다. 서진은 품속의 백동 침통(백동 침통)에서 은침 세 자루를 뽑아 들어 손가락 끝에 끼웠.
암수투척(암수투척)의 기예였다.
서진은 사방의 독 연기 흐름이 미세하게 갈라지는 방향, 사마연이 소리 없이 다가오는 유일한 바람의 틈새를 향해 은침들을 손가락 튕기기로 사방에 난사했다.
핏! 핏! 핏!
어둠을 뚫고 날아간 은침들이 허공을 가르는 파공음을 냈다. 그중 한 자루가 사마연의 왼쪽 어깨 혈도를 정확히 관통했다. 은침에 묻은 혈인천의 냉독과 붉은 이끼의 부식독이 사마연의 어깨 기맥을 타고 순식간에 흘러 들어갔.
"윽!"
사마연이 짧은 신음을 삼키며 신형을 뒤로 크게 물렸다. 그의 왼쪽 어깨가 순식간에 하얗게 얼어붙으며 단검을 쥔 손끝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살수의 기척이 일시적으로 흐트러진 틈을 타, 서진은 동굴 바닥에 꽂아두었던 묵철검을 뽑아 들고 검붉은 독기 검강을 흘려보냈다. 부러진 검신 전체가 붉은 아지랑이를 피워 올리며 울부짖었다.
두 사람은 다시 한번 서로의 숨통을 끊기 위해 어둠 속에서 대치했다. 살수와 복수귀의 핏빛 안광이 마주치는 순간, 동굴 내부의 공기가 터질 듯 팽팽하게 당겨졌다.
바로 그 찰나였다.
동굴 입구 너머, 삼엄한 밤안개를 뚫고 거대한 굉음이 지하 석실 전체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궁!
말발굽 소리였다.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수십 마리의 정예 군마들이 동굴 입구를 향해 돌진해 오는 웅장하고 무자비한 진동이 동굴 벽의 돌가루를 후수수 떨어뜨렸다. 무림맹 감찰사단(무림맹 감찰사단)의 철기대원들이 횃불을 밝히며 동굴 내부로 진입하고 있었다. 붉고 거친 불꽃의 일렁임이 축축한 석실 벽면을 피처럼 붉게 물들이며 서진과 사마연의 발밑까지 빠르게 들이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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