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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다리와 가문의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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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한 달빛조차 제대로 스며들지 않는 청룡성 초입의 숲길. 마차를 가로막은 수십 개의 횃불이 밤바람을 타고 위태롭게 일렁였다. 붉은 불꽃이 마차의 창살을 비출 때마다, 가죽 경갑을 걸친 사내들의 서늘한 검날이 번뜩였다.


"내려라, 강태현. 네놈이 품고 있는 그 주머니와 마차 안의 물건들을 모조리 압수하겠다. 가주의 명령이다."


마차의 문을 거칠게 열어젖힌 사촌 형, 강지훈의 목소리에는 거만함이 가득했다. 그의 뒤에는 숙부 강태식의 사주를 받은 가문의 사설 무사 수십 명이 살기를 뿜어내며 길목을 완전히 차단하고 있었다. 이류(Second-rate) 절정의 무인답게, 지훈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날카로운 기세가 마차 내부의 공기를 무겁게 짓눌렀다.


태현은 마차 안에서 가볍게 기침을 토해냈다.


"콜록, 쿨럭..."


하얀 손수건으로 입가를 훔치자 붉은 선혈이 베어 나왔다. 어제 복용했던 사향 독초의 독소가 선천적 맥 폐색증의 뒤틀린 경맥을 자극하여 전신에 지독한 신경통과 오한이 몰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육체적인 고통 속에서도 태현의 맑고 깊은 눈동자만큼은 얼음처럼 차갑고 맑게 빛났다.


태현은 시종 길동의 떨리는 부축을 받으며 마차 밖으로 나와 기믹 휠체어에 몸을 옮겼다. 창백한 얼굴에 청색 학자 도포를 걸친 마른 체구. 휠체어에 앉아 숨을 고르는 그의 모습은 누가 보아도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운 병약자 그 자체였다.


"지훈 형님, 늦은 밤에 가솔들을 이끌고 가주 대행의 마차를 가로막다니요. 이것이 무슨 무례입니까?"


지훈이 코방귀를 뀌며 청강검을 가볍게 흔들었다.


"가주 대행? 아버님께서 가문의 자금줄을 동결하셨으니 너는 이제 굶어 죽을 일만 남은 송장이다. 그런 놈이 가주 대행이라니, 가소롭구나! 네놈이 상단 지부에서 마태상을 만나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품에 숨긴 자금 증서를 순순히 내놓지 않는다면 이 휠체어째로 숲속 구렁텅이에 쳐박아 주마!"


지훈은 태현이 품고 있는 백은화 5만 냥의 신용 증서와 흑살의 품에서 빼앗은 강태식의 비밀 문양 주머니를 강탈하려 들었다. 무사들이 압박해 오자, 태현은 슬그머니 눈동자를 굴려 주변의 어둠을 살폈다.


저택 입구 주변의 짙은 나뭇가지 사이,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 음울한 공간 속에 비밀 호위무사 혁이 검자루를 쥔 채 대기하고 있었다. 태현이 미세한 손짓만 준다면 혁의 무영검이 단숨에 지훈의 목을 베어낼 터였다.


하지만 태현은 눈짓으로 혁을 만류했다.


'지금 여기서 혁을 움직여 피를 흘린다면, 숙부에게 사적 무력 충돌의 명분을 주게 된다. 저택 초입은 엄연히 가문의 규칙이 지배하는 영역. 적이 스스로 파멸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태현은 슬며시 오른손을 기믹 휠체어 팔걸이 안쪽의 비밀 레버로 가져갔다. 지극 한철로 보강된 단단한 골조와 정교한 스프링 장치, 그리고 그 내부에 매설된 고순도 영석의 힘이 조용히 맥동하고 있었다.


"형님, 가문의 평화를 위해 제발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저와 지아는 그저 조용히 살고 싶을 뿐입니다."


태현은 비굴하리만치 나약한 태도로 몸을 웅크렸다. 그의 창백한 얼굴과 떨리는 목소리는 지훈의 오만함을 극대화하기에 충분했다.


지훈은 태현의 나약한 모습에 완전히 방심하여 비열한 웃음을 지었다.


"자비? 벌레 같은 서자 놈이 감히 공작가의 자리를 탐낸 대가다! 그 쓸모없는 다리통 대신 휠체어라도 부서져 봐야 정신을 차리겠지!"


지훈은 태현을 모욕하기 위해 이류 무인의 묵직한 내기를 실어 휠체어 바퀴를 향해 강력한 발길질을 날렸다.


그 순간, 태현의 하얀 손가락이 팔걸이 밑의 스위치를 가볍게 당겼다.


'기문진법 활성화.'


웅-!


찰나의 순간, 휠체어 하단에서 기하학적인 청색 팔괘 문양이 미세한 빛을 발했다. 지극 한철로 제련된 골조를 중심으로 물리적 타격을 그대로 되돌려주는 강력한 반발 결계가 사방 3척 이내에 순식간에 형성되었다.


지훈의 발끝이 결계에 닿는 순간.


콰아아앙!


단순한 목재나 철판을 차는 느낌이 아니었다. 지훈이 실었던 내력이 고스란히 몇 배의 반발력으로 증폭되어 그의 다리를 역강타했다.


드득! 빠드득!


"아아아아악!"


숲길 전체를 찢는 듯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강지훈은 자신의 발차기 반발력에 정강이뼈가 완벽하게 으스러진 채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가 쥐고 있던 청강검이 데굴데굴 굴러 진흙바닥에 처박혔다.


"내, 내 다리! 내 다리가아아!"


지훈은 부러진 다리를 붙잡고 비명을 지르며 뒹굴었다. 뒤에 서 있던 사설 무사들이 경악하여 검을 치켜들었으나, 휠체어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세한 빙결 검막의 서늘한 한기와 어둠 속에서 느껴지는 혁의 압도적인 살기에 눌려 감히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했다.


진법 판의 반발 충격이 휠체어 시트를 통해 태현의 뒤틀린 척추에 전달되자, 태현 역시 극심한 신경통으로 인해 아랫입술을 깨물며 신음했다. 하지만 그는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휠체어 위에 꼿꼿이 앉아 있었다.


그때, 저택 초입의 소란을 듣고 횃불을 든 무리가 급히 다가왔다. 가문의 최고 원로이자 사법을 집행하는 진장로와 중립파 장로들이었다.


"이게 무슨 소란이냐! 저택 정문 앞 영역에서 무기를 뽑아 들다니!"


진장로의 엄격한 호통이 밤공기를 갈랐다. 쓰러진 지훈의 무사들이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장로님! 서자 태현이 사술을 써서 지훈 도련님의 다리를 무참히 분쇄했습니다! 즉시 저놈을 처단해야 합니다!"


하지만 태현은 휠체어 위에서 가볍게 기침을 토해내며, 품속에서 '소공작 저택 평화 조약서'와 독고진에게 전수받은 대명률 조항이 적힌 서첩을 꺼내 들었다. 그의 목소리는 나직했지만, 뼛속을 찌를 듯 날카로웠다.


"진장로님, 가문의 법도와 질서를 바로잡아 주십시오. 소공작 저택 평화 조약에 따르면, 저택 구역 내에서의 사적인 무력 사용은 신분을 막론하고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또한, 저는 선대 공작님의 유지를 이은 합법적인 가주 대행입니다."


태현의 깊고 맑은 안광이 진장로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가주의 직계이자 대행인 저를 사적으로 습격하고, 가문의 자금을 강탈하려 한 강지훈의 행위는 단순한 시비가 아닙니다. 이는 조약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가주의 권위에 도전한 명백한 '역모(逆謀)'이자 반역죄입니다. 가법에 따라 가주 대행을 공격한 자는 무공을 폐하고 가문에서 즉시 영구 추방해야 마땅합니다."


진장로와 원로들은 차가운 침묵에 휩싸였다. 바닥에 떨어진 지훈의 청강검, 부러진 정강이뼈, 그리고 태현이 내민 명백한 조약서와 가법 조항 앞에서 그들은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태현은 단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오직 휠체어에 앉아 미소 짓는 것만으로 거만한 사촌 형을 사법적·물리적 외통수에 몰아넣은 것이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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