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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덜미의 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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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구구구궁—!


스타 브리즈호의 낡은 동체가 러스트 시티의 찌그러진 철판 지붕들을 무자비하게 긁으며 미끄러졌다. 날카로운 마찰음과 함께 사방으로 튀는 불꽃이 산성비가 내리는 붉은 밤하늘을 찢어발겼다. 주 엔진 노즐이 완전히 녹아내려 전소된 수송선은 통제력을 잃은 거대한 고철 덩어리에 불과했다.


쿵! 콰르릉!


최후의 충격과 함께 기체가 비상 불시착한 곳은 러스트 시티 외곽, 썩은 기름 냄새와 매연이 가득한 폐기물 매립지 한복판이었다. 조종석 내부의 비상 조명이 격렬하게 깜빡이며 시우의 핏기 없는 얼굴을 비추었다.


“하아…… 하아…….”


시우는 조종간을 움켜쥔 채 앞으로 꼬꾸라졌다. 왼쪽 눈에서 흘러내린 피가 뺨을 타고 콘솔 위로 뚝뚝 떨어졌다. 머릿속은 뜨겁게 달아오른 원자로 같았다. 아레스와의 동조율이 순간적으로 치솟았던 여파로, 뇌 시냅스가 실시간으로 지져지는 듯한 극통이 밀려왔다. 관자놀이가 터질 것처럼 박동했고, 고막을 찢는 듯한 이명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 경고. 파일럿의 뇌세포 온도 41.5도 돌파. 자아 붕괴 임계점에 도달했습니다. 이대로 추가 동조를 감행할 시 98.4%의 확률로 영구적인 뇌사 상태에 빠집니다.


뇌 신경망에 직접 내리꽂히는 아레스의 목소리는 여전히 기계적으로 서늘했다.


“시끄러워…… 나도 안다고.”


시우는 떨리는 손으로 조종석 수납함에 있던 아니마 신경 안정제를 꺼내 입안에 털어 넣었다. 평소라면 뇌 속의 노이즈를 일시적으로 가라앉혀 주었을 약제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아레스가 내뿜는 고출력 양자 신호 앞에서는 한낱 설탕물이나 다름없었다. 뇌를 파고드는 통증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이대로 아레스와의 연결을 유지하다가는 자아가 완전히 기계의 심연 속으로 침식당해 소멸할 터였다.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뇌의 연산 처리 용량을 물리적으로 확장하고, 전자기 전하를 분산시켜 줄 하드웨어 인터페이스를 척추에 직접 박아 넣는 것.


시우는 수송선 슬롯에서 아레스의 자아가 잠들어 있는 ‘오리온 디스크’를 뽑아 품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 반쯤 마비된 왼쪽 다리를 질질 끌며 조종석 해치를 열고 기어 나왔다.


산성비가 시우의 헝클어진 흑발을 적셨다. 붉고 푸른 네온사인이 일렁이는 러스트 시티의 밤거리는 지옥의 초입 같았다. 시우는 빗물에 섞인 피를 훔치며, 지하 암시장인 ‘블랙 베이’로 향하는 어두운 용암 동굴 통로로 몸을 던졌다.


유독 가스와 유황 냄새가 코를 찌르는 블랙 베이의 가장 깊은 구석. 찌그러진 철판 문 너머로 낡은 수술대와 홀로그램 스캐너가 어지럽게 널린 불법 진료소가 나타났다.


“또 왔군, 사관학교 낙제생.”


하얀 가운 대신 기름때 묻은 낡은 군용 야상 코트를 걸친 여자가 냉소적인 어조로 마중했다. 연합군 군의관 출신의 무허가 의사, 레이첼이었다. 그녀는 손끝으로 차가운 메스를 만지작거리며 시우의 처참한 몰골을 훑어보았다.


“뇌파가 완전히 미쳐 날뛰고 있잖아. 기계 침식률이 벌써 위험 수치야. 이대로 두면 사흘도 못 가 네 생물학적 뇌는 숯검댕이가 될 거다.”


“레이첼…… 아줌마. 헛소리할 시간 없어.”


시우는 진료소 테이블 위에 발할라 중공업 생체 실험실에서 밀수된 미개봉 케이스를 쾅 내려놓았다. 케이스가 열리며 은빛 나노 합금으로 제작된 척추 이식형 부품이 드러났다.


‘양자 감응형 신경 커넥터 v4’.


그것을 본 레이첼의 차가운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싱크 포트 v4를 이식해 달라고? 미쳤군, 백시우. 이건 발할라의 군사 기밀이자, 생명을 갉아먹는 금기다. 인간의 척추 신경망을 기계식으로 강제 확장하는 짓이야. 포트가 박히는 순간부터 네 뇌 세포는 나노 기계에 잠식당할 거고, 신경 과부하가 올 때마다 몸의 절반이 마비될 거다. 결국에는 인간성마저 잃고 차가운 기계의 노예가 되겠지. 그래도 하겠다는 건가?”


“선택의 여지가 없어.”


시우가 이를 악물며 레이첼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나한테 누명을 씌우고 쫓아낸 놈들, 내 아버지를 사법 살인하고 가문과 은인까지 나락으로 보낸 발할라 중공업 놈들을 끌어내리기 전까지는 죽을 수 없어. 기계가 되든 괴물이 되든 상관없어. 나한테 필요한 건 저 사형수 AI의 연산을 견뎌낼 진짜 힘뿐이야.”


레이첼은 시우의 눈빛에서 꺾이지 않는 파일럿의 독기와 긍지를 읽었다. 그녀는 깊은 한숨을 쉬며 메스를 내려놓고 수술용 레이저 장비를 작동시켰다.


“좋아. 고집불통인 건 네 아버지를 쏙 빼닮았군. 하지만 경고해 두지. 이 수술은 마취 없이 진행한다.”


“……뭐?”


시우의 눈썹이 꿈틀했다.


“양자 동조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신경 포트의 주파수를 네 뇌파와 일치시켜야 해. 마취제를 쓰면 신경망이 차단돼서 포트가 척추 뼈에 정렬되지 않고 빗나간다. 0.001밀리미터라도 어긋나면 그 자리에서 전신 마비로 즉사야. 쌩정신으로 척추가 뚫리는 고통을 견뎌내야 한다는 뜻이지.”


시우는 대답 대신 수술대 위에 엎드려 조종간을 쥐듯 철제 손잡이를 꽉 움켜쥐었다.


“시작해.”


레이첼이 시우의 목덜미 옷가지를 찢어내고 차가운 소독액을 부었다. 이윽고 잉잉거리는 고주파 진동음과 함께 레이저 드릴이 시우의 제4경추 표면을 조준했다.


“버텨라, 애송이.”


치이이이익—!


레이저가 목덜미의 살가죽을 가르고 들어가 척추 뼈를 직접 파고들기 시작했다.


“아으으으으윽—!”


시우의 입에서 짐승 같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빨을 너무 세게 맞물려 잇몸에서 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 뼈가 타들어 가는 지독한 냄새가 코를 찔렀고, 척수 신경을 직접 건드리는 날카로운 고열 쇼크가 전신을 사정없이 난타했다. 손잡이를 쥔 손가락 뼈가 하얗게 바스러질 듯 힘이 들어갔다.


- 파일럿의 생체 고통 지수 한계 돌파. 양자 주파수 정렬 강제 동조 개시.


뇌 속에서 아레스의 목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레이첼이 붉게 달아오른 시우의 경추 뼈 사이에 은빛의 ‘싱크 포트 v4’를 밀어 넣었다.


철컥, 철컥!


차가운 금속 단자가 생체 신경 세포들과 분자 단위로 접합되며 결합하는 기계음이 들렸다. 그것은 뼈를 깎아내는 금기된 융합의 소리였다. 시우의 눈앞이 하얗게 멀어지며 정신이 아득해졌다. 하지만 그는 정신을 놓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자아를 움켜쥐었다. 파일럿으로서의 긍지가,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받겠다는 집념이 그의 흐려지는 의식을 수술대 위로 붙잡아 매어두고 있었다.


마지막 접합 핀이 경추 신경망에 완전히 고정되는 순간.


철컥—!


둔탁하고 차가운 금속 포트가 목덜미 척추에 완벽하게 매립되었다.


그 순간, 시우의 시야가 눈부신 푸른색 전하로 가득 차올랐다. 머릿속을 짓누르던 전자기 노이즈와 터질 듯한 두통이 새로 이식된 싱크 포트의 방전 채널을 통해 흘러나가며 씻은 듯이 사라졌다. 뇌파 주파수가 아레스의 연산 코어와 완벽하게 수렴하기 시작했다.


눈앞을 가렸던 피 안개가 걷히고, 아레스가 그리는 정교한 다차원 전술 연산 경로가 시우의 시각 피질 위에 마치 현실의 실물처럼 선명하고 정교하게 오버레이되어 읽히기 시작했다. 지연 시간 0초의 완벽한 동조였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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