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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도크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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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구구구구궁—!”


그것은 기계의 소음이 아니었다. 거대한 심장의 박동이었다.


100년의 침묵을 깨고 깨어난 고대 전술함 아르고 호의 주 엔진이 토해내는 진동은 함교 바닥을 타고 백시우의 척추를 정면으로 관통했다. 느리고, 묵직하며, 영혼의 밑바닥을 흔드는 고대의 박동. 시우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메인 파일럿 시트에 몸을 밀착시켰다.


“하아, 하아……!”


비명이 나오려는 것을 이빨을 악물어 삼켰다. 목덜미에 이식된 ‘싱크 포트 v4’가 하얗게 과열되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치익, 하는 날카로운 소음과 함께 살이 타들어 가는 듯한 냄새가 풍겼다. 미세한 나노 스팀이 포트 주변에서 뿜어져 나와 시우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 여파로 왼쪽 다리는 이미 완벽한 통나무처럼 굳어 있었다. 발끝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완전한 마비 상태. 오직 오른쪽 다리와 양손만이 콘솔 위에 고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시우의 시야는 그 어느 때보다 명징했다.


시우의 왼쪽 안구는 아레스의 차가운 붉은빛 양자광으로, 오른쪽 안구는 아르고 호의 깊은 푸른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글거리는 이중의 변색 기믹이 함교의 어두운 콘솔 조명과 기묘한 대비를 이루었다.


- 동조율 35% 고정 완료. 전술 궤적 예측 시스템이 안정화되었습니다. 파일럿, 당신의 생체 전류 방출로 인해 점화 코어의 임계 전압이 확보되었습니다. 그러나 기체의 하드웨어 손상률이 실시간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뇌리에서 울리는 아레스의 오만하면서도 서늘한 목소리. 시우는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조종간을 움켜쥐었다.


“시끄러워, 기계 놈아. 살아서 나가면 그때 잔소리해.”


통신망을 통해 엔진룸의 상황이 흘러들어왔다. 고르크의 거친 숨소리가 스피커를 찢을 듯 울렸다.


“도련님! 엔진은 어떻게든 돌렸는데, 하부 지지대가 비명을 지르고 있어! 배관 압력이 미쳐 날뛴다고!”


고르크의 그을린 얼굴이 홀로그램 화면에 떠올랐다. 그의 이마에는 방금 전 플라즈마 불꽃이 튀어 생긴 선명한 붉은 화상 흉터가 새겨져 있었고, 잘려 나간 기계 어깨 관절에서는 여전히 오일이 스며나오고 있었다. 그 옆에서 소동을 부리던 소년 민우가 붕대를 감은 손으로 보조 밸브를 필사적으로 붙잡고 있었다. 민우의 작은 손가락 끝 역시 나노 열기에 잠식되어 벌겋게 부어올라 있었다.


“나, 나도 버틸 수 있어, 시우 형! 밸브는 내가 꽉 잡고 있으니까 빨리 출발해!”


열 살 남짓한 소년의 목소리에는 공포와 함께 꺾이지 않는 용기가 묻어났다. 시우는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민우야. 조금만 참아.”


그 순간, 전면 스크린을 가득 메운 흙먼지 너머로 불길한 백색 섬광이 번뜩였다.


콰아아앙—!


거대한 충격음과 함께 아르고 호의 선체가 크게 흔들렸다. 함교 전면의 홀로그램 장막에 붉은색 경고등이 켜졌다.


[보조 에너지 실드 피격. 잔여 출력 78%. 외부 물리 타격 감지.]


“기어코 기어 들어왔군.”


시우가 낮게 읊조렸다.


도크 상부의 무너진 암반 틈새를 뚫고 난입한 것은 밀러 보안관이 이끄는 사설 치안대의 중장갑 전차들이었다. 발할라 중공업의 뒷돈을 받고 움직이는 부패한 공권력. 그들은 아르고 호의 거대한 자태를 발견하자마자 탐욕에 눈이 멀어 일제히 전차포를 사격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백시우! 얌전히 기체에서 내려라! 그 전함은 발할라 중공업의 자산이다!”


밀러의 목소리가 전자기 주파수를 타고 함교 내부로 흘러들어왔다. 시우는 대답 대신 조종간의 서브 트리거를 당겨 ‘지오-앵커’ 중력 제어 장치를 활성화했다. 기체 주변의 중력 상수를 왜곡해 무너지는 바위 더미를 밀어내려 했다.


위이이잉—!


하지만 기체 하부에서 불길한 스파크가 튀었다. 낙석의 무게가 너무 거대했다. 수천 미터 지하의 압력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상황에서, 노후화된 중력 왜곡막은 버티지 못하고 과부하 경보를 울리며 꺼져버렸다.


[에러: 지오-앵커 출력 한계 초과. 중력 편향막 강제 비활성화.]


“젠장, 중력 제어만으로는 이 바위 더미를 밀어낼 수 없어!”


시우가 이빨을 갈았다. 설상가상으로, 도크 천장 전체가 거대한 비명과 함께 통째로 내려앉기 시작했다. 수십만 톤의 암반이 아르고 호를 향해 수직으로 낙하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날아오르기도 전에 이 지하 무덤에 영원히 매장당할 판이었다.


그때, 함교 중앙에 잔잔한 starlit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가문의 마지막 수호 AI, 마더 베가였다. 그녀의 부드러운 여성의 음성에는 슬픈 결연함이 담겨 있었다.


[백시우 도련님. 기지의 자폭 프로토콜을 승인했습니다. 이 도크와 백 박사님의 연구 자료는 결코 저 부패한 자들의 손에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마더 베가? 안 돼! 당신까지 사라지려는 거야?”


[제 데이터는 이미 소멸 시퀀스에 진입했습니다. 가문의 기밀을 지키는 것이 저의 마지막 임무입니다. 도련님, 당신은 백 박사님의 가장 완벽한 유산이자, 은하계의 진정한 자유 비행을 되찾을 유일한 날개입니다. 부디 살아남아, 진실을 하늘에 새겨주십시오.]


마더 베가의 홀로그램이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점차 빛바랜 입자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자폭 카운트다운 시작. 30초. 도크의 폐쇄 격벽이 차단됩니다.]


동시에 도크 구석구석에 장치된 고대 양자 폭탄들이 작동하며 눈부신 백색 빛을 뿜어냈다. 밀러 보안관의 전차대 역시 갑작스러운 자폭 경보와 낙석에 휘말려 비명을 지르며 후퇴하려 했으나, 무너지는 바위 더미가 그들의 퇴로를 먼저 덮쳤다.


- 파일럿, 생존을 위한 유일한 전술 경로를 제시합니다.


아레스의 서늘한 목소리가 시우의 시각 피질을 강하게 자극했다. 눈앞에 펼쳐진 붉은색 전술 경로는 대피로가 아니었다. 도크 천장을 향해 거의 수직으로 쏘아 올려진, 광기 어린 돌격 궤적이었다.


- 엔진 출력을 임계치인 120%까지 과부하 가속하십시오. 동시에 아르고 호 전면에 장착된 고대 양자 주포 ‘궁극의 창’을 수직으로 발사하십시오. 주포의 양자 수렴 파동으로 상부의 모든 암반을 분자 단위로 소멸시키며 탈출로를 뚫어야 합니다.


“주포를 굴착기처럼 쓰겠다는 건가? 미친 소리군!”


- 연산 결과, 이 방법 외에 생존 확률은 0%입니다. 당신의 뇌 신경이 가속도의 중력 압박을 버텨낼 수만 있다면, 아르고 호는 하늘을 날 것입니다.


“좋아…… 가보자고!”


시우는 마비된 왼쪽 다리의 통증을 무시하며, 오른손으로 메인 조종간을 꽉 움켜쥐었다. 왼손은 양자 주포의 물리적 발사 트리거에 고정했다.


목덜미의 싱크 포트 v4가 터질 것처럼 가열되며 나노 스팀이 뿜어져 나왔다. 시우의 뇌 세포 괴사율이 미세하게 상승하는 극통이 몰려왔지만, 그의 양쪽 안구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빛을 뿜어냈다.


“고르크! 민우야! 꽉 잡아! 날아오른다!”


“으아아아! 엔진 출력 최대로!”


고르크의 절규와 함께 아르고 호 하부의 양자 도약 엔진이 황금빛 플라즈마 제트를 폭발적으로 뿜어냈다.


쿠우우우웅—!


120% 오버클럭된 엔진의 추진력이 아르고 호의 선체를 밀어 올렸다. 동시에 시우는 주포 트리거를 힘껏 당겼다.


“궁극의 창, 수직 격발!”


콰아아아아아아앙—!


함교 전면의 주포 포신에서 눈이 멀 것 같은 순백의 양자 광선이 수직으로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빛의 기둥이었다. 아르고 호를 내리누르던 수십만 톤의 암반과 단단한 화강암 지각이, 양자 수렴 파동에 닿는 순간 소리도 없이 분자 단위로 분해되어 빛나는 은빛 가루로 소멸했다.


하늘을 가로막던 장벽이 사라지고, 거대한 수직 터널이 뚫렸다.


마더 베가의 마지막 자폭 폭발이 지하 도크를 집어삼키는 순간, 아르고 호는 황금빛 플라즈마 불꽃을 길게 늘어뜨리며 붕괴하는 지하 세계를 수직으로 돌파해 날아올랐다.


슈우우우웅—!


지각을 뚫고 나온 아르고 호는 데브리스-7의 대기권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상승했다. 쏟아지는 산성비 폭우와 검은 대기 가스가 선체를 스쳐 지나갔다. 엄청난 중력 가속도(G-force)가 시우의 전신을 짓눌렀고, 그의 왼쪽 눈에서 붉은 피 한 줄기가 흘러내렸다. 그러나 시우는 웃고 있었다. 마침내 그들은 하늘을 날고 있었다.


대기권을 돌파하는 순간, 거친 마찰음이 사라지고 완벽한 침묵이 찾아왔.


우주.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보석처럼 빛나는 별들이 조종석 전면 창 너머로 아름답게 펼쳐졌다. 데브리스-7의 고철 냄새와 유독 가스에서 벗어난, 완벽하고 고요한 우주 공간이었다. 시우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끼며 조종간을 부드럽게 잡았다.


하지만 평화는 단 1초도 허락되지 않았다.


삐이이이이이—!


함교 전체에 피비린내 나는 선명한 적색 경고등이 일제히 켜지며, 귀를 찢는 경보음이 울려 퍼졌다.


[경고: 다중 양자 록온 감지. 전방 전술 레이더에 다수의 중형 전함 포착.]


시우의 눈동자가 급격히 수축했다.


데브리스-7의 푸른 궤도 상공 너머, 칠흑 같은 우주 공간을 가득 메운 거대한 그림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기업 발할라 중공업의 철 마크가 선명하게 박힌 최신예 정예 요격기 편대와, 그 뒤편으로 산맥처럼 버티고 선 거대한 특별보안기동대의 정규 전함 3척이 아르고 호를 향해 포문을 일제히 조준하고 있었다.


그 중심에서, 제레드 대장이 이끄는 기함의 주포가 푸른빛 에너지를 충전하며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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