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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갱도, 구출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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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도련님! 큰일 났습니다! 방금 천신 영석광산 지하 1층 구역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습니다!”


시종 길동의 절규가 서재의 사방 벽을 흔들었다. 서가에서 떨어진 책들이 바닥에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탁자 위의 찻잔은 이미 깨져 차가운 찻물이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대지의 진동은 멈췄으나, 청룡성 전체를 짓누르는 기묘한 침묵과 뒤이어 들려오는 먼 곳의 아우성은 폭풍의 전조와도 같았다.


강태현은 휠체어 손잡이를 꽉 쥐었다. 전신을 타고 흐르는 맥 폐색증의 가혹한 오한이 심장을 찔렀지만, 그의 맑고 깊은 눈동자만큼은 흔들림이 없었다.


‘강태식과 강민수, 결국 독살이 실패하자마자 광산을 무너뜨려 내 관리 책임을 묻고 맹주직을 찬탈하려는 심산이구나.’


태현은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명령했다.


“길동아, 당장 진아 부인과 남옥곡의 약초 전문가 녹수 소저를 불러라. 그리고 내 휠체어를 준비해라. 지금 당장 천신 영석광산으로 간다.”


“하, 하지만 도련님! 몸도 온전치 않으신데 그 위험한 곳에 직접 가시겠다니요!”


“지체할 시간이 없다. 지상에서 세 가문의 무사들이 서로를 의심하며 피를 흘리기 시작하면, 청룡령은 돌이킬 수 없는 파멸로 치닫게 된다. 서둘러라.”


길동은 태현의 단호한 기개에 압도되어 서둘러 안채로 달려갔다.


잠시 후, 에메랄드빛 의복을 입고 향긋한 풀 내음을 풍기는 제갈진아가 다급히 서재로 들어섰다. 그녀의 뒤에는 노란색 도포를 입고 약초 망태기를 멘 앳된 소녀, 녹수가 긴장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진아는 태현의 창백한 안색을 살피며 그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서방님, 기맥이 아직 다 진정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몸으로 광산에 가시겠다는 것은 자살행위입니다!”


태현은 진아의 따뜻한 손길을 느끼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진아 부인, 지하에 매몰된 이들은 우리 가문의 광부들뿐만이 아니오. 북무관과 적련교의 정예 광부들도 함께 갇혔소. 내가 가지 않으면, 지상에 남은 무사들이 서로의 목을 베려 들 것이오. 남옥곡의 의술과 내 지략이 힘을 합쳐야만 이 파국을 막을 수 있소.”


진아는 태현의 눈빛 속에 담긴 굳건한 의지를 읽었다. 약골 서자라 불리던 사내가 보여주는 이 의연함은 그녀의 가슴 깊은 곳을 세차게 흔들었다. 그녀는 결국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제갈진아의 남편이 죽으러 가는데, 아내가 빠질 수는 없지요. 녹수야, 지체 없이 지하 가스 중독을 치료할 해독초 약액과 정화 은침을 챙기거라.”


“네, 곡주님! 바로 준비할게요!”


녹수가 똘똘한 목소리로 답하며 약초 가방을 단단히 고쳐 멨다. 태현은 길동이 미는 휠체어에 몸을 싣고, 진아와 녹수를 대동한 채 밤안개를 뚫고 천신 영석광산으로 향했다.


***


천신 영석광산 지하 1층 (채굴 구역)의 입구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무너진 갱도 입구에서 피어오르는 자욱한 흙먼지 사이로, 수백 명의 무사들이 횃불을 든 채 서로를 향해 무기를 겨누고 있었다.


“비열한 북무관 놈들! 너희가 영석 채굴권을 독점하려고 고의로 폭약을 터뜨린 것이 틀림없다!”


붉은 가죽 경갑을 입은 적련교의 무사가 소리치며 채찍을 휘둘렀다. 이에 은백색 검복을 입은 북무관의 검수가 차가운 검기를 뿜어내며 맞섰다.


“닥쳐라, 마교의 무리들아! 오히려 너희의 그 불길한 마기가 지반을 흔들어 이 사달이 난 것이 아니더냐!”


양측의 무사들이 당장에라도 서로의 목을 벨 듯 일촉즉발의 대치를 이어가고 있을 때, 군중의 틈바구니에서 음흉한 안광을 번뜩이는 사내가 목소리를 높였다. 남옥곡의 젊은 무사이자 강태식의 사주를 받은 선동꾼, 골한이었다.


“모두 진정하십시오! 이 모든 비극의 원인은 결국 우리 세 가문의 이권을 조율하겠다며 맹주랍시고 나선 소공작가의 나약한 서자, 강태현 때문이 아닙니까! 그 병신 같은 놈이 광산 관리를 소홀히 하여 우리 동포들이 지하에 묻힌 것입니다!”


골한의 선동에 휩쓸린 무사들이 동요하며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맞다! 강태현을 끌어내라! 소공작가를 믿은 우리가 바보다!”


유혈 충돌이 일어나기 직전의 찰나, 계곡 입구에서 둔탁하지만 묵직한 목재 바퀴 소리가 울려 퍼졌다.


드르륵, 드르륵.


“모두 검을 거두어라!”


병약하지만 기품이 서린, 그리 크지 않은 목소리였으나 이상하게도 광장 전체의 소음을 단숨에 잠재웠다. 무사들의 시선이 일제히 계곡 입구로 향했다. 그곳에는 청색 학자 도포를 단정하게 입은 강태현이 휠체어에 앉아 차가운 눈빛으로 군중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태현은 품속에서 청룡 가문의 옥패(Blue Dragon Family Jade Pendant)를 꺼내 높이 들어 올렸다. 푸른빛 옥패가 횃불의 불빛을 받아 신비로운 영기를 뿜어냈다.


“나는 소공작 가문의 가주 대행이자, 청룡령 연합의 조율사 강태현이다. 지금 지하에 너희의 형제와 동포들이 매몰되어 죽어가고 있거늘, 지상에서 서로에게 칼을 겨누며 피를 흘리겠다는 말이냐!”


골한이 이빨을 드러내며 비웃었다.


“하! 휠체어에 탄 병신 서자 놈이 제법 그럴듯하게 짖는구나! 네 놈의 무능함 때문에 광산이 무너졌는데, 무슨 자격으로 우리에게 명령하느냐!”


흥분한 골한의 수하 무인 하나가 대도를 치켜들고 태현을 향해 돌진했다.


“도련님!”


길동이 비명을 질렀으나, 태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휠체어 팔걸이 하단의 비상 스위치를 눌렀다.


위기 모면용 검막 장치(Emergency Sword Barrier Device)가 작동했다.


스르릉-!


태현의 휠체어 등받이에서 지극 한철로 제련된 미세한 무형의 검막이 반원형으로 솟구쳤다. 돌진하던 무인의 대도가 검막에 부딪히는 순간, 쨍강 하는 날카로운 파편 음과 함께 대도가 산산조각 나며 무인은 사방 5척 밖으로 튕겨 나갔다.


압도적인 장비의 위력과 태현의 미동도 하지 않는 대담함에 광장의 무사들은 깊은 경외감과 공포를 느끼며 침묵했다.


“내 무능함인지, 아니면 배후에서 공작을 꾸민 쥐새끼들의 수작인지는 지하의 생존자들을 구출한 뒤 법적으로 가려낼 것이다.”


태현은 휠체어 바퀴를 직접 굴려 무너진 갱도 입구로 향했다. 갱도 틈새로 영석광산 지하 2층 (독가스 갱도)에서 흘러나온 보랏빛 유독가스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무사들은 독가스의 위력에 겁을 먹고 한 발짝도 다가서지 못하고 있었다.


제갈진아가 태현의 앞을 가로막았다.


“서방님, 지하 2층의 마맥 독소 가스가 지하 1층 채굴 구역까지 밀려왔습니다. 일반 무인들은 기공으로 방어하려 해도 폐맥이 되어 즉사할 것입니다. 제발 안으로 들어가지 마십시오!”


태현은 진아의 걱정 어린 눈빛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진아 부인, 내게는 세상의 모든 독을 간파하는 독소 식별안(Poison Identification Eyes)이 있소. 그리고 내 막힌 기맥을 대신해 길을 읽어줄 백옥 라반이 있지. 내가 앞장서서 가스의 흐름을 읽지 않으면, 남옥곡의 정예 의원들도 생존자들에게 도달하기 전에 쓰러질 것이오. 나를 믿어주시오.”


진아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영민들을 구하겠다는 서방님의 헌신.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소매 속에서 정화 은침을 꺼내 태현의 입술 사이에 물려주었다.


“남옥곡 비전의 정화 침입니다. 독기가 체내로 유입되는 것을 미량이나마 지연시켜 줄 것입니다. 반드시... 제 곁에서 한 발짝도 떨어지지 마십시오.”


“고맙소, 부인.”


태현은 은침을 물고, 녹수가 대량으로 정제한 특수 해독초 약액 주머니를 휠체어 옆에 장착한 뒤, 어두운 갱도 내부로 진입했다.


지하 1층 채굴 구역은 처참하게 무너져 내려 있었다. 사방에서 낙석이 떨어졌고, 짙은 보랏빛 독가스가 시야를 차단했다. 일반적인 눈으로는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지옥도였다.


태현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영기 흐름 감지(Qi Flow Sensing).’


그의 품속에 잠들어 있던 백옥 라반이 미세하게 진동하며, 태현의 머릿속에 주변 지하의 영맥 지도와 가스의 흐름이 입체적으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의 동공이 에메랄드빛으로 변하며 독소 식별안이 작동했다. 공기 중에 비산하는 치명적인 마맥초 독소의 흐름이 붉은색 선으로 그의 시야에 선명하게 포착되었다.


“진아 부인, 녹수 소저. 우측 3장 앞의 통로는 가스가 역류하고 있소. 좌측의 무너진 바위 틈새가 유일하게 영기가 흐르는 안전 경로요. 나를 따르시오.”


태현은 지팡이에 의지해 휠체어 바퀴를 정교하게 굴리며 붉은 가스 기류를 요리조리 피해 나갔다. 녹수는 태현이 지시하는 경로를 따라 해독 약액을 살포하여 공기 중의 독성을 중화했고, 진아는 은침을 들고 태현의 신변을 밀착 호위했다.


“서방님, 조심하십시오! 천장이 무너집니다!”


쿠구궁!


거대한 바위가 태현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찰나, 진아가 비취 침을 쾌속 투사하여 바위의 균열을 격타했고, 서설이 전수한 검막 기믹이 휠체어에서 발동하여 낙석의 파편들을 사방으로 튕겨냈다.


태현은 호흡이 가빠오고 심장이 터질 듯한 고통을 느꼈으나, 이빨을 악물고 영기 감지에 집중했다.


‘저기다. 무너진 석벽 너머, 미세한 기혈의 호흡이 느껴진다.’


“녹수 소저, 저 무너진 석벽 아래에 생존자들이 있소. 가스가 도달하기 전에 즉시 바위를 치워야 하오!”


태현의 지시에 따라, 대기하고 있던 백룡용병단의 정예 무사들이 벽을 부수고 진입했다. 석벽을 무너뜨리자, 그곳에는 독가스를 피해 서로의 체온에 의지한 채 쓰러져 있는 북무관과 적련교의 정예 광부 수십 명이 갇혀 있었다.


“구, 구하러 와주셨다...!”


광부들은 가스에 중독되어 빈사 상태였으나, 휠체어를 타고 직접 유독가스를 뚫고 들어온 태현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녹수가 즉각 특수 해독 약액을 광부들의 입에 흘려 넣었고, 진아는 십이경락 은침술로 그들의 막힌 기혈을 신속하게 정화했다.


“모두 무사히 지상으로 인도한다. 단 한 명도 낙오시키지 않는다.”


태현은 피를 토하듯 기침을 하면서도 생존자들의 위치를 정확히 짚어내며 구조 작전을 완벽하게 지휘했다.


매몰된 지 다섯 시간 만에, 무너진 갱도 입구 너머로 푸른 영기가 비치며 태현 일행이 생존자들을 이끌고 지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광장에 대기하고 있던 세 가문의 무사들은 자신들의 형제와 동포들이 단 한 명의 사망자도 없이 무사히 걸어 나오는 기적적인 광경을 목격했다.


“오오... 살아 돌아왔다!”


구출된 북무관과 적련교의 정예 광부들은 지상에 발을 딛자마자, 전신이 흙먼지와 각혈의 핏자국으로 범벅이 된 채 휠체어에 쓰러지듯 기대어 있는 강태현을 향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맹주님...! 목숨을 바쳐 저희를 구해주신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공작가의 서자가 아닌, 진정한 청룡령의 군주이십니다!”


수백 명의 무사들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태현을 향해 무릎을 꿇고 absolute한 충성을 맹세했다. 광장 전체가 태현의 이름을 연호하는 함성으로 가득 찼다.


그 환호의 도가니 속에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골한은 군중의 틈을 타 슬그머니 국경 절벽 쪽으로 도망치려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가 몇 걸음 떼기도 전이었다.


스으윽.


골한의 눈앞에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지며, 뺨에 호쾌한 흉터를 지닌 사내가 용의 송곳니를 닮은 대도를 지면에 쾅 내리꽂았다.


“어딜 도망치느냐, 쥐새끼야.”


백룡의 차가운 미소와 함께, 골한의 덜미가 대장장이의 집게 같은 손에 단단히 붙잡혔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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