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가면의 습격
철가면의 기괴한 무영의 보법이 안개를 찢어발겼다. 순식간에 혁의 검막을 뚫어낸 그의 거대한 손바닥이, 휠체어에 앉아 꼼짝도 하지 못하는 태현의 가슴을 향해 파괴적인 철사벽력장의 기운을 뿜어내며 들이닥쳤다.
귀를 찢는 듯한 파공음과 함께 대기를 태워버릴 듯한 칠흑 같은 마기가 태현의 코앞까지 육박했다. 단 한 번의 격타만으로도 오장육부가 산산조각 나고 경맥이 터져 즉사할 것이 자명한 일격이었다.
“안 돼……!”
그 찰나의 순간, 비명 같은 외침과 함께 은백색의 실루엣이 공간을 가로질렀다.
첫 번째 아내, 북무관 소가주 백서설이었다.
그녀의 은빛 눈동자가 남편의 죽음을 직전에 둔 절박함으로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서설은 자신의 단전에 잠들어 있던 극음의 빙백신공 내력을 한계 이상으로 쥐어짜 냈다. 그녀의 애검 연청검이 비명에 가까운 청명한 울음소리를 토해냈다.
스르릉- 캉!
서설의 신형을 중심으로 뿜어져 나온 차가운 서리가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태현의 전방에 거대한 얼음 구체 모양의 무형 방어막, ‘청풍 검막’을 형성했다.
이어서 철가면의 철사벽력장이 검막의 전면을 강타했다.
콰아아앙-!
지하 공동 전체를 흔드는 거대한 폭음이 터져 나왔다. 흑색 마기와 은백색의 한기가 격돌하며 사방으로 날카로운 얼음 파편과 불꽃이 비산했다. 서설은 이를 악물고 검막을 유지하려 버텼으나, 상대는 초절정 입문의 경지에 도달한 괴물이었다.
쩍, 쩍쩍!
철가면의 장풍에 실린 무시무시한 내력이 검막을 타고 흐르며 한빙의 기운을 무참히 파괴하기 시작했다. 그 여파로 서설의 연청검 검신 위로 촘촘한 ‘한기 균열’이 발생하며 날카로운 쇳소리가 울렸다. 가문의 가보가 파손될 위기였다.
“컥……!”
결국 내력의 아득한 격차를 이기지 못한 백서설의 입술 사이로 붉은 선혈이 울컥 뿜어져 나왔다. 전신 경맥을 타고 역류한 마기가 그녀의 오장육부를 사정없이 헤집어 놓았다. 서설은 연청검을 지면에 짚은 채, 처절하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서방님…… 피, 피하십시오…….”
무릎을 꿇고 피를 토하는 와중에도, 그녀의 은빛 눈동자는 오직 태현만을 향해 있었다. 가문의 명예만을 알고 차갑게 얼어붙어 있던 그녀의 마음속에, 자신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남편을 향한 깊은 사랑과 수호 의지가 붉은 피가 되어 끓어오르고 있었다.
태현의 가슴이 서늘하게 내려앉았다. 혁은 이미 벽에 처박혀 의식을 잃었고, 서설마저 내상으로 주저앉았다. 퇴로는 붕괴한 돌기둥들로 완전히 막힌 상태.
그야말로 완벽한 사지(死地)였다.
“나약한 약골 서자 놈을 지키기 위해 소가주가 목숨을 버리는구나. 참으로 가소로운 정경이로다.”
철가면이 기괴한 철가면 너머로 음산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거대한 가시철퇴를 다시 치켜들었다.
태현은 지독한 육체적 한계 속에서도 이성을 잃지 않았다. 선천적 맥 폐색증과 화상 후유증으로 인해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왔고, 폐부로 스며드는 지하의 영압 때문에 연신 기침이 터져 나왔다.
‘정면 무력으로는 저 괴물을 절대 이길 수 없다. 내공을 쓸 수 없다면, 이 공간의 법칙을 뒤틀어야 한다.’
태현은 차분하게 떨리는 하얀 손가락으로 품속의 백옥 라반을 움켜쥐었다. 라반의 바늘이 미친 듯이 회전하더니, 제단 바닥 중앙에 새겨진 기하학적인 고대 문양을 가리키며 눈부신 청색 빛을 내뿜었다.
‘저곳이다. 고대 중력 방어 결계의 진안(陣眼).’
진법을 가동하기 위해선 영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태현에게는 단 한 줌의 내력도 없었다. 대신, 그의 몸속에는 아직 완전히 각성하지 않은 ‘고대 군주의 황금 혈맥’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손등과 팔에는 대화재 당시 입었던, 아직 아물지 않은 붉은 화상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태현은 주저 없이 자신의 다친 화상 상처를 휠체어 팔걸이 안쪽에 장치된 진법 제어판에 거칠게 문질렀다.
지이이잉!
태현의 상처에서 흘러나온 고귀한 황금빛 피가 제어판의 영석 슬롯으로 스며들었다. 그의 피가 영석의 영기와 융합하는 순간, 휠체어 하단의 진법 판이 요동치며 청색 빛을 발했다.
태현은 온 힘을 다해 휠체어 바퀴를 굴려 제단 중앙의 진안으로 돌진했다.
“무모한 짓을!”
철가면이 비웃으며 가시철퇴를 태현의 머리를 향해 내리꽂으려 했다.
바로 그 순간, 태현이 휠체어 하단의 제어판을 제단 중앙의 특정 문양에 그대로 내리찍었다.
“고대 결계, 기동!”
쿠구구구구구!
제단 지하 깊은 곳에서 대지가 울부짖는 듯한 거대한 진동이 일어났다. 제단 바닥에 새겨진 기하학적 문양들이 황금빛 서기를 내뿜으며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찰나의 순간, 제단 사방 5장 이내의 공간을 지배하는 물리 법칙이 완전히 뒤틀렸다.
중력 왜곡.
대지의 인력이 순식간에 평소의 세 배 이상으로 폭증했다.
“콰드득……!”
태현을 내리치려던 철가면의 거구 위로 무형의 거대한 산맥이 내려앉는 듯한 압도적인 중력이 가해졌다. 철가면이 들고 있던 거대한 가시철퇴가 엄청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지며 대리석을 박살 냈다.
쿵-!
초절정의 무력을 지닌 철가면조차 갑작스러운 중력의 변화에 신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허공에서 비틀거리며 바닥으로 무겁게 처박혔다. 그의 단단한 무릎이 대리석 바닥을 짓누르며 쩍쩍 균열을 일으켰다.
“이, 이건 무슨 사술이냐……!”
철가면이 전신의 암흑철혈공 마기를 폭발적으로 뿜어내며 중력 결계의 압박을 억지로 버티려 했다. 그의 온몸에서 검은 기류가 솟구치며 부르르 떨렸다. 괴물 같은 내력 강기를 둘러 3배의 중력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서려는 심산이었다.
태현은 그가 완전히 힘을 회복하기 전, 찰나의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사술이 아니라, 이 땅의 규칙이다.”
태현은 냉철하게 빛나는 눈빛으로 휠체어 팔걸이 끝의 비상 트리거를 조용히 당겼다.
‘은침 쾌속 투사(Silver Needle Rapid Fire).’
쉬이이이익-!
소리 없는 미세한 기계음과 함께, 휠체어 바퀴 내부에서 수십 발의 날카로운 은침들이 폭풍처럼 뿜어져 나왔다. 제갈진아가 선물한 특수 은침 위에는 남옥곡 비전의 치명적인 마비독이 푸르게 서려 있었다.
은침 폭풍은 중력에 묶여 움직임이 둔화된 철가면의 가장 취약한 부위, 즉 가면 틈새로 드러난 눈과 목덜미의 혈도를 향해 백발백중의 궤적으로 날아갔다.
“하찮은 침술 따위가!”
철가면은 극심한 중력의 압박 속에서도 이를 악물며 강철 장갑을 낀 손바닥을 쾌속으로 휘둘렀다. 그의 손끝에서 암흑강기가 뿜어져 나와 날아오는 은침들을 격타해 내기 시작했다.
팅! 팅! 팅! 팅!
날카로운 쇳소리가 지하시실을 가득 메우며 은침들이 허공으로 튕겨 나갔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철가면이 마지막 은침을 손바닥으로 쳐내며 태현을 향해 살기 어린 안광을 번뜩이는 찰나, 태현의 피가 묻은 제단 중앙에서 기이한 이변이 일어났다.
우우우웅-!
제단 지하 깊은 곳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영기가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허공으로 솟구쳤다. 차가운 지하의 공기가 일시에 멈추고, 영기 안개 너머로 거대한 청룡의 형상을 두른 사당의 거대한 사념체가 공중에 서서히 일어서기 시작했다.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