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침쇄명, 스스로 심장을 찌르다
쿠구구구…….
무거운 서책 벽이 완전히 닫히자, 등 뒤의 세상이 거짓말처럼 차단되었다. 서고 틈새로 불어닥치던 황량한 서북풍 소리도, 가문을 짓밟은 토호 독고패의 오만한 웃음소리도 이제는 들리지 않았다. 오직 사방을 메운 것은 칠흑 같은 어둠과 뼈저린 냉기, 그리고 깊은 지하 돌계단 아래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이한 안개뿐이었다.
"쿨럭……! 하아, 하아……."
백서진은 차가운 돌바닥 위에 엎드린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독고패에게 군화 발로 짓밟힌 옆구리와 갈비뼈가 움직일 때마다 으스러지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끔찍한 것은 가슴팍에서 시작된 불길이었다. 심장 깊숙이 박힌 일곱 개의 대못, 칠성탈명침(칠성탈명침)이 그의 격렬한 분노에 반응하여 무자비한 화독(火毒)을 내뿜고 있었다.
단전이 파괴되고 기경팔맥이 찢어진 서진의 몸은 이 거친 극독의 팽창을 감당할 수 없었다. 기혈이 꼬이고 뜨거운 피가 목구멍까지 역류했다. 서진은 바닥에 흩어진 누이의 나무 새 조각 파편을 피 묻은 손가락으로 쓸어 모았다. 날카로운 가시가 살점을 파고들었지만, 그 고통조차 심장을 불태우는 열독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직은…… 죽을 수 없다. 저 위선자들의 목을 베기 전까지는.'
서진은 이빨을 악물고 지하 계단을 따라 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오른손으로 얼어붙은 돌계단을 움켜쥐고, 마비된 왼손과 절뚝거리는 오른쪽 다리를 무겁게 끌었다.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무릎뼈가 삐걱거리는 비명이 어둠 속에 메아리쳤다. 계단 끝에 도달하자, 축축한 안개 너머로 백년 동안 방치되어 있던 기이한 석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곳은 백년 전 정파의 위선에 환멸을 느끼고 사라졌던 전설적인 기인, 의선 갈홍의 지하 폐가(의선의 지하 폐가)였다.
석실 중앙에는 먼지 쌓인 돌책상과 깨진 탕약 항아리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고, 벽면에는 음각으로 새겨진 기이한 붉은 글씨들이 희미한 안개 속에서 귀화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서진은 본능적으로 이끌리듯 돌책상 위로 기어갔다. 그곳에는 가죽 장막으로 덮인 한 권의 오래된 서책이 놓여 있었다.
[역침쇄명결(逆針鎖命訣)]
책장을 펼치자, 백년 전 의선 갈홍이 남긴 광기 어린 의념(갈홍 (의념))이 서진의 뇌리를 강타했다. 그것은 활인(活人)의 서가 아니었다. 스스로를 파괴하여 힘을 얻는, 철저한 등가교환의 살인서였다.
- 심장에 박힌 독을 두려워하지 말라. 독이 심장을 뚫기 전에, 스스로 혈도를 찔러 독기의 흐름을 묶어라. 찢어진 경맥 벽에 독기를 가두고 팽창시켜라. 그것이 깨진 단전 없이도 천하를 도륙할 유일한 힘이 될 것이니. 그러나 기억하라. 침을 꽂을 때마다 너의 수명은 하루씩 타들어 갈 것이며, 경맥은 영구히 뒤틀릴 것이다. -
서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기경팔맥이 찢어진 폐인이 독기의 팽창력을 역용하여 일시적인 진기를 얻는 금기 무공. 이것이야말로 칠성탈명침의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 죽어가던 그가 손에 쥘 수 있는 최후의 복수 흉기였다.
"수명 따위…… 가문을 멸문시킨 개새끼들의 목을 벨 수만 있다면 백 번이라도 바치겠다."
서진은 품속에서 낡은 백동 침통(백동 침통)을 꺼냈다. 명의였던 부친 백무흔이 늘 환자들을 살릴 때 쓰던 가문의 유품이자, 이제는 아들의 육체를 찢어발길 자학의 도구였다. 서진은 떨리는 손으로 침통의 뚜껑을 열고, 차갑게 빛나는 세 자루의 장침을 뽑아 들었다.
서진은 헤진 삼베옷을 거칠게 찢어발겼다. 가슴팍은 이미 검붉은 독혈로 물들어 있었고, 심장 주변에는 일곱 개의 검은 침공이 마치 지옥의 구멍처럼 입을 벌리고 있었다. 칠성탈명침이 내뿜는 화독으로 인해 가슴의 피부는 벌겋게 익어 타들어 가고 있었다.
첫 번째 장침을 오른손에 쥐고 가슴의 '쇄명(鎖命)' 혈도에 겨누었다.
그 순간, 심장 속의 칠성탈명침이 위협을 감지한 듯 극렬하게 요동쳤다. 화독이 미친 듯이 분출되며 서진의 온몸을 안에서부터 녹여버릴 듯 밀려왔다. 시야가 붉게 물들고, 위장이 뒤틀리는 극통에 서진의 팔이 부르르 떨렸다. 침끝이 혈도에서 일 리(미세한 단위)라도 어긋나는 순간, 독기가 역류하여 심장이 통째로 폭사할 터였다.
서진은 이빨을 악물고 혜안대사에게 배운 불교 호흡법을 전개했다. 뇌로 향하는 통증의 통로를 억지로 차단하며 이성을 붙잡았다.
지익!
서진은 주저 없이 첫 번째 은침을 가슴뼈 사이로 밀어 넣었다. 살점이 찢어지고 은침이 갈비뼈 연골을 긁어내며 들어가는 끔찍한 소리가 석실에 울려 퍼졌다.
"아아아악……!"
비명이 목구멍을 찢고 터져 나왔다. 칠성탈명침의 화독이 은침의 침입에 격렬하게 저항하며 서진의 전신 피부를 검붉게 태우기 시작했다. 혈관들이 뱀처럼 꿈틀거리며 피부 위로 검푸르게 솟아올랐다. 숨이 막혀 뇌가 터질 것 같은 호흡 곤란이 찾아왔다.
하지만 서진은 멈추지 않았다. 두 번째 은침을 쥐고 심장 좌측의 '역맥(逆脈)' 혈도를 겨냥했다.
푸학!
침끝이 살을 뚫는 순간, 기혈이 어긋나며 왼쪽 가슴의 실핏줄들이 일시에 터져 나갔다. 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쳐 서진의 얼굴과 돌책상을 적셨다. 눈앞이 흐려지고 의식이 심연 속으로 가라앉으려 했다. 부친의 따뜻했던 미소와 누이의 울음소리가 환청처럼 스쳐 지나갔다.
'아직은 안 돼. 독고황의 목을 베기 전에는 절대로 죽을 수 없다!'
서진은 핏물 가득한 눈을 부릅뜨고 마지막 진기를 쥐어짜 세 번째 은침을 심장 바로 아래 '쇄독(鎖毒)' 혈도에 밀어 넣었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절체절명의 자침이었다.
뿌드드득!
침이 뼈와 기맥의 단면을 관통하여 고정되는 순간, 요동치던 화독의 기류가 억지로 꺾이며 은침의 경로를 따라 강제로 정렬되기 시작했다. 칠성탈명침의 무자비한 독기가 사방으로 발산되는 대신, 서진의 찢어진 경맥 벽을 따라 억지로 흐르는 하나의 기괴한 순환 고리를 형성했다.
역침쇄명 1성(역침쇄명 1성 (독기 치환))의 경지가 그의 육체 위에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서진은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전신의 기력이 완전히 방전되어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심장 주변의 기맥은 영구적으로 뒤틀려 기괴한 형태로 변형되었고, 가슴팍에서는 검붉은 피가 끊임없이 배어 나왔다.
독기를 간신히 묶어 공력의 기틀을 닦았으나, 그것은 구원이 아니었다. 독기가 순환을 시작하자마자 찢어진 경맥 벽을 거칠게 쓸어내리며, 매 순간 사방에서 수천 개의 바늘로 뼈를 찌르는 듯한 상시적인 극통이 전신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편안한 안식은 이제 그의 삶에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고통을 연료로 삼아 전진하는 처절한 마검사(魔劍士)의 운명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서진은 붉게 물든 바닥에 누워, 부서진 나무 새 조각의 파편을 품에 꼭 쥐었다. 그의 입꼬리가 기괴하게 올라갔다.
"이제…… 사냥을 시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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