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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심연, 흔들리는 돛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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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고 무거운 어둠이 온몸을 짓눌렀다. 장강(長江)의 거센 물결은 단애 절벽에서 추락한 백서진의 피투성이 육체를 자비 없이 집어삼켰다. 귀를 찢을 듯한 강물의 포효 속에서, 의식의 끈이 가느다랗게 흔들렸다. 부러진 오른팔의 뼈가 차가운 수압에 짓눌려 비틀릴 때마다, 신경을 타고 흐르는 극통이 뇌리를 사정없이 난도질했다. 단전은 이미 깨어져 흔적조차 없었고, 기경팔맥은 찢어진 가죽 자루처럼 사방으로 터져 나가 진기를 담지 못했다. 오직 심장 주변을 파고든 칠성탈명침의 화독과 백사담의 냉독만이 그의 기맥 속에서 미친 듯이 소용돌이치며 사지를 굳히고 있었다.


그때였다. 물속의 암흑을 뚫고 거칠고 단단한 손 하나가 서진의 삼베 도포 깃을 움켜쥐었다.


"끄응……! 무겁기도 하구나. 조금만 더 버텨라, 소협!"


장강의 거친 물길을 평생 안방처럼 드나들었던 늙은 사공, 늙은 황씨였다. 그는 온 힘을 다해 서진의 몸을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흔들리는 조그만 돛배의 난간 위로 서진의 피투성이 육체가 거칠게 내던져졌다. 툭, 하는 무거운 타격음과 함께 서진의 입에서 검붉은 독혈이 울컥 쏟아져 나와 낡은 목조 갑판을 적셨다.


"할아버지! 이 사람, 피가…… 피가 너무 검어요! 냄새도 이상해요!"


배 위에서 대기하고 있던 황씨의 손자, 황팔이 겁에 질린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열두 살 남짓한 소년의 눈에 비친 백서진의 몰골은 인간의 형상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처참했다.


창백하다 못해 잿빛으로 죽어가는 피부는 군데군데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가는 석화(石化)의 징후를 보이고 있었다. 가슴팍의 가죽 붕대는 제갈영의 검기에 갈가리 찢겨 나가 벌건 속살과 함께 일곱 개의 검푸른 독침 구멍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그 구멍들 사이로 끊임없이 끈적한 검은 독혈이 흘러나와 빗물과 뒤섞였다. 완전히 마비되어 도포 자락 속에 죽은 고기처럼 매달려 있는 검은 왼손은 기괴할 정도로 서늘한 한기를 뿜어내고 있었고, 오른쪽 무릎은 동상과 관통상으로 인해 기괴한 각도로 뒤틀려 있었다.


늙은 황씨는 급히 돛배의 키를 잡으며 황팔에게 소리쳤다.


"팔이야! 어서 그 소협의 도포 속에서 마른 천을 꺼내 상처를 압박해라! 그리고 품속에 든 침통이 무사한지 확인해! 그게 저 소협의 목숨줄이다!"


"예, 예! 할아버지!"


황팔은 떨리는 손으로 서진의 헤진 삼베옷을 들추었다. 손가락 끝에 닿는 서진의 살결은 얼음장처럼 차가우면서도, 심장 부근만큼은 용암처럼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극음의 냉독과 극양의 화독이 체내에서 대칭을 이루지 못하고 폭주하려 하는 징후였다. 황팔은 서진의 품속에서 피와 물에 젖은 낡은 백동 침통을 간신히 찾아내 옆에 놓아두고, 거친 무명 천으로 서진의 가슴팍 상처를 강하게 압박했다.


하지만 서진의 식도는 이미 한빙장력과 독기의 반사 작용으로 완전히 굳어 있었다. 황팔이 다급하게 품속에서 칠성탈명침 억제액을 꺼내 그의 입술 사이로 흘려 넣으려 했으나, 서진의 턱관절은 무쇠처럼 굳어 움직이지 않았다. 약액은 입꼬리를 타고 흘러내려 검은 독혈과 함께 강물로 씻겨 내려갈 뿐이었다. 서진의 목구멍에서는 그저 천식 환자 같은 쇳소리와 미세한 신음만이 새어 나왔다.


"할아버지, 약을 삼키지 못해요! 숨소리가 점점 잦아들어요!"


"이런, 제기랄! 제갈세가의 쥐새끼들이 장강 상류를 완전히 봉쇄하기 전에 이 포구를 빠져나가야 하는데……!"


늙은 황씨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장강 하류 나루터 주변의 수로는 평소에도 관군과 무림맹의 감시가 삼엄한 곳이었으나, 오늘 밤은 평소와 달랐다. 단애 절벽 위에서 벌어진 대참극의 여파로, 장강 전체가 핏빛 살기로 가득 차 있었다.


두우우우— 두우우우—


멀리 장강 상류 방향에서 수로를 뒤흔드는 묵직한 북소리가 들려왔다. 늙은 황씨의 안색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제갈세가의 전투선들이다……! 벌써 강을 막아서기 시작했어!"


밤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수면 위로, 수십 척의 대형 철갑 수색선들이 횃불을 밝히며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 중심에 선 거대한 지휘선의 돛대에는 제갈세가의 청풍 문양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오빠 제갈휘의 밀명을 받고 가문의 장로 제갈영을 반폐인으로 만든 복수귀를 사냥하기 위해 출두한 여무사, 제갈혜(제갈혜)가 서 있었다. 그녀는 특수 제작된 가시 돋친 강철 채찍을 허리에 찬 채, 날카로운 안광으로 장강의 수면을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할아버지, 불빛들이 이쪽으로 와요! 어떡해요?"


황팔의 목소리가 공포로 가늘게 떨렸다. 수색선들의 거대한 횃불 무리가 밤안개를 뚫고 마치 거대한 불뱀처럼 장강 하류를 향해 압착해 들어오고 있었다. 철갑선들의 육중한 선체가 물결을 가르는 소리가 귓가를 짓눌렀다.


늙은 황씨는 이빨을 악물었다. 정면 돌파는 곧 개죽음이었다. 그의 작은 목조 돛배는 저 거대한 철갑선들이 한 번 들이받기만 해도 흔적도 없이 부서질 터였다.


"팔이야, 어서 배 안의 등불을 꺼라! 밤안개 속으로 숨어야 한다!"


황팔은 즉시 돛배의 조그만 유등을 불어 껐다. 사방이 순식간에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잠겼다. 늙은 황씨는 노를 소리 없이 저으며, 장강 하류 나루터 구석의 가파른 절벽 아래, 울창한 버드나무 가지들이 수면 위로 낮게 드리워진 은밀한 샛길 수로 속으로 배를 밀어 넣었다. 거대한 바위 그늘과 버드나무 잎들이 천연의 장막이 되어 작은 돛배를 가려주었다.


스으으으—


제갈혜가 탑승한 거대한 대형 수색선이 서진 일행이 숨은 버드나무 그늘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배가 일으킨 거대한 물결에 작은 돛배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다. 나무 선체가 절벽 바위에 부딪쳐 미세한 마찰음이 일어날 때마다, 황팔은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극심한 긴장감에 온몸을 바르르 떨었다.


"으…… 윽……."


그 순간,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백서진의 입에서 미세한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심장 속의 화독이 차가운 강바람과 충돌하며 기혈을 뒤흔든 탓이었다. 소리가 안개 낀 수면 위로 번져 나가려는 찰나, 황팔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무명 천을 서진의 입 위로 강하게 틀어막았다.


"흐읍……! 제발, 제발 소리를 내지 마세요……."


황팔은 눈물을 흘리며 서진의 이마를 누르고 비명을 삼켰다.


컹! 컹! 컹!


바로 옆을 지나가던 제갈세가 수색선 위의 살수견들이 일제히 돛배가 숨은 버드나무 그늘 방향을 향해 사납게 짖어대기 시작했다. 사냥개들은 강철 이빨 캡을 씌운 아가리를 벌리며, 밤안개 속에서 풍겨오는 미세한 독혈의 비린내를 감지한 듯 날뛰었다.


"무슨 일이냐? 개들이 왜 저 절벽 구석을 보고 짖는 거지?"


수색선 위에서 제갈세가 무사의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횃불의 붉은 그림자가 버드나무 가지 사이를 위태롭게 비추기 시작했다. 발각되기 직전의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늙은 황씨는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배 밑바닥 그물망 속에 보관해 두었던, 낮에 잡아서 상해버린 썩은 물고기 자루를 소리 없이 강물 속으로 던져 넣었다. 질척한 썩은 생선 비린내가 순식간에 수면 위로 번져 나갔다.


"쯧, 상한 물고기 떼가 떠내려가는 모양이군. 냄새가 지독하다. 개들이 그 썩은 비린내 때문에 흥분한 게지. 어서 하류 포구로 전진해라! 상이마인 놈이 물길을 타고 더 내려갔을지도 모른다!"


제갈세가 무사의 짜증 섞인 명령과 함께, 거대한 철갑선은 돛배를 뒤로한 채 서서히 멀어져 갔다. 살수견들의 짖는 소리도 밤안개 속으로 점차 희미해졌다.


"하아…… 하아…….


황팔은 서진의 입을 막았던 손을 떼며 주저앉았다. 전신이 땀과 강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늙은 황씨 역시 노를 쥔 손을 부르르 떨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위기는 끝난 것이 아니었다.


"할아버지…… 이 사람, 숨을 쉬지 않아요!"


황팔이 서진의 코밑에 손가락을 대었다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백서진의 가슴이 완전히 내려앉은 채, 더 이상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전신의 경맥 파열과 골절, 그리고 해독 한계를 초과한 극독의 충돌로 인해 그의 심장이 일시적으로 멈춰버린 것이었다. 피부는 완벽한 회색 석상처럼 차갑게 굳어갔고, 맥박은 완전히 끊겨 있었다.


"이, 이럴 수가…… 소협! 정신 차리시오! 백씨 가문의 마지막 혈육이 여기서 허무하게 죽어서는 안 되오!"


늙은 황씨가 서진의 뺨을 세차게 때리며 소리쳤으나, 서진의 육체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죽음의 정적이 흔들리는 돛배 위를 무겁게 가라앉혔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서진의 멈춰버린 심장 주변, 그의 가슴팍 깊숙이 박혀 있던 일곱 개의 칠성탈명침(칠성탈명침)이 기이한 진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우웅— 우웅—


인간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기이한 금속성 공명음이 서진의 으스러진 흉골 사이에서 새어 나왔다. 서진의 심장이 멈추자, 체내의 독기를 억제하고 있던 황금 침들의 기류가 무너지며 칠성탈명침의 원초적인 극독 기운이 한꺼번에 폭주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치이익, 하는 섬뜩한 부식음과 함께, 서진의 가슴을 덮고 있던 피 묻은 무명 천을 뚫고 검붉은 광채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일곱 개의 독침 구멍이 마치 밤하늘의 불길한 북두칠성처럼 어둠 속에서 붉고 서늘한 안광을 발하며 요동쳤다. 그 검붉은 광채는 밤안개가 가득한 장강의 수면 위로 기이하고도 불길한 핏빛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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