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룡용병단의 계곡 매복
“당장 저 반역자 놈의 목을 베어라! 무엇을 망설이는가!”
지방관 부관의 광기 어린 비명이 험준한 청룡산 안개 계곡의 정적을 사정없이 찢어발겼다. 붉은색 방비대 장수 갑옷을 입은 조무현은 고삐를 쥔 손을 바르르 떨었다. 그의 눈앞에는 창백하리만치 하얀 피부에 단정한 청색 학자 도포를 걸친 소공작가의 서자, 강태현이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태현의 입가에는 제갈진아가 시술해 준 남옥 비전 의경 침술의 효과가 점차 옅어지며 배어 나온 검붉은 선혈이 미세하게 묻어 있었다. 그러나 그의 칠흑 같은 머리칼 아래로 빛나는 깊고 맑은 눈빛만큼은, 자신들을 포위한 200여 명의 무장 관군을 압도할 정도로 차갑고 고요했다.
“부관 대감, 아무리 생각해도 이 군령은 너무나 갑작스럽소.”
조무현이 검을 반쯤 뽑아 든 채 흔들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태현이 풍기는 기묘한 카리스마와, 평소 영민들을 아끼던 그의 평판이 겹쳐지며 강한 법적 의구심이 싹트고 있었다.
“상대는 엄연히 소공작가의 가주 대행이자 황실의 정식 혼사를 치른 청룡령의 맹주요. 명확한 사법적 절차와 송대인 지방관님의 친필 서명이 없는 상태에서 즉석 참수를 감행하는 것은 제국 대명률 제7조 변방 자치 가문 보호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대역죄가 될 수 있소.”
“이 어리석은 장수 놈이 감히 누구의 명을 거역하려 드는가!”
부관은 자신의 도장 도용 사실이 탄로 날까 극도의 초조함에 휩싸여 날뛰었다.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것은 이건 대감의 비호를 받는 관부의 정식 군령이다! 저 병신 서자 놈은 마교와 결탁하여 영석 광산을 사사로이 강점하려 한 대역죄인일 뿐이다! 당장 저 자를 베지 않는다면, 너 역시 반역의 공범으로 다스려 삼족을 멸할 것이다!”
부관의 협박에 관군들의 창끝이 일제히 태현의 가슴팍을 향해 좁혀져 왔다. 일촉즉발의 무력 충돌이 벌어지기 직전의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태현은 차가운 오한이 전신을 지배하는 고통 속에서도 소매 속의 은침 통을 지그시 움켜쥐며 머릿속으로 빠르게 판세를 읽었다.
‘부관 놈이 완전히 막다른 길에 몰렸군. 조무현의 흔들림은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다. 관군과의 직접적인 유혈 충돌은 황실에 청룡령을 말살할 완벽한 명분을 제공한다. 그렇다면 이곳을 저들의 무덤으로 만들되,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저들의 전투 의지를 완벽히 꺾어놓아야 한다.’
태현은 휠체어 팔걸이 안쪽으로 창백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철무기가 임시로 바퀴 축만 겨우 고정해 둔 초라한 목재 휠체어였지만, 다행히 등받이 하단에 내장된 비상 진법 제어 장치는 미세하게나마 작동하고 있었다.
“조 대장, 그대의 망설임은 지극히 현명한 것이오. 하지만 불법 군령에 눈이 먼 끄나풀의 감언이설에 속아 가문 전체를 반역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을 셈이오?”
태현이 온화하면서도 뼈를 찌르는 목소리로 조무현을 응시했다.
“닥쳐라! 저 요설을 더는 듣지 않겠다! 군사들이여, 돌격하라!”
부관이 직접 검을 뽑아 들고 태현을 향해 말의 옆구리를 차며 돌진하려던 바로 그 순간, 태현의 손끝이 팔걸이 하단의 비밀 레버를 부드럽게 눌렀다.
‘기문둔갑 기초 진법, 활성화.’
스으으으……!
갑자기 계곡 바닥에 매설되어 있던 수십 개의 중급 영석들이 태현의 미세한 기운에 반응하여 일제히 공명하기 시작했다. 험준한 청룡산 안개 계곡의 대지가 미세하게 진동하더니, 지면의 틈새에서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자욱하고 짙은 보랏빛 환각 안개가 폭발적으로 피어올랐다.
순식간에 사방 20장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보랏빛 어둠으로 뒤덮였다.
“으, 으아악! 이게 무슨 요술이냐!”
“눈이…… 눈이 보이지 않는다! 사방에 괴물이 가득하다!”
진격하던 200여 명의 관군들은 갑작스러운 공간의 왜곡과 환각 안개의 독기에 취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안개 속에서 사방의 바위와 소나무들이 거대한 요물의 형상으로 일그러져 보이자, 공포에 질린 군사들은 허공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칼질을 해대며 대형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당황하지 마라! 활을 쏘아라! 사방에 화살을 날려라!”
부관이 말 위에서 광기 어린 채찍질을 해대며 소리쳤고, 몇몇 군사들이 공포에 질려 눈먼 화살들을 사방으로 쏘아 보냈다.
피식, 피시식!
날카로운 화살 폭풍이 태현의 휠체어를 향해 날아들었으나, 태현의 등받이 하단에서 작동한 위기 모면용 검막 장치의 미세한 기운이 휠체어 주변에 반투명한 방어막을 형성하며 날아오는 화살들을 소리 없이 튕겨냈다. 단 한 발의 화살도 태현의 도포 자락에 닿지 못했다.
그리고 그 혼란의 정점 속에서, 계곡의 높은 절벽 위로부터 대지를 뒤흔드는 웅장한 호쾌함이 내리앉았다.
깡-! 깡-!
묵직한 철기가 바위벽을 두드리는 거대한 굉음이 계곡 전체를 울렸다. 의형제 백룡이 자신의 거대한 용아대도를 절벽 바위에 부딪히며 방출하는 일류 최정상의 위압적인 내경이었다.
“백룡용병단 삼백 무사가 이 계곡의 절벽과 퇴로를 완벽하게 포위했다! 무기를 내려놓지 않는 자는 이 안개 계곡에서 단 한 명도 살아나가지 못할 것이다!”
백룡의 우렁찬 호령과 동시에, 절벽 위에서 대기하고 있던 용병들이 거대한 밧줄을 당겼다.
쿠구구궁-!
계곡의 입구와 퇴로를 가로막고 있던 험준한 낙석들이 일제히 무너져 내리며 관군들의 퇴로를 완벽하게 차단해 버렸다. 쏟아지는 돌멩이들이 길목을 메우자, 말들이 앞발을 들며 비명을 질렀고 관군들의 마지막 전투 의지는 흔적도 없이 산산조각 났다.
자욱한 보랏빛 안개 속에서, 둔탁한 목재 바퀴 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졌다.
드르륵, 드르륵.
조무현은 안개 너머에서 서서히 다가오는 휠체어의 실루엣을 보며 침을 삼켰다. 강태현은 전신의 경맥이 타들어 가는 듯한 극심한 고통으로 인해 가슴을 움켜쥔 채, 하얀 손수건으로 연신 새어 나오는 선혈을 닦아내고 있었다. 병약하여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육체였지만, 그의 안광만큼은 대장군 조무현을 내려다보듯 장엄했다.
태현은 조무현의 코앞에서 휠체어를 멈춰 세우고, 소매 속에서 한 장의 공식 서류를 꺼내 들었다.
“조 대장, 그대의 품에 있는 방비대 순찰령 패는 제국의 무고한 백성을 지키기 위한 명예로운 신물이지, 비열한 배신자의 사욕을 채우기 위한 도구가 아닐 텐데.”
태현이 서류를 조무현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그것은 지방관 송대인의 친필 서한과 함께, 부관이 관인을 도용하여 군령장을 위조했음을 명백히 입증하는 관부의 공식 고발장이었다.
“이것은 송대인 대감의 정식 공문서요. 부관 놈은 대감의 부재를 틈타 관인을 도용해 위조 군령을 내렸소. 대명률 제97조에 따르면, 위조된 군령임을 알고도 따르는 자는 공범으로 처단되며, 모르고 따랐다 하더라도 즉시 무기를 내려놓고 진상을 규명하지 않으면 역모죄를 면치 못하오. 대장의 가문과 군사들의 목숨을 이 위조된 종이 한 장과 바꿀 셈이오?”
조무현은 태현이 내민 서류에 찍힌 진짜 송대인의 인장과 조목조목 적힌 법률 조항들을 확인하는 순간, 전신에 힘이 쭉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황실의 사냥개이자 위조 군령의 장기말로 이용당했음을 뼈저리게 깨달은 것이다.
“……방비대장 조무현, 불법 군령에 속았음을 인정하오.”
조무현은 떨리는 손으로 잡고 있던 장창을 바닥에 내던지며, 태현의 휠체어 앞 차가운 대지 위로 털썩 무릎을 꿇었다.
“군사들이여, 모두 무기를 버려라! 우리는 불법 군령에 속았다!”
그의 명령에 따라, 안개 속에서 방황하던 200여 명의 관군들이 일제히 검과 창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철기가 바닥에 뒹구는 소리가 계곡을 메웠다.
“이, 이 반역자 놈들! 감히 황실의 뜻을 거역하는 것이냐!”
자신의 파멸을 직감한 부관은 혼비백산하여 말 머리를 돌려 무너진 낙석 틈새로 도망치려 발악했다.
쉬이익-!
그러나 자욱한 안개 속 어둠 속에서, 소리 없는 바람을 타고 은빛 섬광이 번뜩였다. 태현이 미리 배치해 둔 정보원 조장 설이의 차가운 단검이 허공을 갈랐다.
“아아악!”
날카로운 비명 소리와 함께, 설이의 단검이 부관의 오른쪽 어깨를 정확히 관통했다. 부관은 어깨에서 피를 뿜으며 말 위에서 비참하게 굴러떨어졌다. 바닥을 뒹굴던 부관의 몸 위로, 그림자 잠행복을 입은 설이와 그림자 소대원들이 소리 없이 강하하여 그의 사지를 단단히 포박했다.
“쿨럭…… 쿨럭!”
태현은 가슴을 움켜쥐며 다시 한번 검붉은 피를 토해냈지만, 그의 입가에는 완벽한 승리의 미소가 어려 있었다. 그는 포박당해 오열하는 부관을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부관을 수레에 실어라. 이제, 가문의 대회의실로 가서 숙부 강태식의 그 뻔뻔한 목줄을 끊어놓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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