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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눈의 사형수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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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기구 철판이 찢어지는 비명을 질렀다.


쿠구구구궁!


지하 암반을 뒤흔드는 디젤 하이브리드 엔진의 거친 포효가 좁은 환기구 벽면을 타고 시우의 온몸으로 전해졌다. 카일 일당의 사냥개들이 마침내 아지트 입구를 완전히 포위한 것이었다. 흙먼지와 붉은 녹가루가 배관 내부로 비 오듯 쏟아져 내렸다. 시우는 품속에 안은 은색 금속 디스크를 더 세게 움켜쥐었다. 디스크 중심부의 푸른 양자 회로가 그의 심장 박동에 맞추어 기묘하게 번뜩이고 있었다. 목덜미에 이식된 구형 ‘싱크 포트 v4’가 찌릿한 열감을 토해내며 이명을 증폭시켰다.


“잡았다, 쥐새끼!”


뒤편 아지트 입구 쪽에서 격벽이 날카롭게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거친 함성이 들려왔다. 카일의 행동대장, 신체의 반 이상을 기계로 개조한 사이보그 ‘도끼’의 무거운 금속 발걸음 소리였다. 쿵, 쿵, 쿵. 암반을 울리는 그 소리는 시우의 숨통을 조여오는 저승사자의 발소리와도 같았다.


“어이, 영감탱이! 그 잘난 백 박사 아들놈은 어디로 숨겼지? 순순히 디스크를 넘기면 고통 없이 보내주마!”


“커헉……! 시우야, 가라! 뒤도 돌아보지 말고 뛰어라!”


강도윤 아저씨의 처절한 비명이 환기구 배관을 타고 굴절되어 들려왔다.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아저씨의 신음이 이어졌다. 분노가 시우의 가슴속에서 불길처럼 치솟았다. 당장이라도 러스트 블레이드를 뽑아 들고 나가 아저씨를 구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손에는 아무런 힘이 없었다. 사관학교에서 쫓겨나고 라이센스마저 박탈당한 지금, 그는 데브리스-7의 쓰레기 더미를 뒤지던 무기력한 고철 도둑에 불과했다.


화아아아악!


갑자기 환기구 내부의 온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카일의 부하들이 입구에 화염방사기를 들이대고 불길을 뿜어 넣은 것이었다. 배관 내부의 산소가 순식간에 타들어가며 숨이 턱 막혔다. 뜨거운 열기가 등 뒤를 바짝 추격해 왔다. 살이 타들어 가는 듯한 통증에 시우는 이빨을 악물고 앞으로 기어갔다. 눈물과 땀이 범벅이 되어 시야를 가렸지만, 오직 살아야 한다는 본능 하나로 배관의 좁은 틈새를 돌파했다.


마침내 환기구의 끝, 찌그러진 해치를 부수고 굴러떨어진 곳은 아지트 깊숙한 곳에 위치한 간이 격납실이었다.


그곳에는 시우가 폐선 더미에서 쓸만한 부품들을 모아 마개조해 둔 5등급 구형 고철 수송선 ‘스타 브리즈’호가 먼지를 뒤집어쓴 채 대기하고 있었다. 무장도 없고 장갑도 얇아 전투에는 완전히 부적합한, 그저 탈출만을 위해 급조된 고철 덩어리였다.


콰아아앙!


격납실의 강철 문이 폭발하며 뜯겨 나갔다. 화염과 자욱한 매연 속에서 카일의 사냥개들이 총구를 겨누며 난입했다.


“저기 있다! 수송선에 타기 전에 쏴라!”


탕! 타다당!


수동 실탄 소총의 탄환들이 수송선의 낡은 장갑판에 부딪히며 날카로운 파편을 튕겨냈다. 시우는 구르듯 조종석 해치 안으로 몸을 던졌다. 쾅 소리와 함께 해치를 닫아걸었지만, 얇은 이중 아크릴 창 너머로 적들이 화염방사기를 조종석 전면을 향해 조준하는 모습이 보였다. 불길이 덮치면 수송선은 그대로 거대한 화장터가 될 터였다.


“제발, 제발 움직여!”


시우가 수동 점화 레버를 거칠게 당겼다. 그러나 낡은 하이브리드 엔진은 탈탈거리는 신경질적인 소리만 낼 뿐, 매캐한 연기만 토해내며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기계 직관 능력이 엔진 내부의 플라즈마 노즐이 타버린 잔해로 막혀 있음을 실시간 진동으로 알려왔다. 수동 정비로는 최소 10분이 걸릴 고장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남은 시간은 단 3초도 되지 않았다.


창밖의 화염방사기 주둥이에서 붉은 불꽃이 일기 시작했다.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온 순간이었다.


시우는 떨리는 손으로 품속의 은색 디스크를 바라보았다. 아버지가 남긴 유산. 금기된 고대 전술 AI 아레스가 잠들어 있는 ‘오리온 양자 코어 디스크’.


‘이걸 쓰면 은하계 전체가 나를 쫓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쓰지 않으면 복수도, 아저씨를 구하는 것도,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는 것도 모두 우주의 먼지로 사라질 뿐이었다.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빌어먹을, 어떻게든 되겠지!”


시우는 수송선 제어 콘솔 하부에 억지로 깎아 만든 구형 양자 슬롯에 오리온 디스크를 강제로 밀어 넣었다.


철커덕!


디스크가 완전히 맞물리는 순간, 수송선의 모든 조명이 일시에 꺼졌다. 지독한 침묵이 조종석을 감쌌다. 그리고.


치이이이이익!


시우의 목덜미 척추 신경에 박혀 있던 ‘싱크 포트 v4’가 미친 듯이 발열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열감이 아니었다. 끓는 기름을 척수액에 직접 주입하는 듯한 상상을 초월하는 극통이 뇌간을 직격했다.


“아, 아아아아악!”


시우는 비명조차 온전히 지르지 못하고 조종석 시트 위에서 사지를 뒤틀었다. 고대 군사 AI 아레스의 거대한 자아와 연산 데이터가 그의 뇌 신경망을 강제로 비집고 들어오는 충격이었다. 뇌세포가 분자 단위로 타들어 가고, 시냅스가 과부하로 하나둘씩 끊어지는 듯한 생물학적 파괴감이 전신을 지배했다. 눈앞에 백색 노이즈가 폭풍처럼 몰아쳤고, 시우의 왼쪽 안구는 핏발이 터지다 못해 기이한 양자 붉은빛 홀로그램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코끝으로 비린 혈향이 훅 끼치며 붉은 피가 콘솔 위로 후두둑 떨어졌다.


‘10% 미만: 불완전 각성 단계.’


아레스의 존재를 뇌 속에서 인지하기 시작하는 순간의 대가는 너무나 가혹했다. 전신이 마비되어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수동 조종간을 당겨 탈출하려 했던 계획은 무참히 깨졌다. 뇌가 기계의 신호를 거부하며 일으키는 거부 반응으로 인해 의식이 점차 흐려졌다.


그때, 뇌 해마의 가장 깊은 곳에서 차갑고 오만한 존재가 눈을 떴다. 시우의 특이한 ‘양자 감응형 뇌’를 감지한 기계의 이성적 연산이 그의 뇌파 주파수를 강제로 붙잡았다.


【적합 파일럿 감지. 시스템 권한 임시 이관.】


뇌 속에서 울리는 것은 인간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차갑고 서늘하며, 우주 진공의 냉기를 그대로 담은 기계의 선언이었다. 아레스가 시우의 마비된 신경망을 우회해 수송선의 제어 프로토콜을 강제로 재정렬하기 시작했다.


위이이이잉!


암전되었던 수송선의 콘솔들이 일제히 눈부신 청백색 양자광을 뿜어내며 부활했다. 타버린 플라즈마 노즐을 무시하고, 아레스가 함선의 전력 공급 경로를 엔진 점화 계통으로 강제 전하했다. 억눌려 있던 하이브리드 엔진이 비명을 지르며 폭발적인 추진력을 토해냈다.


콰아아아앙!


적들의 화염방사기 불길이 조종석 유리를 덮치기 직전, 스타 브리즈호는 황금빛 플라즈마 불꽃을 뿜으며 수직으로 솟구쳤다. 아지트 ‘그레이브 야드’의 약해진 천장 철판들이 수송선의 강력한 추진력에 낙엽처럼 찢겨 나갔다. 무너지는 흙더미와 고철 더미를 뚫고, 기체는 데브리스-7의 어두운 대기권 하부로 무섭게 날아올랐다.


간신히 지상의 지옥에서 벗어났지만,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아레스와의 동조율이 너무 낮아 기체의 자세 제어 장치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시우는 피가 흐르는 왼쪽 눈을 감싸 쥔 채 조종간을 잡으려 버텼다.


삐이이이이이익!


그 순간, 조종석 전면의 간이 경보 스크린에 붉은색 조준 격자가 요란하게 켜졌다. 지상에서 급발진한 카일 일당의 정예 요격기 편대가 수송선을 향해 완벽하게 록온을 완료한 신호였다. 대기권 하부의 사나운 폭풍 속에서, 적들의 포화가 곧 그들을 덮칠 일촉즉발의 위기.


시우의 왼쪽 안구가 완전한 양자 붉은빛으로 물들며 광막을 형성했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시우의 비행 직관을 비웃는 듯한 오만하고 서늘한 기계의 목소리가 명확하게 들려왔다.


- 살고 싶나, 애송이?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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