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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의 충돌, 삼음고의 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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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로들이 물러가자마자 청언의 시야가 검게 물들며 휠체어 등받이로 몸이 무너지듯 쓰러졌다.


"소교주님!"


어둠 속에서 대기하고 있던 대역 무영이 기겁하며 달려와 청언을 부축하려 했다. 하지만 청언은 떨리는 손을 내저어 그의 접근을 거부했다. 목구멍까지 울컥 차오르는 뜨거운 핏줄기를 더는 참지 못하고 바닥으로 뱉어냈다. 검붉은 선혈이 대리석 바닥에 흩뿌려지며 음산한 쇠비린내를 풍겼다.


단전이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황실 금의위의 정종 내공인 진무신결(眞武神訣)의 금빛 정기(正氣)와, 소교주 행세를 하기 위해 억지로 끌어올린 역천마공(逆天魔功)의 검붉은 마기(魔氣)가 단전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서로를 집어삼키기 위해 맹렬하게 충돌하고 있었다. 정(正)과 사(邪), 결코 공존할 수 없는 두 개의 거대한 축이 청언의 오장육부를 갈기갈기 찢어발기는 듯한 극통이 밀려왔다.


"으윽……!"


청언의 전신이 활처럼 휘어지며 휠체어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마비된 하반신은 감각이 없어 무거웠고, 상체는 불덩이처럼 달아올라 숨을 쉴 때마다 가슴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이 따랐다. 황실 동창이 매달 지급하는 정심단(淨心丹)을 복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비무 중 급격하게 내력을 폭발시킨 대가는 상상 이상으로 가혹했다. 이대로 내공의 충돌을 방치한다면 반나절도 되지 않아 온몸의 경맥이 뒤틀려 폭사할 것이 분명했다.


그때, 그림자 속에서 소리 없이 나타난 아묵(阿묵)이 청언의 상체를 단단히 부축했다. 아묵의 눈빛에는 깊은 우려와 함께 단호한 결의가 서려 있었다. 그는 바닥의 피를 도포 자락으로 신속히 닦아낸 뒤, 침상 위에 굳어 있는 무영을 향해 손가락을 기민하게 움직였다.


‘네놈은 침상에 누워 소교주의 대역을 철저히 수행해라. 외부의 감시를 한 치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


무영이 창백한 안색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침상으로 기어 올라갔고, 아묵은 청언을 등에 업고 무경전 지하의 비밀 밀실로 신속히 이동했다. 지하실 벽면에 대고 숨을 몰아쉬는 청언의 이마에는 굵은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아묵은 청언을 눕힌 뒤, 다시 한번 수화를 그려 보였다.


‘소교주님, 이 내상은 일반적인 의술로는 다스릴 수 없습니다. 하가 구역 어둠 속에 은거하는 약장수 노회(老會)를 데려오겠습니다. 그 자만이 마공의 뒤틀림을 다스릴 비약을 쥐고 있습니다.’


청언은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도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묵은 묵양보의 은형술을 전개하여 무경전의 삼엄한 백장로파 감시망을 뚫고 칠흑 같은 밤안개 속으로 소리 없이 사라졌다.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지하실의 차가운 한기가 청언의 뺨을 때릴 때쯤, 무거운 발자국 소리와 함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아묵이 한 사내의 목덜미에 단도를 겨눈 채 비밀 밀실 안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꼽추처럼 굽은 허리에, 온갖 독초의 독으로 인해 손가락 끝이 검게 물든 노인. 마교 총단 최하층 슬럼가인 하가 구역에서 허름한 약방을 운영하는 괴팍한 약장수, 노회였다. 노회는 목에 겨눠진 단도 앞에서도 비굴하게 굴지 않고, 오히려 음산한 눈빛을 번뜩이며 지하실 내부를 훑어보았다. 그의 시선이 침상 위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소교주 무경, 즉 심청언의 얼굴에 닿았다.


“흐흐, 위대하신 소교주께서 밤중에 쥐새끼처럼 지하에 처박혀 숨을 헐떡이고 계시는군. 나 같은 천한 약쟁이를 이토록 험악하게 모셔온 이유가 이것이었나?”


아묵이 단도에 힘을 주어 노회의 목덜미에 핏방울을 흘리게 했으나, 청언이 힘겹게 손을 들어 이를 제지했다.


“아묵…… 검을 치워라. 노인장, 무례를 사과하지.”


청언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노회는 코방귀를 끼며 침상 앞으로 다가와 청언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세 손가락이 청언의 맥문(脈門)에 닿는 순간, 노회의 냉소적이던 얼굴이 순식간에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듯 격렬하게 흔들렸다.


“이, 이럴 수가……! 네놈, 단전에 흐르는 이 기운은 대체 무엇이냐? 마교의 정종 마공인 역천마공의 기운 뒤편에, 어찌 이토록 바르고 공명정대한 황실 정종 내공이 도사리고 있단 말이냐!”


노회는 본능적으로 손을 떼려 했으나, 청언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내 그의 손목을 쇠사슬처럼 단단히 움켜쥐었다. 청언의 창백한 얼굴 위로, 황실 포교 시절 범죄자들을 압도하던 서슬 퍼런 안광이 뿜어져 나왔다.


“비밀을 발설하는 자는 살려두지 않는다. 설령 그것이 내 목숨을 구걸해야 하는 의원일지라도.”


청언의 차가운 일성에 노회는 마른침을 삼켰다. 노회는 청언의 눈빛에서 단순한 미치광이 마두의 광기가 아닌, 굳건한 신념과 뼈아픈 고독을 읽어냈다. 노회는 검게 물든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황실의 사냥개가 사파의 교주 가면을 쓰고 지옥 속을 걷고 있었군. 재미있군, 아주 재미있어. 백장로 놈들의 가혹한 수탈에 신음하는 하가 구역의 백성들을 보며 매일 밤 피눈물을 흘렸는데…… 설마 마교의 머리가 황실의 첩자일 줄이야.”


노회는 깊은 탄식을 내뱉으며 품속에서 낡은 청동 단지를 꺼냈다. 단지 뚜껑을 열자, 시리도록 차가운 음기와 함께 썩은 겨울 매화와 얼어붙은 흙먼지 냄새가 섞인 기묘한 향취가 밀실 안을 가득 채웠다. 검푸른 빛깔의 기이한 연고, 삼음고(三陰膏)였다.


“이것은 갈의원 놈에게 약점을 잡혀 강제로 조제해 주던 삼음고다. 음기를 머금은 특수 독초들을 정제하여 만든 비약이지. 네놈의 뒤틀린 하반신 경맥을 일시적으로 깨우고, 날뛰는 마기를 가라앉히는 데는 이만한 극약이 없다.”


노회는 청언의 다리 도포 자락을 걷어 올리며 엄숙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하지만 명심해라. 이 연고는 하루에 단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극약이다. 연고가 살을 뚫고 뼈마디에 닿는 순간, 골수를 얼려 터뜨리는 듯한 지독한 통증이 따를 것이다.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기혈이 역류하면 영구적인 불구를 넘어 즉사하게 된다. 감당할 수 있겠느냐?”


청언은 대답 대신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가슴속에는 아직 구하지 못한 여동생 심아란의 슬픈 얼굴과, 가문을 파멸시킨 동창을 향한 피맺힌 복수심이 도사리고 있었다. 여기서 무너질 수는 없었다.


노회가 검푸른 삼음고를 손가락에 듬뿍 묻혀 청언의 마비된 다리 경맥과 무릎 관절 주위에 넓게 펴 바르기 시작했다.


치이이익!


연고가 닿는 순간, 청언의 전신이 단숨에 경직되었다. 그것은 단순한 통증이 아니었다. 마치 펄펄 끓는 용광로에 극독의 얼음물을 한꺼번에 부어 넣은 듯, 살가죽이 찢어지고 뼈마디가 얼어붙어 산산조각 나는 듯한 가혹한 통증이 척추를 타고 뇌수까지 직격했다.


“으, 으아아아악—!”


청언의 입에서 핏방울 섞인 비명이 터져 나왔다. 땀구멍마다 핏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며 옷자락을 붉게 물들였다. 날뛰던 역천마공의 마기가 삼음고의 차가운 음기와 충돌하며 전신에서 붉은 혈관이 터질 듯 솟구쳐 올랐다.


‘지금이다! 역맥수행법(逆脈修行法)을 전개해야 한다!’


청언은 이성을 잃어가는 고통 속에서도 독고선옹에게 배운 구결을 떠올렸다. 단전의 역천마공 기운을 억누르지 않고, 오히려 기혈의 흐름을 역방향으로 강하게 회전시켰다. 폭주하는 마기를 뒤틀린 하반신 경맥으로 강제로 밀어 넣으며, 삼음고의 차가운 음기와 융합시켰다.


그와 동시에, 단전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진무신결의 정순한 금빛 기운을 천천히 끌어올렸다. 정기와 마기가 정면으로 충돌하려 할 때마다, 청언은 두 기운을 서로 밀어내지 않고 태극의 음양처럼 둥글게 흘려보내는 미세한 내공 조율을 시도했다. 상대의 기운을 흡수하거나 튕겨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며 공존시키는 깨달음.


그것은 정(正)도 사(邪)도 아닌, 경계가 없는 검의 흐름이자 독창적인 무경검의(無境劍意)의 위대한 초입이었다.


지독한 골수의 극통 속에서, 얼어붙어 먼지처럼 가라앉아 있던 청언의 하반신 경맥 깊은 곳에서 기적 같은 변화가 일어났다. 평생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다리 근육의 미세한 섬유질들이 차가운 음기를 머금고 꿈틀거리며 되살아나는 떨림이 전해졌다.


청언은 이빨을 악물며 깊은 호흡과 함께 부릅뜬 눈으로 밀실의 천장을 쏘아보았다. 그의 두 안광에서 금빛과 검은빛이 융합된 기이한 신광이 찰나적으로 번뜩였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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