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방의 보이지 않는 선
어젯밤의 피비린내를 말끔히 씻어낸 청룡성의 아침은 잔혹하리만치 푸르고 맑았다. 그러나 중앙 정원을 둘러싼 공기는 여전히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정원 외곽에는 은백색 무복을 입은 북무관의 검수들과 초록색 도포를 걸친 남옥곡의 의원들, 그리고 붉은 가죽 경갑을 두른 적련교의 광전사들이 가문의 깃발을 치켜든 채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어젯밤의 습격이 서로의 음모가 아닐까 의심하는 눈초리들이었다. 당장이라도 누군가 검을 뽑으면 청룡성 전체가 피바다로 변할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
그 폭풍의 눈과도 같은 정원의 중앙 석조 탁자에는 세 명의 여왕이 앉아 있었다.
"어젯밤의 그 하찮은 쥐새끼들이 감히 북무관의 검막을 뚫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니, 가소롭기 짝이 없군요."
백서설이 연청검의 칼날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먼저 침묵을 깨뜨렸다. 그녀가 내뿜는 빙백신공의 서리가 탁자 위에 하얀 성에를 만들었다.
염설화가 붉은 입술을 요염하게 늘어뜨리며 적련 채찍을 탁자 위에 툭 던졌다.
"어머, 서설 소가주님은 참 성격도 급하셔라. 그 쥐새끼들이 북무관의 솜씨가 아니라는 보장이라도 있나요? 겉으로는 정결한 척하면서 뒤로는 남편의 침소에 살수를 들이미는 음험한 짓거리는 그쪽 동네 특기잖아요?"
"입을 조심해라, 요녀. 내 검이 네 혀를 먼저 얼려버리기 전에."
"어디 한번 해보시든가, 얼음 덩어리 언니."
두 여인의 기세가 충돌하며 정원의 화초들이 한기와 열기에 번갈아 마르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서 제갈진아는 조용히 백은 침통을 열어 가느다란 은침을 꺼내 들었다. 그녀는 탁자 위에 놓인 찻잔에 은침을 깊숙이 찔러 넣었다.
"차에 독은 없군요. 하지만 두 분의 살기 가득한 대화가 이 차를 독약보다 더 쓰게 만들고 있어요. 찻물이 다 식어가는데, 우리 가냘픈 서방님은 언제쯤 오시는 걸까요?"
제갈진아의 이지적인 안광이 정원 입구를 향했다.
그때, 드르륵하는 둔탁한 바퀴 소리와 함께 단정한 청색 학자 도포를 입은 강태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전담 시종 길동이 긴장으로 사르르 떨리는 손으로 휠체어를 밀고 있었다. 태현의 피부는 어젯밤 내력을 무리하게 쥐어짠 탓에 평소보다 더 창백했고, 입술은 핏기가 가셔 투명하기까지 했다.
"과분한 아내분들께서 아침부터 저를 기다려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태현이 유순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그러나 염설화는 그의 나약한 외양 뒤에 숨겨진 어젯밤의 그 날카로운 눈빛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는 태현의 반응을 시험하려는 듯, 의도적으로 붉은 마기를 가볍게 방출했다.
후웅-!
붉은 마도 열풍이 태현의 얼굴을 덮치자, 지독한 맥 폐색증을 앓는 태현의 신체가 즉각적으로 거부 반응을 일으켰다.
"쿨럭! 쿨럭…!"
태현이 급격히 몸을 웅크리며 격렬한 기침을 토해냈다. 하얀 소매로 입을 막았으나, 이내 소매 깃 사이로 붉은 선혈이 툭툭 떨어져 탁자 위의 찻잔을 적셨다.
사실 이것은 태현의 치밀한 계산이었다. 그는 정원으로 오기 직전, 자신의 심장 맥박을 일시적으로 왜곡시키는 '사향 독초'의 극미량을 복용해 완벽한 각혈을 연출한 것이었다. 이 나약함이야말로 초절정 무인들의 경계심을 허물고 주도권을 잡을 가장 강력한 무기였으니까.
"서방님!"
제갈진아가 깜짝 놀라 의자에서 일어서며 태현의 가느다란 손목을 움켜쥐었다. 그녀의 손끝이 태현의 뒤틀린 기맥을 짚었다.
"기맥이 완전히 뒤틀려 있어요! 심장에 엄청난 무리가 가고 있단 말입니다!"
백서설 역시 은빛 눈동자를 번뜩이며 한설검의 칼집으로 염설화의 채찍을 쳐냈다.
"그만두지 못할까, 염설화! 제정신이냐? 첫날밤을 겨우 살아남은 남편을 네 그 비천한 마기로 기어코 죽여 없애야 속이 시원하겠느냐!"
염설화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마기를 급히 거두어들였다. 그녀 역시 태현의 대담함에 매료되어 가볍게 떠보려 한 것일 뿐, 정말로 그를 해치려 한 것은 아니었다.
"내,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냐…. 서방님이 생각보다 너무 약해서…."
기침을 간신히 진정시킨 태현이 진아의 손을 살며시 밀어내며 창백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눈빛은 유순해 보였지만, 그 이면에는 상대방의 두려움과 부채감을 정확히 관통하는 심리 유도술의 그물이 드리워져 있었다.
"아내분들, 저를 위해 싸워주시는 것은 감사하나… 지금 저 정원 밖을 보십시오. 세 가문의 무사들이 서로의 목에 칼을 겨누고 있습니다. 어젯밤의 습격이 누구의 짓인지도 모른 채 말입니다."
태현의 나직한 목소리가 정원에 차분하게 내려앉았다.
"만약 여기서 세 가문이 충돌하여 청룡성이 피로 물든다면, 가장 기뻐할 자가 누구이겠습니까?"
백서설과 제갈진아, 그리고 염설화의 눈빛이 동시에 무거워졌다. 그녀들 역시 바보가 아니었다.
"황실이겠지요." 제갈진아가 차갑게 읊조렸다.
"그렇습니다." 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 이륭은 청룡령의 천신 영석광산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만약 정략결혼 첫날밤에 세 가문이 내분을 일으켜 공멸한다면, 황실은 '반역 진압'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군대를 보낼 것이고, 영석 광산은 물론 세 가문의 영지마저 통째로 강탈할 것입니다."
태현은 품속에서 미리 준비해 둔 세 장의 비단 문서를 꺼내 탁자 위에 나란히 올려놓았다. 금실로 정교하게 자수가 놓인 문서의 제목은 '소공작 저택 평화 조약'이었다.
"이 조약의 규칙은 단 하나입니다. 이 소공작 저택 내부에서는 어떠한 사적인 무력 사용도 금지합니다. 이를 어기는 가문은 즉시 동맹에서 파문당할 것이며, 다른 두 가문과 공작가의 공동 적이 될 것입니다."
세 아내는 탁자 위의 조약서를 내려다보았다. 태현의 말은 반박할 수 없는 완벽한 정치적 진실이었다. 게다가 병약한 남편이 자신들을 위해 피를 흘려가며 중재안을 내놓은 모습을 보니, 가문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좋습니다. 북무관은 이 조약을 수락하겠습니다."
백서설이 가장 먼저 연청검을 거두며 조약서에 자신의 인장을 찍었다.
"나도 찬성이에요. 서방님이 아프신 건 나도 싫으니까."
염설화가 툴툴거리며 조약서에 붉은 마기로 서명을 새겼고, 제갈진아 역시 미소를 지으며 수락의 인장을 찍었다. 마침내 저택 내부를 태현의 완벽한 안전지대로 만드는 절대 규칙이 성립된 순간이었다.
평화 조약서가 완성되자, 긴장이 풀린 아내들이 태현의 건강을 염려하는 눈빛을 보내며 각자의 처소로 물러갔다. 정원 밖에서 대치하던 무사들 역시 무기를 거두고 퇴각하기 시작했다.
태현이 깊은 한숨을 쉬며 휠체어 등받이에 몸을 기댔을 때였다.
저택 안채의 복도 저편에서 시종 길동이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숨이 턱에 차도록 달려왔다.
"도, 도련님! 큰일났습니다!"
길동이 태현의 휠체어 앞에 무릎을 꿇으며 파랗게 질린 얼굴로 비명을 지르듯 고했다.
"숙부 강태식 대감이… 공작가의 모든 자금줄을 동결시켰습니다! 게다가 원로회를 소집하여 도련님의 가주 대행 자격을 박탈하려 움직이고 있습니다!"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