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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대의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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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가스 안개 속에서 수십 개의 붉은 센서 광망이 일제히 아르고 호를 조준하자, 아레스의 서늘한 경고음이 다시 한번 시우의 고막을 때렸다.


“쥐새끼가 숨을 곳치고는 제법 아늑한 무덤을 골랐군, 안 그래?”


통신 스피커를 뚫고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거칠고 쇳소리가 섞여 있었다. 쇠사슬이 부딪치는 둔탁한 소음과 함께, 홀로그램 화면에 붉은 가죽 안대를 쓴 거구의 사내가 나타났다. 온몸에 기괴한 해골 장식을 매단 사내, 블랙 잭 용병단 선발대의 수장인 발가스였다.


“제레드 대장이 네놈 대가리에 건 현상금이 아주 짭조름하더군. 얌전히 배를 멈추고 넘겨라. 고대 전함째로 나포하면 우리야 보너스를 더 챙기니 좋지.”


발가스의 비열한 웃음소리와 함께 아르고 호의 사방에서 회색 요격기들이 포위망을 조여왔다. 그들의 기함 후방에서 뿜어져 나오는 전자기 파동이 우주 공간에 그물망처럼 넓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사일런트 존의 유일한 도약 항로를 차단하는 전자기 그물망 트랩이었다.


“젠장,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시우는 마비된 왼쪽 다리를 오른손으로 거칠게 내리쳤다.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 다리는 조종석 바닥에 무겁게 얹혀 있을 뿐이었다. 목덜미에 이식된 싱크 포트 v4는 이미 벌겋게 과열되어 치익 소리와 함께 미세한 나노 스팀을 토해내고 있었다. 뇌를 사정없이 찌르는 두통에 시우의 왼쪽 안구는 붉은색 양자광으로, 오른쪽 안구는 푸른빛으로 어지럽게 번뜩였다. 이중 변색된 그의 시야가 붉은 가스 안개 속에서 일그러졌다.


“시우 형, 어떡해요? 적들의 록온 신호가 사방에서 꽂히고 있어요!”


조수석의 유리가 분홍색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단말기 판도라를 두드렸다.


에어록 내부에서는 벤이 찌그러진 산소 탱크를 붙잡고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산소 잔량이 붉은색 경고등을 켜며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옆에서 고르크는 이마의 화상 흉터를 일그러뜨리며 겨우 한 손으로 수동 제어반을 붙잡고 있었다. 민우 역시 나노 화상을 입은 손가락 끝을 붕대로 감은 채 조종석 구석에서 이빨을 악물고 있었다.


보조 실드 배터리는 완전히 방전되어 아르고 호는 단 한 발의 물리 타격도 버틸 수 없는 무방비 상태였다. 방금 용접한 전자기 차폐 장갑판이 폭풍의 노이즈는 막아주고 있었지만, 용병단의 포격을 직접 견뎌낼 수는 없었다.


- 파일럿, 전방의 전자기 그물망은 고출력 전하 결합 상태입니다. 주포 ‘궁극의 창’으로 찢어발기려 해도 사일런트 존의 전자기 간섭으로 인해 양자 에너지가 수렴되지 못하고 허공으로 분산됩니다. 물리적인 돌파 외에는 대안이 없습니다.


아레스의 냉혹한 연산 보고가 뇌리에 직접 꽂혔다.


“물리적 돌파라니, 실드도 없는 이 고철 배로 저 그물에 부딪치라는 거야?”


시우가 조종간을 움켜쥐며 쏘아붙였다.


- 제안합니다. 현재 기체 하부 슬롯에 장착된 ‘고순도 양자 연료 셀’의 에너지를 연소실에 직접 분사하십시오. 순간적인 폭발적 추진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단, 기체 프레임이 가속도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파괴될 확률은 42%입니다.


“42%라니, 파일럿의 사전에 그 정도 확률은 백 퍼센트나 다름없어.”


시우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그는 콘솔 우측의 연료 강제 분사 밸브를 손으로 직접 젖혔다.


쿠우우우웅—!


아르고 호 하부의 양자 엔진이 비명을 지르며 황금빛 플라즈마 불꽃을 토해냈다. 연료 탱크 내부에서 고순도 양자 연료 셀이 급격히 연소되며 기체가 무섭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조종석의 모든 계기판이 가속도의 충격으로 사정없이 흔들렸다.


“고르크! 민우야! 꽉 잡아! 날아간다!”


시우는 가속 레버를 끝까지 밀어붙였다. 아르고 호가 붉은 가스 안개를 찢으며 전방에 위치한 직경 5킬로미터짜리 거대 철광 소행성을 향해 수직으로 내달렸다.


“미쳤어! 저 소행성에 정면으로 부딪치겠다는 거야?”


발가스의 통신 화면 너머로 경악한 용병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용병단의 요격기들이 가속도를 올리며 아르고 호의 뒤를 바짝 추격했다. 그들은 시우가 그물망을 피해 소행성 뒤로 숨으려 한다고 판단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시우의 목적은 단순한 회피가 아니었다.


- 동조율을 38%까지 강제 가속합니다. 시각 피질에 ‘중력 슬링샷’의 최적 궤적을 투사합니다. 오차 범위는 0.001mm입니다. 오차 발생 시 소행성 표면과 충돌하여 기체는 분자 단위로 분해됩니다.


시우의 시야에 소행성 표면을 스치듯 지나가는 날카로운 황금빛 곡선이 그려졌다.


“아레스, 지오-앵커의 척력막을 전방 15도 방향으로 집중해!”


시우는 마비된 왼쪽 다리의 통증을 지우기 위해 이빨을 악물었다. 목덜미의 싱크 포트 v4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열이 척추를 타고 뇌세포를 하얗게 태우는 것 같았다. 눈앞이 붉고 푸른 양자광의 노이즈로 흐려졌지만, 그의 손끝은 아레스가 그려준 황금빛 선 위에 조종간을 완벽히 밀착시키고 있었다.


휘이이이잉—!


아르고 호가 소행성의 중력장 가장자리에 진입하는 순간, 엄청난 원심력이 기체를 짓눌렀다. 타이탄 그립의 척력막이 소행성 표면의 중력을 밀어내며 아르고 호를 강제로 회전시켰다. 연료 소모 없이 폭발적인 전진 속도를 얻는 고대의 비행술, ‘중력 슬링샷(Gravity Slingshot)’이었다.


“뭐, 뭐라고? 저 속도로 회전을 한다고?”


추격하던 발가스의 요격기들이 가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궤도가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무중력 공간에서 급격한 중력 변화를 겪은 적 기체들이 사방으로 요동치며 중심을 잃었다. 몇몇 요격기들은 소행성의 인력에 끌려 들어가 표면에 부딪치며 붉은 불꽃으로 산산조각이 났다.


하지만 발가스의 중형 기함은 여전히 아르고 호의 도주 항로 전방에서 전자기 그물망을 팽팽하게 유지한 채 대기하고 있었다. 슬링샷으로 가속된 속도 그대로 날아가면 전자기 그물에 정면으로 걸려 기체 전체가 영구 마비될 터였다.


“걸려들었구나, 애송이! 그 속도로는 방향을 꺾지 못해!”


발가스가 광기 어린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 시우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방향을 꺾을 생각은 없어, 사냥꾼 놈들아.”


시우는 조종석 중앙의 비상 제동 레버를 온 힘을 다해 잡아당겼다.


“고속 양자 제동(High-Speed Quantum Braking) 가동!”


끼이이이이이이익—!


우주 공간 자체를 찢는 듯한 황금빛 마찰 스파크가 아르고 호 전면에서 폭발하듯 방출되었다. 양자 역학적 척력이 국소 공간에 강제로 발생하며, 초속 수만 킬로미터로 질주하던 아르고 호가 단 0.1초 만에 제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콰아아아아앙!


기체 하부의 노후화된 프레임이 가혹한 제동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둔탁한 파쇄음과 함께 하부 티타늄 지지대에 미세한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르고 호는 멈춰 섰다.


그리고 그 뒤를 무서운 속도로 쫓아오던 발가스의 기함과 잔존 요격기들은 관성을 제어하지 못했다.


“어, 어어? 멈춰! 제동해!”


발가스의 절규는 우주 공간에 전해지지 않았다. 엄청난 속도로 튕겨 나간 용병단의 요격기들과 기함은, 자신들이 아르고 호를 가두기 위해 쳐두었던 광역 전자기 그물망 속으로 고스란히 처박혔다.


지지지직! 콰아아앙—!


스스로 쳐둔 덫에 걸린 기함의 에너지 실드가 폭주하며 내부 원자로를 강타했다. 눈을 멀게 할 정도의 거대한 청색 섬광이 사일런트 존의 붉은 안개를 가르며 폭발했다. 발가스의 기함은 전자기 그물에 얽힌 채 스스로 분자 단위로 해체되며 우주의 먼지로 화했다.


함교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해낸 거야?”


유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고르크와 민우 역시 믿을 수 없다는 듯 전면 창 너머의 잔해 더미를 바라보았다. 벤은 파손된 산소 마스크를 벗어 던지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시우는 조종간에서 힘을 뺐다. 목덜미 포트의 열기가 식어가며 지독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하부 프레임의 균열로 인해 기체 경보음이 조용히 울리고 있었지만, 어쨌든 블랙 잭 용병단의 선발대를 완벽히 격퇴한 순간이었다.


그때였다.


유리의 해킹 모니터가 미친 듯이 깜빡이며 경고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화면 가득 붉은색 데이터 스트림이 흘러내렸다.


“시우야…….”


유리의 목소리가 사르르 떨렸다. 그녀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굳어 있었다.


“우리 좌표가…… 우리 아르고 호의 실시간 위치 정보가 무선 릴레이를 타고 실시간으로 외부로 세어 나가고 있어! 내부의 누군가가 송신기를 열어둔 거야!”


시우의 눈동자가 다시 한번 차갑게 굳어졌다. 사일런트 존의 붉은 가스 안개 너머로, 제레드 대장의 정예 추격 전함이 유출된 좌표를 따라 포문을 열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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