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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의 반격, 참수와 구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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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四更)의 끝자락, 밤안개가 흑월곡의 검은 절벽을 집어삼킬 듯 음산하게 깔려 있었다.


심청언은 무경전의 비밀 지하 통로를 통해 침실로 복귀하는 순간, 허벅지 아래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타는 듯한 극통에 신음했다. 노회가 처방해 준 삼음고(三陰膏)의 약효가 다해 가고 있었다. 억지로 열어젖혔던 태음경맥이 다시 굳어지며, 뼈마디를 송곳으로 쑤시는 듯한 통증이 척추를 타고 뇌수까지 찔러왔다.


“으윽…….”


청언은 이빨을 악물며 각혈하듯 신음을 삼켰다. 그의 그림자이자 유일한 심복인 벙어리 하인 아묵(아묵)이 신속하게 그를 부축해 새로운 흑단목 휠체어에 앉혔다. 침상 위에는 대역 무영(무영)이 식은땀을 흘리며 대기하고 있었다. 청언은 휠체어 바퀴를 단단히 쥐고 숨을 고르며, 온몸의 기혈을 억지로 가라앉혔다. 황실의 정순한 내공인 진무신결(眞武神訣)의 기운을 단전 깊은 곳으로 밀어 넣고, 겉으로는 오직 병약하고 음산한 마교 소교주 무경의 기운만을 남겨두었다.


그 순간, 무경전 앞마당을 뒤흔드는 성난 군중의 노호가 창문을 깨부술 듯 밀려들었다.


“폭군 무경은 나와라! 우리를 광산에 가두고 굶겨 죽이려는 소교주를 처단하라!”


“식량을 돌려달라! 백장로님의 말씀이 옳았다! 무능하고 잔혹한 소교주를 몰아내자!”


수백 개의 횃불이 밤하늘을 핏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백장로파가 정교하게 선동한 광부들과 하급 신도들이 곡괭이와 쇠지레를 들고 무경전의 철문을 부술 듯이 들이치고 있었다.


문 앞에서는 호위대장 철진(철진)과 소교주 직속 호위무사 수십 명이 철제 방패를 겹쳐 쥔 채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었다. 날아오는 돌맹이와 타오르는 횃불이 방패에 부딪쳐 불꽃을 튀겼지만, 철진은 청언의 명령대로 단 한 자루의 칼도 뽑지 않은 채 온몸으로 분노를 받아내고 있었다. 그의 어깨와 갑주 곳곳이 이미 돌에 맞아 찌그러지고 피가 흐르고 있었다.


“철진 대장! 비켜라! 저 안에서 호의호식하는 가짜 교주 놈의 목을 베어야 우리 가족이 산다!”


군중의 선두에서 백장로파의 사주를 받은 선동가들이 괭이를 치켜들며 소리쳤다. 그 뒤편에는 백장로파의 집사들과 배신자 종리 장로의 수하들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폭동이 피비린내 나는 참극으로 번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교주가 신도들을 학살하는 순간, 백장로는 ‘교단의 기강을 어지럽히고 신도를 도살한 폭군’이라는 명분으로 소교주를 합법적으로 시해할 계획이었다.


그때, 무경전의 거대하고 무거운 목조 문이 천천히, 그리고 엄숙하게 열렸다.


끼이이이익—.


바람을 가르는 무거운 마찰음과 함께 앞마당의 소란이 일순간 잦아들었다. 자욱한 밤안개 사이로, 아묵이 천천히 미는 흑단목 휠체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휠체어 위에는 창백하다 못해 유령처럼 하얀 안색의 소교주 무경, 즉 심청언이 앉아 있었다. 그는 화려한 검은 비단 장포인 흑야비단장포를 걸친 채, 오만하고 서슬 퍼런 안광으로 아래를 굽어보았다. 그의 무릎 위에는 마교 지배권의 상징이자 초대 교주의 유산인 검은 명검, 무경검(無境劍)이 차갑게 누워 있었다.


“소교주 무경이 나왔다!”


군중 속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 순간, 성난 광부 중 하나가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타오르는 횃불을 청언의 얼굴을 향해 거칠게 던졌다.


“죽어라, 마두!”


붉은 화염이 청언의 코앞까지 날아들었다. 철진이 비명을 지르며 검을 뽑으려던 찰나, 청언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단지 휠체어 손잡이를 쥔 채, 도포 소매를 가볍게 휘둘렀을 뿐이었다.


스스스스.


청언의 소매 끝에서 뿜어져 나온 보이지 않는 음산한 기류가 허공의 산소를 순식간에 차단했다. 날아오던 화염은 청언의 얼굴 앞 삼 장 거리에서 기이하게 사그라지더니, 차가운 재가 되어 바닥으로 힘없이 떨어졌다. 청언은 진무신결의 금빛 기운을 철저히 감춘 채, 역천마공(逆天魔功)의 흉포한 마기만을 미세하게 섞어 바람을 다스린 것이다.


천근추(千斤墜)의 반동으로 휠체어는 바닥에 단단히 고정되어 흔들림조차 없었다. 이 압도적인 무형의 기세 앞에 성난 군중은 주춤하며 뒤로 물러섰다.


청언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의 단전에서 울려 퍼진 내력의 일성이 풍청이청의 기맥 조율을 타고 흑월곡 전체를 진동시켰다.


“누가 무경전의 마당에서 소란을 피우는가.”


차가운 얼음장을 쪼개는 듯한 목소리가 광부들의 귀청을 때렸다. 백장로파의 선동가 중 하나가 침을 삼키며 억지로 용기를 내어 소리쳤다.


“소교주! 시치미 떼지 마라! 당신이 현철 광산의 배급 식량을 전부 독점하고 우리를 굶겨 죽이려 하지 않았는가! 우리 광부들은 한 달째 묵월은화 한 푼 받지 못하고 흙을 파먹고 있다!”


그 말에 백장로파 장로들의 수하들이 뒤에서 동조하며 비웃음을 흘렸다.


“그렇다! 무능한 소교주가 교단을 망치고 있다! 당장 내려와라!”


청언은 그들의 비열한 안색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대명율 감찰지침(大明律 監察指針)에 따라 범죄자들의 미세한 심리 변화를 포착하는 그의 예리한 눈빛이 번뜩였다. 그들의 눈동자에는 굶주린 백성들의 슬픔 대신, 탐욕과 음모의 살기만이 가득했다.


“식량이 없어 굶주렸다고 했느냐.”


청언이 나지막이 읊조리며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그 신호와 함께, 무경전 서쪽 모퉁이 어둠 속에서 거친 가죽 옷을 입은 사내가 이끄는 일단의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급 무사들의 대장이자 흑월곡 하가 민중회(下街 民衆會)의 회장인 풍검(풍검)이었다. 풍검의 뒤로는 쇠사슬에 묶인 채 피투성이가 되어 끌려오는 대여섯 명의 사내들이 있었다. 그들은 다름 아닌 현철 광산의 백장로파 감독관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뒤로, 쌀가마니와 밀가루 상자가 가득 실린 수십 대의 수레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무경전 마당으로 들어섰다. 수레 위에는 붉은 인장과 함께 동창(東廠)의 문양이 선명하게 찍힌 나무 상자들이 가득했다.


“저, 저것은……!”


광부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상자 틈새로 흘러나온 정제된 쌀알과 소금 가루가 횃불 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청언이 휠체어 옆에 놓인 가죽 가방을 열고, 그 안에서 두꺼운 장부 장 장을 꺼내 허공으로 던졌다. 내력이 실린 종이 장들이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백장로파 장로들의 발밑에 꽂혔다.


“백장로파의 가솔들과 감독관들이 너희의 배급 식량을 빼돌려 보관하던 비밀 창고의 장부다.”


청언의 목소리가 제천단 아래 모든 이들의 심장을 차갑게 얼려버렸다.


“너희가 광산에서 목숨 걸고 채굴한 현철(玄鐵) 원석과 너희에게 지급되어야 할 정심단, 그리고 식량들을 백장로파는 저 동창(東廠)의 뇌물 상자에 담아 밀수출하려 했다. 너희를 굶주리게 만든 자는 내가 아니라, 너희의 등 뒤에서 정의를 외치던 저 감독관들과 백장로파 장로들이다!”


“무,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냐! 저것은 조작된 장부다!”


백장로파의 수하 집사가 당황하여 소리치며 장부를 낚아채 불태우려 했다. 그러나 그가 손을 뻗기도 전에, 성벽 그늘 속에 서 있던 우호법 묵소천(묵소천)이 묵직한 가래침을 뱉으며 한 걸음 내딛었다.


쿠우우웅—!


묵소천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온 중양마공(重陽魔功)의 포악한 내력이 무형의 장막이 되어 백장로파 집사의 손을 강하게 쳐내고 장부를 보호했다. 집사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서너 걸음 자빠졌다.


“소교주님의 말씀이 맞다.”


묵소천이 바위 같은 목소리로 장부를 집어 들며 선언했다.


“이 장부의 필적과 관인은 백장로의 직속 서기들의 것이다. 게다가 저 상자들에 찍힌 붉은 인장은 황실 동창의 밀수 증표가 확실하다. 백장로파는 교단의 신물과 자원을 황실의 개들에게 팔아넘기고, 그 죄를 소교주님께 뒤집어씌우려 했다!”


마당에 모인 광부들과 하급 신도들 사이에 거대한 동요가 일어났다. 그들의 분노에 가득 찼던 눈빛이 순식간에 경악과 배신감으로 뒤바뀌었다.


“우리를…… 우리를 속였단 말인가? 백장로파 놈들이 우리 아이들의 밥그릇을 빼앗아 황실 놈들에게 바쳤다고?”


“저 개만도 못한 놈들이!”


군중의 칼끝이 순식간에 쇠사슬에 묶인 백장로파 감독관들을 향했다. 감독관들은 사시나무 떨듯 떨며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


“사, 살려주십시오! 저희는 그저 장로님의 지시를 따랐을 뿐입니다! 제발 목숨만……!”


청언은 휠체어에 앉아 그 비참한 광경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한 치의 타협도 없는 황실 사법관의 엄격함이 서려 있었다. 법을 어기고 백성을 기만한 자들에게 내릴 판결은 단 하나뿐이었다. 마교의 규율 역시 이를 허용치 않았다.


“마교 계율총서 제7조.”


청언이 차갑게 선포했다.


“교단의 자원을 외부 세력에 밀수하고 신도들을 기만하여 폭동을 조장한 자는 반역죄로 다스린다. 처벌은 즉각적인 참수(斬首)다.”


그 단호한 참수령에 백장로파 장로들의 안색이 흙빛으로 변했다. 감히 그 누구도 소교주의 엄숙한 기세 앞에 토를 달지 못했다.


“철진.”


“존명!”


철진이 참풍도(斬風刀)를 뽑아 들었다. 밤공기를 가르는 서늘한 검광이 번뜩였다.


서걱! 서걱! 서걱!


찰나의 순간, 붉은 선혈이 무경전 앞마당의 차가운 대리석 바닥을 적셨다. 비열한 감독관들의 목이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법의 엄격함이 마교의 피비린내 나는 검날을 통해 완벽하게 집행된 순간이었다. 군중은 그 가차 없는 처결에 숨을 죽이며 소교주의 잔혹하면서도 공명정대한 카리스마에 압도당했다.


그러나 청언의 처결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법의 집행 뒤에는 협(俠)의 구휼이 따라야 했다.


“풍검, 그리고 김영익.”


청언이 부드러우면서도 묵직한 목소리로 명령했다.


“저 수레에 실린 곡식과 소금을 지금 이 자리에서 하가 구역의 모든 신도들과 광부들에게 공평하게 분배하라. 또한, 백장로파의 밀수 창고에서 압수한 묵월은화(墨月銀貨)를 광부들의 밀린 임금으로 전량 지급하라. 단 한 푼의 오차도 있어서는 안 된다.”


그 선언이 떨어지자마자, 마당을 메우고 있던 침묵이 거대한 환호성으로 깨어졌다.


“곡식이다! 은화다!”


풍검과 하가 민중회 무사들이 수레의 끈을 풀고 쌀가마니를 열어젖혔다. 하얗고 정순한 쌀알들이 광부들의 거친 손바닥 위로 쏟아져 내렸다. 김영익이 장부를 대조하며 묵직한 묵월은화 주머니를 광부들의 손에 쥐여주었다. 은화가 부딪치는 맑은 소리가 피비린내 나던 마당을 가득 채웠다.


군중의 선두에 서 있던 늙은 광부 마씨(마씨)가 쌀가마니를 안아 들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지난 밤 광산 깊은 곳에서 자신을 따뜻한 내력으로 치료해 주고 식량을 약속했던 소교주의 눈빛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온몸으로 깨달았다.


마씨는 곡괭이를 바닥에 버리고 소교주의 휠체어 향해 무릎을 꿇었다.


“소교주님 만세! 진정한 흑월곡의 주인이십니다! 저희를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노인의 외침을 시작으로, 마당에 모여 있던 수백 명의 광부들과 하급 신도들이 일제히 무기를 버리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소교주님 만세! 무경교의 진정한 태양이십니다!”


수백 명의 군중이 일제히 고개를 조아리며 올리는 찬사가 무경전의 지붕을 흔들었다. 선동당했던 폭도들이 순식간에 소교주를 향해 목숨을 바칠 절대적인 충성 세력으로 전환된 것이다. 백장로가 파놓았던 파멸의 덫은, 청언의 치밀한 지략과 단호한 처결에 의해 역으로 백장로파의 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갔다.


청언은 휠체어에 앉아 그 장엄한 광경을 묵묵히 응시했다. 그의 창백한 얼굴 위로 밤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내면은 여전히 고독하고 차가웠다. 이 화려한 승리 뒤에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황실 동창의 사슬과, 매달 들이켜야 하는 정심단의 중독 기한이 실시간으로 흐르고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휠체어 바퀴를 돌리려 할 때, 늙은 광부 마씨가 조용히 다가와 아묵의 손에 무언가를 은밀히 쥐여주었다. 그것은 탄가루와 기름때로 절어 있는, 평생 동안 광산 지하를 누비며 직접 그린 낡은 비밀 지도였다. 아묵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지도를 품속에 숨겼다. 향후 천마릉(天魔陵)으로 향하는 은밀한 통로의 열쇠가 될 단서였다.


청언은 휠체어를 타고 무경전 내부의 어두운 복도로 천천히 들어섰다. 등 뒤로 들려오는 민중들의 환호성과 참수당한 반역자들의 피비린내가 뒤섞여 묘한 여운을 남겼다.


***


한편, 무경전 지하 깊숙한 곳에 위치한 차가운 철창 감옥.


정파 청송파의 여협 유설아(劉雪雅)는 쇠사슬에 묶인 채 어둠 속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낮 동안 머리 위의 환기구와 지하실 벽면의 미세한 진동을 통해 들려오는 무경전 마당의 소란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성난 군중들의 폭동 소리, 그리고 소교주의 차갑고 단호한 참수령. 뒤이어 들려온 것은 살육의 비명이 아니었다. 그것은 굶주림에서 구원받은 백성들의 울음 섞인 환호성과 소교주를 향한 장엄한 찬사였다.


‘어째서…….’


유설아는 머리를 감싸 쥐며 극도의 혼란에 빠졌다.


그녀가 강호에서 들어온 소교주 무경은 무고한 신도들을 학살하고 정파를 멸문시키려는 피에 굶주린 마두였다. 하지만 지금 철창 너머로 들려온 진실은 전혀 달랐다. 그는 부패한 관리들을 가차 없이 참수하여 법을 세우고, 자신의 창고를 열어 백성들을 구휼하는 공명정대한 지배자였다.


평생 동안 정(正)은 선이고 사(邪)는 악이라 배워온 그녀의 세계관이, 이 어두운 마교의 지하 감옥에서 산산이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철창 너머로 들려오는 소교주의 묵직한 발자국 소리가 그녀의 심장을 강하게 두드렸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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