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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석광산 지하 3층의 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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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 칙사 이건이 저택 동편 안채에서 가짜 진법도를 쥐고 승리의 축배를 들고 있을 시각, 청룡성 외곽의 어둠은 그 어느 때보다 짙게 가라앉아 있었다.


이건과 그의 밀탐 하연수는 완벽하게 속아 넘어갔다. 그들이 저택 정원에서 벌어진 세 아내의 가짜 불화 연극과 설이가 의도적으로 노출시킨 위조 진법도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강태현은 조용히 움직였다.


스르릉.


바퀴 축이 임시로 고정된 목재 휠체어가 차가운 영석 광산의 지하 통로를 굴렀다. 태현의 곁에는 서리가 내린 듯 차가운 은백색 검복을 입은 첫 번째 아내 백서설과, 기척을 완벽히 지운 채 그림자처럼 따르는 비밀 호위무사 혁만이 동행하고 있었다.


천신 영석광산의 지하 2층, 치명적인 독가스가 가득 차 있어 일반인들은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폐쇄 구역이었지만, 태현의 품속에 있는 백옥 라반이 은은한 청색 빛을 발하며 안전한 기맥의 흐름을 인도하고 있었다.


"쿨럭, 컥...!"


갑작스레 태현의 창백한 입술 사이로 마른기침과 함께 검붉은 선혈이 툭툭 떨어졌다. 선천적 맥 폐색증의 고통과 각성 후유증으로 인한 오한이 설산의 지하 냉기와 반응해 그의 약한 심장을 옥죄고 있었다.


"서방님!"


백서설이 본능적으로 한설검의 자루를 쥔 채 태현의 헐렁한 도포 어깨를 가만히 부축했다. 그녀의 차가운 눈동자에 숨길 수 없는 깊은 우려와 애정이 스쳐 지나갔다.


"괜찮소, 서설 부인. 단지 제단의 영기가 내 심장 속 혈맥을 강하게 자극하고 있을 뿐이오. 백옥 라반의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이 머지않았소."


태현은 피 묻은 손수건으로 입가를 훔치며 온화하게 미소 지었다. 그의 육체는 종이 인형처럼 나약했으나, 라반을 쥔 하얀 손가락 끝만큼은 단단했다.


지하 3층으로 내려가는 암반 계곡에 들어서자, 대기 흐름이 급격히 무거워졌다. 고대 제국의 초대 군주가 설치해 둔 봉인의 영압이 일반인의 심장을 터뜨릴 듯 짓눌러왔다. 혁조차 미간을 찌푸리며 내력을 끌어올려 영압에 저항해야 했다.


하지만 태현의 몸속에 잠들어 있던 황금 혈맥은 이 압도적인 압박 속에서 오히려 뜨겁게 맥동하기 시작했다. 맥이 막혀 내공을 쓰지 못하는 그의 단전 깊은 곳에서, 형언할 수 없는 고귀한 황금빛 영기가 라반의 백옥 표면과 강렬하게 공명했다.


스르릉- 쿵!


마침내 일행의 눈앞에 거대한 지하 공동이 나타났다.


그곳은 천신 영석광산 지하 3층 고대 제단이었다. 사방의 거대한 석벽 위로 눈부신 황금빛 군주의 문양들이 스스로 명멸하며 신비로운 영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대륙을 최초로 통일했던 초대 군주의 권능이 고스란히 잠들어 있는 성소였다.


"이 문양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군. 제국 전역의 영맥을 통제할 수 있는 고대 결계의 조작 매뉴얼이야."


태현이 백옥 라반을 들어 석벽의 문양들과 대조하며 천재적인 두뇌로 해독을 시작하려던 찰나였다.


스스스스.


지하 공동의 짙은 어둠 속에서, 공기 자체를 얼려버릴 듯한 기괴하고도 묵직한 살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주군, 피하십시오!"


혁이 비명처럼 외치며 전방으로 신형을 날렸다. 그의 손에 쥔 현철 무영검이 어둠을 가르며 기척 없는 참수검, '귀영참'의 궤적을 그렸다.


깡-!


소름 끼치는 쇳소리와 함께 불꽃이 허공을 수놓았다. 어둠 속에서 나타난 거구의 괴한, 온통 검은색 쇠사슬 옷을 입고 기괴한 철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철가면'이 혁의 무영검을 맨손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그의 강철 장갑에 서린 암흑철혈공의 기운이 무영검의 날을 타고 역류했다.


"황실의 개가 아니로군. 제단의 유산을 노리는 자인가?"


철가면은 대답 대신 기괴한 무성음의 웃음소리를 흘리며, 지면을 통째로 가르는 '철사벽력장'의 강맹한 권풍을 뿜어냈다. 쿠구구구! 일격에 제단 바닥의 암반이 갈라지며 엄청난 파괴력이 혁의 손목을 향해 들이닥쳤다.


혁은 즉시 그림자 잠행술을 시전해 철가면의 시야에서 사라진 뒤 그의 등 뒤를 노리려 했다. 그러나 철가면이 쓰고 있는 특수 신물 가면에서 붉은 영파가 뿜어져 나오며 혁의 기척을 단번에 감지해 냈다.


쾅-!


"컥!"


철가면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지른 왼손 주먹의 권풍에 정면으로 격타당한 혁은, 전방의 거대한 석벽에 처박히며 다량의 피를 토해냈다. 일류 최고조의 살수 무공을 지닌 혁이 단 한 번의 합격 만에 내상을 입고 무력화된 것이다.


철가면의 붉은 안광이 휠체어에 앉아 움직이지 못하는 태현을 향해 고정되었다.


"쓸모없는 서자 놈이 감히 군주의 유산을 탐하는구나. 그 목숨으로 대가를 치러라."


철가면이 거대한 가시철퇴를 치켜들며 태현의 머리를 향해 돌진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스르릉- 캉!


그 순간, 백서설이 연청검을 뽑아 들고 태현의 전방을 가로막아 섰다. 그녀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온 초절정 초입의 빙백신공 내력이 연청검의 날끝을 타고 흘러넘쳤다.


"내 남편에게 손대지 마라!"


서설이 연청검을 쾌속으로 회전시키며 전방에 촘촘한 무형의 원형 방어막, '청풍 검막'을 전개했다. 철가면의 가시철퇴가 검막과 정면으로 충돌하며 귀를 찢는 파열음이 지하 공동을 가득 메웠다.


키이이이잉!


빙백의 한기와 암흑철혈공의 마기가 충돌하며 사방으로 서리 파편과 불꽃이 튀었다. 서설은 이를 악물고 검막을 유지하려 했으나, 초절정 입문의 힘을 지닌 철가면의 무지막지한 내력 격차 앞에서는 역부족이었다. 서설의 연청검 검신 위로 미세한 '한기 균열'이 발생하며 그녀의 하얀 손목이 바르르 떨렸다.


철가면은 비열한 미소와 함께 내공을 두 배로 끌어올려 '대지 붕괴 권법'을 가동했다. 그가 발을 구르자 제단 주변을 지탱하던 거대한 돌기둥들이 우르르 무너지며 입구의 퇴로를 완전히 차단해 버렸다.


"이 안에서 모두 매몰되어 죽어라."


사방이 무너져 내리는 밀실 속에서, 서설의 청풍 검막은 붕괴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혁은 내상으로 움직이지 못했고, 퇴로는 완전히 차단되었다.


태현은 혼란 속에서도 극도로 침착함을 유지했다. 그의 뇌세포가 hyper-speed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정면 무력으로는 저 괴물을 이길 수 없다. 그렇다면 환경을 조율해야 한다.


태현은 손에 쥔 백옥 라반을 주시했다. 라반의 바늘이 제단 바닥 중앙의 기하학적인 문양을 가리키며 푸르게 진동하고 있었다.


'저곳이... 고대 중력 방어 결계의 작동 스위치(陣眼)다.'


그러나 그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철가면의 압도적인 공세를 뚫어야만 했다.


철가면이 기괴한 무영의 보법을 전개했다. 그의 신형이 안개처럼 흔들리며 순식간에 서설의 청풍 검막의 허점을 뚫어내고, 휠체어에 앉아 꼼꼼히 움직이지 못하는 태현의 가슴을 향해 파괴적인 철사벽력장의 기운을 뿜어내며 들이닥쳤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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