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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애 절벽의 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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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우검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 검강이 대지를 얼리며 서진의 숨통을 조여왔다.


매서운 진눈깨비가 단애(단애) 절벽의 거친 바위 표면을 때리고 있었다. 백서진은 부러진 묵철검을 쥔 채, 벼랑 끝의 사선에 서서 숨을 몰아쉬었다. 이미 가슴을 보호하던 묵철 흉갑은 산산조각 나 얼어붙은 눈밭 위로 흩어진 지 오래였다. 왼쪽 허벅지를 관통한 화살의 상처에서는 빗물에 희석된 검붉은 독혈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려 백색의 설원을 흉측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의 눈앞에 선 자는 제갈세가 최고의 노고수이자 화경의 초입에 이른 장로, 제갈영(제갈영)이었다. 제갈영이 들고 있는 빙우검에서 뿜어지는 청풍검강(靑風劍罡)은 단순한 검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대기 중의 수분마저 얼려버리는 서슬 퍼런 살기의 결정체였다.


“단전이 깨지고 기경팔맥이 찢어진 폐물 놈이 용케도 여기까지 기어왔구나.”


제갈영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그에게서 풍기는 압도적인 화경의 기세는 서진의 찢어진 경맥을 안에서부터 압박해 왔다. 정상적인 단전이 없는 서진은 오직 심장에 박힌 칠성탈명침(칠성탈명침)의 독기와 백사담의 냉독이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기괴한 팽창력만으로 신형을 지탱하고 있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가죽 붕대로 칭칭 동여맨 오른쪽 무릎 관절이 비명을 질렀다. 골절무시 투쟁(골절무시 투쟁)의 기세로 억지로 버티고 있었으나, 육체의 한계는 이미 진작에 찾아와 있었다.


“내 아우 제갈우를 죽이고 가문의 명예를 진흙탕에 처박은 대가는 오직 네놈의 목숨뿐이다.”


제갈영이 빙우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쉬이익!


찰나의 순간, 일곱 개의 푸른 검강 궤적이 사방에서 서진을 향해 쏘아져 들어왔. 검강이 지나는 자리마다 공기가 얼어붙어 하얀 성에가 일었다. 서진은 이가 빠진 검은 철검을 오른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마비되어 움직이지 않는 왼손은 도포 자락 속에 죽은 고기처럼 매달려 있을 뿐이었다. 서진은 오직 오른손 하나의 완력과 몸의 회전력만을 이용해 빗자루 검로의 회전 방사격을 전개했다.


깡! 깡! 쩌정!


무거운 묵철검이 푸른 검강과 맞부딪치며 사방으로 불꽃이 튀었다. 그러나 화경 고수의 내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검이 부딪칠 때마다 묵철검을 타고 흘러든 무시무시한 진동이 서진의 오른팔 뼈를 타고 척추까지 전해졌다.


우득! 바스락.


“크흑……!”


서진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울컥 쏟아져 나왔다. 묵철검의 검신 전체에 거미줄 같은 미세한 균열이 가속화되는가 싶더니, 이내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검날의 절반이 쩍 하고 갈라져 허공으로 날아갔다. 반토막 난 마검의 잔해만이 그의 손에 남았다. 그와 동시에 오른팔 어깨와 손목 관절의 뼈가 어긋나며 기괴한 소리를 냈다. 오른팔의 뼈가 완전히 부러진 것이다.


“겨우 이 정도 마공으로 세가의 장로를 상대하려 했더냐. 비참하구나, 백씨 가문의 망령이여.”


제갈영은 서진이 균열을 잃고 비틀거리는 틈을 놓치지 않았다. 노고수의 신형이 안개처럼 흐려지더니, 순식간에 서진의 가슴팍 앞으로 파고들었다. 그의 왼손 바닥에 푸른 서리 기운이 응축되며 거대한 장풍의 형상을 이뤄냈다. 제갈세가 비전의 극음 장공, 한빙장(寒氷掌)이었다.


콰아앙!


흉갑이 사라진 서진의 맨 가슴에 제갈영의 한빙장이 그대로 작렬했다.


“쿨럭! 커헉……!”


서진의 가슴팍 피부가 일순간 하얗게 얼어붙으며 쩍쩍 갈라졌다. 극음의 한기가 상처 구멍을 타고 심장 주변으로 침투하여, 칠성탈명침의 타오르는 화독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불과 얼음이 심장 내부에서 미친 듯이 소용돌이치며 오장육부를 찢어발겼다. 전신의 경맥이 일시에 파열되며 모공 전체에서 검은 독혈이 안개처럼 뿜어져 나왔다. 서진은 단애 절벽의 끝자락 바위에 부딪치며 주저앉았다.


시야가 흐려졌다. 뇌공차단 호흡법으로도 제어할 수 없는 극통이 뇌하수체를 사정없이 타격했다. 사지가 동상에 걸린 듯 하얗게 굳어갔고, 오른팔은 부러진 채 허공에서 흔들렸다.


‘끝인가…….’


제갈영이 빙우검을 나지막이 겨누며 서진의 목덜미를 향해 다가왔다. 그의 눈빛에는 패자에 대한 차가운 멸시만이 가득했다.


‘아니, 아직이다.’


서진은 이빨을 악물었다. 입안 가득 고인 피를 삼키며, 그는 도포 품속에 숨겨두었던 마지막 비장의 카드를 떠올렸다. 지하 의선의 폐가에서 발견했던 금기 영약, 역맥진기단(역맥진기단)이었다.


서진은 마비된 왼손 대신 입을 거칠게 움직여 도포 안쪽의 비밀 주머니를 찢어발겼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던 단 한 알의 검붉은 단약을 입안으로 삼켰다.


화아아악!


단약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순간, 파괴되었던 단전터에서 미친 듯한 진기의 폭풍이 일어났다. 그것은 기경팔맥을 강제로 뒤틀어 수명을 연소시키는 파멸의 기운이었다. 서진은 그 폭발적인 힘을 이용해 부러진 오른손을 억지로 움직여 품속에서 백씨가문 비전의 황금 침들을 꺼냈다.


턱! 턱! 턱!


서진은 자신의 가슴팍 핵심 기맥과 부러진 오른팔 관절의 단면에 황금 침 세 자루를 직접 깊숙이 밀어 넣었다. 절맥자침술의 극의였다.


“으아아아악!”


뼈를 깎는 듯한 비명이 협곡에 메아리쳤다. 황금 침이 혈도를 관통하는 순간, 제갈영이 심어두었던 한빙장의 극음 기운과 심장의 칠성탈명침 화독, 그리고 역맥진기단의 파괴적인 내력이 하나로 융합되기 시작했다. 파괴된 단전에서 기적적인 화경 강탈 경지(화경 강탈 경지 (사선 일격))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쳤다.


서진의 전신에서 검붉은 번개와 푸른 서리가 뒤섞인 기괴한 기류가 폭풍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의 창백한 머리칼이 순식간에 백발로 변해가며, 눈동자는 핏빛 안광으로 가득 찼다.


“이, 이게 무슨……! 경맥이 찢어진 놈이 어떻게 화경의 기세를 뿜어내는 것이냐!”


제갈영의 얼굴이 처음으로 경악과 공포로 물들었다. 노고수는 본능적인 위협을 느끼고 빙우검을 휘둘러 서진의 목을 베려 했다.


하지만 서진의 움직임이 한 발 더 빨랐다. 서진은 부러진 오른팔의 뼈가 비틀리는 극통을 골절무시 투쟁으로 억누르며, 반토막 난 묵철검을 쥐고 제갈영의 정면을 향해 돌진했다.


“사선(死線)의 일격이다.”


서진은 제갈영이 내지른 청풍검강의 참격을 몸으로 직접 받아내며 파고들었다. 검강이 그의 어깨와 옆구리를 찢어발겼으나, 서진의 반토막 난 검은 이미 제갈영의 가슴팍을 향해 쏘아져 가고 있었다.


적의 내공이 몸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서진은 황금 침의 인력을 이용해 제갈영의 한빙력을 자신의 독기와 강제로 융합한 뒤 역류시켰다. 화경 강탈 경지의 폭발력이 반토막 난 검신을 통해 제갈영의 체내로 사정없이 역류해 들어갔.


푸우욱!


반토막 난 검은 철검이 제갈영의 가슴 중앙을 관통했다.


“커, 헉……! 으아아악!”


제갈영의 체내로 침투한 검붉은 독기와 서리의 기운이 그의 심장 기맥을 안에서부터 사정없이 폭파시켰다. 제갈영의 전신 경맥이 순식간에 검게 타들어 가며 괴사하기 시작했다. 화경 고수의 완벽했던 기맥이 영구히 파괴되는 순간이었다.


제갈영은 빙우검을 떨어뜨린 채, 가슴을 움켜쥐고 눈 위로 쓰러져 피를 토했다. 그의 안광은 급격히 흐려졌고, 다시는 무공을 쓸 수 없는 반폐인의 상태가 되어 사지를 부르르 떨었다.


“쿨럭…… 백…… 백씨 가문의…… 괴물 놈…….”


서진은 제갈영의 가슴에서 부러진 검을 뽑아냈다. 그의 전신 뼈는 이미 으스러져 있었고, 역맥진기단의 반사 작용으로 전신 경맥이 갈가리 찢어져 가고 있었다. 수명이 몇 달 단위로 단축되는 치명적인 대가였다.


스으윽.


서진의 몸이 뒤로 기울어졌다. 단애 절벽의 끝자락, 딛을 곳 없는 허공 속으로 그의 신형이 꺾여 내려갔다.


바람을 가르는 차가운 파공음과 함께, 백서진의 피투성이 육체는 깊고 푸른 절벽 아래의 장강 수로를 향해 끝없는 추락을 시작했다. 차가운 진눈깨비가 그의 뺨을 때렸고, 서진은 서서히 멀어지는 단애 절벽의 잔상을 바라보며 의식을 잃어갔다.


풍덩!


얼어붙을 듯 차가운 장강의 물결이 서진의 전신을 집어삼켰다. 깊은 수중의 어둠 속으로 가라앉으며 그의 심장 박동이 점점 느려져 갔다.


암흑 같은 의식의 심연 속에서, 장강의 밤안개를 뚫고 가느다란 노 젓는 소리가 고요하게 울려 퍼졌다.


끼이익, 끼이익.


차가운 물결을 가르며, 늙은 사공 황씨(늙은 황씨)의 조그만 낡은 배 한 척이 서진의 피투성이 몸뚱이를 향해 은밀하고 신속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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