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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의 혈맥, 첫 번째 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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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단 지하 깊은 곳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영기가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허공으로 솟구쳤다. 차가운 지하의 공기가 일시에 멈추고, 영기 안개 너머로 거대한 청룡의 형상을 두른 사당의 거대한 사념체가 공중에 서서히 일어서기 시작했다.


그것은 단순한 환영이 아니었다. 백 년 전, 청룡령을 개척하고 가문의 기틀을 다졌던 선대 공작 강무진의 사념이었다. 반투명한 거인의 형상을 한 사념체는 지하시실 전체를 압도하는 웅장한 영압을 사방으로 흩뿌렸다.


“이, 이것은…… 선대 공작의 혼령인가!”


3배의 중력 왜곡 결계에 짓눌려 무릎을 꿇고 있던 철가면이 경악 어린 목소리를 토해냈다.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던 암흑철혈공의 흑색 마기가 거대한 청룡의 영압에 밀려 눈에 띄게 흩어지기 시작했다. 초절정 입문의 강자조차 가문의 선조가 남긴 영적인 기상 앞에서는 한낱 미약한 존재에 불과했다.


공중에 떠오른 푸른 사념체의 눈동자가 천천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쓰러진 백서설과 의식을 잃은 혁을 지나, 마지막으로 휠체어에 앉아 피를 흘리고 있는 강태현에게 시선이 멈췄다.


사념체의 거대한 목소리가 태현의 뇌리로 직접 파고들었다.


[미천한 서자의 몸에 갇혀 있던 군주의 피가 마침내 나를 깨웠구나. 나약한 후손아, 네 몸속에 흐르는 황금 혈맥의 고귀함을 아느냐?]


태현은 지독한 오한과 기침 속에서도 눈빛을 잃지 않았다. 그의 입술 사이로 붉은 피가 흘러내렸지만, 사념체를 똑바로 응시하며 대답했다.


“서자든 적자든 상관없습니다. 가문이 파멸해 가고, 내 소중한 이들이 칼날 아래 스러져 가는데 신분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오만하구나. 그렇다면 묻겠다. 네 목숨을 바쳐 가문의 대통을 지키고, 너를 믿어준 반려들을 수호하며 천하를 바로잡을 그릇이 될 것을 맹세하겠느냐?]


태현은 숨을 들이쉬었다. 폐부가 타들어 가는 통증이 엄습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단단했다.


“내 여동생 지아와, 나를 믿고 이 사지까지 동행해 준 내 아내 백서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천하를 적으로 돌려도 좋습니다. 그것이 내 맹세입니다.”


그의 처절하면서도 확고한 서약이 제단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 맹세, 잊지 마라. 군주의 길은 피로 쓰여질 것이니.]


거대한 청룡의 사념체가 낮게 포효하며 순식간에 하강했다. 푸른 영기의 소용돌이가 태현의 전신을 감싸 안았고, 사념체의 반투명한 거대한 손가락이 태현의 심장 깊은 곳, 굳게 막혀 있던 기맥의 중심을 강하게 타격했다.


쿠웅-!


태현의 가슴속에서 무언가 거대한 자물쇠가 부서지는 듯한 파열음이 일어났다. 평생 동안 그의 경맥을 꽉 막고 있던 지독한 맥 폐색증의 봉인이 미세하게 깨어지는 순간이었다.


그것은 질병이 아니었다. 너무나 강력하여 나약한 육체가 감당할 수 없었던 고대 군주의 황금 혈맥(Golden Bloodline)이 억눌려 있던 실체였다. 봉인이 풀리자, 태현의 단전 깊은 곳에서 황금빛 영기가 화산처럼 폭발했다.


오장육부를 타고 흐르는 뜨거운 열기가 막힌 기혈을 강제로 우회하며 전신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가문의 잃어버린 비전 심법, 태초군주결(Taecho Gunju Gyul)의 순수한 황금빛 내공이 생애 최초로 그의 전신 경맥을 관통했다. 태현의 눈동자가 눈부신 황금빛 안광으로 물들었다.


“이 기운은……!”


태현은 전율했다. 비록 하반신의 마비는 풀리지 않았지만, 전신을 타고 흐르는 황금빛 내력은 그가 상상했던 무인들의 내공과는 궤를 달리하는 고귀하고 순수한 힘이었다.


철가면은 태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황금빛 서기를 보고 극도의 위기감을 느꼈다.


“어리석은 놈! 잔재주를 부리기 전에 단숨에 으깨어 주마!”


철가면이 전신의 암흑강기를 폭발시키며 중력 왜곡 결계의 압박을 억지로 밀어내고 일어섰다. 그는 거대한 가시철철퇴를 치켜들고 제단의 거대한 돌기둥들을 향해 휘둘렀다.


콰아앙-!


제단을 지탱하던 거대한 석조 기둥 두 개가 단숨에 부서지며, 수천 근에 달하는 거대한 낙석들이 태현의 머리 위로 폭풍처럼 쏟아져 내렸다. 무공이 없는 자라면 흔적도 없이 깔려 죽을 파멸의 낙석이었다.


하지만 태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의 손에 쥔 백옥 라반(White Jade Compass)이 태현의 황금빛 내력을 흡수하며 찬란한 청색과 황금빛 서기를 동시에 뿜어냈다.


‘고대 진법 제어술(Ancient Formation Control), 기동.’


태현이 백옥 라반을 가볍게 회전시키며 지면의 진안을 향해 손끝을 뻗었다.


스으으으-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떨어지던 수십 개의 거대한 낙석들이 허공에서 일시 정지하듯 멈춰 서더니, 뒤틀린 중력의 궤도를 따라 철가면의 머리 위를 향해 역방향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중력 왜곡 결계의 제어권을 완벽하게 장악한 태현의 지략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무, 무엇이……!”


철가면이 급히 철퇴를 휘둘러 역류하는 낙석들을 부수어 냈지만, 그것은 태현이 준비한 진짜 역습의 시작에 불과했다.


태현은 황금빛 내력을 백옥 라반을 통해 제단의 천장 결계와 동조시켰다. 제단 천장에 새겨진 기하학적인 고대 문양들이 눈부신 서기를 내뿜으며 하나의 거대한 마법진을 형성했다.


지지직, 지직!


제단 상공의 영기 안개가 황금빛 뇌전으로 화하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초대 군주가 침입자를 단죄하기 위해 심어둔 전설의 낙뢰 진법이었다.


“천벌을 받아라.”


태현이 차갑게 읊조리며 라반을 지면으로 내리찍었다.


쿠르릉- 콰아아앙-!


제단 천장에서 굵직한 황금빛 낙뢰 폭풍이 일제히 내리꽂혔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눈부신 섬광이 지하시실 전체를 삼켜버렸다.


“으아아아악-!”


철가면이 암흑강기를 전개해 방어막을 쳤으나, 황금빛 뇌전은 그의 어두운 마기 방어막을 종잇장처럼 찢어발기며 전신을 직격했다. 폭발적인 충격파와 함께 철가면의 거구가 제단 벽면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콰드득!


석벽이 무너지며 자욱한 먼지가 피어올랐다. 먼지 너머에서 철가면이 가슴팍에 시커먼 그을린 내상을 입은 채 붉은 피를 토해냈다. 그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기괴한 강철 가면의 우측 면이 뇌전의 충격으로 박살 나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깨진 가면 사이로 철가면의 오른쪽 얼굴이 드러났다. 그곳에는 불길에 심하게 덴 듯한 기괴한 ‘화상 흉터’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저 흉터는…….’


태현은 흐릿해지는 시야 속에서도 철가면의 얼굴에 새겨진 화상 흉터를 눈여겨보았다. 그것은 단순한 부상이 아닌, 과거 황실 금위영의 정예 장수들에게만 비밀리에 가해지는 낙인의 흔적과 유사했다. 철가면의 정체가 황실의 어두운 비밀과 연결되어 있음을 암시하는 결정적인 단서였다.


“으으윽…… 미천한 약골 서자 놈인 줄 알았거늘, 군주의 힘을 깨우다니…….”


철가면은 깨진 가면 사이로 살기 어린 안광을 번뜩이며 태현을 노려보았다. 전신에 치명적인 뇌전 내상을 입은 그는 더 이상 전투를 지속할 수 없음을 깨닫고, 신형을 흩날리며 어둠이 가득한 협곡 뒤편의 무너진 석벽 틈새로 비참하게 도망쳐 사라졌다.


스으으으…….


철가면이 도망치자 제단의 중력 왜곡 결계가 서서히 가라앉았고, 공중에 서 있던 청룡의 사념체 역시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태현의 몸속으로 다시 스며들어 사라졌다.


지하시실에는 마침내 고요한 적막이 찾아왔다.


“서방님…… 무사, 무사하신 것입니까…….”


내상으로 쓰러져 있던 백서설이 떨리는 목소리로 태현을 불렀다. 그녀의 눈가에는 남편을 향한 안도와 깊은 애정의 눈물이 맺혀 있었다.


태현은 그녀를 향해 안심시키려는 듯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이려 했다.


“서설 부인…… 나는…….”


그러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갑작스러운 황금 혈맥 각성의 반동이 태현의 병약한 신체를 덮쳐왔다. 태초군주결의 내력이 순식간에 고갈되자, 막혔던 기혈 맥들이 역류하며 그의 오장육부를 찢어발기는 듯한 극심한 고통이 찾아왔다.


“우욱…… 컥!”


태현은 가슴을 부여잡으며 격렬하게 각혈했다. 그의 입술 사이로 다량의 검은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와 제단의 차가운 대리석 바닥을 붉게 물들였다. 전신의 신경이 마비되는 듯한 고통 속에서 태현의 시야가 빠르게 암전되기 시작했다.


“서방님-!”


서설의 절박한 비명 소리가 멀어지는 의식 너머로 흐릿하게 들려왔다. 태현은 휠체어에서 힘없이 기울어지며 차가운 제단 바닥 위로 완전히 혼절하여 쓰러졌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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