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읍의 검은 밤
당소요의 얇은 손가락 끝이 묵철검의 기운에 닿는 순간, 칠성동 동굴 입구 너머 성읍에서 들려온 비보가 서진의 심장을 다시 한번 얼어붙게 만들었다.
동굴 밖 황무지의 빗소리를 뚫고 헐떡이며 달려온 삼돌이의 숨소리는 가냘프기 그지없었다. 사천당가의 당소요와 당외가 어둠 속에서 고양이 같은 눈빛을 빛내며 지켜보는 가운데, 삼돌이는 무릎을 꿇은 채 품속에서 짓이겨진 종이 한 장을 꺼내 들었다. 그것은 성읍에 위치한 제갈세가 임시 분타의 책사, 제갈표가 보낸 잔혹한 경고장이었다.
"서, 서진 형님…… 제갈세가의 놈들이 흑토곡 주민들을 샅샅이 잡아갔습니다. 아진이와 노가 할아버님, 그리고 우물가에서 형님을 도왔던 이들을 모조리 성읍 분타의 지하 석실에 가두고 고문을 시작했습니다. 내일 자정까지 형님이 직접 제발로 걸어 나오지 않는다면, 주민들의 손가락을 하나씩 잘라 흑토곡 어귀에 매달겠다고 합니다……."
삼돌이의 목소리는 공포로 가득 차 잘게 떨리고 있었다.
서진의 가슴팍에서 검붉은 독기가 일시에 일렁였다. 심장에 박힌 일곱 개의 칠성탈명침이 그의 분노에 공명하듯 뜨겁게 화독을 내뿜었다. 입가로 검붉은 독혈이 한 줄기 흘러내렸으나, 서진은 오른손 소매로 묵묵히 피를 닦아낼 뿐이었다. 그의 얼굴은 핏기 없이 창백했고, 두 눈동자는 심연처럼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당소요가 부채로 입가를 가리며 흥미롭다는 듯 생글생글 웃었다.
"어머, 제갈세가의 지략가라는 제갈표가 아주 비열한 덫을 놓았네. 단전이 깨진 네 사지 마비 상태를 뻔히 알면서, 주민들을 인질로 삼아 기동력이 없는 널 좁은 성읍 분타로 끌어내려 하다니. 어떻게 할 거야, 백서진? 저 몸을 이끌고 정면으로 기어 들어갔다간 뼈도 못 추릴 텐데?"
당외 역시 안대 너머로 서진의 뒤틀린 맥상을 짚어보며 차갑게 덧붙였다.
"가문이 멸문당한 복수귀의 길이란 결국 이토록 비참한 법이다. 네놈이 아무리 기괴한 독공을 뿜어낸들, 사지가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제갈표의 철저한 합격진을 뚫을 수는 없다. 당가는 약속대로 방관할 터이니, 네놈의 마지막 발악을 지켜보겠다."
서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묵묵히 고개를 숙여 바닥에 흩어진 묵철검의 부러진 조각들을 수거했다. 그리고 절뚝거리는 오른쪽 다리를 이끌고 동굴 밖, 폭우가 쏟아지는 흑토곡의 어둠 속으로 걸어 나갔다. 사천당가의 두 고수는 그 처절한 뒷모습을 보며 더 이상 추격하지 않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방관의 묵계는 성립되었다.
서진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흑토곡 어귀에 위치한 철쇠의 대장간이었다.
화로의 붉은 불꽃이 세차게 흔들리는 대장간 내부, 외다리 대장장이 철쇠는 땀과 그을음으로 범벅이 된 채 거대한 망치를 내려치고 있었다. 철쇠는 서진이 들어서는 소리를 듣자마자 망치질을 멈추었다. 그의 무거운 안광이 서진의 찢겨진 어깨와 가슴팍, 그리고 검게 괴사하여 움직이지 않는 왼손에 닿았다.
철쇠는 묵묵히 돌아서서 화로 옆에 붉게 달아오른 두꺼운 묵철판을 집어 올렸다. 그리고 그것을 찬물에 담가 치익 하는 거친 수증기를 뿜어내게 한 뒤, 서진의 앞으로 걸어왔.
"이걸 가슴에 대라."
철쇠의 목소리는 끓어오르는 쇳물보다도 무겁고 씁쓸했다. 그가 내민 것은 서진의 심장 부근을 완벽하게 덮을 수 있도록 두껍고 거칠게 단조된 묵철 흉갑(묵철 흉갑)이었다. 제갈세가 무사들의 날카로운 검기가 서진의 가슴팍에 박힌 칠성탈명침을 직접 타격하는 것을 막아내기 위한 최후의 물리적 방패였다.
"내 손재주가 미천하여 화려한 장식은 없다만, 제갈세가 대주 놈들의 검강이라도 이 묵철의 두께를 쉽게 뚫지는 못할 게다. 네 어깨뼈와 심맥은 내가 지켜줄 터이니…… 제발 개죽음만은 당하지 마라, 서진아."
철쇠의 주름진 얼굴에 깃든 씁쓸함과 비장함은 폭우의 소음보다도 짙었다. 서진은 말없이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한 뒤, 묵철 흉갑을 가슴팍에 단단히 얹었다.
그 다음은 육체를 고정하는 고통의 의식이었다.
서진은 철쇠가 사냥해 온 서리 늑대 가죽으로 만든 질긴 가죽 붕대(거친 가죽 붕대)를 꺼내 들었다. 전투 중 격렬한 기동으로 인해 부러진 무릎 뼈와 찢어진 어깨 힘줄이 어긋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전신을 미라처럼 강제로 조여매야만 했다.
지익, 지이익.
서진은 가죽 붕대의 한쪽 끝을 이로 물고, 오른손 하나만으로 자신의 오른쪽 무릎 관절과 왼쪽 어깨를 사정없이 감아올렸다.
우드득, 콰직.
어긋나 있던 무릎 뼈와 어깨뼈가 질긴 가죽의 압박에 밀려 기괴한 소리를 내며 강제로 제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뼈와 힘줄이 맞물릴 때마다 전신을 찢어발기는 듯한 극통이 밀려왔다. 서진의 이마에서 굵은 식은땀과 함께 검붉은 피가 입술 새로 배어 나왔지만, 그는 단 한 마디의 비명도 지르지 않았다. 오직 뇌공차단 호흡법을 전개하여 뇌로 향하는 통증 인지를 강제로 차단할 뿐이었다.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거구의 철쇠마저 이빨을 악물며 고개를 돌려버릴 정도로, 그것은 눈물겨운 자학의 현장이었다.
온몸을 붕대로 단단히 결속한 서진은 마침내 창백한 얼굴을 검은 가죽 복면으로 가리고, 그 위에 깊은 대나무 삿갓을 썼다. 검게 죽어버린 왼손은 넓은 도포 소매 속에 깊숙이 감추었다. 그의 오른손에는 처단한 제갈우의 품에서 빼앗은 놋쇠 요패(제갈세가 대주 요패)가 쥐여 있었다.
삼돌이가 전해준 제갈표의 순찰 지도와 정문 보초 교대 시간을 머릿속으로 복기한 서진은, 폭우가 쏟아지는 검은 밤을 틈타 성읍을 향해 어둠 속으로 신형을 날렸다.
빗방울이 대지를 사정없이 때려눕히는 자정 무렵, 성읍 외곽에 위치한 제갈세가 임시 분타의 거대한 철문 앞은 음산하기 짝이 없었다. 사방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이 진흙탕을 만들고 있었고, 높은 담장 위에는 횃불들이 빗속에서 위태롭게 명멸하고 있었다.
서진은 그림자처럼 정문 앞으로 다가갔다. 절뚝거리는 오른쪽 다리의 무게중심을 도포 자락으로 철저히 가린 채, 그는 차가운 빗속에서 요패를 쥔 오른손을 천천히 뻗었다.
정문을 지키던 제갈세가의 정예 보초 무사 두 명이 무기를 겨누며 날카롭게 외쳤.
"누구냐! 이 깊은 밤 폭우 속에 분타를 찾는 자가 누구란 말이냐!"
서진은 가죽 복면 너머로 목소리를 극도로 가라앉히며, 제갈우의 놋쇠 요패를 보초들의 횃불 불빛 앞으로 들이밀었다.
"대주님께서 흑토곡의 쥐새끼를 추적하던 중 밀명을 내리셨다. 분타 내부의 경비 상태를 점검하고 책사 어르신께 급보를 전하라는 명령이시다. 문을 열어라."
보초 무사들은 빗물에 젖은 요패의 제갈세가 대주 각인을 확인하자마자 경악하며 황급히 무기를 거두었다. 제갈우 대주의 직속 요패를 지닌 자의 명령을 거역할 배짱은 그들에게 없었다. 폭우와 어둠, 그리고 도포와 복면으로 완벽히 가려진 서진의 신체적 장애는 적들의 눈을 완벽하게 속여 넘겼다.
"명, 명령을 받듭니다! 어서 안으로 드십시오!"
무겁고 육중한 철문이 삐걱거리는 금속음과 함께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검은 도포를 걸치고 얼굴을 가죽 복면으로 가린 서진이, 제갈우의 요패를 경비병들에게 제시하며 임시 분타의 철문을 소리 없이 열고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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