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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우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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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가르는 일곱 개의 은빛 검섬이 백서진의 시야를 가득 메웠다. 빗줄기를 찢으며 쏘아지는 제갈우의 세검은 바람의 기류를 타고 예리한 파공음을 내뿜고 있었다. 제갈세가 비전 청풍세검술의 정수이자, 상대의 심맥을 일곱 개의 각도로 동시에 저격하는 칠성검법(七星劍法). 그 검끝이 겨누고 있는 곳은 명확했다. 서진의 가슴팍, 바로 칠성탈명침이 박혀 검붉은 핏물로 물든 붕대 너머의 심장이었다.


"죽어라, 폐물 놈아!"


제갈우의 오만한 외침이 빗소리에 섞여 들렸다. 적은 서진의 완전히 마비되어 가슴에 묶인 왼손과 걸을 때마다 심하게 흔들리는 오른쪽 다리를 보며 이미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일류 고수의 정종 기공이 실린 세검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서진의 심장을 향해 쇄도했다.


서진은 피하지 않았다. 아니, 얼어붙은 오른쪽 무릎 관절의 동상 마비 때문에 기민하게 피할 수도 없었다.


서진은 오른손으로 이가 빠진 검은 철검의 무거운 자루를 움켜쥐었다. 손바닥의 굳은살이 묵철의 거친 감촉과 맞닿았다. 단전이 파괴된 그의 몸에는 정종의 내공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심장에 박힌 일곱 개의 독침이 뿜어내는 타오르는 화독과, 칠성동에서 삼켰던 백사담의 서늘한 냉독이 기맥 속에서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뒤틀린 팽창력만이 그의 공력이었다.


'뇌공차단.'


서진은 뇌공차단 호흡법을 전개하여 전신을 찢는 듯한 통증을 강제로 지워버렸다. 그리고 무거운 묵철검을 들어 올려 일곱 개의 은빛 궤적 중 가장 치명적인 중앙의 참격을 정면으로 받아내려 검신을 비스듬히 세웠다.


깡! 깡! 깡!


날카로운 금속음이 연속으로 울려 퍼지며 사방으로 빗방울이 불꽃처럼 튕겨 나갔다. 제갈우의 정교한 칠성검법이 묵철검의 넓은 검신에 부딪쳐 튕겨 나갔으나, 세검에 실린 청풍기공의 날카로운 회전력이 서진의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다.


찌르르륵!


가슴팍을 단단히 조여매고 있던 거친 가죽 붕대가 완전히 찢겨 나갔다. 빗물에 씻겨 내리는 창백한 가슴팍 위로, 일곱 개의 검붉은 침공이 마치 지옥의 구멍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칠성탈명침의 독기가 빗물과 섞여 검붉은 진물로 흘러내리는 기괴하고 처참한 광경에, 주변에서 지켜보던 제갈세가 무사들의 얼굴에 알 수 없는 공포가 서렸다.


"가슴의 붕대가 찢어지니 추악한 독침 구멍들이 드러나는구나! 흑토곡의 마귀 새끼가 감히 제갈세가의 권위에 도전하려 들다니!"


제갈우는 서진의 노출된 상처를 보고 더욱 기세를 올렸다. 적은 서진의 하체가 부실하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었다. 제갈우는 신형을 낮추며 서진의 얼어붙은 오른쪽 무릎을 향해 세검을 낮게 찔러왔다.


푸욱!


예리한 검끝이 서진의 오른쪽 무릎 관절 옆 살점을 관통했다. 뼈가 긁히는 섬뜩한 감촉이 전해졌으나, 백사담의 냉독으로 이미 동상에 걸려 마비된 다리는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오직 차가운 쇠붙이가 살을 찢고 들어오는 기분 나쁜 압박감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옆구리의 검상과 무릎의 관통상으로 인해 서진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서진은 일부러 중심을 잃은 척, 왼쪽으로 몸을 크게 기울였다. 완전히 마비되어 움직이지 않는 검은 왼손 방향, 즉 적이 가장 확신하고 있는 사각지대를 완전히 열어젖힌 것이다.


"비참하게 쓰러지는구나! 끝이다!"


제갈우가 승리를 확신하며 포효했다. 적은 서진의 무너진 자세를 놓치지 않고, 그의 왼쪽 어깨와 목덜미를 완전히 끊어버리기 위해 세검을 깊숙이 밀어 넣었다.


서진의 입꼬리가 기괴하게 위로 들렸다. 창백한 얼굴 위로 흐르는 빗물 사이로 차가운 살기가 번뜩였다.


그것은 서진이 파놓은 사각지대의 덫이었다.


푸학!


제갈우의 세검이 서진의 왼쪽 어깨 깊숙한 곳을 관통했다. 붕대와 살점을 찢고 들어간 검날이 어깨뼈에 걸려 단단히 고정되었다. 마비되어 감각이 없는 왼팔은 고기 방패가 되어 적의 무기를 묶어두는 완벽한 족쇄가 되었다. 제갈우는 검이 서진의 몸에 박힌 순간,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하고 검을 뽑으려 했으나 이미 늦은 뒤였다.


"이놈……! 검이 빠지지 않는다!"


"가문이 무너질 때, 내 가솔들도 이 고통 속에서 죽어갔다. 이제 네 차례다."


서진의 목소리는 빗소리보다 더 차갑고 고요했다. 서진은 얼어붙은 오른쪽 무릎 관절의 무게와 어깨에 가해진 충격력을 원심력의 축으로 삼아, 디딤발을 강하게 굴렀다.


쿵!


역천보(逆天步)의 폭발적인 기동력이 진흙바닥을 강타했다. 발바닥의 기맥이 개방되며 지면이 움푹 패이고, 그 반동으로 서진의 신형이 기괴한 각도로 반바퀴 회전했다. 왼쪽 어깨에 박힌 제갈우의 세검을 그대로 품은 채, 몸을 돌려 오른손의 무거운 묵철검을 제갈우의 무방비한 몸을 향해 휘두른 것이다.


사각지대 역습술(사각지대 역습술)의 치명적인 참격이 빗줄기를 가르며 회전했다.


동시에 서진은 심맥 깊은 곳에서 요동치는 칠성탈명침의 화독을 역침쇄명결의 운기법으로 이끌어냈다. 타오르는 불길 같은 검붉은 진기가 오른팔 경맥을 타고 흘러 이가 빠진 검은 철검의 검신으로 사납게 쏟아져 들어갔다.


콰아아아!


묵철검의 넓고 무거운 검신이 제갈우의 세검 자루를 정면으로 강타했다. 두 병기가 부딪치는 순간, 단순한 쇠붙이의 마찰음이 아닌 거대한 화염이 폭발하는 듯한 굉음이 초소 연무장을 뒤흔들었다.


화독반사격(火毒反射擊)의 치명적인 열기가 제갈우의 세검 날을 타고 그의 오른손으로 사납게 역류했다.


치이이익!


"아아아악!"


제갈우가 단번에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 세검의 손잡이를 쥐고 있던 그의 가죽 장갑이 순식간에 불타오르며 벌건 화염에 휩싸였다. 화독의 무시무시한 열기는 그의 손바닥 피부를 순식간에 태워버렸고, 뼈마디가 타들어 가는 극통에 제갈우는 비명을 지르며 세검을 놓쳐버렸다. 적의 유일한 무기이자 자랑이던 청풍세검이 연무장 바닥에 떨어져 빗물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제갈우는 오른손을 감싸 쥐고 뒤로 물러서려 했으나, 서진은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회전하는 원심력을 그대로 살린 서진의 검끝이 지면을 낮게 쓸어 담았다.


소지검로(掃地劍路)!


검붉은 진기와 한독이 섞인 둔탁한 참격이 제갈우의 양 무릎 힘줄을 가차 없이 후려쳤다. 콰직! 하는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제갈우의 두 다리가 기괴한 각도로 꺾이며 진흙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끄아아악! 내 다리가…… 내 다리가!"


제갈우는 진흙바닥을 구르며 비명을 질렀다. 두 다리의 힘줄이 끊어지고 손바닥이 불타버린 적은 더 이상 일류 고수의 위엄을 찾아볼 수 없는 비참한 패잔병에 불과했다. 서진은 왼쪽 어깨에 박혀 있던 세검을 오른손으로 뽑아 바닥에 내던졌다. 상처에서 검붉은 독혈이 울컥 뿜어져 나왔으나, 서진의 안광은 흔들림 없이 차갑게 제갈우를 내려다보았다.


서진은 질질 끌리는 묵철검을 치켜들었다. 검끝에서 흘러내린 빗물이 제갈우의 공포에 질린 얼굴 위로 떨어졌다.


"백서진…… 제발 살려다오! 가문이 멸문당할 때 난 그저 명령을 따랐을 뿐이다! 무림맹주 독고황과 본가의 장로들이 시킨 짓이란 말이다!"


제갈우는 사지를 떨며 목숨을 구걸했다. 가문의 영광을 가로채고 출세하려던 오만함은 간데없고, 오직 살고자 하는 추악한 본능만이 비참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내 가솔들도 네놈의 칼날 앞에서 그렇게 목숨을 구걸했을 터다."


서진의 목소리에는 분노조차 섞여 있지 않았다. 오직 얼음처럼 차가운 단죄의 의지만이 서려 있었다.


서진은 묵철검을 내리찍었다. 두껍고 이가 빠진 검신이 제갈우의 가슴팍 가죽 흉갑을 뚫고 그의 심장을 정확히 관통했다.


푸학!


제갈우의 입에서 붉은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서진은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어 비틀어 적의 심맥을 완전히 끊어놓았다. 제갈우의 두 눈동자에서 생기가 서서히 사라지며, 복수의 첫 페이지를 장식한 원수의 몸뚱이가 진흙바닥 위로 차갑게 굳어갔다.


서진은 제갈우의 시체 위에 한 걸음 다가서서 묵철검을 뽑아냈다. 그리고 비정하게 그의 품속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피에 젖은 청색 비단 자락을 헤집자, 놋쇠로 주조된 묵직한 패가 모습을 드러냈다. 제갈세가 대주의 신분을 증명하는 제갈세가 대주 요패(제갈세가 대주 요패)였다. 서진은 요패를 쥐어 자신의 품속에 깊숙이 집어넣었다. 향후 제갈세가의 삼엄한 경계망을 속이고 침투할 수 있는 완벽한 신분 위장 도구가 손에 들어온 것이다.


서진의 수색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제갈우의 안감 깊숙한 곳에서 가죽으로 밀봉된 작은 비밀 장부가 발견되었다. 빗물에 젖지 않도록 이중으로 밀봉된 장부를 뜯어내자, 서북 지역 수색대의 이동 경로와 본가에 바칠 뇌물 목록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장부의 마지막 장에 도달한 서진의 두 눈동자가 무섭게 수축했다.


[방계 백강우, 성읍 제갈세가 비밀 거처 상주. 가문 비보 황금 침구 세트 헌납 조율 중.]


가문이 멸문당할 당시, 무림맹의 압박과 제갈세가의 회유에 넘어가 가문의 비밀 처방전을 넘겨주고 혈육들을 밀고했던 배신자. 방계 당숙 백강우(백강우)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는 가문의 피를 판 대가로 얻은 부귀영화를 누리며, 흑토곡 외곽 성읍의 화려한 사저에서 제갈세가의 비호 아래 호의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서진의 아귀에 힘이 들어가며 제갈우의 비밀 장부가 비틀려 찢어졌다. 가슴속에서 칠성탈명침의 화독이 다시 한번 뜨겁게 타오르며 그의 기맥을 자극했다. 다음 복수의 표적이 명확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때, 쓰러진 제갈우의 왼손 손가락이 미세하게 요동쳤다. 적은 마지막 남은 생명력을 쥐어짜, 소매 속에 감추어 두었던 작은 청동 암기통의 실선을 잡아당겼다.


피이이이익!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붉은 신호탄 한 발이 검은 밤하늘을 향해 쏘아져 올라갔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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