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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의 탐욕스러운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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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각의 폭풍이 가라앉은 지 사흘이 흘렀다.


적련교의 반란을 진압하고 염설화의 마공 폭주를 잠재운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청룡성 강씨 소공작 저택 안채의 깊은 침소. 강태현은 전신을 칭칭 감은 하얀 붕대 사이로 스며 나오는 화독의 열기와 싸우고 있었다. 선천적 맥 폐색증(Congenital Vein Occlusion)이라는 형벌 같은 체질에, 설화의 마기를 무리하게 조율하느라 심장 경맥에 가해진 내상은 뼛속까지 얼어붙는 오한을 동반했다.


"서방님, 제발 가만히 계셔요. 무리하게 움직이시면 갓 아문 상처가 다시 터집니다."


둘째 아내이자 남옥곡주인 제갈진아가 걱정 어린 눈물로 눈시울을 붉히며 다가왔다. 그녀는 남옥 비전 의경(Emerald Medical Scripture)의 기공을 실어, 차갑게 정제한 한빙초(Han-bing-cho) 약액을 태현의 화상 상처에 조심스럽게 발라주었다. 차가운 약기운이 닿을 때마다 태현은 전신을 뒤흔드는 통증에 미세하게 어깨를 떨었다.


"쿨럭, 컥... 걱정 마시오, 진아 부인. 내 몸은 내가 가장 잘 아오."


태현이 가냘픈 기침과 함께 하얀 손수건으로 입가를 훔쳐냈다. 수수하게 젖어 드는 붉은 피를 보며 진아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태현의 맑고 깊은 눈빛만큼은 흔들림 없이 빛나고 있었다. 약골 서자라 불리며 멸시받던 육체였으나, 그 이면에 깃든 두뇌는 이미 청룡령 전체를 집어삼키려는 거대한 먹구름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때, 침소의 문이 다급하게 열리며 전담 시종 길동이 사색이 된 얼굴로 들어섰다.


"도련님! 큰일 났습니다! 청룡령 지방관 송대인(Song Dae-in) 대감이 저택 밖에서 휠체어를 탈 틈도 없이 사색이 되어 대기하고 있습니다! 황실에서... 황실에서 기어코 움직였다고 합니다!"


태현의 안광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올 것이 왔다. 천신 영석광산(Heavenly Soul Mana Stone Mine)의 압도적인 매장량과 고순도 영석의 가치가 마침내 제국 수도 천경성까지 전해진 것이다. 탐욕스러운 황제 이륭이 이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태현은 철무기의 공방에서 임시로 수리해 온 목재 휠체어에 몸을 실었다. 지극 한철로 보강된 골조가 그의 마비된 하반신을 무겁게 지탱했다.


저택 사랑방에 들어서자, 관복을 흩트린 채 안절부절못하던 지방관 송대인이 태현을 보자마자 버선발로 뛰어왔다.


"공자! 강 공자! 내 목숨이, 아니 청룡령 전체가 날아가게 생겼소! 황실에서 천신 영석광산의 세무 조사를 핑계로 칙사를 파견했다오! 그것도 황제의 심복이자 가장 악독하기로 소문난 황족 이건(Yi Geon) 대감을 말이오!"


송대인의 통통한 뺨이 공포로 사르르 떨리고 있었다. 황실은 청룡령의 자치권을 박탈하고 광산을 통째로 강탈하기 위해 군사적 압박과 세무 조사를 동시에 들이밀 계획이었다. 송대인은 황실의 가혹한 세금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당장 자신의 목이 달아날 것이라며 태현의 도포 자락을 붙잡았다.


"강씨 가문이 청룡령의 맹주라 하였으니, 이번 일은 공자가 책임져야 하오! 황실의 군대와 이건 대감의 성정은 자비가 없소. 법적 명분이 없다면 우리 모두 반역죄로 멸문당할 것이오!"


태현은 송대인의 절박한 눈빛을 가만히 응시했다. 처음에는 가문의 명예와 청룡령의 평화라는 대의를 들어 그를 안심시키려 했다.


"송 대인, 진정하십시오. 우리 가문과 세 아내의 가문이 힘을 합친다면 황실도 함부로..."


"대의? 가문의 명예?" 송대인이 실소하며 태현의 말을 가로막았다. "공자, 지금 제국의 금군이 국경을 넘어오고 있소! 내 목숨과 관직이 날아가게 생겼는데, 그깟 명예가 밥을 먹여준답니까! 당장 황실의 세무 조사를 합법적으로 막아낼 방도가 없다면, 나는 당장 광산의 열쇠를 이건 대감에게 바칠 것이오!"


철저한 관료주의 사회의 관리다웠다. 송대인에게 명분이나 가문의 영광 따위는 아무런 가치가 없었다. 오직 자신의 안위와 법적 책임 회피, 그리고 실질적인 재정적 이익만이 그의 움직임을 결정하는 유일한 열쇠였다.


태현은 즉시 전략을 수정했다.


"길동아, 마차를 준비하거라. 북쪽 골목 끝, 독고진(Dokgo Jin) 스승님의 서당으로 가야겠다."


***


깊은 밤, 청룡성 구석에 위치한 소박하고 낡은 독고진의 서당.


눈에 회색 천을 감은 채 홀로 참선을 하던 노학사 독고진은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가냘픈 기침 소리만으로 태현의 상태를 알아챘다.


"또 몸을 그 지경으로 만들고 나를 찾아왔구나, 태현아."


"스승님, 황실의 탐욕이 마침내 광산에 닿았습니다. 이건이 칙사로 임명되어 내려오고 있습니다. 황실의 세무 조사를 합법적으로 무력화할 방도가 필요합니다."


태현이 휠체어에 앉아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독고진은 지팡이를 짚고 일어서며 씁쓸하게 웃었다.


"이건이라... 그 황족은 법률의 자구를 칼날처럼 휘둘러 변방 가문을 난도질하는 자다. 하지만 법으로 흥한 자는 법으로 망하는 법이지."


독고진은 먼지 쌓인 서가 깊은 곳에서 붉은 가죽으로 제본된 두꺼운 법전을 꺼내 태현의 무릎 위에 놓았다. 황실 세법 율법서(Imperial Tax Law Scripture)의 원본 초안이었다. 한림원 학사 시절 독고진이 직접 기록했던 제국의 금기된 법률 해석서였다.


"제국 대명률과 세법을 샅샅이 뒤져라. 이건이 들이밀 세무 조사의 칼날을 부러뜨릴 예외 조항이 반드시 존재할 것이다."


그날 밤, 서당의 촛불은 꺼질 줄 몰랐다.


태현은 전신 화상의 열기로 가슴이 타들어 가고, 선천적 맥 폐색증의 부작용으로 두통이 머리를 쪼개는 듯한 극통 속에서도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율법서를 한 장 한 장 넘겼다. 그의 안구는 붉게 충혈되었고, 끊임없는 기침 발작으로 책장 모서리에 핏방울이 점점이 박혔다. 하지만 그의 손가락은 멈추지 않았다.


새벽녘, 마침내 태현의 손가락이 율법서의 한 독소 조항에 멈추어 섰다.


"찾았습니다... 제국 대명률 세법 제7조, '변방 자치 가문 면세 특별법'의 예외 규정입니다."


독고진이 천 너머로 보이지 않는 눈을 빛냈다.


"그 조항은 변방 영지가 외세의 침탈이나 재난을 당했을 경우, 영지 내부의 자산 유통을 황실이 강제로 몰수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 하지만 이건은 이를 '사소한 재해'로 치부하며 무시하려 들 것이다."


"그렇기에 한 가지 고리가 더 필요합니다." 태현이 창백한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미소를 지었다. "금풍상단 마태상(Ma Tae-sang) 상주님과의 영석 담보 계약서입니다. 광산의 소유권이 가문이 아닌, 제국 공인 상단인 금풍상단에 합법적으로 담보 저당 잡혀 있음을 증명하는 서류 말입니다."


황실이라 할지라도 제국의 경제를 지탱하는 거대 상단의 합법적인 재산권을 강제로 징수하는 것은 제국 상법상 불가능했다. 법적 명분과 재정적 보증의 완벽한 결합이었다.


***


다음 날 아침, 태현은 다시 사색이 되어 저택 안채에서 대기하던 송대인을 불러들였다.


태현은 탁자 위에 밤새 정리한 황실 세법 율법서의 예외 조항 사본과, 금풍상단 마태상의 붉은 직인이 찍힌 영석 담보 계약서를 나란히 올려놓았다.


"송 대인, 이것을 보십시오."


송대인이 의아한 표정으로 서류들을 읽어 내려갔다. 서류를 읽는 그의 눈동자가 점차 경악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이, 이것은... 황실 세법 제7조의 면세 예외 규정이 아니오! 게다가 금풍상단의 재정 보증서까지...!"


"그렇습니다." 태현이 휠체어에 몸을 기댄 채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이건 대감이 세무 조사를 핑계로 광산을 몰수하려 해도, 이 서류들이 있다면 황실의 요구는 합법적인 상법과 면세법에 의해 원천 차단됩니다. 송 대인 당신은 그저 법전의 조항대로 행정적 절차를 밟았을 뿐이니, 황실도 당신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당신의 관직과 목숨은 철저히 보호받을 것이며, 광산에서 나오는 영석의 세수 일부는 합법적으로 당신의 관부 금고로 흘러 들어갈 것입니다."


완벽했다. 송대인이 그토록 두려워하던 '법적 책임 회피'와, 그가 그토록 갈망하던 '재정적 이익'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완벽한 덫이었다.


송대인의 얼굴에 서서히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계약서를 쥐며 태현을 경외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공자... 참으로 무서운 두뇌를 지니셨구려. 이 정도의 대비책이 있다면, 내 황족 이건이 아니라 황제 폐하가 직접 온다 해도 버텨낼 수 있겠소! 좋소, 내 공자와 가문의 명운을 함께하겠소! 이건의 압박을 내 관부의 힘으로 함께 버텨내겠소!"


송대인이 마침내 태현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완벽한 동맹을 서약했다. 무력이 아닌, 치밀한 법적 지식과 현실적인 이익의 조율이 만들어낸 값진 승리였다.


바로 그 순간, 정원 너머에서 가문의 호위무사가 다급한 고함과 함께 사랑방 문을 거칠게 열어젖혔다.


"보고드립니다! 황실 칙사 이건 대감이 이끄는 선발대 군마들이... 이미 청룡성 영지 경계를 돌파하여 관부 요새 코앞까지 들이닥쳤습니다! 송 대인님을 즉각 압송하라는 이건 대감의 칙서가 도착했습니다!"


방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이건의 탐욕스러운 칼날이 마침내 청룡령의 숨통을 겨누기 시작한 것이다.


태현은 창백하리만치 하얀 얼굴 위로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휠체어 바퀴를 직접 움켜쥐고 천천히 앞으로 굴리기 시작했다. 다가올 거대한 전장, 황실의 탐욕을 정면으로 받아치기 위한 그의 눈빛이 황금빛 서기를 띠며 번뜩였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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