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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검, 뒤틀린 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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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르르릉! 지익, 지이익!


장강의 거친 급류가 돛대 부러진 배를 집어삼킬 듯 소용돌이쳤다. 제어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작은 목조 돛배는 이빨을 드러낸 검은 암초 지대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돌진하고 있었다. 부러진 돛대가 우지끈 소리를 내며 갑판 위를 사정없이 후려쳤고, 사방에서 튀어 오르는 차가운 강물이 백서진의 창백한 얼굴을 때렸다.


"소협! 정신 차리시오! 배가 뒤집힙니다!"


늙은 황씨가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노를 필사적으로 저었으나, 거친 급류 앞에서는 한낱 지푸라기에 불과했다. 소년 황팔은 공포에 질려 서진의 삼베 도포자락을 움켜쥔 채 비명을 질렀다. 어둠 속에서 거대한 암초들이 솟구쳐 오르는 절체절명의 순간, 늙은 황씨의 뇌리에 번개처럼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수십 년간 장강을 누비며 머릿속에 새겨둔 비밀 수중 지형 지도였다.


"팔이야! 우측 버드나무 늘어진 절벽 아래를 봐라! 가파른 바위 틈새에 검은 구멍이 보이지 않느냐!"


"예? 아, 보여요! 하지만 배가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좁아요!"


"죽기 아니면 살기다! 꽉 잡아라!"


늙은 황씨가 마지막 남은 완력을 쥐어짜 노를 꺾었다. 배가 암초의 모서리를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쩍 소리를 냈고, 목조 바닥이 찢겨 나가는 극심한 충격과 함께 돛배는 절벽 아래의 어두운 바위 틈새 속으로 미끄러지듯 빨려 들어갔다. 거친 급류의 굉음이 한순간에 멀어지며, 사방은 칠흑 같은 어둠과 음산한 한기로 가득 찬 천연 동굴의 정적으로 바뀌었다.


쿵.


배가 동굴 내부의 축축한 모래톱에 걸리며 겨우 멈춰 섰다. 늙은 황씨는 노를 떨어뜨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동굴 내부에는 매캐한 유황 냄새와 피비린내가 뒤섞인 묘한 악취가 감돌고 있었다.


서진은 갑판 위에 쓰러진 채 억지로 상체를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오른팔의 뼈가 완전히 부러져 가죽 붕대로 겨우 고정해 둔 상태였기에, 몸을 움직일 때마다 어깨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극통이 전신을 강타했다. 게다가 가슴의 묵철 흉갑마저 완전히 파괴되어 분실된 가슴팍에서는, 칠성탈명침의 일곱 독침 구멍이 붉은 안광을 내뿜으며 핏물을 끊임없이 뱉어내고 있었다.


"끄으윽……!"


서진의 입에서 갈라진 신음이 터져 나왔다. 장강의 뜨겁고 습한 한여름 기후가 심맥에 박힌 칠성탈명침의 화독을 기괴하게 자극하고 있었다. 전신의 피가 끓어오르고 식도가 타들어 가는 열독의 폭주였다. 당장 기혈을 안정시키지 못하면 심장이 안에서부터 타들어 가 폭사할 터였다.


"할아버지, 이 물 좀 보세요! 물이 온통 벌개요!"


황팔이 횃불을 밝히며 비명을 질렀다. 동굴 깊은 곳에서 솟구쳐 나오는 온천수가 붉은 이끼와 뒤섞여 마치 거대한 핏빛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늙은 황씨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곳은…… 혈인천(혈인천)이구나. 겉은 핏빛이지만, 뼈를 얼려버릴 듯한 극음(極陰)의 냉독을 품고 있는 지하 냉천이지. 일반 무인이 몸을 담갔다간 반각도 안 되어 온몸이 얼어붙어 죽는 금역이다."


혈인천.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서진의 핏빛 안광이 번뜩였다. 심장의 타오르는 화독을 다스릴 유일한 구원줄이자, 스스로를 학대하여 생명을 연장할 자학의 연못이었다.


"나를…… 저 물속으로 던져라."


서진이 갈라진 목소리로 명령했다. 늙은 황씨는 경악했다.


"소협! 지금 몸 상태로 저 냉독 온천에 들어갔다간 심장까지 얼어붙어 즉사할 수 있소!"


"던져라…… 어차피 이대로 두면 심장이 타서 죽는다."


서진의 눈 속에 서린 서슬 퍼런 살기에 늙은 황씨는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황씨와 황팔은 서진의 피투성이 몸을 부축하여 붉은 이끼가 가득한 혈인천의 가장자리로 이끌었다.


풍덩!


서진의 전신이 핏빛 냉천 속으로 침수되었다.


"아아아아아윽!"


통각을 차단하는 뇌공차단 호흡법을 전개하고 있었음에도, 이빨을 사정없이 부딪치게 만드는 극단의 고통이 서진의 전신을 지배했다. 뼈를 찌르는 차가운 냉기가 상처를 타고 들어가 심장의 화독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가슴팍의 칠성탈명침 구멍 주변이 치익 소리를 내며 하얗게 얼어붙는 동시에, 내부에서는 끓어오르는 열기가 솟구치며 살점이 쩍쩍 갈라졌다. 극음과 극양이 전신 기맥에서 사정없이 충돌하는 지옥의 고통이었다.


서진은 이성을 잃지 않기 위해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오른손을 뻗어 갑판에서 챙겨온 이가 빠진 검은 묵철검(이가 빠진 검은 철검)을 냉천 바닥의 바위 틈새에 깊숙이 꽂아 넣었다. 날뛰는 독기와 진기를 외부로 방출할 배출구로 삼기 위함이었다.


우우우웅!


묵철검이 서진의 사나운 독기를 머금으며 기괴하게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러나 연이은 격전으로 이미 검신에 미세한 균열이 가득했던 검은 철검은, 차가운 냉천의 수온과 독기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지익 소리를 내며 비명을 질렀다. 검신 전체에 하얗게 성에가 끼기 시작하더니, 이내 거미줄 같은 균열들이 더욱 깊고 넓게 벌어지며 붕괴의 조짐을 보였다.


'검이 부러지면 안 된다. 독기를 검강으로 뿜어낼 그릇이 사라진다.'


서진은 꼬여가는 기혈을 제어하기 위해 왼손을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완전히 괴사하여 도포 속에 죽은 고기처럼 매달려 있던 그의 검은 왼손은, 냉독의 침투로 인해 손가락 마디마디가 더욱 단단하게 굳어 기괴한 각도로 뒤틀릴 뿐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왼손 경맥의 괴사가 영구적으로 심화되는 뼈아픈 대가였다.


"끄으윽…… 백가인술 구결(백가인술 구결)……!"


서진은 머릿속으로 부친에게 배웠던 인체의 해부학적 혈도와 맥상의 구조를 복기했다. 그는 오른손으로 품속의 백동 침통(백동 침통)을 열어 세 자루의 은침을 꺼냈다. 그리고 자신의 가슴팍과 척추 주변의 핵심 혈도를 향해 주저 없이 은침을 깊숙이 밀어 넣었다.


우드득!


침이 뼈와 기맥을 관통하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동굴 석실에 나지막이 울렸다. 서진은 은침의 인력을 매개로 삼아, 혈인천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냉독의 기운을 등 뒤 척추 기맥으로 강제로 유도했다. 심장의 타오르는 화독을 척추에서 이끌어낸 냉기로 덮어씌워 얼려버리는 음한독기 순환법(음한독기 순환법)의 전개였다.


서서히 심장의 폭주하던 열기가 가라앉으며, 꼬여있던 경맥의 기류가 음양의 조화를 되찾기 시작했다. 각혈이 멈추고 붉은 냉천수 위로 서진이 토해낸 검은 독혈이 흩어졌다.


그 고통스러운 조율의 순간, 서진의 몸이 냉천 깊은 곳으로 서서히 가라앉았다. 그의 오른손 끝이 붉은 이끼가 가득한 바위 바닥을 짚었다.


사락.


손끝에 닿는 감촉이 묘했다. 진흙과 붉은 이끼 밑바닥에 무언가 단단하고 기이한 금속체들이 묻혀 있었다. 서진은 숨을 참으며 붉은 이끼를 한 움큼 걷어냈다.


그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백년 전 의선 갈홍이 남겨둔 기이한 무쇠 침들과 고대 침술의 비법이 미세하게 음각된 기이한 금속 조각들이었다. 핏빛 물결 아래서 은은한 검푸른 빛을 발하는 조각들은, 향후 서진의 뒤틀린 맥상을 완전히 재구성할 새로운 비경의 열쇠였다.


그가 금속 조각을 움켜쥐는 찰나, 동굴 입구 주변에서 차가운 밤안개를 타고 흉흉한 살기가 흘러 들어왔. 물길을 따라 서진이 흘린 독혈의 냄새를 추적해 온 무림맹 감찰사단의 비밀 신호탄 기운이 어둠 속에서 붉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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