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과부하와 동조율 30%
콰과과광!
장갑차 하부 프레임이 부서진 광산 궤도와 충돌하며 귀가 먹먹할 정도의 굉음을 토해냈다. 전면 유리창은 이미 밀러 보안관의 바리케이드를 들이받았을 때의 충격으로 거미줄 같은 균열이 가득해 시야를 흐려놓고 있었다. 보닛 틈새로 치솟는 검은 매연과 붉은 불꽃이 산성비에 젖은 공기를 매캐하게 오염시켰다.
시우는 찌그러진 조종간을 필사적으로 움켜쥐었다. 장갑차는 통제력을 잃고 어둡고 축축한 지하 통로를 향해 미끄러지듯 질주했다.
지하 깊은 곳으로 내려갈수록 공기의 질감이 달라졌다. 단순한 광산의 습기가 아니었다. 피부를 찌릿하게 찌르는 미세한 정전기와 허공에서 푸른 불꽃을 일으키며 부딪히는 양자 노이즈. 데브리스-7의 지각을 유지하는 고대 중력 제어 장치의 누출 전류가 만들어낸 치명적인 구역, ‘코어 일렉트로 배리(전자기 공명 분지)’에 진입한 것이었다.
“윽……!”
지하 전자기 폭풍이 장갑차의 금속 장갑을 때리는 순간, 시우의 목덜미가 타들어 가듯 뜨거워졌다. 제4경추 뼈 사이에 매립된 최첨단 바이오 포트, ‘싱크 포트 v4’가 공명 지대의 강한 전자기장에 반응해 스파크를 튀기기 시작했다.
척추를 타고 뇌로 직접 흘러드는 고전압의 전기 충격은 상상을 초월하는 극통이었다. 머릿속이 수천 개의 바늘로 쑤시는 듯한 편두통이 몰려왔고, 고열이 시각 피질을 지배했다. 눈앞에 적색과 녹색이 뒤섞인 기괴한 노이즈가 스크린 찢어지듯 명멸했다.
동시에 불길한 마비감이 엄습했다. 왼쪽 손가락 끝부터 시작해 팔꿈치, 그리고 왼쪽 다리까지 제어권을 잃고 저릿하게 굳어갔다. 레이첼이 수술 직후 경고했던 신경 과부하의 부작용이었다. 시우는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은 채 억지로 조종사 호흡법을 유지하며 이빨을 악물었다.
“시우야…… 버텨야 한다…….”
뒷좌석에서 고문의 흔적으로 피투성이가 된 강도윤이 쇠약한 목소리로 신음했다. 조수석의 고르크 역시 부러진 기계 의체 팔 어깨를 지혈 젤로 움켜쥔 채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때, 장갑차의 백미러 너머로 눈이 멀 것 같은 백색 서치라이트 불빛들이 어두운 지하 터널을 가르며 빠르게 다가왔다.
부방방방!
경비용 고속 순찰정의 날카로운 엔진음이 광산 벽면을 타고 기분 나쁘게 메아리쳤다. 밀러 보안관의 심복이자 비겁한 쥐새끼로 악명 높은 부보안관 클락이었다. 그의 순찰정 전면에는 카일에게 제공받은 불법 양자 위치 추적 스캐너가 붉은 안테나를 번뜩이며 아르고 호의 도크 좌표를 해킹하려 하고 있었다.
“거기까지다, 백시우! 쥐새끼처럼 기어들어 가더니 결국 막다른 길에 다다랐구나!”
클락의 조롱 섞인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광산 내부를 울렸다.
설상가상으로 장갑차 전방의 헤드라이트 불빛 속에 절망적인 광경이 드러났다. 거대한 낙석으로 가로막힌 막다른 장벽, 그리고 그 장벽 앞 좁은 길목에 촘촘하게 설치된 전자기 그물망 트랩이 푸른 전류를 내뿜으며 아르고 호로 향하는 유일한 통로를 차단하고 있었다. 클락 일당이 도주 경로를 예측하고 미리 쳐둔 덫이었다.
끼이이이익—!
시우가 수동 제동 레버를 당겼지만, 엔진룸이 폭발적인 비명을 지르며 장갑차의 동력이 완전히 차단되었다. 계기판의 모든 불빛이 꺼지고, 암흑 속에서 비상용 붉은 경고등만이 요란하게 깜빡였다. 완전히 고립된 상태였다.
“젠장! 내가 엄호할 테니 도윤 아저씨를 데리고 피해라!”
고르크가 남은 한 손으로 정비용 소총을 들어 올리며 조종석 해치를 열려 했다. 하지만 그가 방전 레버를 당기기도 전에, 전자기 공명 지대의 고전압 노이즈가 소총의 배터리 셀을 강타했다. 찌릿한 스파크와 함께 소총의 에너지 디스플레이가 까맣게 전소되었다. 격발 장치가 완전히 먹통이 된 것이었다.
“안 돼, 고르크! 총의 회로가 타버렸어!”
시우가 외치는 순간, 해치 너머에서 클락의 부하들이 일제히 사격을 개시했다.
슈우우웅! 타다당!
장갑판을 찢는 백색 레이저 탄환들이 장갑차 외벽을 사정없이 두들겼다. 얇은 이중 아크릴 창이 열기에 녹아내리며 뜨거운 스팀이 조종실 내부로 밀려들었다. 한 발이라도 직격당하면 이 찌그러진 고철 상자는 그대로 거대한 무덤이 될 터였다.
시우는 뇌 신경 포트의 과열로 인해 조종석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시야는 이미 반투명한 노이즈로 가득 찼고, 귀에서는 고주파의 기계음이 고막을 찢을 듯 울려 퍼졌다.
- 파일럿, 생체 신호가 위험 임계점에 달했습니다. 심장박동수 분당 180, 뇌 세포 온도가 41.5도까지 상승 중입니다. 이대로 동조를 지속하면 뇌 시냅스의 12%가 영구 손상됩니다.
머릿속에서 아레스의 차갑고 서늘한 경고가 울렸다. 하지만 시우는 핏발 선 눈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시끄러워…… 기계 놈아. 여기서 잡히면 어차피 죽음뿐이야. 다른 방법이 있어?”
- ……논리적인 지적이군요. 그렇다면 제안을 변경합니다. 뇌 신경의 통제권을 완전히 해제하고, 동조율을 강제로 30% 이상 끌어올리십시오. 제 1단계 군사 전술 코드를 각성해야만 이 조밀한 화망을 뚫고 살아남을 비행 회피 경로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해…… 당장 해!”
시우가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그 순간, 목덜미의 싱크 포트 v4가 은빛에서 눈부신 적색 전하를 뿜어내며 요동쳤다. 척추 신경망을 타고 수만 볼트의 전류가 뇌로 치솟는 듯한 극통이 전신을 강타했다. 시우는 등줄기를 활처럼 꺾으며 단말마의 비명을 질렀다. 눈가와 코끝에서 붉은 피가 배어나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알림: 뇌 신경 동조율 급상승. 24%…… 28%…… 31%…… 35%!]
[각성: 1단계 전술 궤적 예측 단계 돌입. ‘크로노스 비전’을 동기화합니다.]
쿠구구구궁—.
그 찰나, 시우의 왼쪽 눈에 장착된 홀로그램 단안 렌즈 ‘크로노스’ 너머로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무너지는 지하 암반의 파편들, 공중에 흩날리는 빗방울, 그리고 장갑차 전면 유리를 깨부수며 날아오는 수십 발의 레이저 탄환들. 그 모든 물리적 움직임이 마치 물속에 깊이 잠긴 것처럼 극도로 느려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100분의 1 속도로 감속된 듯한 완벽한 시간 왜곡 인지 상태였다.
차가운 블루 톤의 양자 그리드가 시야를 덮었고, 적들의 소총 총구 끝에서부터 아르고 호 비밀 도크 입구를 가로막은 바위벽까지 뻗어 나가는 붉은색 실선들이 선명하게 투사되었다.
그것은 3초 뒤 적들의 탄환이 날아올 완벽한 탄도 예측선, ‘아레스 전술 경로’였다.
- 보정 법칙을 기동합니다. 조종간 오차를 제로로 일치시키십시오. 인간의 불완전한 감각을 제 초연산에 맡기십시오.
아레스의 오만하면서도 신뢰가 실린 기계음이 시우의 시각 피질에 직접 각인되었다.
시우는 반쯤 마비된 왼쪽 다리를 질질 끌며 장갑차 해치를 박차고 밖으로 나갔다. 클락과 부하들의 눈에는 시우의 움직임이 마치 공간을 순간 이동하는 유령처럼 보였을 것이다.
슈웅!
첫 번째 레이저 탄환이 시우의 오른쪽 귀밑머리를 종이 한 장 차이로 스쳐 지나갔다. 시우는 머리를 미세하게 왼쪽으로 기울여 탄도를 비껴 보냈다. 두 번째, 세 번째 탄환이 가슴과 허벅지 옆을 스쳤지만, 아레스가 제시한 붉은 예측선에서 몸을 단 1밀리미터만 비트는 정밀한 회피 기동으로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포화의 틈새를 파고들었다.
“저, 저게 뭐야? 왜 조준이 안 돼!”
클락의 부하가 경악 어린 비명을 지르며 난사했지만, 시우의 움직임은 이미 인간의 한계를 초월해 있었다.
시우는 회피하는 흐름 속에서 허리춤의 단분자 커터 ‘러스트 블레이드’를 뽑아 들었다. 보라색 고주파 진동이 일렁이는 칼날이 어둠 속에서 차가운 궤적을 그렸다. 시우는 기계 직관 능력을 극대화하여 클락이 쥐고 있는 양자 위치 추적 스캐너의 중심부 전력 공급 노드를 정확히 겨냥했다.
“이거 먹어라, 쥐새끼 놈아.”
시우가 손목을 가볍게 튕기며 러스트 블레이드를 투척했다.
파카캉!
초고주파 진동 칼날이 클락의 손에 들려 있던 양자 스캐너의 중앙 액정을 정확히 관통했다. 내부 배터리 셀이 전자기 공명과 맞물려 강력한 스파크를 일으키며 대폭발을 일으켰다.
“으아아악! 내 손! 내 손이!”
클락이 손목을 움켜쥐고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뒹굴었다. 폭발의 연기와 전자기 폭풍이 순찰정 주변을 덮쳐 적들의 시야를 완벽히 가려버렸다.
시우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고르크와 강도윤을 부축해 무너진 바위벽 틈새의 비좁은 비밀 통로 속으로 몸을 숨겼다. 어둠이 그들의 퇴로를 집어삼키는 순간에도, 시우의 왼쪽 안구는 여전히 잔혹한 붉은빛 양자 홀로그램으로 번뜩이고 있었다.
시우의 눈앞에 쏟아지는 레이저 탄환의 궤적이 붉은 실선으로 미리 그려진다. 시우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보인다…… 전부 다 보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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